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문화재현장1956 간고등어 냄새 풍긴 영령들이 산화한 다부동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길목이다. 공격하는 쪽은 어케든 이곳을 차지해야 하며 지키는 쪽은 어케든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 한국전쟁 격전지 중 하나요 그 분수령을 이루는 다부동전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입간판을 살핀다. 이곳이 무너지면 대구가 붕괴하고 대구가 붕괴하면 갈 데가 없다. 종군문인으로 그 현장을 답사한 이가 있다. 그는 썩어가는 군인들 시체에서 간고등어 냄새를 맡는다. 그 비릿하면서도 케케한 냄새. 오직 승리만 기억한다 하나 그에는 간고등어 냄새 풍기며 죽어간 영령들이 있다. 쳐들어간다. 한데 배가 고프다. 2023. 10. 9. 미지未知 말살하러 찾은 칠곡 가산산성, 죽어간 문화재를 조곡한다 어쩌다 보면 인연이 닿을 듯 말 듯하다 미지未知로 지나치는 데가 한둘이리오? 이곳 칠곡 가산선성 역시 그러해서 인근 동화사며 송림사며 하는 데 들리면서 표지판만 봐둔 곳이라 이제 더는 생소로 남겨둘 수 없다 해서 경주서 김천 가는 길에 기어이 들렀거니와 막상 현장서 안내판 보고선 둘레 11키로라 해서 완주는 단념하고 복원 구간과 본래하는 지점이 적절히 섞인 남문 구간과 그 인근 폐허가 된 성벽 구간 일부만 맛뵈기로 봐둔다. 붕괴한 구간은 완전히 파괴됐으니 일반인 눈에는 그냥 폄범한 돌무더기일 뿐이라 이 가산산성이 한국문화재 정책사에서 중요한 지점은 산성 보호 표준작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흐지부지한 느낌이 있는데 문화재청이 김계식 보존국장 시절 더는 21세기 성벽 만드는 일을 용납하지 못하겠다 하며 그 .. 2023. 10. 9. 갑갑하기 짝이 없는 밀양, 하지만 장대하기 짝이 없는 영남루 밀양은 좀 더 다녀봐야 좀 더 확실해지겠지만 그 시내 중심은 강이 관통하나 갑갑하기 짝이 없어 왜 이곳이 대구를 제끼고 대한민국 제일의 불가마로 등극하는지 알 만하다. 북쪽으로는 영남알프스에 막히고 남쪽으로도 뚫린 구석이라고는 없어 딱 멜팅 팟 melting pot 그것이라 한여름 언제나 최고 기온은 밀양 차지라 그런 보도에 밀양 현지는 경기를 일으키니 손님 떨어진다 해서다. 밀양을 이전엔 밀성密城이라 해서 연원이 아주 깊은 고을인데 어쩌다 나랑은 인연이 없어 이참에 한 번 밟아봤다. 시내 중심 강변 높은 지점을 정좌한 영남루嶺南樓는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라는 별칭이 허언이 아님을 웅변한다. 밀양은 공부 좀 해봐야겠다. 아무래도 이 쪽 키워드는 영남알프스다. 이걸 고려하지 않는 밀양은 말짱도루묵이다. ***.. 2023. 10. 7. 경혜인빈상시호죽책敬惠仁嬪上諡號竹冊, 장인이 새긴 왕실의 특별한 이름 Special name of the royal family offered by artisans 조선시대에는 왕비 왕세자 왕세손 등을 책봉하거나 왕 왕비 세자 후궁 등에게 특별한 이름(존호나 시호)을 올릴 때 그 사실이 담긴 기록물, 즉 어책御冊이 제작되었다. 왕 왕비의 경우는 옥玉으로 제작되어 옥책玉冊, 왕세자 후궁의 경우는 대나무로 만들어져 죽책竹冊이라고 했다. 어책은 그 시대 최고의 기량을 가진 남녀 장인들 100명 이상이 최고의 재료를 국가로부터 제공받아 재료의 가공부터 마지막 기물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작하는 최고 수준의 왕실 공예품이기도 했다. In the Joseon dynasty royal investiture books were published whenever a qu.. 2023. 10. 5. 《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3) 테러 박았다. 유네스코 본부 앞에서 기념사진 박았다. 듣자니 그곳 7층인가 하는 식당에서 내려다보면 에펠탑 일대 파리 시내가 조망한다 하므로, 내부를 들어가고 싶었지만, 마침 그날이 혁명기념일이라 휴무였던 데다, 출입카드가 없으면 내부 진입이 불가능했으므로 단념하고 말았다. 이곳에 파견 근무 중인 문화재청 Y 사무관이 마침 출입카드를 집에다 두고나오는 바람에 내부를 안내하지 못해 미안하단 말을 한다. 뭐 유네스코는 이걸로 됐다 했다. 그 안쪽이 궁금해 미칠 정도의 신비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처자들을 저녁 대접한다 했으므로, 그 인근 식당 적당한 곳을 찾아 요기를 했다. 그러고선 에펠탑 고철덩이 일대에서 펼쳐지는 혁명 기념 공연과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그렇게 처자들한테 신세진 첫날이 갔다. 여담이.. 2023. 10. 3. 아끼다 된장 되어버린 토우 특별전 초대권 보무도 당당하게 문을 들어섰다. 개막식 직전 온 것을 망실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고이 간직한 초대장을 내밀면서 유료입장권 두 장이 나오니 하나는 오늘 쓰고 다른 한 장은 폐막 직전 다시 올 때 쓰야지 만면의 웃음을 띠며 데스크에 내밀었다. 한데 영 분위기. 쎄하다. 진묘수 같은 직원이 손가락으로 여길 갈친다. 잉? 10. 9 이면 폐막일인데? 따졌다. 왜 돈 안 받아요? 그럼 폐막일까지 공짜? 애원해도 소용없다. 나라 정책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다. 이걸 애써 금지옥엽 꾸민 부장 김상태는 짤려서 지방박물관장으로 갔다. 그래 이 특별전이 왜 유료여야 하는지는 나조차 동의불가이기는 했다. 동 시기 열리는 내셔널 갤러리 전이야 오죽 여기저기 관련 업체가 많아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박물관 자체 기획인 이 전시.. 2023. 10. 3. 이전 1 ··· 121 122 123 124 125 126 127 ··· 32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