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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 불태우는 밤추위 한시, 계절의 노래(231) 눈 비친 창(雪窗) [宋] 백옥섬(白玉蟾) / 김영문 選譯評 흰 벽에 푸른 등불가물거리고 붉은 화로 한밤에화기 깊다 눈꽃 피어창 밖 환한데 한 조각 마음추위 견딘다 素壁靑燈暗, 紅爐夜火深. 雪花窗外白, 一片歲寒心. 이런 시를 읽으면 어릴 적 겨울밤이 저절로 떠오른다. 초가삼간 사랑방에 호롱불이 가물 거리고, 방 가운데는 쇠죽 부엌에서 담아온 장작불 화로가 이글이글 탄다. 삭풍이 스쳐가는 창호지 하얀 문가엔 황소바람을 막는 문풍지가 파르르 떤다. 우풍이 심하여 윗목은 무릎이 시릴 정도로 한기가 스미지만 쇠죽 끓인 아랫목은 엉덩이를 붙이기 힘들 정도로 쩔쩔 끓는다. 화로는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품이다. 화로를 둘러싸고 온갖 이야기가 오간다. 가족, 친척간 소식과 근황, 가문 선조.. 2019. 1. 1.
[조선시대 미라-3] 원이 엄마가 국제적으로 유명해 진 사연 (하) 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원이 엄마 편지 이야기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앤티퀴지에 실린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는 고고학 관련 대중 잡지로 "Archaeology Magazine"이라는 것이 있다. 이 잡지는 학술 잡지는 아니다. 고고학에 관심을 가진 영어권 대중을 대상으로 한 잡지이며 한해 발행부수가 20만 부 정도. 그리고 1948년에 창간되었으니 약 70년의 나름 긴 전통을 가지고 있는 잡지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Archaeology_(magazine) 우리나라에 비슷한 잡지를 꼽자면 도서출판 주류성에서 발간하는 계간 "한국의 고고학" 같은 것이 될 수 있겠다. 일본에도 비슷한 대중 고고학 잡지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언뜻 그 타이틀이 생각.. 2019. 1. 1.
[조선시대 미라-2] 원이 엄마가 국제적으로 유명해 진 사연 (중) 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안동대 이은주, 임세권 교수와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만족스러운 분량의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원이 엄마 편지 내용을 제대로 된 해외 영문 잡지에 소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미 연구는 이은주, 임세권 두분 교수께서 다 해 놓으신 터라 영문화만 진행하면 되는 상태였다. 두 분이 2000년, 안동대학교박물관에서 간행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써 보니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한가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나왔다. 이 무덤에서 나온 문서는 사실 원이 엄마 편지만이 아니라 두 종류가 더 있다. 하나는 원이 엄마 남편인 이응태의 형인 이몽태가 동생한테 남긴 편지가 개중 하나다. 이 편지도 내용이 구구절절 애통한데 자세한 내.. 2019. 1. 1.
안동 원이 엄마가 미라로 출현한 그때를 증언하는 보도 인도고고학 조사 경험담을 이곳에서 연재 중인 서울대 의대 신동훈 교수가 내 요청에 따라 그 스핀오프로 안동 원이 엄마 미라에 얽힌 일화 하나는 엮었으니, 신 교수 역시 그랬듯이 나 역시 이 유명한 미라가 출현한 시점에서는 그와 직접 인연은 없었다. 내가 우리 공장 문화부로 배치되어, 그에서 문화재를 전담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8년 12월 1일이었으니, 아쉽게도 원이 엄마 미라는 그보다 불과 8달 먼저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 미라는 발굴 당시보다는 발굴 이후 전개된 일련의 사태 전개 과정에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으니, 그때마다 어찌된 셈인지, 나랑은 이렇다 할 인연이 없어 흘러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 미라는 어떻게 출현했던가? 우리 공장 DB를 검색해 봤더니 아래 관련 기사가 걸린다. 4백50년전 .. 2019. 1. 1.
