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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는 손주 한시, 계절의 노래(24) 여름 시골 온갖 느낌[夏日田園雜興] 일곱째 [송(宋)]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낮엔 나가 김을 매고밤에는 베를 짜고 시골에선 아이조차집안 일 맡아 하네 어린 손주 아직은밭 갈거나 길쌈 못해 뽕나무 그늘에서오이 심기 배우네. 晝出耘田夜績麻, 村莊兒女各當家. 童孫未解供耕織, 也傍桑陰學種瓜. (2018.05.07.) 시골에서 자라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도우며 농사를 배운다. 꼴 하고, 김매고, 피 솎고, 나무하고, 보리 베고, 감자 캐고, 고추 따고, 소 먹이고, 모심고, 나락 베고, 지게 지고, 타작하는 등등의 일을 몸에 익히면서 자란다. 쟁기질은 남자로서 마지막에 익혀야 할 일인데, 쟁기의 무게와 소의 힘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므로 대개 10대 후반에.. 2018. 5. 7.
귀향을 꿈꾸는 두보 한시, 계절의 노래(23) 절구(絶句) 둘째 수 [당(唐)] 두보(杜甫) / 김영문 選譯評 강물 벽옥빛에새 더욱 희고 산은 푸르러꽃빛 불 타네 올봄도 어느덧또 지나가나니 어느 날 이 몸돌아갈 해일까 江碧鳥愈白, 山靑花欲燃.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2018.05.06.) 벽옥빛 강물 위를 나는 물새는 하얀 색깔이 더욱 돋보이고, 푸른 산에 피어난 진달래는 붉은 빛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묘사법을 전문 용어로 ‘친탁(襯托)’이라고 한다. 배경 묘사를 통해 주요 대상의 특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법이다. 수묵화 기법에도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이 있다. 달을 그릴 때 배경이 되는 구름을 그려서 달의 형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여기에서 더 발전한 ‘반친(反襯)’ 기법은 반대되는 배경을 그려서 묘사 대상을.. 2018. 5. 6.
Changgyeonggung Palace in Autumn Changgyeonggung Palace, Seoul 昌慶宮 / 창경궁 Located in centural Seoul, South Korea, Changgyeong is one of palaces constructed by the Joseon kingdom. It was built in the mid-15th century by King Sejong for his father, Taejong. It was originally named "Suganggung," but it was renovated and enlarged in 1483 by King Seongjong, at which time it received its current name. Many structures were destroyed du.. 2018. 5. 5.
햇볕 머금은 백사장엔 원앙이 졸고 한시, 계절의 노래(22) 절구(絶句) 첫째 수 [당(唐)] 두보(杜甫) / 김영문 選譯評 해 긴 날강산은 아름다워라 봄바람에화초가 향기롭다 진흙 녹으니제비 날고 백사장 따뜻해원앙이 존다 遲日江山麗, 春風花草香. 泥融飛燕子, 砂暖睡鴛鴦. (2018.05.05) 우리가 잘 아는 문장 작법 중에 ‘두괄식’이란 방법이 있다. 전체 글의 핵심을 맨 앞에 제시한 후 그것을 천천히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두괄식’이란 용어를 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이 두보의 시도 전형적인 ‘두괄식’에 해당한다. 물론 형식은 기구(起句: 첫째 구)와 승구(承句: 둘째 구), 전구(轉句: 셋째 구)와 결구(結句: 넷째 구)가 대구를 이루고 있지만 내용은 기구 즉 첫째 구가 시의 모든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시를 번역할 때.. 2018. 5. 5.
할배, 어디서 오셨소? 한시, 계절의 노래(21) 고향으로 돌아와 우연히 쓰다[回鄕偶書] 첫째 수 [당(唐] 하지장(賀知章, 659~744) / 김영문 選譯評 젊어서 집 떠나늙어서 돌아오니 고향 말씨 그대론데귀밑머리 희어졌네 아이들을 만나도알아보지 못하고 어디서 오셨어요웃으며 물어보네 少小離家老大回, 鄕音無改鬢毛衰. 兒童相見不相識, 笑問客從何處來. (2018.05.04.) 이 시를 지은 하지장은 지금의 중국 저장성(浙江省) 사오싱(紹興) 사람이다. 사오싱은 춘추시대 월(越)나라 회계(會稽)인데 하(夏)나라 우왕(禹王)의 왕릉과 월왕 구천(勾踐)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또 범려(范蠡), 문종(文種), 왕충(王充), 왕희지(王羲之), 지영(智永), 우세남(虞世南), 육유(陸游), 서위(徐渭), 왕양명(王陽明), 유종주(劉宗周.. 2018. 5. 4.
