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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변주곡, 《화랑세기》(3) 여왕의 눈물겨운 종자투쟁 아래 원고는 2010년 11월 6일 가브리엘관 109호에서 한국고대사탐구학회가 '필사본 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개최한 그해 추계학술대회에 '욕망의 변주곡, 《화랑세기》'라는 제목을 발표한 글이며, 그해 이 학회 기관지인 《한국고대사탐구》 제6집에는 '‘世紀의 발견’, 『花郞世紀』'라는 제목으로 투고됐다. 이번에 순차로 연재하는 글은 개중에서도 학회 발표문을 토대로 하되, 오타를 바로잡거나 한자어를 한글병용으로 하는 수준에서 손봤음을 밝힌다. 농촌 출신인 나에게 종묘(種苗)라는 말은 익숙하다. 곡물 종자라는 뜻이다. 이 種苗가 좋아야 곡물 소출이 좋을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종자(種子) 혹은 種苗가 좋다 해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더불어 우리는 사람을 지칭해서도 種子를 운운.. 2018. 8. 31.
정재숙 문화재청장 임명에 부쳐 문화재청장이 바뀐다는 소문이 난지는 좀 되었다. 그에 이런저런 이름이 들락거렸다. 누가 후보자였는데, 이를 위한 신원조회 동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말도 여러 번 들렸다. 그래서 후임자 물색에 애를 먹는다는 말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더랬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문화재청 역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춤을 추어댔다. 이 과정에서 종래에는 없던 트라우마 하나가 더 추가됐다. 여성 청장 트라우마가 그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1호 청장 변영섭과 2호 청장 나선화는 사고뭉치였다. 문화재관리국 시대를 포함해 문화재청 역사상 제1호, 제2호 청장이기도 한 그들이 여성이었기에 그랬겠냐마는 이 시대 문화재청은 유난히도 문제가 많은 탓에서 청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트라우마 비슷한 게 생긴 점도 .. 2018. 8. 30.
재주는 곰이 부리고... 蠶婦(잠부) : 누에 치는 아낙네 홍승직 譯解 昨日入城市(작일입성시) 어제 시내 갔다가歸來淚滿巾(귀래루만건) 귀갓길 수건에 눈물 펑펑遍身羅綺者(편신라기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단옷 걸치신 분들不是養蠶人(불시양잠인) 누에 키운 사람 아니었네 종업원 많이 고용하고 크게 사업하는 분이라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시이다. 특급 호텔 종업원은 (직원 무료 숙박권 이런 거 말고) 월급 받아서 그 특급호텔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대우해주고, 명품 가방 생산 공장 직원은 (명절 선물 이런 거 말고) 월급으로 그 가방 살 수 있을 만큼 대우해주고... 이런 것을 경영 목표로 삼는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 한국에서는 작자 미상의 고시(古詩)로 유통되는데, 중국에서는 송나라 시인 장유(張兪)의 작품으로 유통된다.- 판본에 따.. 2018. 8. 28.
백거이 대림사 복사꽃[大林寺桃花] 대림사 복사꽃[大林寺桃花]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譯 인간 세상 4월이라 온갖 꽃 다 졌는데 산사 복사꽃은 비로소 흐드러지네 떠난 봄날 찾지 못해 길게 탄식했더니 이곳으로 돌아든 줄 내 일찍 몰랐다네 人間四月芳菲盡 山寺桃花始盛開 長恨春歸無覓處 不知轉入此中來 *** (台植補) ***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가 46세 때인 원화元和 12년, 서기 817년 초여름 4월에 지금의 강소성 구강九江에 소재하는 강주江州에서 강주사마江州司马로 근무하면서 노산庐山이라는 산상에 있는 명승 사찰인 대림사大林寺라는 곳에 올라 마주한 풍물을 즉흥시로 읊은 7수 중 하나로 절창으로 통한다. 이때면 이미 봄꽃은 다 지고 없을 때지만, 이곳은 산상이라 이때서야 이곳에서는 복사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그에 격발한 것이다. 이 시에 얽힌 .. 2018. 8. 27.