연기대상식과 함께 맞이하는 2019년 새해 1. 2019-01-01 01:51 기근에 선택지 좁았던 3사 연기대상, 이변 없음(이정현)2. 2019-01-01 01:37 '키스 먼저 할까요' 감우성-김선아, SBS 연기대상(이도연)3. 2019-01-01 01:33 '아빠' 유동근-'남편' 김명민, 2018년 KBS 연기대상(이정현) 기사 송고시간과 송고기사 제목, 그리고 괄호안은 작성기자 이름이다. 이정현 이도연은 우리 공장 문화부 방송 담당이라, 간밤을 깠다고 보면 대과가 없다. 어제는 2018년 마지막날이라, 다들 일찍 끝내고 퇴근하라 했지만, 유독 방송팀만 저리되고 말았으니, 저들 기사가 말하는 저런 일정들이 항용 기다리며, 이번 연말 역시 예외가 아닌 까닭이라, 두 친구가 어김없이 고생했다. 나야 저 시간대에 깨어있기야 하면야, 그러고선.. 2019. 1. 1.
[조선시대 미라-1] 원이 엄마가 국제적으로 유명해 진 사연 (상) 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블로그 쥔장께서 부탁하신 대로 스핀오프 격으로 미라 이야기를 하나 써서 올린다. 아마 조선시대 무덤에서 나온 편지-원이 엄마 이야기는 독자분들도 한번은 들어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인 즉, 안동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무덤에서 편지가 하나 나왔는데 이 편지를 해석해 보니 사연이 정말 구구한-아내의 죽은 남편에 대한 사모의 정이 한글로 애절하게 적힌 내용이라 그 내용이 역사스페셜에서도 다루어 졌었고 이후에도 메스컴에서 자주 다루어져 이제는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내용에 익숙할 것이다 (아닌가?) 이 무덤과 편지는 잘 알려진 대로 안동대 임세권-이은주 두 분 교수 작업으로 발견되었고 수습, 분석된 것이다. 이 무덤이 발굴되었던 해가 1998년인데 이 때 나는.. 2018. 12. 31.
백년만에 빛을 본 김만수 초대 주프랑스공사 일기 《대한제국기 프랑스 공사 김만수의 세계여행기》라는 근간이다. 보도자료용으로 배포되어 언론사에 배포되었으니, 무심히 이런 자료가 있었나 하고는 그 해제를 보는데, 2007년에 발견되었다는 구절이 보인다.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구사회 교수팀이 이끄는 이 대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BK21플러스 사업팀 성과물이다. 그 해설 역주에는 구 교수를 책임자로 해서 양지욱 양훈식 이수진 이승용 다섯 사람이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자료가 공개되었다는 2007년이면 내가 문화재와 학술을 현역기자로 전담할 때라, 그 공개에 즈음한 아무런 기억이 없다. 내가 간여한 모든 일을 기억할 수는 없으나, 경험칙에 미뤄보면 이럴 때 거의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우리 공장이 아닌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했거니나 둘째, 우리 공장이.. 2018. 12. 31.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14): 대중의 관심 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데칸대와 함께 한 라키가리 발굴은 해외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연구자와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라키가리 유적이 있는 인도인의 관심은 우리가 보기에 무서울 정도였다. 내가 보기엔 인더스 문명에 관한 인도 사람들의 감정은 복잡하다. 마치 우리나라 고조선 문제처럼 인더스문명은 인도인에게 있어 단순한 학술적 영역에서의 관심 이상의 것이다. 인더스문명이란 단순히 5,000년 전 역사가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도인의 정치, 문화적 관심사와도 밀접히 연결된,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다. 인더스문명은 오늘날 인도인에게 무한한 긍지이고, 민족주의의 상징, 때로는 국수주의로도 불붙을 수 있는 그런 가연성 농후한 무엇이라고 할 수.. 2018. 12. 31.