후한서 유림열전 조엽(趙曄)과 《오월춘추(吳越春秋)》 後漢書 卷七十九上·儒林列傳第六十九上 趙曄字長君,會稽山陰人也。少嘗為縣吏,奉檄迎督郵,曄恥於斯役,遂棄車馬去。到犍為資中,詣杜撫受《韓詩》,究竟其術。積二十年,絕問不還,家為發喪制服。撫卒乃歸。州召補從事,不就。舉有道。卒於家。曄著《吳越春秋》、《詩細歷神淵》。蔡邕至會稽,讀《詩細》而歎息,以為長於《論衡》。邕還京師,傳之,學者咸誦習焉。時,山陽張匡,字文通,亦習《韓詩》,作章句。後舉有道,博士徵,不就。卒於家。 조엽(趙曄)은 字가 장군(長君)이며, 회계(會稽) 산음(山陰) 사람이다. 어릴 적에 산음현 관리가 되어 격문을 받들고 독우(督郵)를 영접했으니, 조엽은 이런 일을 수치스럽다 해서 마침내 거마를 타고는 떠났다. 건위(犍為)의 자중(資中)에 이르러 두무(杜撫)를 찾아 《한시(韓詩)》를 배워 그 경술을 궁구하여 깨쳤다. 그런지 20년만에 .. 2018. 5. 3.
뽕 따다 찢어진 자주 치마 한시, 계절의 노래(19) 뽕따기[采桑度] 양기 성한 봄날에뽕잎 따는데, 초록 잎은 어찌 저리펄럭이는지 가지 잡고 나무 위로올라가다가 자주 치마 걸려서찢어졌다네 采桑盛陽月, 綠葉何翩翩. 攀條上樹表, 牽壞紫羅裙. (2018.05.02.) 한자 성어에 ‘상간복상(桑間濮上)’이란 말이 있다. 『예기』 「악기(樂記)」에서 유래한 말이다. “복수(濮水) 강가 뽕나무 숲 사이의 음악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음악이다.(桑間濮上之音, 亡國之音也.)” 『한서』 「지리지(地理志)」 설명에 의하면 춘추시대 위(衛)나라 복수 가 뽕나무 숲에서 남녀가 밀회를 즐겼고 그곳에서 음란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간복상’이란 성어는 남녀가 밀회하는 장소 또는 남녀가 함께 부르는 음란한 음악을 의미한다. 『시경』의 정풍.. 2018. 5. 3.
복사꽃 흘러가는 곳 산중문답(山中問答) 당(唐) 이백(李白) / 김영문 選譯 내게 묻기를 무슨 생각에푸른 산에 깃들어 사나 웃으며 대답 않으니마음 절로 여유롭네 복사꽃 뜬 계곡물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기가 바로 별천지인간 세상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窅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태백 대표작이다. 도연명을 빌려와 복사꽃 핀 산중 생활을 말한다. 이태백 다른 시들을 견줄 때, 이는 안빈낙도와는 거리가 멀어 절대고독이다. 2018. 5. 3.
내가 없어도 꽃은 피겠지 한시, 계절의 노래(18) 익주로 가며 작은 뜰 벽에 쓰다[將赴益州題小園壁] [唐] 소정(蘇頲) 또는 장열(張說, 667~730) / 김영문 選譯評 해 저물어 몸 더욱늙어가는데 봄이 오면 정든 집떠나야한다 아까워라 동쪽 뜨락저 나무들 사람이 없어도꽃 피우겠지. 歲窮惟益老, 春至却辭家. 可惜東園樹, 無人也作花. (2018.05.01.) 늙어가는 몸으로 익주(益州)로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 현종(玄宗) 개원(開元) 8년(720년) 소정(蘇頲)이 쉰을 넘어 익주장사(益州長史)로 부임한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먼 타향으로 관직 생활하러 떠나야 하는 시인이 집안 뜨락을 거닐며 매화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등 봄꽃 나무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광경임에 틀림없다. 아쉬워하는 마음이 행간에 짙게 배어.. 2018. 5. 2.
