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온 지 며칠이 지났다.
비껴가지 않은 여행의 복병을 만나
‘눈 떠보니 잠시 파리’였지만
이제 독일로 들어와 적응 중이다.
하지만 어제 밤 공연생각에 마음이 눅눅하다.
함부르크의 엘프 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열린
https://www.elbphilharmonie.de/de/
침머만(Bernd Alois Zimmermann, 1918-1970)의
오페라 <군인들 (Die Soldaten, 1965)> 이었다.
50년대 후반에 쾰른시 의뢰로 작곡해
65년에 초연한 작품이지만, 규모와 난이도 때문에
수용할 극장이 별로 없다.
초연한 바로 쾰른 구르체니히 오케스트라 (Cologne Gürzenich Orchestra)가
어제밤 함부르크에 온 것이다.
https://www.elbphilharmonie.de/de/programm/zimmermann-die-soldaten/20233
보는 내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80년대에 출간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올랐다.
몇 년 전 큐레이터학 기말발표에서 어떤 학생이
같은 제목의 전시를 기획하여 관심을 갖게 된 터였다.
잊고 있던 전쟁의 트라우마가 지금 이 시간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전쟁과 오버랩했다.
그랜드피아노 2대, 오르간 2대에 팀파니 타악기 세트가
무대와 객석에 각각 4군데, 재즈퍼커션... 까지
이런 편성은 처음보았다. 그에 반해 정작 공연은
무대 위 합창석을 두 줄 밀어낸 공간을 중심으로
무대장치 없이 극도로 미니멀하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더 난해하고 엄청난 사운드 여운과
약간 충격적이기도 한 연기의 잔상들이
강하게 남은 것 같다.
늦은 밤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바람이 불고
무섭고 쓸쓸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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