내가 겪은 카투사KATUSA와 JSA의 추억 지금은 폐쇄된 우리 공장 연합뉴스 내 블로그에 2005년 08월 01일 21시 32분 26초에 같은 제목으로 게재한 잡글인데, 당시 글 오타와 문맥상 문제가 있는 조사 정도 바로잡는 수준에서 전재한다. 당시 글을 전재하는 까닭은 그래야만 당시 내가 이 글을 올린 사정과 부합하는 대목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1987년, 18년 전 얘기다. 당시 시위현장에서 단연 유행하던 구호는 1. 호헌철폐 2. 독재타도 이 두 가지였다. 이 외에 또 하나 익숙한 것이 양키 고우 호움! 이었다. 대학가 사회에서 이 양키에 대해서는 묘한 구석이 있다. 그 묘한 구석에서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 묘한 구석이 군대(MILITARY SERVICE)로 옮겨갈 요량이면 특히 그랬다. 미국에 대한 끝 모를 증오. 그러면서도 그 그.. 2018. 8. 27.
영어 번역이 안 되어서일까 번역할 글이 없어서일까? 소위 말하는 지식인 사회를 중심으로, 한국 혹은 한국문화가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흔히 영어 번역 문제를 들기도 한다. 이들에 의하면, 국내 학자들의 연구가 영어로 번역되고,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서 국제사회가 한국과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가장 자주 나오는 데 중 하나가 역사학이다. 특히 동북공정이니 독도영유권 문제니 하는 역사 관련 국제분쟁이 나올 적마다, 이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은 국내 학자들의 연구가 제대로 국제사회에 번역되고 소개되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거나, 혹은 그런 논쟁이 제기되어도 우리가 국제사회를 향해 제목소리를 내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 2018. 8. 27.
KTX가 앗아간 출장의 추억 지금은 폐쇄한 과거 우리 공장 연합뉴스 내 블로그에 2008년 07월 25일 08시 42분 30초에 게재한 글이다. 당시 언론문화 한 켠을 그런대로 증언한다고 생각해 전재한다. 내가 이동하는 거리, 그 장단(長短)을 판별하는 기준은 세 시간이다. 이보다 길면 長이요, 짧으면 短이다. 이 세 시간이란 거리는 내 고향 김천과 지금 내가 사는 서울을 가는 거리다. 가끔 새마을호를 이용하긴 했으나, 대체로 이용한 통일호가 걸리는 시간이 세 시간이요, 자동차로 이동할 때도 한남대교와 김천 톨게이트 간 걸리는 시간도 대체로 세 시간이었다. 세 시간이 너무 길다 했더니, 당시에는 김천 보다 더 아래 사는 대구나 부산 쪽 친구들이 뭐가 기냐고 따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어제 전남 나주를 다녀왔다. 나주 복암리 고분군 .. 2018. 8. 27.
궂은비[음우陰雨] by [당] 백거이 한시, 계절의 노래(156) 궂은비[陰雨]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잎과 가지 젖어들어 사방에 물기 스미는데 짙은 구름 오고가며 그 기세 얼마나 긴가 드넓은 천지 간에 맑은 바람 가득하여 가뭄 구한 공로 높고 더위도 시원해지네 潤葉濡枝浹四方, 濃雲來去勢何長. 曠然寰宇淸風滿, 救旱功高暑氣凉. 가을장마가 시작되는 시절이다. 뜨거운 여름에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입추와 처서가 지나면서 힘이 줄어 다시 한반도 상공에서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나 오츠크해 고기압과 장마전선을 형성한다. 6월 여름장마처럼 길지는 않지만 비오는 날이 잦아진다. 하지만 근래에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가을장마도 여름장마 못지않게 장기간 폭우를 쏟아붓기도 한다. 게다가 이 환절기에는 기압 배치가 매우 불안.. 2018. 8. 26.
