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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배필을 줏은 제주 아저씨들 『고려사』 권57, 志 제11, 地理2 全羅道 耽羅縣 조 기록이다. (탐라현은) 전라도 남쪽 바다 가운데 있다. 『고기(古記)』에 나오는 말이다. “태초太初에 (이 섬에는) 사람이 없다가 세 신인神人이 땅에서 솟아 나왔다.【그 주산(主山 : 한라산) 북쪽 기슭에 구멍이 있어 모흥毛興이라 한다. 이곳이 그 땅이다.】 맏이는 양을나良乙那라고 하고, 그 다음을 고을나高乙那라고 하며, 셋째를 부을나夫乙那라 하니 세 사람은 거친 땅에서 사냥질을 하면서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었다. 하루는 자주색 진흙으로 감싼 나무 상자가 바다에 떠다니다 동쪽 바닷가에 닿아 이를 보고 가서 열어보니 상자 안에 또 돌 상자가 있어 붉은 띠에 자주색 옷을 걸친 사자使者 한 사람이 따라나왔다. 돌 상자를 여니 푸른 옷을 입은 처녀 세 .. 2023. 12. 29.
한유韓愈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 첫머리 문장 분석 by 박헌순 한유(韓愈)가 지은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는 명문장이다. 첫머리를 보자. // 太行之陽에 有盤谷하니 盤谷之間이 泉甘而土肥하여 草木이 叢茂하고 居民이 鮮少라 // 거의 모든 번역서가 아래와 같은 구조로 번역되어 있다. // 태항산 남쪽에 반곡이 있는데, 반곡 사이에는 샘물이 달고 땅이 비옥하여 초목이 무성하고 사는 사람이 적다.// a. 태항산 남쪽에 반곡이 있다. (반곡의 위치를 대략 말하였다.) b. 반곡 안에는 샘물이 달고 땅이 기름지다. (반곡 구역에 물맛이 좋고 토질이 좋다.) c. 초목이 무성하다. (그곳에 풀과 나무가 우거졌다.) d. 주민이 적다. (그곳에 사는 인구가 적다.) a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b,c,d는 상호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물맛이 좋고 땅이 기름진 곳은 ‘마을.. 2023. 12. 29.
[2023 문화재계 결산] (1) 10대 육상발굴 양주 대모산성 궁예 태봉 연호 목간 발견을 우선 주목한다. 태봉이 사용한 정개政開라는 연호가 적힌 목간이 양주 대모산성에서 성내 상단부 집수시설에서 태봉국 연호를 묵글씨로 쓴 8면체 목간을 찾았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부여 왕릉원이라고 지금은 간판을 바꾼 능산리 고분군 제3·4호분 두 무덤을 재발굴해서 그 속내를 공개한 일도 특기할 만 하다. 식민지시대 이미 노출된 까닭에 구조는 이렇다 할 새로움이 없으나 4호분 널길에서 태항아리 두 점이 발견된 사실은 주목해야 한다. 같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이라고 이름을 바꾼 공주 송산리고분군 소재 백제시대 왕릉급 무덤 중 1~4호분이라고 명명한 데 네 곳을 역시 파고 공개했다. 북쪽 인접지점 풍납토성과 더불어 한성백제 왕도를 구성한 양대 왕.. 2023. 12. 29.
《어우야담》을 실록이 아니라고 비판한 계곡 장유 아래는 계곡谿谷 장유張維(1588∼1638)가 《계곡만필谿谷漫筆》에서 유몽인柳夢寅(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을 비판한 대목이다. 당파로는 유몽인이 북인이요, 계곡은 율곡과 우계 적통 사계 김장손 제자인 서인이라, 그런 까닭에 당파가 달라 이리 비판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해 본다. 계곡이 서른살가량 어리기는 하지만, 생몰년을 보면 어우당과 직접 교유가 있었을 법하다. 아래 비판은 어우당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제목을 야담野談이라 했으니, 실록이 아닌 것이다. 그런 야담을 실록이 아니라 해서 비판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다분히 뭔가 억하심정에서 쏟아낸 비난 같다. 계곡만필 제1권 / [만필(漫筆)]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는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柳夢寅於于野談多失實]] .. 2023. 12. 28.
