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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회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 와서 오늘 언박싱. 책꽂이에 필자의 다른 책들과 함께 놓고 한 컷. 그리고 퇴근길. 눈이와서 그런지 천지가 뿌옇다. 생각해 보니 본과에 올라와서 이 캠퍼스에 처음 다니기 시작한 것이 1987년이니 내가 이곳을 학교-직장삼아 출퇴근 한 것이 37년째이다. 이제 연구의 마무리 작업 중이라 감회가 새롭다. 세월이 정말 유수같다. 37년이라니. 2024. 1. 10.
A와의 술잔 대화 "A야, 너도 야망이라는 게 있냐?" 느닷없는 질문에 대포 한 잔 빨던 A가 잠시간 머뭇하다 이리 답한다. "있죠. 왜 없어요?" "그래? 한데 널 지켜본지 십년이 넘어 이십년을 향하는데 왜 야망이라는 게 내 눈엔 안 보이지?" "그리 보일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저라고 왜 야망 혹은 욕심이 없겠어요? 있어요." "그래? 네 야망은 무엇이냐?" "제가 공부한 거 박물관에서 구현해 보고 싶죠. 저라고 왜 보고 들은 게 없겠어요? 그에서 느낀 것들을 제대로 구현해 보고 싶죠. 다만, 그 꿈을 펼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아 저도 조금 답답할 뿐이죠."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난 너가 야망도 없이 사는 줄 알았다. 절박? 이런 걸 너한테 느끼지 못해서 물어본 거다." "왜 저라고 절박함이 없겠어요? 그건 .. 2024. 1. 10.
눈과 함께 녹아내린 창경궁 설경 폭설이라기에 한껏 기대했지만 녹는 눈이라 기대 만한 설경은 없다. 직전 폭설이 왔다였지만 떠난 기차더러 짖어봤자 무슨 소용이라. 본래 설경다운 설경은 실은 봄철이 선사하는 그것이라 삼사월 서설이 좋다. 수북한 눈 그에 짓눌려 소나무 가지 죽죽 찢어지는 굉음은 온데간데 없지만 주어진대로 즐길 뿐이다. 눈도 천운이다. 사람도 천운이다. 2024. 1. 9.
문화유산을 보는 두 가지 시선 4년 전 오늘을 알려주는 사진들.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현대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보는 시선이 달라질 뿐이다. (2020.1.9.) 2024. 1. 9.
장례식 조문객과 사찰 낙성 축하객 (2) 축하와 조문은 일란성쌍둥이다 국가지대사는 수십 가지가 있으나 이를 크게 다섯 가지로 서브카테고라이제이션 하니 일러 오례五禮라 한다. 이 경우 禮는 예의범절 manner가 아니라 리추얼ritual이다. 다시 이 오례는 그 대상에 따라 축하 경하할 일이면 길례吉禮라 하고 애도 조문할 일이면 흉사凶禮라 하는데 왕의 즉위식이나 왕의 죽음이 각기 전후자를 대표한다. 문제는 길례없는 흉례없고 흉례없는 길례없다는 사실이다. 즉위식만 해도 꼭 죽음이 전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임자의 퇴직이 없으면 있을 수가 없으니 앞선 왕이 죽어야 새로운 왕이 즉위하지 않겠는가? 쿠데타에 의한 강제퇴위? 말 장난에 지나지 아니해서 그것 앞선 왕의 죽음이다. 따라서 둘은 실상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아서 실상 세트로 움직인다. 한비자가 갈파했듯이 죽음은 곧 누군가에게는.. 2024. 1. 9.
