‘베지근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고기 따위를 푹 끓인 국물이 구미가 당길 정도로 맛이 있다.’ 라는 뜻이라 한다.
아, 이 표현이 ‘몸국’ 맛을 표현하는 데 정말 찰떡이다. ‘몸’은 ‘모자반’의 제주도 방언으로, 몸국은 돼지고기 삶은 육수에 불린 모자반을 넣어 만든 제주도 지방 음식이다. 주로 혼례와 상례 등 제주의 집안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만들었던 행사 전용 음식이다.
돼지고기만 우려낸 것이 아니라 뼈, 내장 등을 넣고 푹 고와낸 다음 그 안에 겨우내 말려두었던 모자반을 찬물에 뽀득뽀득 빨아 넣고, 푹 끓인다.
한 술 떴을 때, 내장과 순대를 같이 넣고 푹 끓인 돼지고기 육수의 깊고, 진한맛! 기름진 맛?! 이 입안에 퍼지려는 찰나에 모자반의 바다맛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몇 술 뜨다, 밥을 넣고 자박자박 말아 먹으면 또 기가 막히다. 허기를 확 채워주는 맛이랄까!
반정도 먹고, 좀 다르게 먹어 보고 싶어 고춧가루도 넣어 먹어 보았는데, 이 또한 맛이 좋다!
몸국은 마을 사람들이 혼례나 상례 등 큰 행사를 치르고 나눠 먹던 음식이다. 내륙 지방도 마찬가지로 이런 행사에서는 주로 돼지를 잡았는데, 생선이나 어패류 외에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기 힘들었던 제주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귀한 돼지고기를 오롯이(?) 알뜰하게(?) 같이 고생한 마을사람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 몸국을 만들어 끓여 먹었던 것이다.
비행기 멀미로 힘들었던 나에게 힘이 되어준 몸국.
베지근한 맛의 몸국, 온양에 가서도 가끔씩 생각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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