이순신 영화를 또 보게 되면서 아직 개봉도 안한 (아니 했나? 모르겠네) 남의 영화를 보고 왈가왈부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 전편 두 편을 다 봤다. 그런 류의 세 번째 영화가 나오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지가 않다. 이 영화는 내가 보기엔 게으른 영화다. 스토리를 이미 익히 알려진 충무공 이야기를 고민없이 그대로 차용하면서, 한국인의 캐시박스인 민족주의에 슬쩍 올라타려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류의 영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의 문화산업을 쇠퇴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같은 시리즈 물이라도 나는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생산한 범죄도시가 훨씬 성공한 수작이라고 본다. 이 영화는 전편 두 편과 다르게 제작되었다면 필자의 때 이른 평을 얼마든지 철회할 생각이 있지만, 앞의 두편 본 감회.. 2023. 12. 28.
[백수일기] 차비는 나오는 거지? 부인, 일박이틀 경주를 다녀올까 하오. 날 찾지 마시고 아드님이랑 쌈질하지 말고 잘 지내시오. 오호 그렇습니까? 기차표는 예매하셨습니까? 그러하오. 요샌 내가 기차표도 잘 끊지 않소. 마일리지 쿠폰 사용 가능한데 특실 예약하셨는지요? 잉? 그런 게 있단 말이오? 몰랐소. 한데 어인 일로 뜸하시던 경주를 다시? 혹시 오작이라는 사진쟁이 만나러 가시오? 여차전차한 일이라오. 내 올해 마지막 공식일정이라오? 그렇사옵니까? 혹 차비는 나오는 행사겠지요? 모르겠소 가봐야 알겠소. (갑자기 그릇 날아가는 소리) 뭐야 당신 삼식이다. 차비도 안 나오는 데는 얼씬도 마! 네. 2023. 12. 28.
일주서逸周書 세부해世俘解가 말하는 주 무왕시대 인신공희 4월 22일 경술庚戌의 새벽에 무왕은 은허의 주족 사당에서 성대한 요제燎祭를 거행했다. 수레를 타고 도착한 뒤에 그는 종묘의 남문 바깥에 섰고, 사신史臣이 상제에게 제사를 바칠 테니 왕림하여 흠향하시라고 통지하는 제문을 낭독했다. 우선 100명의 ‘대아신大亞臣’—주왕을 위해 목숨을 건 고급 무관武官—에게 전문적인 제례복[佩衣]으로 갈아 입히고, 무왕이 직접 제사에 바쳤다. 집행 방식은 ‘폐廢’이니, 손발을 잘라서 핏물 속에서 뒹굴고 비명을 지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비명이 하늘에 전달되면 상제가 만족스럽게 제수품을 흠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는 태사 여상이 다른 40명을 바쳤는데, 그들은 주왕에게 충성한 상족의 씨족 수령[家君]과 점술을 담당한 관리[貞師], 사도(司徒)와 사마(司馬) 등.. 2023. 12. 28.
문화 콘텐츠는 금광 캐는 일과 다르다 문화 컨텐츠는 노다지 금광을 캐는 게 아니다. 농사 짓는 일이라고 본다. 한해 씨를 뿌리고 비료 주고 물대고 수확까지 해야 손에 돈이 들어오는 그런 게 문화컨텐츠에 더 가깝다고 본다. 사료와 역사책은 비가공품 수준도 아니고 이건 아예 공장 컨베이어에도 바로 넣기 어려운 원재료다. 세척도 안 되어있는 수준이다. 문화컨텐츠의 생산을 위해선 공장을 지어야 하고 그 공장에 컨텐츠의 원료를 넣어 돈을 쓰고 시간을 써서 돌려야 비로소 세계에 먹히는 문화컨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된다. 한국문화가 요즘 좀 먹히는 것 같으니 아무거나 들어다가 포장해서 내놔도 다 열광할 것이라고 보는 건 세계인을 바보로 보는 짓이다. 기본적으로 문화컨텐츠는 돈 없이도 만들어지는, 과거의 해적판 소프트웨어 같은 거라는 생각을 하고 공짜로 얻으.. 2023. 12. 28.