[백수일기] 쌩까인 화장품 패밀리 세일 어느 저명한 화장품 회사가 패밀리 세일인지 뭔지 한다고 지인이 마눌님께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마눌님께 전달했더니 이런 톡백이 돌아온다. [마눌스] 쇼핑은 사치임..화장품도 구리모 하나 사서 퉁치면 되는 것임. [마눌스] 실직자 마누라에게 XXXXX 패밀리세일이 아니라 패밀리할아버지세일와도 패스해야 함. 음, 진짜 나를 실직자로 아는구나. 하긴 뭐 집에서는 고향에서는 예수님도 개취급 당했으니, 그만큼 위대한 성인인 나 역시 그런 개취급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전쟁에 임하면 초목이 모두 떨었지만 집안에서는 닭과 개가 모두 업신여긴다고 한 것은 공을 두고 한 말이다." 화랑세기가 풍월주 김흠순을 두고 이른 말이라, 오늘따라 이 말이 귓가를 아프게 때린다. 2024. 1. 9.
고토쿠 슈스이, 몰라도 될 자유가 있다. 알아야 한다고 윽박하지 마라 어제 회사로 홍보용으로 배포된 책 중에 붉은 장정이 인상적인 두툼한 책이 있어, 보아 하니 큰 제목은 ‘나는 사회주의다’요 부제가 ‘동아시아 사회주의의 기원, 고토큐 슈스이 선집’이다. 출판사는 교양인. 약력을 참조할 때, 고려대 일어일문과를 졸업하고 도코대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에서 일본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지금은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임경화가 번역하고, 노르웨이 국립오슬로대학 교수 박노자가 쓴 해제를 책 첫 머리에 실었다. 박노자의 ‘한국어판 해제 〈‘조숙한 전위’의 아름다운 비극, 고토쿠 슈스이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은 당장 다음과 같은 첫줄로 시작하거니와, 마침내 교토큐 슈스이 선집도 나왔다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펼쳐든 나를 아주 상심케 하는 구절이.. 2024. 1. 9.
[선화공주의 비밀을 파헤친다] (3) 미륵사 봉영사리기로 잃은 것과 얻은 것 미륵사지 석탑 출토 봉영奉迎 사리기舍利記 공개는 고대사학계를 일대 후폭풍에 휘말리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전까지만 해도 무왕의 왕비라고 생각한 선화공주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선화공주가 가야 할 자리에는 느닷없이 ‘사탁적덕沙乇積德의 따님’이 정좌定座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제는 부여夫餘에서 남하한 온조 일파가 세운 왕국인 까닭에 왕족은 ‘부여씨夫餘氏’가 독점했지만 후기로 갈수록, 사탁씨沙乇氏를 필두로 하는 다른 성씨가 권력을 주무르는 시대로 접어드는 양상을 뚜렷이 보인다. 봉영사리기奉迎舍利記에 의하면, 지금의 미륵사는 무왕의 왕후王后가 창건했으며, 그 왕후는 좌평佐平 사탁적덕의 딸이다. 사탁적덕의 사탁沙乇은 요즘의 제갈씨諸葛氏나 남궁씨南宮氏처럼 두 글자를 사용하는 복성復姓이며, 적덕績德은 이.. 2024. 1. 9.
느닷없는 부고를 전한 프란츠 베켄바워 '獨축구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 별세…향년 78세(종합) 송고시간 2024-01-09 02:47 선수·감독으로 월드컵 우승…축구행정가 변신해 월드컵 유치 https://www.yna.co.kr/view/AKR20240109003251072?section=international/all&site=hot_news '獨축구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 별세…향년 78세(종합) | 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축구의 최전성기를 이끈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사망했다. 향년 78세. www.yna.co.kr 이 프란츠 베켄바워는 내 세대가 소비한 축구스타는 아니다. 그때야 워낙 제반 사정이 달랐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안방에서 편하게 실시간으로 지구촌 각지에서 펼쳐지는 축구를 생중계.. 2024. 1. 9.
