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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도 아닌 먹물인 내가 할 일은 뜬구름 잡기라는 정이천程伊川 이천선생(伊川先生, 程頤) 이르시길, “지금 농부들이 심한 추위와 무더위와 장마에 깊이 밭 갈고 잘 김매어서 파종한 오곡을 내가 먹고, 온갖 장인이 솜씨를 부려 만든 기물을 내가 사용하고, 군인이 무장하고 지키는 나라에 내가 편안히 살고 있는데, 만일 이처럼 한가롭게 세월이나 보낸다면, 이는 바로 천지간에 한 마리 책벌레가 되는 것이다. 공덕과 은택이 사람들에게 미치지도 못하고 별다른 일을 할 수도 없으니 오직 성인이 남긴 글을 모아 엮어서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今農夫祁寒暑雨、深耕易耨、播種五榖。吾得而食之。今百工技藝作爲器用。吾得而用之。甲冑之士披堅執銳以守土宇。吾得而安之。却如此閒過了日月、即是天地閒一蠹也。功澤又不及民、別事又做不得、惟有補緝聖人遺書、庶幾有補爾。] 라고 하였다. 《二程全書》 卷18 〈遺書·伊川.. 2023. 10. 8.
고고? 미술? 고건축? 이런 걸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얘긴 누누이 했다. 그래도 세상 물정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는 이 천지라 세상은 이미 heritage로 재편했다. 저 조막디만한 것들로는 암것도 할 수 없다. 고고학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술사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건축학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야고분? 고고학 한계는 단적으로 드러났다. 지들이 단 한 번이라도 ouv를 고민한 적 있었던가? 지들이 세계유산이란 걸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한 적 있었던가? 그걸로는 암것도 할 수 없단 걸 절감했으면 바꿔야 할 것 아닌가? 이번에 제대로 경험했을 거 아닌가? 그러면 커리큘럼부터 재편하고 나부터 바꿔야 할 거 아닌가? 구닥다리 같은 토기론 때려치고 시대 추세 맞는 커리큘럼으로 재편하고 그런 구닥다리가 전부인양 살아오며 개사기친 나 자신부터.. 2023. 10. 8.
호수로 둔갑한 장경호, AI 번역 발전할수록 영어는 더 잘해야 한다 이게 웃기는 듯하지만,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영어 역시 마찬가지라, AI 자동번역이 발달할수록 그것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나는 그만큼 더 영어를 잘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이거 믿고 넋 놓고 있다가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라, 예컨대 우리네 동네에서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석가탑이니 다보탑이니 하는 탑만 해도, 우리가 말하는 탑이라 하면 stupa 혹은 pagoda 정도가 되면 좋겠지만, 넋 놓으면 tower가 되어버려 에펠탑과 같은 기념탑으로 둔갑하고 만다. 물론 우리가 말하는 승탑을 저리 말해도 아주 썩 틀린 말이라고도 장담하기 힘들겠지만, 전연 의도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아주 간단한 보기지만, 세부로 들어가서는 복잡다기하기만 해서, 고고미술사만 해도, 우리네 특유한 표현들이 있어 그.. 2023. 10. 8.
축구 야구 우승 원동력은 결국 군대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병역혜택' 이강인에게 'PSG+동료들 축하인사' 송고시간 2023-10-08 09:09 음바페·하키미·나바스·베라티 등 전·현직 동료 축하 메시지 https://www.yna.co.kr/view/AKR20231008011400007?section=search [아시안게임] '금메달+병역혜택' 이강인에게 'PSG+동료들 축하인사'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획득 소식에 소속팀 전·현직 동료들의 축하 ...www.yna.co.kr 볼짝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하며, 동기부여로 성인 남자한테 군대 면제만큼 달콤한 카드 없다. 어느 야구대회였던가? 껌 질겅질겅 씹는다 해서 개막살난 그 .. 2023. 10. 8.
사진, 내가 조작하는 팩트 구절초 피는 시즌이라 이걸로 근래 한창 재미 본 데가 경주 서악마을 이 동네 걸물 진병길이 배후엔 신라시대 무덤 밀집하고 전면으로는 서악동 고분군이라 해서 이른바 태종무열왕릉이니 해서 중고기 신라시대 대따시 무덤 한 줄로 나란히 선 모습을 조망하는 도동서원 인근 선도산 기슭 밭떼기에다 봄이면 작약 심고 가을이면 구절초 피워 한 시대를 풍미했거니와 저 모습만 보면 와 올해도 어김없이 구절초 잔치겠거니 하겠거니와 그래 이런 사진으로 장난 치면 얼마든 그러리라 하겠거니와 실은 이는 교묘한 사진 작란作亂이라 그렇다면 실제 지금 현장은 어떠한가? 이 꼴이라 올해는 비가 많이와서 그런지 구절초 농사 망쳤다. 덜 피었을 수도 있겠지만 근래 서악마을 가을 풍광으로 익숙한 그 모습은 아니다. 사진이 실상 얼마나 정치적인.. 2023. 10. 8.
타다 남은 활옷, 문득 떠오르는 옛날 이야기 1950년대 말, 의류학자 난사 석주선 선생은 제자들과 함께 창덕궁을 드나들고 있었다. 창덕궁 창고에서 먼지를 벗삼고 있던 조선시대 공주의 혼례복-활옷을 복제하기 위해서였다. 1:1로, 옷감부터 수놓는 법, 수실 색깔까지 그대로 만들기로 했다. 당연히 실측이 뒤따라야 했고, 당시 창덕궁 안에 있던 구황실재산사무총국의 협조를 얻었다. 어느 날이었나, 난사 선생이 작업실에 와 보니 작업 중이던 활옷이 어딘가 달라보였다. 수실 색이 바뀐 건 물론이고 수놓은 무늬나 배색이 천양지차였던 것이다. 이에 선생은 그야말로 그 수실을 '쥐어뜯었다.' 그리고 제자들이 들어오자 매섭게 꾸짖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옛 어른들의 솜씨를 재현하는 것이지 창작이 아니다." 제자들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저.. 202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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