콘텐츠가 역부족인 한국전통문화 기본적으로 한국 전통문화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콘텐츠가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티비에는 거란을 무찌르는 사극이 인기를 구가하고, 영화판에는 임진왜란 이순신이 또 나왔다. 외적을 무찌르는 영화와 사극은 한국 사극의 클리셰다. (한국사극만 그런게 아니라 한국사 자체의 클리셰이기도 하다) 가끔 질릴 만하면 여말선초의 조선 건국 이야기가 또 나온다. 한국인문학의 위기는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주제만 죽도록 판다는 데 있다. 한국인문학을 두드려봐야 미안하지만 한국 문화계가 상품으로 써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하던 것 또 만들고 또 방영하고를 죽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일본 사극도 보게 되면 몇 가지 주제를 죽도록 되돌린다. 전국시대와 막말은 도대체 영화와 티비.. 2023. 12. 28.
유몽인을 잘근잘근 씹어돌린 제너럴 이순신 갑오년(1594) 2월 16일 을축 맑음 아침에 홍양 현감, 순천 부사가 왔다. 홍양 현감이 암행어사(유몽인)의 비밀 장계 초안을 가져왔는데 임실 현감(이몽상), 무장 현감(이충길), 영암 군수(김성헌), 낙안 군수(신호)를 파면하여 내치고, 순천 부사는 탐관오리라고 으뜸으로 거론하고, 기타 담양(이경로), 진원(조공근), 나주(이순용), 장성(이귀李貴), 창평(백유항白惟恒) 등의 수령은 악행을 덮어 주고 포상할 것을 고하였다. 임금을 속임이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나랏일이 이러고서야 싸움이 평정될 리가 만무하여 전쟁만 쳐다보게 될 뿐이다. 또 수군 일족에 대한 징발과 장정 넷 중에 둘이 전쟁에 나가는 일을 논하여 비난하였다. 암행어사 유몽인은 나라의 위급한 난리는 생각지 않고 다만 눈앞의 임시방편에만 힘.. 2023. 12. 28.
신라 시조묘始祖廟의 재궁齋宮 아로阿老 삼국사기 신라 남해차차웅본기와 同 제사지를 종합하면 이 왕은 신라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혁거세가 죽자 그를 제사하는 시조묘始祖廟를 세우되 그것을 주관할 이로 남해南解의 누이동생 아로阿老를 삼았다고 했다. 아로는 시조묘 제주祭主였다. 이것이 바로 중국사에서는 좀처럼 흔적이 보이지 않으나 고대 일본에선 흔해 빠진 재궁齋宮이다. 재궁이란 신궁神宮 혹은 신사神社의 제사를 주관하는 최고 우두머리로 일본을 보면 결혼하지 않은 황녀皇女로 삼았다. 이런 재궁은 나중에 몸을 더럽히거나 하면 그 지위를 박탈당한다. 신라 국가제사는 기록이 얼마되지 않으나 아로가 재궁임을 알면 그 이야기는 사뭇 풍부해진다. 말한다. 일본사는 곧 한국사다. 이 신라 시조묘와 밀접한 것이 신궁이거나 이 신궁은 주周나라 시조 후직后稷의 어미를 제사.. 2023. 12. 28.
공자? 입시학원으로 변질한 성균관 뭐 공자와 맹자, 그리고 주희가 절대의 이데올로기로 등극한 조선시대 지식인 사회는 시종 근엄했다고 생각한다. 그 전당인 성균관은 공자 사당인 대성전까지 있으니, 더욱 그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공자? 웃기는 소리다. 물론 시대별 넘나듦이 있겠지만, 조선중기를 살다간 심수경(沈守慶․1516~1599)이 《견한잡록(遣閑雜錄)》에 남긴 성균관 관련 다음 한 토막을 보면 공자는 먼나라 딴나라 얘기임을 안다. 성균관은 단순한 입시학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업 일수 채우기 위한 식당 출석체크가 전부였다. 문과 식년 초시(文科式年初試)는 생원生員과 진사進士가 성균관에서 생활한 지 3백 일이 넘는 자를 50명 뽑으니, 이는 생원과 진사가 성균관에서 지내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양현고養賢庫를 성균관 옆.. 2023. 12. 28.