콜로세움 지붕(Colosseum roof) 콜로세움 구조가 이랬다고 @romanhistory1 님의 트윗을 확인해 보세요. https://twitter.com/romanhistory1/status/1079340469748985858?s=09 The “velarium" was an enormous retractable awning made of sailcloth over the Colosseum roof so spectators during the hot days of summer were always in the shade. Over1000 sailors from the Navy would roll down the sections of tent over the ropes which were tight to the top frame 2018. 12. 30.
"세책, 그것도 연구대상이냐?"는 비야냥을 뚫은 선구자 나손 김동욱 유춘동 선문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나손(羅孫) 김동욱(金東旭, 1922∼1990). 현재 이 분은 국문학 고소설 연구자로서, 1세대 연구자로 학계에서는 분류한다. 현대인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이 분이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문학계, 특히 고소설 연구자들에게는 현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참고로 나손이라는 호, 스스로 붙이신 것이고, 당신 스스로 '경주김씨'의 당당한 후예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나손을 연재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가 있다. 세책본(貰冊本), 혹은 방각본(坊刻本) 연구가 그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리고 기리기 위함이다. 1970년대 나손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방각본 소설에 연구 초석을 놓았다. 방각본이란 나무로 만든 인쇄틀인 목판에다가 대량으로 찍어 만든 책이다. 상업적 이윤을 추구.. 2018. 12. 30.
인더스 문명 관련 [강연의뢰]는... 혹시 제가 올리는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우리 기관에서 강연을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들께서는. 저와 함께 라키가리 유적 조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였고, 인도에서 10년을 살며 학위과정을 밟은 반 인도인, 김용준 박사에게 의뢰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김박사가 가지고 있는 관련 자료의 양이 방대합니다. 김용준 박사는 고려대 역사교육과 졸업후 교사로 재직하다가 뜻한 바 있어 인도로 건너가 인도굴지의 데칸대 고고학과에서 불교고고학으로 석-박사를 받고 귀국한 인재입니다. 강연이 가능한지 여부는 김용준 박사 아래 이메일로 직접 문의하시면 될 듯 합니다. 김용준: akedmina@naver.com 2018. 12. 30.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13): 연구 진행 과정 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이제 우리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하자. 1) 역시 발굴의 주역은 신데교수가 이끄는 데칸대 고고학부. 특히 공동묘지 구역은 앞에서 밝힌대로 김용준 박사가 책임지고 다른 대칸대 대학원생들과 함께 발굴하게 되었다. 우리 연구실도 물론 발굴에 직접 참여했다. 나와 홍종하 선생이 교대 순번으로 현지에 들어가 발굴을 함께 하는 한편 시료의 수습을 도왔다. 우리는 발굴 전 기간을 여건상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발굴을 최대한 함께하고자 하였다. 발굴 중간 휴식시간. 찌는듯이 더웠다. 왼쪽부터 데칸대 박사과정 Avradeep Munshi 군, Malavika Chatterjee 양, 그리고 나. 2016년. 라키가리 발굴 현장. .. 2018. 12. 30.
선행연구성과를 말살하는 법 나는 앞서 '선행연구성과검토는 없애야 한다'는 글에서 선행연구성과에 매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아예 선행연구성과는 무시하라는 말도 했다. 보지 마라! 그 따위 거 뭐하러 본단 말인가? 그 까닭은 시종일관 내 얘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선학에 대한 예의? 혹은 표절로부터의 자유를 빙자함이라는 사실은 내가 모르는 바 아니나, 이 지구상에 같은 글, 같은 문제의식을 함유한 글은 없다. 일란성쌍둥이도 다르듯이, 하물려 논문이라는 형식의 글은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내 얘기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씨잘데기 없는 남들 글은 읽어 어디다 써먹는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쓴 글이 우연히 그 이전 누군가가 쓴 글과 비슷한 논조, 혹은 비슷한 혹은 같은 결론을 도출했을 적에는 어찌해야 하는가? 틀림없이 표절했다 .. 2018. 12. 30.
