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합통신 공채 14기라, 나를 포함한 열 놈이 1993년 1월 1일 연합통신 기자로 입사했다. 그 동기 중 셋이 중간에 그만두고 튀는 바람에 30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일곱 마리가 남았다.
지금 총국장겸 편집국장 조채희가 홍일점이었으니 여기자로는 5년만의 등장이었지만 30년이 흐른 지금은 여초 현상이 완연해 남자들은 씨가 말라간다.
사진기자가 둘이었고 나와 지금 한민족선터장을 하는 정규득은 다 서울 주재로 뽑는다 공지했지만 느닷없이 지역본부로 배치되어 나는 부산으로, 정규득은 창원으로 쫓겨갔으니 같은 경상도 출신이라 하지만 둘 다 부산 경남은 전연 연고도 없는 인사 폭거였다.
거부하면 합격을 취소한다니 무슨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나는 이듬해 연합통신이 이젠 신문 그리고 통신시대는 저물었다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YTN Yonhapnews Television News이 개국하면서 대규모 인력이 방송으로 징발되는 바람에 텅빈 통신 편집국을 채우고자 하는 보충병으로 선발되어 부산 근무 꼭 1년 만에 서울로 입성해 체육부에 배당됐다.
이후 사회부를 거쳐 98년 12월 1일 문화부로 옮겨 2015년 6월 30일까지 대략 17년간 문화재와 학술을 전담했으니 내가 혹여 문화재 전문기자로 불린다면 그것이 형성된 시기가 바로 저때다.
문화재 기자로서의 이력은 화려했으니 이건 용 꼬리가 될지언정 뱀대가리가 되자는 내 신념을 구현하는 데 안성마춤이었다. 혹 선후배 동료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을지는 내가 아지는 못하나 문화재와 학술은 모두가 기피하는 분야라, 나는 이쪽이 그런대로 마음이 들어 죽자사나 팠으니 어느 순간 보니 내가 이 분야만큼은 독보가 되어 있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그 말 많고 탈 많은 풍납토성 보존의 제1 공신이며, 그걸로 굵직한 상도 타먹었고 기타 소소한 건들로 그런 보상 비스무리한 것들은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연말 보도대상은 문화재로만 두 번을, 그것도 단독으로 타먹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독보는 내외부 질시와 견제를 받기 마련이라, 특히 이런 질시는 지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저 분야에서 내가 거창한 부라도 축적한냥 공격이 집요하게 전개됐으니 이는 노조활동과 연계한 악연이 있는 자들이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빚어 2015년 11월 28일 각종 죄목 다섯 가지를 나열한 해고가 있게 되었다.
해고되는 과정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지만 그것이 나온 날 나는 만세삼창을 하고는 하늘이 마침내 나한테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은 따박따박 주는 꿈 같은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그걸 기화로 나는 전국방방곡곡 세계를 주유하는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이 꿈 같은 세월도 오래가진 않았다. 이내 전개한 해고 무효소송이 너무나 싱겁게 전개되어 버려 3전3승 나의 완승으로 귀결하고 말아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일찍 복직하게 되어 분루를 삼켰다.
만 2년에서 조금 모자라는 2017년 8월, 나는 복직하게 되어 다시 이 지긋지긋한 기자 생활로 복귀에 오늘에 이른다.
복귀 이후 문화부장을 거쳐 한류기획단이 출범하면서 그 초대 단장을 맡아 3년을 헤매면서 그런대로 나로서는 내가 해 보지 못한 일들을 실험 중이다.
이변이 없으면 4년 남짓 뒤면 나는 떠난다.
오늘이 입사 만 30년을 꽉 채운 날이지만, 연합통신 이전 1991년 12월 나는 공채로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해서 잠깐 적을 두었으니 실제 이른바 사회생활은 31년을 넘었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가장 불행한 법이다. 돌이켜 보면 굴곡이 적지 아니해서 그런 굴곡만 돌출하기 마련이라 그런 돌출들이 그 불행과 불운을 가속화하기 마련이다.
나에게 2023년 1월 1일은 저와 같은 점에서 여느 해 첫날과는 조금 다르다.
입사 삼십년을 채우면 그에 걸맞는 근속휴가가 주어진다. 쥐꼬리 만한 휴가지만 작년에는 연차휴가도 제대로 소진하지 못했다.
아..또 하나..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나는 더는 연봉 인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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