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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나는 어디 사람인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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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어디 사람?

 
매양 김천사람임을 표방하는 나는 사는 곳을 기준으로 그 기간을 보면, 그 어중간에 딱 1년 살이 부산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어 논외로 치고, 고향 김천과 서울로 대별하니, 서울에서 산 기간이 37년으로 20년 김천보다 훨씬 길다. 

함에도 아무도 나를 서울사람이라 한 적 없고,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서울사람임을 자처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 범위를 더 좁히면 지금 사는 용산에서만 20년을 내리 사는데, 그렇다고 내가 용산사람이라는 소속감 혹은 정체감도 없다.

그래 어디 사냐 물으면 서울이요 용산이요 하고, 괜히 같은 지역을 산다는 사람을 타지에서 만나면 반갑기는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면 내 아들놈이야 지 애비 따라 본적이 김천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김천사람이라 하지 않고 다 서울사람이라 한다. 내가 지보다 갑절은 더 서울살이를 했는데도 나는 서울사람이라 아무도 말하지 않고, 또 나부터도 그리 생각한 적 없으니 참말로 아이러니라 하겠다. 

그렇다고 나는 김천사람인가? 그것을 어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서울에서 언제나 주변부인 것이나 마찬가지로 김천에서도 나는 언제나 주변부다.

이에서 주변부나 중심부냐는 간단해서 내가 그 시내에서 태어나고 자랐는가 아닌가로 결판나는데, 나는 그 시내에서도 자동차로 40분을 들어가는 대덕면 골짜기 출신이라, 김천에서도 한 번도 내가 중심부에 속한다는 절감을 지닌 적이 없다. 

이 주변부라는 인식은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각종 고향 모임에 애착이 없는 일로 발전한다. 오죽 고향 모임이 많고 동창 모임이 많은가? 그런 자리에 나는 고개도 들이밀지 않는다. 

이를 골품제 시스템으로 견주어 저쪽은 성골진골인데 견주어 나 같은 면단위 출신은 6두품 5두품 4두품이다. 그래서 Y대 김천 모임에도 안 나간지 한참이나 되었으니, 왜냐고 묻는다면, 영 정이 안 가서라고 말해둔다.

그런 자리가 나한테는 영 불편하기만 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 그렇다. 

이런 성향은 대학 동창 모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난 이 대학 동창 모임에도 고개를 들이밀지 아니한지 선사시대라, 가서 봐도 영 불편하기 짝이 없다.

간단히 말하면 나 같은 촌놈이 낄 자리는 아니라는 그 어정쩡함, 그 불편함이 싫다.

이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 할 테지만, 암튼 나는 그렇다고 말해둔다. 

그런 자리는 도회지 친구들이나 어울리는 자리지, 나처럼 없이 깡촌에서 자란 놈한테는 영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주도하는 자리는 없는가 하면 그렇지는 아니해서 이런저런 모임은 내가 만들어 내가 헌신적으로 간여하기도 하는 데가 있다.

왜일까? 거기선 내가 객이 아닌 주인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 아닐까? 

요는 내가 주인인가 꿔다논 보릿자루인가가 어디 사람을 결단하지 않나 싶다.

THE HERITAGE TRIBUNE 필진 중 한 분인 J가 새삼 서울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물었기에 갖은 잡념이 오락가락해 넋두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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