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선생문집西厓先生文集 제16권 / 잡저雜著
옛 돈을 기록함[記古錢]
갑진년(甲辰年) 6월 12일,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 양쪽 언덕과 평평하였다.
7월 6일, 천둥이 치면서 비가 왔다. 큰아이가 강 언덕 위에서 옛날 돈[古錢] 하나를 주워왔다.
글자가 반은 마멸되었는데, 자세히 보니 숭녕통보崇寧通寶란 넉 자가 있었다.
그것은 곧 송宋 나라 휘종徽宗 때의 물건이니 지금으로부터 5백여 년 전의 것으로, 당시에 있었던 일만 가지 일들은 구름처럼 사라지고 연기처럼 없어져 버렸는데 이 물건이 여전히 있을 줄은 생각지도 않았다.
사람을 시켜서 닦고 손질하게 한 뒤에 보니, 마치 석고石鼓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한국고전번역원 | 권호기 박희창 은정희 조복연 최순희 (공역) | 1977
甲辰六月十二日雨。河漲平岸。七月初六日䨓雨。卯男於江岸上。得古錢一枚。字半漫滅。諦視之。有崇寧通寶四字。迺宋徽宗時物。去今五百餘年。當時萬事。雲消烟滅。而不意此物尙存。令人摩挲。有石鼓之感。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0
갑진년은 1604년이라 선조宣祖 37년이다. 이 무렵 서애는 하회로 낙향한 시절 아닌가 한다.
보통 저런 옛 동전은 무덤에다가 묻었다. 실제 고려시대 무덤을 보면 저런 동전이 심심찮게 출토한다. 숭녕통보는 인기가 많았다.
요새 같음 매장문화재 습득 신고라 해서 해야겠지만, 뭐 저 정도로 번거롭게 신고하면 골치아픈 일만 생길 뿐이다. 그냥 잘 닦아서 혼자 즐기면 된다.
저와 같은 일들이 훗날 학문으로 포장되어 고고학이라 일컫게 된다.
특히 서애도 인용한 저 석고石鼓는 동아시아에서는 고고학의 직접 남상이다. 나중에 석고 이야기는 따로 하려한다.
***
이 소재에 대한 소개는 앞서 강민경 선생도 했다.
서애가 얻은 송나라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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