앵무조개 껍질에 사는 삶 한시, 계절의 노래(155) 지무선의 연사정(支茂先烟蓑亭) 송 누약(樓鑰) / 김영문 選譯評 인생이란 여관 살이풍파에 시달리니 앵무조개 껍질 속에사는 거나 진배 없네 달 밝고 강은 비어할 일 하나 없음에 낚시 도롱이 또 다시만들 필요 없겠네 人生逆旅困風波, 大似寄居鸚鵡螺. 月白江空無一事, 不須更作釣魚蓑. 가수 최희준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히트곡 「하숙생」은 국민 애창곡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숙생」이 1966년에 발표되었으므로 벌써 반 세기가 지난 노래지만 아직도 노래방이나 회식 자리에서 꾸준히 불리고 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뉘라서 이 엄연한 생(生)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으랴? 이백도 「.. 2018. 8. 26.
기자와 공무원 이거 많이 다르다. 하지만 다름을 넘어 때로는 경멸 혹은 무시로 치닫기도 하거니와, 이는 대체로 기자를 바라보는 공무원들한테서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흔히 공무원이 하는 말이 "기자들은 사람 볼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언젠가 문화재청 퇴직·퇴물 공무원 두어 사람과 나를 포함해 이 업계 시니어급 기자 몇 명이 저녁 자리를 한 적이 있다. 한 퇴직 공무원이 이런 말을 했다. "기자들이 어떤 공무원을 가리켜 저 사람 괜찮다. 참 열심히 한다 그런 말 하지만, 우리 정부미들은 그런 말에 아무 말 안 하는 때가 있다. 그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보는 공무원이랑, 우리가 내부에서 보는 공무원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가? 나는 두 가지 상반하는 시각 중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르다는.. 2018. 8. 26.
남자들을 전전한 13세기 가마쿠라시대 천황의 어느 후궁 2014-08-26 16:59 고후가쿠사인 니조의 자전적 이야기 《도와즈가타리》 완역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성장해서는 아버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이렇게 자식을 잃었으니 슬픔을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연인과 헤어지는 아침에는 그의 여운을 그리워하며 잠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기다리는 저녁에는 밤이 깊어감을 알리는 종소리에 울음소리를 죽이고, 기다리고 기다려 만난 다음에는 또 세상에 소문이 나는 것은 아닌가 괴로워한다." 13세기 가마쿠라시대 유력 가문에서 태어나 네 살 이후 궁정에서 자라기 시작해 14세 때는 천황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上皇) 고후가쿠사인(後深草院)의 후궁이 되어 아들을 낳은 여인 니조(二條·1258~1306년 이후 사망).. 2018. 8. 26.
2002 붉은악마 태극기를 수장고 복도에 방치? 2014년 8월 25일이었다. 이제는 문화체육관광위로 분산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용인병)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으니, 다음과 같은 제목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붉은악마 대형 태극기......어디에?보도자료에 의하면, 2002년 대한민국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당시, 경기장에서 붉은 악마가 사용한 대형 태극기가 현재는 어디에 있을까? 이를 이 의원실에서 최근 조사한 결과,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 밖 복도 한편에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한 의원실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은 13만3314점으로 15개 수장고에 나누어 수장됐지만 수장률이 125.27%로 수장.. 2018. 8. 26.
원광대 고고학도 김선기 그저께 교통사고 여파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24일 향년 만 63세를 일기로 타계한 김선기 선생과 나는 거의 인연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교수로서 대학 교단에 자리잡은 것도 아니요, 더구나 내가 문화재업계에 투신한 무렵만 해도 그가 생평을 몸담다시피한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고고학 발굴현장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는 발굴 주도권이 국립문화재연구소를 필두로 하는 국립기관과 문화재 전문조사기관 손으로 넘어간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이런저런 현장에서 몇 번 얼굴을 마주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은 없다. 그런 점에서 그의 타계를 접하고 내가 직접 인연에 기반한 회상기를 쓸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가 원광대 고고학, 나아가 호남고고학, 나아가 한국고고학에 남긴 족적은 무시할 수 없.. 2018. 8. 25.
