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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사이비논쟁에 부쳐, 역사논쟁은 무식하다는 전제에서 비롯한다

by taeshik.kim 202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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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서 나는 소설 코너로 간 정사 삼국지를 거론했다. 이걸 두고 어느 저명한 역사학도는 무식한 서점 직원이라 낄낄 거렸다.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 곧 삼국지의연의도 구별하지 못한 서점 직원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고 낄낄 거렸다. 

이 사례는 왜 한국사회에서 툭하면 터지는 사이비역사논쟁을 성찰하는 좋은 사례가 된다. 무식하다? 천만의 말씀. 그들은 이른바 정통역사학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며 그 꼭대기에 올라가 있음을 망각한 처사다. 

그 서점 직원은 누구보다 정사 삼국지가 무엇인지를 잘 알았다. 소설 삼국지를 찾는 독자들이 정사 삼국지 또한 같이 찾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으며, 그런 까닭에 소설 코너에다가 정사 삼국지를 당당히 진열한 것이다. 왜? 정사, 곧 정통 역사학은 소설 삼국지에 기대어야 팔린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았던 것이다. 

간단히 말해 무식한 것은 서점 직원이 아니라 그를 그리 깔보는 역사학도다. 
 

 
전라도천년사 발간에 즈음해 그것이 식민사관의 소산이라 해서 질타하는 일군의 움직임이 가열화하고, 그에 따라 나름대로는 전라남북도와 광주광역시가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그 거질의 호남지역 역사문화학 총서가 간행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로 발전하자, 그것을 집필했다는 사람과 그런 그들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른바 정통 역사학도, 혹은 강단 역사학도, 혹은 전업적 역사학도를 중심으로 그 부당성을 공박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앞서 이 문제에 대해 간단히 내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런 논쟁마다 문제는 그 부당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향해 언제나 너희는 무식해서 그런다는 전제 혹은 인식을 깔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린다고 나는 본다. 

그들이 무식해? 웃기는 소리다. 그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듯이 그리 무식한 것도 아니며, 그러기는커녕 그들이 공격하는 강단사학도보다 몇 곱절 몇 백배나 똑똑하다는 확신에 찬 사람들이다. 

강단이 보는 자료나 사이비가 보는 자료, 어느 하나 어긋나는 구석 없다. 저들이 일본서기를 신봉한다 해서 그것을 비난한 일이 부당하다고? 웃기는 소리. 

저들이라 해서 당신들보다 일본서기를 덜 읽었을 것 같은가? 저들이라 해서 당신들이 인용하는 고고학자료를 덜 보았을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 저들도 다 눈과 귀가 있고 분석력이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분석력과 시각에 따라 같은 자료 재료 사료를 재단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양단간에 툭 잘라서 저들이 옳다, 당신들이 그르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면 나는 이른바 강단을 고르겠지만, 그렇다 해서 그런 강단은 사이비성이 없는가?

내 보기엔 사이비 천지다. 내가 역사학을 정통으로 전공하고, 그 역사학적 방법론에 따라 무엇을 궁구한 성과를 냈다 해서, 그것이 바른 역사일 수는 없다. 

다만, 그 정신을 내가 존중하고자 할 따름이다. 마찬가지로 저들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나는 본다. 왜? 당신들만큼이나 생각 많이 하고 많이 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자료를 본다는 사실, 그들도 그만큼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한다는 사실, 이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들이 당신들 생각만큼 그리 무식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대처가 가능하다.

사이비? 누굴 사이비래? 결국 역사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그들이고, 그런 까닭에 설혹 저들이 설익은 풍이 조금 있다 해도 그들 역시 당당히 역사를 하는 주체의 한 부류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뭐 저들을 사비이라고 공격하니 니들이 좀 있어 보이는 거 같어? 이 오만방자함이 결국 마찬가지 문제가 되는 것이며, 그런 사이비라는 비난이 강할수록 저짝 역시 응전이 더욱 커져 결국 이 사태는 어찌 가는가?

간단하다. 동북아역사지도가 폐기되었듯이 결국 저 천년사도 폐기되고 만다. 폐기하고 싶니?

 
*** 
 
문제의 전라도천년사는 PDF로 공개 중인데 아래를 보라 
 
http://www.jeolladohistory.com/?fbclid=IwAR0jblAeXjSLRqZ3DOoxexTxNCWySZi0YC9-QMUU2rPmAet1DJU8QsCUiEU 

전라도천년사

전라도천년사 편찬은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이하여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호남권 3개 지자체가 함께 추진한 사업입니다. 전라도천년사는 역사・문화・예술 각 분야의 전문가 213명의 집필

www.jeolladoh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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