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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8

엄마 딴 고추를 대략 씻어 썩은 것은 갈라내고 잡물은 걸러내서 건조기에 돌린다. 옛날엔 건조기가 없어 뙤약볕에 한없이 말렸으니 비라도 오면 논밭에서 화들짝 놀라 달렸다. 참 좋은 세월이라 하겠지만 저런 편리가 늦었고 또 따는 옮기는 일은 여전히 고역이라 이 더운 날 모기한테 뜯겨가며 땀띠 나도록 일만 한다. 2023. 8. 13.
가을 문턱으로 가는 고향 유난한 비에, 또 태풍에 오죽 곡절 많았는가? 선친이 남긴 쥐꼬리 만한 새논에 나가니 그 상흔 오롯해 사과는 절반이 곰보다. 폭포수 휩쓸고 간 시내엔 버드나무 물길 따라 자빠졌고 손주놈 벌거지 잡는 와중에 할매는 고추 따서 말려려는 중이다. 저 고추 말린다고 뙤약볕을 얼마나 씌었는지 요새야 건조기라 해서 전기로 잡아돌리면 순식간에 이집트 미라마냥 바짝 구워서 나온다. 호박이 황달 기미 완연하고 거미는 얼마나 쳐먹었는지 배가 땡땡하다. 가을은 그렇게 또 왔다. 2023. 8. 12.
장어 굽는 엄마, 산해진미는 엄마손에 이 촌구석에 무슨 장어냐니 얼마전 누님이 사다 쟁여놨댄다. 가스레인지 고장 나는 통에 부탄가스에다 올리고선 이리딩굴 저리딩굴하며 노리끼리한 기운 돌 때까정 엎어쳤다 매쳤다 한다. 기력이 허하고 마침 소분 여파로 반나절을 앓다 몸을 추스리기엔 장어 만한 이도 없으리라. 한데 장어는 기름이 많은 데다 나는 장이 좋지 아니해서 저걸 습식한 다음엔 어김없이 나는 신호가 오는데 이번에도 어김은 없었다. 그래도 세상 젤로 맛난 음식으로 엄마가 지은 밥상만한 건 없다. 2022. 8. 27.
엄마와 고구마 저희 엄마는 고구마를 자주 찌십니다. 엄마는 아침 일찍 출근을 하시는데, 새벽에 일어 나셔서고구마를 쪄 놓고, 출근을 하십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가 식탁위에 덩그러니 있습니다. 약간의 반전(?)은 저나 동생들은 고구마를 많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구마 한 개 정도 먹고 나면 끝이라, 그대로 식탁 위에서 말라갑니다. 그런데도 엄마가 고구마를 자주 찌시길래, ‘엄마가 고구마를 좋아하시나 보다.’ 아니면 ‘회사분들 나눠 드리려고 하시나 보다.’ 했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에야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지만, 제가 어렸을적 엄마는 정말 바쁘셨습니다. 새벽같이 나가시고, 밤 늦게 들어 오시고. 아무도 없는 집에 저희가 들어 왔을 때, 집안에 달큰한 고구마 향이라도 나면 ‘아,.. 2021. 10. 27.
두고 온 고향 다시 서울이다. 어쩌다 서울이 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향이라고 유별날 것은 없다. 평범한 산촌일 뿐이다. 어케 하면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고민한 나날로 젊은 시절을 점철한다. 먹을 게 없어 떠났을 수도 있고 출세를 위해 떠났을 수도 있다. 금의환향은 내 꿈에 없었으므로 출세는 지향했으되 환향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러기엔 고향은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이젠 좀 형편도 나아져 기울어져가는 집도 손봤고 똥물 튀던 화장실도 곤쳤으며 이젠 언제나 뜨신 물로 뜨신 데서 암때나 샤워도 한다. 두고 온 고향 두고 온 마담 두고 온 표고 두고 온 것 천지라 그래도 두고 온 것 중엔 그래도 그래도 노모만큼 밟히는 이 있으랴. 이젠 반백이 훌쩍 넘은 아들이 좋아한다고 노모는 호박죽을 만들더라. 이리 써놓고 .. 2019. 10. 20.
결코 대들어서는 안 되는 세 mother If there's one thing that I know, it's never to mess with mother nature, mother in-laws and, mother freaking Ukrainians. 내가 아는 한 가지를 들자면 말야, 그건 대모신, 장모, 그리고 니미랄 우크라이나 놈들이랑은 문젤 일으키면 안 된다는 거야. 오늘 새벽에 케이블티비로 시청한 영화 The Italiand Job 에 나오는 대사다. 이런 대사 한국어로 옮기기 참으로 지랄맞다. 니미가 네 어미니, 뭐 이런 말로 어감을 조금은 살렸다 하려나? 화자가 하는 말은 mother이라는 말이 붙는 사람한테는 대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 mother에는 세 가지가 있어 그 세 가지가 mother nature랑 moth..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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