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갑설周甲說이란 무엇인가?
이르노니 지 맘대로, 지 꼴리는대로 연도를 60년 단위로 옮기는 작태를 말한다.
60년 늦추는 건 예사고, 120년 끌어내리기도 하고,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않으면 240년을 끌어내리가 싶더니, 요새는 280년을 늦잡는 작태도 있다.
주갑설은 어찌해서 탄생했는가?
《일본서기》 연대를 교정하는 방법이 출발선이었다.
《일본서기》가 말하는 실연대가 도저히 안맞으니, 이를 무엇으로 교정했던가?
《삼국사기》였다.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한데, 신통방통하게도 주갑으로 차이가 났다.
이를 발견한 이는 이른바 동양사 근대의 초석을 놓았다는 근대기 일본인 역사연구가 나가 통세, 일명 나카 미치요(那珂通世. なかみちよ, 1851~1908)였다.
그는 신유년 혁명설과 주갑설에 기초해 도저히 실연대로 믿을 수 없는 《일본서기》 상대上代 기년紀年을 비판 혹은 그것을 실연대로 조정했으니,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상대 기년 중에서도 교차 검증이 가능한 사건은 공교롭게도 주갑 기준으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1주갑은 60년이니, 간지로 연대를 매기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이 실제보다 60년, 혹은 120년, 혹은 240년 이런 식으로 《일본서기》가 연대를 올렸다는 것이다. 《일본서기》 찬자가 일부러 그리했을 수도 있고, 혼동에 따른 착오일 가능성도 있다. 그때야 서기가 발명되기 전이라, 예컨대 갑자년이 어디메쯤 해당할 지 알기가 어려운 시대였으니 말이다.
《일본서기》 연대를 교정한 잣대가 바로 《삼국사기》였다. 다시 말해 《일본서기》와 《삼국사기》가 말하는 같은 사건을 보니, 《삼국사기》 연대가 사실과 부합하는 반면, 《일본서기》 쪽은 주갑 단위로 실제보다 상승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주갑설이 왜 문제인가?
어처구니 없게도 《일본서기》가 사건이나 연대를 조작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난 신유년 혁명설이, 도로 한국 고대사로 치고 들어와서는 '갑자년' 혁명설로 둔갑해서는 《삼국사기》가 말한 박혁거세에 의한 신라 건국연도가 하필 갑자년인 것도, 그리고 그의 재위 기간이 하필 60년인 것도 조작이라고 하는가 하면, 상고기 연대는 믿지 못하므로 어느 시기까지는 모조리 120년, 혹은 240년을 당겨내리는 기년조정론으로 둔갑했다는 점이다.
《일본서기》를 교정하는 데 잣대 역할을 한 《삼국사기》가 도리어 재단되는 역설이 빚어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이는 나카 미치요가 시도한 것은 아니다. 그에서 발분한 자들이 거꾸로 《삼국사기》를 난도질한 것이다.
한데 그 지렛대가 잘못되었다고 어느 순간 《삼국사기》를 주갑설로 교정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그리하여 《삼국사기》가 말하는 연대는 믿을 수 없으니, 그것을 엿가락 늘이듯 60년 120년, 240년 280년씩 죽죽 끌어댕겨 내리고 있다. 그리하여 그것이 실증적 역사연구방법이라 선전하는 작태가 빚어진다.
2. 교치설僑置說이란 무엇인가?
주갑설이 시간 여행인 데 견주어, 교치설은 자유로운 공간 이동이다. 이 교치설에 의하면 거대한 땅덩어리가 순식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지 맘대로, 지 꼴리는대로 땅덩이를 옮긴다.
이 교치설에 의해 한반도 북부에 있다던 낙랑 대방군이 느닷없이 중국 동북지방에 출현한다.
이 교치는 서진 왕조가 망하고 동진 왕조가 개막하면서 중원 땅 일부에 등장한 것이지, 그것이 어쩌 모든 땅덩어리에 통용하는 만능이던가?
교치가 성립하기 위한 제1의 요건은 포맷이다. 그 옮겨간 땅, 엄밀히는 그것이 옮겨간 지명이 옮겨간 곳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땅이 포맷이 되지 않으면 교치는 성립할 수 없다.
낙랑 대방군이 교치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내 말이 믿기기 않거덜랑, 그런 증거가 있는지 어디 찾아봐서 나한테 보여줘 봐라.
없다.
주갑설이나 교치설이 자기 주장의 입론을 뒷받침하기에는 아주 유용한 도구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거가 뒷받침하지 않는 이런 조정은 역사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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