고구려 태조왕(太祖王)의 책성(柵城) 순수(巡狩)와 봉선(封禪) 내가 논문이랍시며 이곳저곳에 한창 싸지르던 시절, 〈고구려 태조왕(太祖王)의 책성(柵城) 순수(巡狩)와 봉선(封禪)〉이란 제목의 글 한 편을 탈조한 일이 있으니, 한민족학회라는 곳에서 발간하는 기관지 《한민족연구》 제3집(2007년 6월 발간)에 수록됐다.(동 기관지 45~69쪽에 실렸다.) 이 글은 나로서는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이었으나, 이것이 어찌하여 저 잡지에 기고되기에 이르렀는지는 자세한 내막을 지금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당시 학회장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의 인연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 저 학술지나 학회 모두 그 명칭에서 소위 말하는 '국뽕' 냄새가 짙기 마련이거니와, 실제 그것이 표방하는 정신도 그랬다고 기억한다. 저 무렵 정 교수가 저 학회가 주최하는 어떤 자리에서 논문 발표를 하.. 2018. 5. 1.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시게 산속에서 은자와 술을 마시다[山中與幽人對酌] [당(唐)] 이백(李白)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두 사람 대작에산꽃이 핀다 한 잔 한 잔또 한 잔 나는 취해 자고 싶어너도 이제 그만 가 내일 아침 생각나면거문고 안고 다시와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卿且去, 明朝有意抱琴來. (2018.04.30. 산꽃은 왜 필까? 두 벗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달콤한 주향(酒香)에 취하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꽃은 “난초 향기를 발하며(同心之言, 其臭如蘭)”(『주역』 「계사전繫辭傳」) 주위의 봄꽃도 활짝 피어나게 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김소월, 「산유화」) 그야말로 백화제방(百花齊放)이다. 그러므로 “한 잔 한 잔 또 한 잔(一杯一杯復一杯)”은 모.. 2018. 5. 1.
오늘 보내는 봄 내년엔 버들가지로 돌아왔으면 봄을 보내며[送春] 2수 중 둘째 [송(宋)] 이광(李光, 1078~1159)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뭇 꽃들 다 지고버들솜 날려 밭둑에도 놀이꾼점점 드무네 오늘은 나루에서봄을 보내니 내년 버들 가지에되돌아오길 群花落盡柳綿飛, 陌上遊人去漸稀. 今日江津送春去, 明年還向柳梢歸. (2018.04.29.) 봄도 강나루에서 배를 타고 떠날까? 나루에서 봄을 보낸다는 표현이 신선하다. 그러고 보면 나루는 이별의 장소이면서 만남의 장소다. 우리는 강나루에서 처음 봄을 만난다. 얼음이 녹을 무렵 버드나무에 연초록 새눈이 돋는 곳이 바로 강나루다. 강나루에서 만난 봄은 강나루에서 떠나간다. 흘러가는 강물은 바로 세월이다. 아니 세월이 바로 강물이다. 그 세월의 강물 위로 사계절이 흘러가고 사람들이 흘러간다. “봄날 꿈 .. 2018. 4. 30.
노마드, 흉포에서 자유로 無君長,居無恆所,隨水草流移。人性兇忍,善騎射,貪婪尤甚,以寇抄為生。 군장이 없고 뚜렷한 거주지가 없으며, 물과 풀을 따라 옮겨 나니고, 성질은 흉포 잔인하고, 말과 활을 잘 다루며, 탐욕은 아주 심해 약탈을 생업으로 삼았다. 후진後晋 사공司空 동同 중서문하평장사中書門下平章事 유순劉昫이 봉칙찬奉勅撰한 《구당서舊唐書》 열전列傳 제195 회흘廻紇 전에서 회흘을 묘사하는 첫 구절이거니와, 표현은 약간씩 다르나, 실은 중국 역대 사서가 주로 지금의 몽골 고원을 중심으로 북방을 주무대로 활동한 유목 민족을 다룰 때 동원하는 전형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비단 회흘만 아니라 《사기史記》 흉노 전凶奴傳 이래 무한 반복하는 같은 패턴이다. 당唐 집권 이래 위징魏徵 등이 찬한 《수서隋書》 권제84 열전列傳 제49 북적北狄에.. 2018. 4. 29.