[거란의 치맛바람] (4) 성종의 황후를 핍박해 죽인 검은 후궁(2) 그렇담 성종聖宗의 정식 부인이 아니면서도 참람하게 후궁에서 일약 황태후로, 그것도 성종의 죽음과 더불어 그렇게 진급한 흠애황후欽哀皇后 소누근蕭耨斤은 누구이며, 어찌하여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요사遼史 권63 열전 제1 후비后妃 전에 그를 일러 “어릴 적 이름이 누근耨斤이며 순흠황후淳欽皇后 동생인 소아고지蕭阿古只의 5세손이다”고 했으니, 예서 순흠황후(879~953)란 거란 태조 태조 야율아보기耶律阿保機 황후를 말한다. 아무리 후궁이라 해도 근본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그 동생의 5세손이라 한 대목은 한참이나 왕비를 배출하는 소씨 가문에서도 한미한 계통이 아닌가 한다. 요사 다른 데를 보면 그의 아버지는 소요괴蕭陶瑰 혹은 소해리蕭諧里라 하며, 한식漢式으로는 소화蕭和라 했다 한다. 열전에서는 .. 2023. 12. 28.
내키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반응은 제일 좋았던 보도자료작성법 강의 나는 강연과 같은 발표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연식이 고물에 가까워지다 보니 더러 이런 자리에 불려나가곤 한다. 다른 기자들이야 어떤지 모르지만 나한테 할당되는 문제로서 내가 제일로 내키지 않는 것이 언론 관련이다. 심지어 어떤 학회에는 몇 년 전 '언론에서 바라본 무슨 문제' 같은 발표를 할당하기도 했으니, 마음에 내키지 않으니 그거 작성한다고 무지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바이더웨이...희한한 현상이 있으니, 그런 내키지 않는 강연 중에 "보도자료작성법"은 의외로 관심이 많다는 점에 내가 놀라곤 했다. 이런 것과 관련되는 내용일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국내 학술계 논문 글쓰기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그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나 강연을 내가 구상한지는 오래됐으니, 페북 같은 데서 더러 싸지르곤 .. 2023. 12. 28.
문화재 설명에 난무하는 도식적 평면적,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경우 밑도 끝도 없고 도대체가 맥락을 종잡기도 힘들며, 그래서 쓴 놈도 도대체 어떤 맥락인지도 모르는 저 도식적 평면적 이라는 말이 쓰이는 양태를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검출해 봤더니 도식적 이라는 말의 경우 물경 1천328건이 걸리고 저와 일란성 쌍둥이인 평면적은 781건이 검출된다. 이쯤이면 문화재청은 도식청 평면청이다. 그것이 쓰인 맥락을 두어개 짚어본다. - 불신(佛身)은 평면적으로 조각되었는데, 얼굴에 비하여 어깨폭이 좁고 각지게 표현되어 강직한 느낌을 준다. - 조각 표현은 평면적으로 굳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옷주름도 형식화가 되어가고 있는 통일신라 후기의 불상으로 보인다. - 양 어깨에 걸쳐져 있는 옷의 주름은 도식적이고, 손모양은 두 손을 무릎 위에 나란히 모아 보주(寶珠)를 들고 있는 모.. 2023. 12. 28.
‘天皇천황’에 대한 알레르기를 넘어 나는 줄기차게 자색이 천황의 색깔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전편에 이어 이번 글까지 합쳐 많은 한반도 역대 군주가 지상에 강림한 천상의 천황임을 내세운 증좌들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말해 그들이 지상의 천황임을 표방했다 해서 그런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고 내세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천황을 표방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며, 그들이 천황을 표방했다 해서 절대 권력의 화신인 천황이었던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천상의 천황이 지상의 천국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천황이라는 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일본의 군주를 그렇게 지칭한다는 이유에서다. 나는 왜 일본의 군주를 천황이라 부르지 않고, 굳이 밑도 끝도 없는 ‘日王’이라는 말로 대체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 2023. 12. 28.
천황대제天皇大帝에 밀려난 호천상제昊天上帝 이름 잘 지어야 한다. 천신지대자天神之大者. 그러니깐 천상세계를 지배하는 천신 중에서도 오야붕 대빵이라는 뜻이다. 그런 천신지대자로 저 호천상제가 등장한다. 이 호천상제는 시경에 이미 보인다. 호천昊天이란 무엇인가? 그냥 큰 하늘이란 뜻이다. 이런 이름 좋을 거 같지? 문제는 호천상제는 너무나 밋밋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말을 걸 수 있는 구상을 요구한다. 전한시대 말기, 신비적 예언술이 천문학과 결합해 탄생한 참위讖緯가 일대 극성을 부리면서 이 호천상제는 현격히 밀려나기 시작한다. 왜? 호천이라는 말이 너무 밋밋하고, 무엇보다 너무 추상적인 까닭이다. 추상은 구상으로 해체되어야 한다. 하늘에서 가장 크신 분, 그 분을 실제로 특정해야 한다. 참위설은 이런 욕.. 2023. 12. 28.
