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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보 관을 때려부순 당 현종 이륭기 관계가 처음 같을 수는 없다. 이는 주군과 심복 역시 마찬가지라 애초엔 바늘 실 같다던 사이도 멀어지기 마련이라 이는 무수한 역사가 증언한다. 배신 반란은 심복만이 일으키는 특권이다. 이세민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위징을 버렸으니 그가 죽고 나서야 분노를 거두었다. 현종 이륭기李隆基 역시 초중반기엔 요숭姚嵩 송경宋璟을 등용해 개원지치開元之治를 이룩했으나 그 둘은 결국 자기 손으로 쳐내고 말았다. 한데 아이러니가 이런 관계도 파열음을 빚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고 만다는 점이다. 이림보李林甫, 송경 이후 물경 19년간이나 재상으로 현종을 보필하며 정사를 농단하다 안록산 양국충의 화를 불렀다. 신구당서 자치통감 등등이 이림보는 태어날 적부터 간신이라 했지만 어찌 그가 첨부터 이러했으리오? 고이다 보니.. 2024. 1. 2.
일본에 대한 오해 두 가지 필자가 보기엔, 일본에 대한 오해 두 가지가 있다. 이 두가 지 오해는 서로 반대의 입장에 있는 쪽에서 갖는 오해라는 점이 특이하다. 첫째, 일본은 언제나 한국으로 부터 문화적으로 받아 먹고 자랐다는 생각. 야요이시대부터 국가형성기인 7세기 중엽까지는 유효한 이야기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에서 왜계 유물이 나왔을 때, 쌍방의 문화 교류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왜에서 한국으로의 문화는 교류나 전파보다는 사람의 이동이라고 믿는 편이다. 반대의 경우는 문화만 갈 수 있다고 본다. 왜? 70년대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보면 안다. 하지만 7세기 중엽 이후가 되면 일본은 빠른 속도로 발전이 이루어지는데, 헤이안 시대가 되면 통일신라나 일본이나 그게 그거다. 1945년까지 식민지였던 조선이 독립 후에 불과 70여년 만.. 2024. 1. 2.
Speech after long silence by W. B. Yeats (1865~1939) Speech after long silence; it is right, All other lovers being estranged or dead, Unfriendly lamplight hid under its shade, The curtains drawn upon unfriendly night, That we descant and yet again descant Upon the supreme theme of Art and Song: Bodily decrepitude is wisdom; young We loved each other and were ignorant. 한참 침묵이 흐른 뒤에 하는 말, 그래 맞어 다른 애인은 모두 멀어졌거나 죽었고 무정한 남포불은 드림막에 숨어버렸으며 커튼은 무정한 밤에 쳐졌.. 2024. 1. 2.
거란을 공부하며 시험하는 나 요새 초고처럼 써내려 가는 시리즈라 할 만한 것이 거란의 치맛바람이라, 이를 시작하게 된 직접 발단은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 있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정식으로 시청한 적이 없고, 다만 강감찬이 담판하러 거란 진영을 들어가는 장면을 잠깐 보았을 뿐이다. 더욱 정확히는 거란 성종이 소배압을 앞세우고 출정한 고려 원정을 아주 잠깐 보면서, 이전에 내가 요사를 통독하며 느낀 의문이 다시금 떠올랐거니와, 그것을 나로서는 푸는 과정이 거란의 치맛바람이라 해 둔다. 이 공부가 얼마나 계속될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튈지 나 자신도 가늠하지 못한다. 애초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류에 편승한 글쓰기로 시작했지만, 기왕 이리 된 거 무엇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겠다... 2024. 1. 2.
