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
김태식(연합뉴스)
목차
Ⅰ. 0.19%의 힘
Ⅱ. 규제완화의 희생물
Ⅲ.“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Ⅳ. 문화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
Ⅴ.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보호에 나서라
Ⅳ. 문화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이번 개정안도 그렇거니와 기존 개정들 어디에서도 나는 이 법률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적인 매장문화재보호책 강화책을 본 적이 없다. 문화재 보호를 겨냥한 매장문화재법이 그것을 보호하기는커녕 외려 애꿎은 문화재만 희생으로 삼고 있다. 진단과 대처가 잘못되었기에 그렇다.
매장문화재 조사는 공사에 따른 필수의 통과의례다. 모든 토목건축 공사에는 법이 규정한 절차들이 있다. 그 건축물이 토지 용도에 맞아야 하며, 규모와 고도 역시 그 토지 사정, 그리고 주변 환경에 제한되기 마련이다.
환경영향 평가를 받아야 하고, 교통유발 부담에 대한 조사도 있어야 한다. 시행자 본인이 할 수도 있지만, 건축사무소에 의뢰해 설계도도 그려야 하며, 관련 서류를 구비해 관계 당국에 제출해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사 과정에서는 감리가 있어야 한다.
건축물이 들어서는 데는 벽돌이나 철근 같은 건축자재가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이런 무수한 과정의 집합이 내가 이해하는 건축이다. 그런 과정 하나하나는 필수다. 선택이 아니다.
설계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해서 그 설계비용을 국고에서 충당하는가? 감리비용이 적잖은 부담이 된다 해서 그것을 불특정 국민이 부담하는가? 환경영향평가 비용이 막대하다 해서 그것을 지자체가 부담하는가?
매장문화재 조사는 관련 법률에 의해 그것이 필요한 곳은 필수다. 그것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작금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매장문화재법 관련 개정 움직임은 이 필수를 선택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선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필수는 다 해야 한다. 매장문화재 조사는 필수다. 그 비용은 당연히 사업 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 벽돌 값이 비싸다 해서,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소규모 발굴에 대한 ‘공영제적’ 조사는 환영한다. 다만 이조차도 시행자 조사비용 부담의 원칙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발굴공영제는 그것이 표방하는 정신이랑 전연 엉뚱하게도, 문화재를 선택으로 돌려놓고 있다. 사업시행자라면 모름지기 해야 하는 그 비용을 왜 불특정 국민과 시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말인가?
문화재가 개발의 걸림돌이라는 공격을 왜 문화재청이 앞장서서 수용한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다 해서 막무가내 식으로 막아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규제완화? 해야 할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 그에 나 역시 전적으로 찬동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그 완화가 문화재를 희생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문화재 정책 총괄 정부부처인 문화재청의 역할을 실로 간단하고, 실로 자명해진다. 문화재보호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천상의 명령이며, 지상의 과제이고, 그래서 그것이 존재하는 절대의 기반이다.
문화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각인해야 한다. 그 각인하는 대상에 공사시행자라고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아, 문화재 때문에 공사가 늦어진다구요? 그럼 그 기간을 단축해 보지요. 아, 문화재 조사비용이 많이 든다구요? 그럼 그걸 국고에서 지원해 보지요.”
이것이 문화재청의 존재 이유란 말인가? 다시금 말하지만 매장문화재는 반드시 공사 이전에 조사해야 한다. 이는 필수다. 문화재청이 이 점을 망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작금 문화재청이 보이는 행보는 이 지상명령을 망각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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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3)] “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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