초고속 승진 충주시 홍보맨, 그가 설정하는 30대 좌표 '충주시 홍보맨'의 초고속 승진…7년 만에 9급→6급 송고시간 2023-12-27 14:11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로 충주시 이미지 제고 성과 '충주시 홍보맨'의 초고속 승진…7년 만에 9급→6급 | 연합뉴스 (충주=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 충북 충주시의 홍보맨 김선태(36) 주무관이 6급으로 고속 승진하며 이목을 끌었다. www.yna.co.kr 이 친구야 워낙 전국적 유명세를 탔으니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테고, 나는 이 친구 나이를 눈여겨 보았음 싶다. 내가 지금껏 말한 30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좌표 중 하나가 된다 생각하는 까닭이다. 이르기를 30대는 징징거릴 여유 없다 했다. 한가롭게 셀카질 할 시간 없다 했다. 그딴 거는 20대에 끝내버렸어야 한다고 말이다. 30대는 인생 정점.. 2023. 12. 27.
딸을 과부로 만든 김유신(3) 원술이 희생되지 않은 이유 김유신 장자는 김삼광金三光이다. 그가 군직에 있었으면 당연히 그는 아버지를 따라 백제정벌전에 종군했어야 했지만, 이미 660년 이 전쟁 당시 김유신은 66세 노장이었고, 그 아들 삼광은 몇 살이었는지 확실치는 아니하나, 적어도 40대 중년이었을 것이다. 또 군대 쪽에서 활동한 흔적은 없고, 저 전쟁보다 6년이 지난 문무왕 6년(666)에는 천존의 아들 한림漢林과 더불어 나마로서, 당나라에 들어가 숙위한 상태였다고 하므로, 금수저로 일찍이 관직에 진출해 차곡차곡 공무원 경력을 쌓은 듯하다. 그는 분명 백제 정벌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앞서 얘기했듯이 했다면 그가 가장 먼저 희생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유신은 곤혹에 처한 전세를 만회하고자 약발이 센 젊은 친구들만 골랐다. 그래서 부사령관들 자제를 골랐으니.. 2023. 12. 27.
딸을 과부로 만든 김유신 (2) 약발은 셀수록 좋다. 이참에 반드시 백제는 인류 역사에서 종적을 말살하고 말리라고 결심은 굳힌 신라는 5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해 사비성을 향해 나아갔지만, 황산벌에서 계백에 이끄는 5천 군대에 발목이 잡혔다. 네 번 싸워 네 번을 진 신라군 수뇌부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으니, 분기탱천을 유발하는 전술을 강구했다. 이에서 66세에 이른 노회한 총사령관 김유신이 택한 방법은 그 분기탱천이 최대한 ‘약발’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주 괜찮은 놈을 희생시킨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 전쟁에 그의 아들들은 참전하지 못한 듯하다.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때까지 성년에 이른 그의 유일한 아들은 삼광三光이었다. 하지만 삼광은 이 무렵 당군에 가담해 그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 듯하다. 황산벌 전투에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왜 김.. 2023. 12. 27.
雖不足藏之名山, 庶無使墁之醬瓿 필자가 가끔 헌책방을 둘러볼 때 느끼는 것은, 이렇게 좋은 책들이 이미 절판되어 사라져 버렸다는 것에 대한 감회이다. 절판되어 헌책방을 전전하는 책 중에는 한 눈에 봐도 저자의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것 같은 책이 무척 많다. 종류도 다양하여 나올 만한 책은 다 나온가 싶을 정도다. 반면에 요즘 신간 서적이 나오는 대형서적 가 보면 글쎄. 솔직히 요즘 나오는 책, 읽을 만한 책이 없다. 읽을 만한 책은 죄다 헌책방으로 가버리고 또 읽는 사람이 없어 절판되었다는 생각이다. 雖不足藏之名山, 庶無使墁之醬瓿이란, 저 유명한 삼국사기 서문에 나오는 김부식의 문장인데, 간장독 덮개로 쓴다는 저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부식은 읽을 만한 책은 명산에 두어 보존하지만 그렇지 않은 책은 간장독 덮개로나 쓴다 그 소.. 202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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