내년 봄 돌아오는 사람이 되시게 한시, 계절의 노래(15) 삼월 그믐날 그대를 보내며(春晦送客) [당(唐)] 최로(崔櫓)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서 어지러이 술잔 권하며 그대를 보내며 봄도 보낸다 내년에 봄빛이 되돌아올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말기를 野酌亂無巡, 送君兼送春. 明年春色至, 莫作未歸人. (2018.04.28) 음력으로는 정월이 맹춘(孟春), 2월이 중춘(仲春), 3월이 만춘(晩春)이다. 양력은 대체로 음력보다 한 달 정도 앞서므로 양력 4월 말인 지금 즈음이 늦은 봄을 배웅하는 시기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라지는 봄을 왜 굳이 배웅할까? 그동안 봄날과 깊은 정을 나눴기 때문이다. 매화,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살구꽃, 복사꽃, 벚꽃, 오얏꽃, 앵두꽃, 배꽃, 라일락 등 만발한 백화(百花)의 향기에 취하고.. 2018. 4. 28.
지여초견(只如初見) : 첫만남 같다면... *** 중문학도 홍승직 선생 페이스북 포스팅이다. 아주 찔끔 내가 손댔다. 만약... 혹시...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래도 만약...혹시...아내가, 남편이, 애인이, 친구가, 옆사람이...싫증이 난다면,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면...어쩌면 좋을까? 잠시 눈을 감고, 그 사람을 처음 만나던 때를 떠올려보자. 그 순간의 설레임, 황홀함, 경탄, 환희 등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를테니, 그때의 그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함께 하자. 인생이 만약 늘 첫만남같다면[人生若只如初見] 나란성덕(納蘭性德·1655~1685) 인생이 만약 늘 첫만남같다면 가을 바람에 화선(畵扇)이 슬퍼할 일 어찌 있겠어요 얼마 못가 변해버린 내 님 마음 연인 마음은 본디 쉽게 변하곤 했다며 핑계를 대네요 여산(驪山)에서의 굳.. 2018. 4. 27.
까치여, 부디 좋은 소식 많이 전해주시게 한시, 계절의 노래(14) 나무에 둥지 튼 까치[題喜鵲棲樹] [송(宋)] 조호(趙琥, 1106~1169) / 김영문 選譯評 깃털 다듬으며높은 가지에 우뚝 서서 인간 세상 작은 그물에떨어지지 않네 한 가닥 영험함은실로 틀리지 않나니 처마 끝에서 내게희소식 많이 전하네 梳翎刷羽立高柯, 不落人間小網羅. 一點通靈良不謬, 簷頭報我喜還多. (2018.04.27) 미국 소설가 리차드 바크(Richard Bach)는 『갈매기의 꿈』에서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The gull sees farthest who flies highest)”고 했다.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높이 나는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들 수 있지만, 영양은 마구 날뛰다 울타리에 뿔이 걸린다(高鳥能擇木, 羚羊漫觸藩)”고 했다. 동서양.. 2018. 4. 27.
종적없이 사라진 봄, 연초록 가지에 남아 한시, 계절의 노래(13) 봄을 보내며[送春] 첫째 수(其一) [송(宋)] 오석주(吳錫疇, 1215~1276) / 김영문 選譯評 하늘 한켠 맑은 노을붉게 깔릴 때 작은 누각 다시 올라앞개울 보네 종적 없이 봄이 갔다말하지 말라 가지 끝 연초록 곁에모두 남았네 紅襯晴霞一角天, 小樓重上眺前川. 莫言春去無蹤跡, 盡在枝頭嫩綠邊. (2018.04.25) 『주역(周易)』의 ‘역(易)’에는 세 가지 뜻이 들어있다. 첫째, ‘변역(變易)’이다. 삼라만상과 인간만사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둘째, ‘불역(不易)’이다. 천변만화의 움직임 속에 불변의 진리와 법칙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셋째, ‘간이(簡易)’다. 만물과 만사의 변화 속에 담긴 불변의 이치가 너무나 간단하고 알기 쉽다는 뜻이다. 이 .. 2018. 4. 26.