공주 공산성의 옻칠갑옷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이태희는 그의 주된 전공, 혹은 관심사가 온통 중국이라, 개중에서도 이른바 서역이 대표하는 변방 역사에 관심이 지대하다. 고려대 동양사학과를 가서 《당육전唐六典》을 역주한 김택민 교수 슬하에 들어가 내친 김에 대학원까지 입적해 중국사 공부에 투신한다. 2018년 연말 현재도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는지 아니했는지 알 수 없는 아리까리 학적學的 인생을 계속하는 바, 나를 포함해 주변에서 학위논문부터 쓰라는 닦달을 꿋꿋이 버티는 친구다. 변새邊塞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까닭에, 그 화려한 당시단唐詩壇에서도 이른바 변새시邊塞詩를 대표하는 잠삼(岑參)에 환장한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들어갔지만, 아무리 봐도 넌 전공으로 볼 적에 국박으로 넘어가는 게 좋다는 말을 나도 한 적이 있지만,.. 2018. 12. 30.
어쩌겠는가? 웃을수밖에 한시, 계절의 노래(230) 술을 마주하고 다섯 수(對酒五首) 중 둘째 [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달팽이 뿔 위에서무슨 일 다투나 부싯돌 불꽃 속에이 몸이 붙어 있네 부유하든 가난하든즐겁게 살아야지 입 열고 웃지 않으면그 사람이 바보일세 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隨富隨貧且歡樂, 不開口笑是癡人. 온 땅이 얼어붙은 연말이다. 이제 2018년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이 쏜살 같다는 말을 실감한다. 나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60에 접어든다. 참으로 믿기지 않는 나이다. 어린 시절 환갑잔치를 하는 어른들을 보면 모두 머리는 성성하고 손자 손녀가 줄줄이 딸린 상노인이었다. 당시에는 내게도 60이란 나이가 박두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른 무렵부터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가 귓전.. 2018. 12. 29.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12): 보급품 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롬멜이 상륙전 중 사망한 미군 장비에서 초콜렛 케이크가 나온 것을 보고 "이 전쟁은 우리가 졌다"라고 한탄했다는 장면이 있다. 비단 전쟁만이 그럴까. 실제 전투보다 훨씬 중요한것은 결국 보급이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있어야 땅을 파건 연구를 하건 할 것이 아닌가. 인도를 들어갈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연구에 필요한 소모품과 도구를 현지에서 구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돈이 있더라도 살 수 없는 일이 많고 비슷한 물품을 구하더라도 질이 아무래도 떨어져 제대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2012년 2월 18일, 인도 데칸대로 보낸 소포중 하나의 내용물을 보자. 뭐 이런 것까지 들고 가겠냐 하지만 이렇게 보내지 않으면 현장에서 작.. 2018. 12. 29.
하나의 김유신(the Kim Yushin)과 김유신들(Kim Yushins) 하나의 김유신(the Kim Yushin)과 김유신들(Kim Yushins) - 김호동, ‘金庾信의 追崇에 관한 연구’에 관한 토론을 겸하여- 신라사학회 100회 발표회(2011.1.29(土), 서강대 김대건관 505호) 토론문 김태식 신라 중대의 野合 스캔들의 산물이면서, 각종 戰場을 누비며 신라가 염원하는 一統三韓을 이룩한 데 일대 元勳인 金庾信이 자기복제를 하지 않은 이상, 여러 명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足跡이 다른 어떤 역사상의 인물들과 남달라서인지, 이런 역사상의 金庾信, 즉, 하나의 金庾信(the Kim Yushin)을 원형(arch-type)으로 수많은 變種의 金庾信이 양산한다. 이 變種 金庾信을 총괄하여 ‘김유신들’(Kim Yushins)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발표자가 金庾.. 2018. 12. 29.