나는 왜 술쳐먹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가? 억울해서다. 분해서다. 난 선천으로 알콜 분해효소가 없다. 이것도 유전인지 알 순 없지만, 선친이 그랬다. 이 양반은 콜라는 냄새만 맡아도 취했다. 그런 체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는지 알 순 없지만, 암튼 난 그렇다. 아들놈은 좀 마시는 듯한데, 그래도 얼굴 벌개지는 걸 보니 저 놈도 집안 내력인가 싶어 안타까우면서 다행이라 여긴다. 이런 내가 온갖 술자리 다 불려가봤다. 젊은 시절엔 룸사롱도 자주 갔다. 별짓 다 해봤다. 넌알코홀릭한테 이런 생활은 고통이요 공포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거부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으니, 왜 그리 술을 강제로 못쳐먹여서 환장했는지 모르겠다. 마시지 못하는 술, 강제로 쳐먹이니 억지로 털어넣었다. 그러고선 뻗었다. 헤롱헤롱 이튿날까지 뻗어 정신을 못차렸다. 차라리.. 2024. 1. 9.
[독설고고학] 평면도 그리는 게 고고학인가? 왜를 물어야지 않겠는가? 이건 풍납토성 미래마을 지구에서 드러난 백제시대 건물터다. 한강이나 임진강 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이 시대 전형적인 건물터 바닥 특징이라 이거 볼 때마다 궁금증 천지라, 위선 생각나는 것들로 첫째 왜 아궁이나 부엌을 건물 방구석에 들여놨는가? 둘째, 도대체 방구석은 어떻게 난방 문제를 해결했는가? 셋째, 저에서 발생하는 매연 문제는 어찌 대처했는가? 지금 농어촌이나 산촌을 가면 방구석에 저처럼 아궁이를 마련한 데는 거의 없다. 모조리 불을 때는 아궁이 혹은 밥을 짓기 위한 부엌은 방구석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이건 아파트 시대인 지금도 마찬가지라, 근간에서는 부엌이 방구석에 기어들어간 경우는 오피스텔이나 원룸밖에 없다. 한데 왜 저때는 저리 방구석에 기어들어갔을까? 혹 저 아궁이 쪽이 방구석과는 분리된 공.. 2024. 1. 9.
학생들 역사책에 근현대사가 너무 많다 항상 해오던 생각인데 요즘 학생들 역사책에 근현대사가 너무 많다. 전체 2/3 가까이가 개항 이후 역사인 것 같은데, 과거 우리가 한국사를 배울 때는 한국사 전반부가 개항 이전, 후반부가 개항 이후로 1대 1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개항이후 식민지가 되고 해방되고 산업화 민주화 애들한테 가르친다고 역사의식이 더 생기는 거 아니다. 고대와 중세 이야기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인간 역사의 발전 과정을 논할 수가 있다. 역사를 수학 정석 공식 가르치듯 가르쳐선 안 된다. 수학에서 중요한 건 원리이듯이, 역사에서 중요한 건 개별 역사적 팩트에서 보편타당한 결론을 끌어내는 능력이다. 무슨 무슨 선언이 왜 중요한가 이딴 거 가르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과학에서 실험 결과로 결론을 도출하듯이 역사는 과거사실이.. 2024. 1. 9.
람세스시대 왕실 서기 무덤 와세다팀이 룩소르에서 발굴 이집트 고고학 최고위원회 Supreme Council of Archaeology 와 와세다대학으로 구성되는 이집트-일본 공동 고고학 조사단이 사카라 지역에서 제2왕조 시대 암석 무덤을 비롯한 고대 이집트 많은 유적을 발굴했다. 이번 발굴성과는 아래 보도에서 비교적 자세히 정리됐다. https://www.waseda.jp/top/en/news/48345 Waseda Egyptology team discovers 3000 year-old tomb A team led by Waseda University Professor Jiro Kondo discovered a previously unknown tomb in the Theban necropolis in Egypt. The beautifully... www... 2024. 1. 9.