가을 서리처럼 내려앉은 백발 한시, 계절의 노래(154) 열일곱수 추포가(秋浦歌十七首) 중 열다섯째 [唐]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하얀 머리카락삼천 장(丈)인데 시름 따라 이처럼길어졌구나 모를레라 거울 속에비친 저 모습 어디서 가을 서리얻어왔을까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통 큰 시름이라고 해야 할까? 이백은 백발을 시로 읊으면서도 특유의 과장법을 사용한다. 백발이 삼천 장(丈)이라니... 말이 되는가? 이백은 「여산폭포를 바라보며(望廬山瀑布)」에서 “휘날리는 물살이 삼천 척 내려 꽂히니(飛流直下三千尺)”라고 읊었다. 여산폭포 물줄기도 겨우 삼천 척(尺)에 불과한데 백발은 그 열 배에 달하는 삼천 장(丈)이라 했다. 어떻게 이처럼 길게 자랄 수 있을까? 다음 구절에서 묘사한 것처럼 그건 시름 때문이다. 한(漢.. 2018. 8. 25.
산중에 가을이 오면 시를 지어야 한시, 계절의 노래(153)* 산속(山中) 당 사공도 / 김영문 選譯評 새들은 고요한 곳에서울기를 좋아하고 한적한 구름은 밝은 달을시기하는 듯 하구나 세상 속 온갖 일은내 일이 아니고 가을이 왔는데도시 못 지어 부끄러울 뿐 凡鳥愛喧人靜處, 閑雲似妒月明時. 世間萬事非吾事, 只愧秋來未有詩. 사공도는 당나라 말기에 활동한 관료이자 시인이다. 당시 당나라는 황소(黃巢)의 난 등으로 멸망을 향해 치달려가고 있었지만 힘없는 지식인 사공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결국 중조산(中條山) 왕관곡(王官谷)에 휴휴정(休休亭)을 짓고 은거한 후 도가와 불가의 경전을 읽으며 시작(詩作)에 전념했다. 그러다가 당나라 마지막 황제인 애제(哀帝)가 시해되자 음식을 끊고 향년 72세로 순절했다. 『구당서(舊唐書)』에는 「文苑.. 2018. 8. 25.
태풍, 신의 분노? 한시, 계절의 노래(152) 태풍(大風) 송 범성대 / 김영문 選譯評 태풍 앞서 이는 구름해신 집에서 불어와 하늘과 대지에도갑자기 모래 날리네 수고롭게 남은 더위깡그리 쓸어가도 미친 듯 불어대며벼꽃은 해치지 말길 颶母從來海若家, 靑天白地忽飛沙. 煩將殘暑驅除盡, 只莫顚狂損稻花. 올해 일본과 중국으로만 향하던 태풍이 드디어 한반도를 향해 질주해오고 있다. 100여 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린 사람들은 올해는 왜 태풍조차 우리나라를 외면하느냐고 원망을 품기도 했다. 재난의 상징인 태풍을 기다리다니…….그만큼 올 여름 더위가 극심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더러는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해소해주면서 바람은 약한 태풍, 즉 착한 태풍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태풍은 강풍과 폭우를 몰고 와서 인간에게 엄청.. 2018. 8. 25.
불사不死를 꿈꾸며 한시, 계절의 노래(151) 꿈속(夢中) 당 사공도(司空圖) / 김영문 選譯評 사랑하는 이 몇이나이 세상에 남아 있나 노을 사다리 타고 올라만났다 돌아왔네 봉래산 영주산을길이길이 사들여서 우리 가족 함께 터 잡아고향 산천 삼으리라 幾多親愛在人間, 上徹霞梯會却還. 須是蓬瀛長買得, 一家同占作家山. 정말 몇 명 남지 않았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로 계산해도 헤어진 지 벌써 65년째다. 그 해에 태어난 자녀가 있다면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가 된다. 그럼 그 부모의 연세는 어떻게 되나? 헤어질 때 최소한으로 잡아 20세였다 해도 무려 86세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장에 나온 최고령 어르신이 101세 할아버지이고, 그 다음이 99세 할머니다. 난리로 헤어진 자식을 만나려고 저렇듯 끈질긴 삶을 이어오신 듯하다. .. 2018. 8. 25.