선행연구성과검토는 없애야 한다 ****내가 매양 우리네 이른바 학술계 글쓰기, 특히 논문쓰기 행태를 비판하거니와 그러면서 그 대표적인 병증의 하나로 패턴화한 글 전개 방식을 거론한다. 이 패턴화로 매양 논문 첫머리에는 '선행연구성과 검토'라는 항목을 설정하고는 잡다스레 그 글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한 기존 연구들을 소위 비판적으로 다루는 항을 두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해당 글 첫 페이지에는 늘 본문 몇 줄에 그 선행연구라는 서지사항이 오래된 목선 바닥 조개껍데기 덕지덕지 달라붙듯 각주로 열리게 마련이다. 이걸 왜 없애야 하는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이 선행연구성과 검토라는 항목만 쳐다보면 막 들어서는 애도 떨어질 판이요, 전날 숙취에 겨우 가라앉은 오바이트가 다시금 솟아오를 판이다. 선행연구성과 검토를 하지 말란 얘기가 아니.. 2018. 12. 29.
종로구 해설사가 기억하는 김신조 무장공비 서울 종로구 골목길 해설사 김현화 선생이다. 1947년 경기 평택産, 올해(2016) 칠순이다. 1964년 상경했다가 이듬해 1965년 이래 51년째 평창동에 거주하는 실상 원주민에 가깝다. 평창동 구기동 일대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런 까닭에 이 일대 변화 양상을 한눈에 정리한다. 월남전 참전 용사이며,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이기도 하다. 평창동 318번지에 반세기를 거주하는 그에게 1968년 1월21일은 잊지 못할 날이다. 당시 입영 통지서를 받아놓고 입대를 기다리던 그는 이날 저녁 9시. 특수부대 소속으로 보이는 군인 20~30명이 자기 집앞을 지나가는 장면을 목도했다. "복장을 보니 어떤 사람은 토끼털 귀마개를 했어요. 두 줄로 행진하더군요. 기관총을 거꾸로 울러매고 행진하더군요. 그래서 특수부대 공.. 2018. 12. 29.
촛불 아래서 내뱉는 장탄식 한시, 계절의 노래(229) 밤중에 앉아서(夜坐) [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뜰 앞에 온종일밤 되도록 서 있다가 등불 아래 때때로날 밝도록 앉아 있다 이 마음 말 안 하니어느 누가 알아줄까 또 다시 한 두 번씩장탄식 내뱉는다 庭前盡日立到夜, 燈下有時坐徹明. 此情不語何人會, 時復長吁一兩聲. 유학자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대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이들은 고대로부터 각종 의례(儀禮)를 관장하는 직책을 맡아 이른바 여러 행사 사회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관직 중심주의로 귀착되었고 마침내 자신의 학식과 지혜를 최고통치자에게 제공하는 ‘왕사(王師)’가 되기 위해 일생을 .. 2018. 12. 29.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11): 누구로 부터 지원 받을 것인가 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만약 우리가 라키가리 유적을 발굴 하게 된다면 그 대상은 인더스문명 전성기 때 공동묘지로서 라키가리 유적에 살던 사람들이 묻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이었다. 이 곳은 1990년대에 ASI (인도고고학연구소)가 이미 한차례 예비 조사를 하여 인더스 문명시기 공동묘지 구역이라는 것을 확인한 곳이라 여기에 무덤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신데교수 역시 우리와 함께 이곳을 사전 조사 차 방문했을때 같이 조사를 하게 된다면 이곳을 파게 될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고 실제로 2013년에는 해당 구역에 대한 간단한 약식 조사를 시행한 바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데칸대 신데 교수는 라키가리 유적의 정식 발굴 허가를 받아냈다. 발굴하게 되는 곳은 주거지 지역 한 곳.. 201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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