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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536

보물이 되어 재림한 난파라는 비극 이 바글바글한 도자기 더미를 보며 흥분하지 않을 사람 있겠는가? 저 보물을 보며 눈알 뒤비지지 아니하는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저 보물선으로 우리가 치환하는 저들은 모두 침몰난파선이다. 저 난파로 배는 가라앉았고 적재한 화물 역시 바다로 침잠했으며 그에 승선한 사람으로 과연 살아남은 이가 몇이나 되는지 모른다. 모르긴 해도 다 죽었을 것이다. 그들은 고기밥이 되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도자기가 살아남은 이유는 고기밥이 되지 않은 까닭이며 선박 부재가 그나마 살아남은 이유도 그것이다. 선주는? 파산했을지 모르며, 그것을 면했다 해도 그에서 벗어나기엔 10년을 기다려야 했을지 모른다. 그 비극성이 클수록 그 가치가 상승하는 이 역설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목숨과 재산과 바꾼 그 처참함이.. 2024. 4. 12.
왜 그리고 어찌 추해지는가? 남들이 보는 나랑 내가 보는 나는 생각보다 아주 자주 충돌하는데 이 괴리에서 퇴로 결정이 언제나 곤혹스럽다. 물러날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까닭도 이 때문에 비롯된다고 나는 본다. 예컨대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남들 볼 땐 나는 단물만 쪽쪽 빨아먹고 해쳐먹을 건 다 해쳐먹었다. 하지만 곰곰 내가 따져보니 내가 해쳐먹은 거래야 몇 개 되지도 않고 내가 해쳐먹었다는 그 몇 개도 사익보다는 공익 차원이 많다. 그래서 결론은? 억울하다. 실상은 다르다! 딱 이거라 내가 추해지는 순간이 딱 이거라고 나는 보며 그에서 나는 얼마나 해당하는지 자신이 없다. 뭐 말로야 내가 한땐 이 업계 법이었고 무소불위했다는 말은 하나 그걸 부인할 사람도 있을 테지마는 저 말을 내가 나 스스로 얼만치 인정하느나는 별개 문제라 그.. 2024. 4. 11.
이 멋드러진 봄날 앞으로 몇 번이나? 어쩌다 대학 동창 몇이서 바람 쐬러 가잔 말이 일전에 나와 어디건 좋다 해서 고른 데가 서산이라 봄꽃 만발하는 총선 임시공휴일 낀 틈 타서 적당힐 데 물색해서 봄놀이 결행하잔 말이 나와 일찌감치 나섰다. 내가 가이드 겸 운전수라 내가 익숙한 데를 골라야 했고 또 친구 중에 절터나 절이 좋다는 이가 있어 그네들은 다 초행인 길을 잡은 코스가 서산이었으니 구체로는 개심사에 갔다 보원사지 서산 마애삼존불 설렁설렁 들르고 다시 상경한다는 일정을 공지하니 다들 좋다 해서 그리 잡고는 차례로 친구들을 태워 서산으로 향했다. 설렁설렁이 모토였기에 가는 길에 서해대교 행담휴게소도 들러 술빵도 사먹고 노닥노닥 없는 친구 뒷담화 섞어가며 꺄르르 웃으며 그리 돌았다. 개암사 가는 길목 어느 농원에 그림 같은 벚꽃 풍경이 펼.. 2024. 4. 11.
극성하는 행담, 스러져간 추풍령 이 고속도로휴게소도 소출별 순위가 있을 터인데 그 수위를 다툴 만한 데로 이곳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 행담휴게소가 빠지지 않을 터다. 이것도 시대별 넘나듦이 있어 내가 기억하는 고속도 휴게소 최상의 포식자는 추풍령휴게소였다. 저 극성을 구가한 추풍령은 요샌 한산하기만 하다. 전성 프라임타임이 어찌 영원하겠는가? 딴 데 볼것 없이 나를 반추하는 일로 충분하다. 기고만장 시대는 온데간데 없고 지는 노을 보며 그에서 나를 보는 나를 본다. 2024. 4. 10.
비와 만난 봄, 4월은 산화공양하는 달 4월은 산화공양하는 달. 죽기 딱 좋은 시절이다. 어느 장례식장 앞 라일락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꽃한테 비는 관능이다. 미끌미끌함이다. 오일이다. 비듬처럼 매화가 흩뿌리면 밟히기 밖에 더 하겠는가? 꽃은 이렇게 비에 떠밀려 가니, 누군가 이리 읊었다. "질근질근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2024. 4. 10.
자발백수, 마침내 화장장에 발을 담그며 이른바 장사시설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있다. 안다 내가 끼기는 곤란한 자리란 것쯤은. 다만 저런 자리에 전공 외 기자가 끼는 경우는 딱 한 가지인데 언론보도에 나타난 무슨 경향 이런 분석이 그것이라 이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저런 자리를 왜 마련하는지 삼척동자도 안다. 장사시설이 이른바 대표적 혐오시설로 간주되어 그 건립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나 우리집 마당은 안된다는 이른바 님비신드롬과 연동하는 문제로 애초 주최측에서 나한테 요구한 것이 있었지만 난 거부하고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저런 통념은 언론이 심은 것이니 언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겠지만 나는 그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문제를 고민하고자 해서 나름대로는 진단이라 해서 몇 마디 던지고자..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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