가을 문턱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150) 초가을(初秋) 당 맹호연 / 김영문 選譯評 시나브로 초가을 밤점점 더 길어지고 맑은 바람 스산하게쓸쓸함을 더해주네 불볕더위 물러가고초가집은 고즈넉한데 섬돌 아래 잔디밭에이슬방울 반짝이네 不覺初秋夜漸長, 淸風習習重凄凉. 炎炎暑退茅齋靜, 階下叢莎有露光.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말이 있다. 남조 양(梁)나라 때 장승요(張僧繇)란 화가가 금릉(金陵) 안락사(安樂寺) 벽에 용 네 마리를 그렸는데 용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까닭을 묻자 장승요는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굳이 눈동자를 그리게 하자 뇌성벽력이 내리치며 용 두 마리는 승천했고,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두 마리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화룡점정은 어떤 일이나 사.. 2018. 8. 25.
향수에 젖어 한시, 계절의 노래(149)*** 고향 생각(鄕思) 송 이구(李覯) / 김영문 選譯評 사람들은 해지는 곳이하늘 끝이라 하지만 하늘 끝까지 다 바라봐도고향 집 안 보이네 푸른 산에 가로 막혀한스럽기 그지없는데 푸른 산은 또 다시 저녁 구름에 가려졌네 人言落日是天涯, 望極天涯不見家. 已恨碧山相阻隔, 碧山還被暮雲遮. 고향은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곳이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온갖 미움의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백 년 이어내린 선조들의 분묘가 있는 곳이며 지금도 일가붙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한편으로 살갑고 정다운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겹고 숨막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명절이면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고향의 골목, 산자락, 물가에 .. 2018. 8. 25.
밤비[夜雨] by [당] 백거이, 파초 이파리 때리는 밤비 한시, 계절의 노래(148) 밤비[夜雨]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때 이른 귀뚜라미 울다 또 쉬고 가물가물 등불은 꺼질 듯 탄다 창밖엔 밤비가 내리는구나 파초 잎에서 먼저 들리는 후두둑 소리 早蛩啼復歇, 殘燈滅又明. 隔窓知夜雨, 芭蕉先有聲. 하루 이틀 사이에 기온이 거의 10도 가량 떨어졌다. 입추 말복 지났다고 가을이 이처럼 성급하게 달려와도 되는 것인가? 한밤중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보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천지를 가득 채운다. 아파트 8층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벽 속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시골집에서 살 때는 입추를 전후한 시절부터 귀뚜라미 소리가 멀리서 들리다가 점차 가까이로 다가와 벽 속 혹은 책상 밑에서도 들리곤 했다. 귀뚜라미 소리에 귀 기울.. 2018. 8. 25.
문화재 홀라당주의 무엇을 홀라당주의라 이름 하는가? 잔디잡풀주의의 다른 이름이라. 문화재 원형을 보여준다는 구실로 그에 방해가 되는 우수마발은 다 뽑아버림으로써 정작 현장에는 나무 한 그루 남기지 않고 잔디만 식재하거나 잡풀이 우거지게 하는 문화재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 다르게 공활주의라 이름하노라. 문화재 그 자체를 빛나게 한다면서 그 시각적 감상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물들을 모조리 치워버리는 경향을 나는 홀라당주의라 이름한다. 우리 문화재 현장에서 이런 경향은 매우 강해서 예컨대 고분군이나 성곽 사적 정비를 보면 예외없이 성벽 주변, 혹은 고분 주변 나무는 다 베어 버리는 소위 개활지 정책을 쓴다. 그리해서 베어낸 나무와 잡풀 자리에는 언제나 골프장을 연상케 하는 잔디밭이 무성하다. 하지만 나무는 있어야 한.. 2018.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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