천운이었던 2020년 1월 동경 출장 자투리 시간을 내서 찾아간 東博. 동양관 한쪽에서는 이 한창인 가운데, 작년 에 이어서 탄신 550주년을 기념해 이 열리고 있었다. 검은건 글자요 흰건(희지도 않았지만) 종이겠거니 하고 보다가 시간에 쫓겨 나왔다. 3월부터 본관에서는 이 예고되어 있다. 담징의 그림인지도, 백제의 관음인지도 알 수 없으나 관심이 가는 전시가 아닐 수 없다. 5시가 되어 나와보니 벌써 해가 넘어가고 없더라. #사진좀찍게해주라이놈들아 #東京國立博物館 (2020. 1. 6) *** 2020년 1월 초 안중근 의사 유묵 환수 동경 출장. 당시 받아온 유묵이 "天堂之福 永遠之樂"이다. 2월 말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 길이 끊기고 그해 가을 소장자가 타계하였기에 출장이 한달만 늦었어도 영영 받아오지 못할 뻔했다. 천운이었다고 할 수.. 2024. 1. 9.
화랑세기가 아니라도 다 알 수 있다는 포석정 ‘포석정鮑石亭 다르게 보기’는 화랑세기가 몰고 온 중대한 변화 중 하나다. 종래 포석정이라면 딩가딩가 음주가무하는 장소로 알았다. 그것은 삼국사기 신라 경애왕본기 4년(927) 조가 저록한 다음 사건이 발단이었다. 가을 9월, 견훤이 고울부에서 우리 군대를 공격하니, 임금이 태조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태조가 장군에게 명령하여 굳센 병사 1만을 내어 가서 구원하게 하였다. 견훤은 구원병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겨울 11월에 서울을 습격하였다. 이때 임금은 왕비, 후궁 및 친척들과 함께 포석정(鮑石亭)에서 연회를 베풀어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적병이 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어찌할 줄을 몰랐다. 임금은 왕비와 함께 후궁으로 도망쳐 들어가고, 친척과 공경대부 및 여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 숨었다. .. 2024. 1. 9.
암반 뚫어 만든 로마시대 무덤 이집트서 발굴 Dr. Mayte Mascorro 와 Dr. Esther Pons Melado 가 이끄는 바르셀로나 대학과 고대근동연구소 Old Near East Institute 스페인 고고학자들이 민야 Minya 주 알바나사 Al-Bahnasa 고고학 유적을 발굴한 결과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로마시대 무덤들과 함께 로마시대 미라들을 발굴했다. 바한사 Bahansa 상류 간나 Upper Ganna 동쪽에서 발견된 로마시대 무덤들은 자연 암반을 뚫어 만든 새로운 형식의 묘제墓制로 드러났다. 나아가 왕관 달린 꽃 화환을 쓴 이시스 아프로디테 Isis Aphrodite를 표현한 테라코타 조각상도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굴됐다. 이번 발견을 통해 이 지역이 여전히 다양한 시대 많은 비밀과 매장 방법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 2024. 1. 9.
라키비움 표방하며 재개관한 부산근현대역사관 우연찮게 개관일에 찾아간 부산근현대역사관. 동척 부산지점-미문화원-부산근대역사관 건물이 별관이 되고, 바로 옆 조선은행 부산지점-한국은행 부산지점 내력을 가진 건물이 본관이 되어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재개관 했다. '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라키비움'을 표방해 코로나 시기 내내 리모델링해서 오늘 일반 개관을 하였는데 건축물의 내력과 구조를 잘 살리면서도 깔끔하게 전시, 교육, 아카이브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은행 금고를 그대로 활용한 갤러리와 금괴 모양 케익을 파는 베이커리도 인상적이지만 압권은 역시 1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카페 Casa Busano다.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앉아 쉴 공간이 있으면서 시끌벅적하지만 좋은 음악이 흐르는, 게다가 커피까지 맛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오고픈 곳. 요즘말로 '.. 2024. 1. 9.