봄날 혼자 하는 낚시질 봄강에서 홀로 낚시질하며[春江獨釣] 당(唐) 대숙륜(戴叔倫·732~789) / 홍상훈 고르고 옮김 봄강에서 홀로 낚시질하자니봄강 운치 유장하기만 하네한가닥 안개 풀밭 서려 푸르고꽃 싣고 흐르는 강물 향기롭네마음이야 모래밭 새들과 같고덧없는 인생 조각배에 맡기네 연잎옷 먼지에 물들지 않으니창랑 물에 씻을 필요 있으랴 獨釣春江上, 春江引趣長.斷烟棲草碧, 流水帶花香.心事同沙鳥, 浮生寄野航.荷衣塵不染, 何用濯滄浪. 2018. 4. 25.
술이 있으니 날아가는 꽃잎 무에 아쉬우랴 한시, 계절의 노래(12) 봄을 보내며[送春詞] [唐] 왕애(王涯, ?~835) / 김영문 選譯評 날마다 사람은헛되이 늙고 해마다 봄은 다시되돌아오네 더불어 즐김은술에 있나니 날아가는 꽃잎아쉬워 마세 日日人空老, 年年春更歸. 相歡在尊酒, 不用惜花飛. 세월에 관한한 인간의 힘은 보잘 것 없다. 날마다 해마다 늙는 줄 알면서도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매년 새봄은 다시 돌아오지만 인간의 늙음은 끝없이 진행된다. 진시황도 한무제도 무소불위의 황제 권력으로 불사약을 구하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태어난 것은 모두 죽는다. 그 무정함의 표현이 ‘일일(日日)’과 ‘연년(年年)’이다. 「대비백두옹(大悲白頭翁)」에서는 “연년세세(年年歲歲)”, “세세년년(歲歲年年)”이라고 했다. 냉혹한 죽음의 과정이다. “날아가는 꽃.. 2018. 4. 25.
늦봄 시냇가를 거닐며[晚春溪行], 회문(回文) 한시, 계절의 노래(11) 늦봄 시냇가를 거닐며[晚春溪行], 회문(回文) [송(宋)] 송백인(宋伯仁) / 김영문 選譯評 푸른 산 몇 리에시내 하나 걸쳐 있고 펄펄 나는 꽃비 곁에제비 가볍게 춤을 춘다 갈아놓은 논에는봄비 새로 넉넉하고 갠 하늘 새벽빛에버들 바람 산뜻하다 靑山數里一溪橫, 片片花邊舞燕輕. 耕遍水田新雨足, 晴天曉色柳風淸. 당시(唐詩)에 비해 송시(宋詩)는 담백하다. 당시는 대개 인간 존재의 고독한 슬픔을 바탕에 깔고 있다. 당시에서는 거대한 천지와 마주한 유한한 인간의 비애가 읽힌다. 하지만 송시는 평범한 일상 주위의 자잘한 사물과 사건을 묘사한다. 일상 속에 깃든 진리를 확인하고 긍정하며 생생하고 밝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당시가 비애를 발효한 짜릿한 독주라면 송시는 일상을 우려낸 담담한 작설.. 2018. 4. 24.
지혜(智惠) 신라 진평왕 때 비구니 스님. 안흥사라는 사찰에서 살았으며, 어진 행실로 이름이 났다. 꿈에서 선도산성모 지침을 따라 황금을 얻어 새로운 불전을 창건했다. 삼국유사 제5권 감통(感通) 제7 선도성모(仙桃聖母) 수희불사(隨喜佛事) : 진평왕(眞平王) 때 지혜(智惠)라는 비구니(比丘尼)가 있어 어진 행실이 많았다. 안흥사(安興寺)에 살았는데 새로 불전(佛殿)을 수리하려 했지만 힘이 모자랐다. 어느날 꿈에 모양이 아름답고 구슬로 머리를 장식한 한 선녀가 와서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나는 바로 선도산(仙桃山) 신모(神母)인데 네게 불전을 수리하려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여 금 10근을 주어 돕고자 한다. 내가 있는 자리 밑에서 금을 꺼내서 주존(主尊) 삼상(三像)을 장식하고 벽 위에는 오삼불(五三佛) 육류성중.. 201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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