탈간脫簡을 의심하는 논어 한 구절 顏淵問爲邦。子曰:「行夏之時,乘殷之輅,服周之冕,樂則韶舞。放鄭聲,逺佞人。鄭聲淫,佞人殆。」 안연이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물었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하나라 역법을 쓰고 은나라 수레를 타고 주나라 면류관을 쓰고 음악은 소무를 쓰면 된다. 정나라 음악을 내치고 아첨하는 놈을 멀리해야 한다. 정나라 음악은 음란하고 아첨하는 사람은 위험하니라." 논어 위령공편 이 구절은 심각한 탈간이 있는 듯 하다. 마지막 음악 부분을 보면 왜 소무를 쓰고 정나라 음악을 내쳐야 하는지 이유가 있다. 이로 보아 왜 하력夏曆[이를 본문에서는 夏時라 표현했다]을 쓰야 하면 은로殷輅를 쓰고 주면周冕을 쓰야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전승 과정에서 이 부분 텍스트가 탈락했음이 분명하다. (2016. 1. 2) *** 논.. 2024. 1. 2.
찬송가에서 내려와야 할 조선시대 삼인방 조선시대 문화사는 찬송가를 탈피해야 한다. 연구자가 갈 길을 잃고는 찬송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열렬한 찬송 대상을 보건대 1. 정조 2. 정약용 3. 김정희 이 세 사람만 찬송가에서 끌어내리면 조선시대 문화사는 그런 대로 볼 만하다. 이들을 제 위치로 돌려 놓는 일, 이걸 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특히 한문학 하는 분들, 제발 학문은 신앙이 아님을 명심했으면 한다. (2014. 12. 31) *** 저와 같은 매몰 현상이 문집에 묻혀 사는 조선시대 연구자들한테서 거의 공통으로 보인다. 이런 병폐가 언론으로 흘러들어 각종 논단이나 읽을거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노라, 그래서 새겨야 한다고 하는 말, 이처럼 웃기는 짜장도 없다. 그딴 말은 누구나 하며, 그딴 좋은 말은 어떤 문집에도 .. 2024. 1. 2.
사람을 쓰려거든 일단 개망신을 주라, 유방의 사람 간보기 유방은 동네 양아치요 요즘으로 보자면 면 혹은 리 단위 조폭 두목이었다. 이장 출신 조폭 두목이라 보면 된다. 그가 인재를 등용하는 수법은 패턴이 있다. 사기 열전에는 유방을 도와 한 제국을 건설한 공신이 떼로 입전立傳되어 있는데 이들이 유방과 연결되는 계기는 크게 두 갈래라, 하나는 동네 같은 조폭이요 다른 하나는 이미 거병하고 난 뒤에 새로 채용한 부류가 있다. 한데 후자를 면접할 때 거의 같은 패턴이 반복하는데 공개 망신 주기가 그것이다. 유방은 조폭 출신답게 일단 이 첫 만남에서 욕찌꺼리를 퍼붓는다. 그리고 이럴 때면 의관을 정제하는 일이 없어 심지어 자빠져서 손님을 맞는가 하면 양말 벗고 시녀들한테 발을 씻기기도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때는 아예 나 없다 하고 환관 .. 2024. 1. 2.
어린이는 순진무구한가 윌리엄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 노래했다. 그가 말하는 어린이는 순진무구(innocence)이며 not guilty다. 일전에 내가 한 말이지만, 나도 한 때 어린이였으며 또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아들놈이 지금보다 어릴 적에 자라는 장면을 지켜본 바로는 이 얼나들은 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일삼는다. 내 말이 믿기지 않거덜랑 주변 내 아이, 내 조카 아이 데려다놓고 실험 한번 해봐라. 이놈들은 하는 말은 말마다 거짓말이다. 이들에게는 증거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명백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절대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런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을 "유아병적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정당하다. 한데 이 .. 2024. 1. 2.
