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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함석 때리는 빗소리

by taeshik.kim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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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는 무엇을 때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동시타격이 꼭 같은 지점을 겨냥할 순 없으니 그 자체 교향악이기도 하거니와

둔탁한 파열과 더불어 터지고 마는 시멘트 곤두박질형 가미가제 빗물은 그닥 감흥이 없으니 

하기사 자동차 본네트 치는 그것도 멋대가리 없기는 피장파장이라

내가 보듬은 빗물로 함석지붕 때리는 그것만한 것과 가을녘 붉음과 노랑 혼입한 감나무 이파리 내리치는 그것을 능가할 것은 없다.

함석지붕 그것은 오도독오도독 두 조폭단이 한판 우열을 가리기 직전 엄한 손가락 부여잡고 오도독 뼈마디 부대끼며 내는 소리 흡사 그것이라, 이는 모름지기 모가지 비틀기를 동반하니 어찌하여 저 놈들은 모가지를 비틀 때도 그런 소리가 나는지 모르겠다만

함석지붕 내려치는 빗소리는 흡사 그것이라 그 오도독함을 내가 달리 비길 데가 없으니 그 오도독함이 그리 좋다.

감나무 이파리 내리치는 빗물 소리는 함석지붕의 그것에 견주어서는 둔탁한 편이라 우두둑우두둑에 가까워 그것이 클라이막스에 오를 즈음이면 툭 하는 둔탁함이 자주 섞이기도 했으니 홍시가 땅바닥 곤두박질하는 굉음이었다.

나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할아버지 방에서 그 소리를 들었으니 내가 태어난 그 초가엔 그 흔하디흔한 감나무 하나 없어 우리집 담장을 넘어온 이웃집 감나무가 매양 탐이 났으니

우리집 나와바리를 범한 그 감나무 선사하는 홍시를 맛볼 유일한 합법이 고공낙하해 땅바닥 퍼질러진 그것을 줏어먹는 것이었다.

그 낙하는 꼭 어슴프레한 밤에 일어났는데 그땐 호롱볼 심지 다지는 시절이고 트랜지스터 라지오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라 칠흑 같은 밤이 감나무 이파리 들이치는 빗소리와 어우러져 몹시도 괴기스러웠으나 이튿날 새벽 나는 홍시를 먹게단 일념 하나로 밤을 새다 스스르 잠이 들곤 했더랬다.

빗소리도 천차만별이라 이곳 남영동엔 감나무는 없지만 언젠간 사라질 함석지붕이 더러 있어 그때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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