[독설고고학] 술 쳐먹는 거 수치다 기자사회가 한때 그랬다. 웬 술을 그리 쳐먹고 그리 억지로 쳐먹였는지 온통 술판이었던 시절이 있다. 이 놈들 전날밤 퍼질러 쳐먹고 출근해서는 종일 자빠자다 또 낮술 쳐마시곤 들어와서 또 자빠자고 그게 기자정신이라 떠들어댔다. 주말이면 골프채 잡고 접대 골프 치느라 바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연구자라는 놈들이 언제 술 쳐먹을 시간이 있단 말이며 언제 필드 나갈 시간이 있단 말인가? 틈만 나면 쳐마셔대니 오십 넘으면 다 나자빠져서 볼 만한 글이라곤 한 편도 없고 고작 하는 일이라고는 십년전 이십년전 쓴 박사 논문 긁적거려 단행본이라 던지고 기조강연이나 하고 자빠졌거나 종합토론 사회나 하면서 대가인양 뻐겨대거나 관공서 불러주는 데 가서는 돈 받고 이 유적은 중요하니 사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어용 글밖에 못.. 2024. 1. 8.
애들 장난같은 역사책 우리나라 학생들 가르치는 역사책은 애들 만화영화 같은 스토리다. 선과 악이 너무 구분이 뚜렷하고 그리고 그 선과 악이라는 것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인간을 단 하나의 선과 악이라는 기준으로 재단해서 나머지는 죄다 보지도 않고 좋은 놈 나쁜 놈을 결정해서 서술할 수가 있겠는가. 살아보니 사람이란 것이 선과 악이 뒤범벅이 되어 누가 나쁜놈 좋은 놈인지 구분도 어렵더라. 세상살이가 그럴진대 한국사 오천년을 하나의 주제를 잡아 선과 악으로 나누고 악으로 포함된 쪽은 하나도 볼 필요 없이 죄다 나쁜 놈들이라니 그런 역사책이 그게 만화책이지 역사책인가. 유치하지 않은 역사책을 좀 봤으면 한다. 애들 가르치는 고등학교 역사책이라고 해서 유치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도 없다. 아니, 요즘 애니메이션만 해도 선악이 .. 2024. 1. 8.
[백수일기] 곱창을 타고 스며든 폭설 예보 며칠만인지 집 밖을 나섰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약속은 근 일주일만에 첨으로 잡은 듯하다. 나간 김에 몰아서 세 건을 내리 잡았다. 대미는 곱창이었다. 경복궁역 인근 단골 곱창집. 사장님이 첨엔 몰라본다. 빵모자를 나중에 벗었더니 그제야 알아보시고선 서비스가 많아진다. 진즉에 벗을 걸. 낼름내름 줏어먹고는 밥을 볶았다. 곱창은 오늘도 진리요 내일도 진리리라. 인근 음악다방으로 옮긴다. 넌 위스키 난 진토닉. 오늘 따라 사장님 감성이 딱 내 감성이다. 계속 낼 서울 일대 폭설 예보가 날아든다. 저번 폭설은 용산을 담았으므로 내일은 궁을 담으려 한다. *** 늙어서 안 사실...술은 입으로, 사랑은 눈으로 늙어서 안 사실...술은 입으로, 사랑은 눈으로WILLIAM BUTLER YEATS가 1916년에 낸.. 2024. 1. 8.
이규보는 언제 이름을 바꿨을까 이규보(李奎報, 1168~1241)라는 인물을 몇 년째 파고들었다. 그런데 무심코 넘겼지만 생각보다 중요할 것 같은 사실 하나를 빠뜨려서, 여기 정리해두고자 한다. 바로 ‘이규보李奎報’라는 그의 이름에 관해서이다. 그의 원래 이름은 ‘이인저李仁氐’였다. 이십팔수二十八宿의 세 번째 ‘저성氐星’에서 글자를 딴 것 같다. 그렇게 22년을 살다가 1189년(명종 19) 이십팔수의 열다섯 번째 ‘규성奎星’에서 글자를 따 ‘규보奎報’로 이름을 바꾼다. 그런데 그가 이름을 바꾼 시점을 두고 『동국이상국집』과 『고려사』 의 기록이 엇갈린다. 기유년(1189) 사마시(司馬試, 국자감시)에 나아가려고 했을 때, 꿈에 어떤 촌백성인 듯한 노인들이 모두 검은 베옷을 입고 마루 위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옆 사람이 ..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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