애틀랜타가 더운 곳이라고 뻥친 22년 전 내 기사 앞서 나는 애틀랜타가 서울에 견주어 습도가 덜해 무더위 역시 덜하지만, 계속 더운 곳이라 뻥을 쳐야 했단 글을 썼다. (맨 아래 첨부 기사 참조.) 아래 기사는 그것을 증언하는 내 기사다. 이를 곡학아세라 한다. 이때 애틀랜타 현지에 같이 출장가서 고생한 인간 중에 지금의 적폐경영진 일원이 있다. 대회기간중 찜통더위 계속 1996.07.19 05:40:00 (애틀랜타=聯合) 올림픽특별취재단 = 올림픽 기간중 '하틀랜타'(HOTLAND)로 불리는 애틀랜타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애틀랜타 기상대는 올림픽 기간인 19일부터 8월4일까지 낮최고 평균기온이 32도에 이르며 개막당일은 최고 35도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아침 최저기온도 만만치 않아 섭씨 20-22도대를 유지한다. 기온뿐만 아니.. 2024. 1. 2.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면 기분 더럽다 몇 번 한 말이지만 옛날에는 셰익스피어나 성경이 독식한 폐부를 찌르는 말들이 요새는 드라마 작가들이 모조리 가져갔으니, 제아무리 뛰어난 철학자도 그네를 뛰어넘은 명구 명언을 제조하지 못한다. 한데 말이다.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면 참말로 기분 더러울 때가 많다. 왜? 너무나 폐부를 찌르는 말로 넘쳐나는 까닭이다. 그 명대사 듣다 보면 혜안 아닌 게 없고, 통찰 아닌 게 없다. 그래서 기분 더 더럽다. 그 대사 하나하나는 어째 지금의 나, 그런 나가 처한 현실을 그토록 처절하게, 처참하게 파고들 수 있는지, 그 후벼파짐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렇다고 드마라를 안 볼 수도 없고, 보긴 해야겠고, 그렇자니 기분이 더러워지니 진퇴양난인가? 하긴 Drama라는 말 자체도 요새 TV와 결합해서 그렇지 근본이 문학 아닌가? 2024. 1. 1.
[백수일기] 새해 마수걸이는 원고 심사료 백수는 벌이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벌이가 일정치 아니한 사람을 일컫는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수걸이를 하느냐 마느냐, 그 시점은 언제인가도 그해 운세를 결단한다. 마침 지난 연말 어느 기관서 투고논문 심사 의뢰가 들어왔으니 마감은 1월 6일이라 하는데 일부러 새해 첫날에 맞추어 후다닥 심사서 첨부해 보냈다. 이 심사비 몇 만원 되지는 않겠지만 나한테는 첫날 마수걸이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새해엔 진짜로 내가 만든 연하장 구절처럼 황금이 비처럼 쏟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물론 첫 끌발 개끝발이란 말도 있더라만 어쩐지 감이 좋다 음하하. 2024. 1. 1.
담헌을 만나는 길 3-장산리 석불입상 그리고 홍대용 생가터 홍대용과학관 아래엔 작은 집 한 채가 더부살이하듯 있다. 일부러 그쪽으로 좀 돌아서 내려가보니 '천안 장산리 석불입상'이라고 고려시대에 만든 돌부처시란다. 기둥모양 통돌을 깎아서 서 있는 부처를 만들었는데, 퍽 두꺼운 옷을 입으셔서인지 옷주름이 섬세하진 못하지만 제법 소박한 맛은 난다. 또 대좌에 '장명리 향도'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니, 고려시대 이 지역 백성들이 한데 모여 이 분을 새기고 세웠을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보호각 앞 설명문을 보고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풍만한 얼굴에 자비로움이 가득하고, 코는 무속적인 습속으로 훼손되었다." 라라나? 실제로 이분 코는 뭉그러진지 오래인지 시멘트로 때워져 있었다. 문제는 코뿐만 아니라 입과 눈에도 모두 시멘트가 베풀어졌는데 이 찬자께서 어.. 2024. 1. 1.
[거란의 치맛바람] (6) 졸지에 귀비로 강등된 흥종의 조강지처 소삼천蕭三蒨 거란의 요遼나라 제7대 황제 흥종興宗 야율종진耶律宗眞은 조강지처가 애초 황후가 앞서 본 인의황후仁懿皇后 소달리蕭撻里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 소달리는 흥종이 즉위하면서 후궁으로 입궁했다가 아들을 낳아서 황후가 됐다. 황후 자리를 꿰찬 것이었다. 본래 그 자리 주인은 따로 있었으니, 그가 부마도위 駙馬都尉 소필리蕭匹里 딸 소삼천蕭三蒨이었다. 생몰년을 알 수 없는 소삼천은 태평太平 8년, 1028년, 11월 야율종진이 태자로 책봉되면서 태자비太子妃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소삼천의 엄마다. 그 엄마는 성종聖宗의 장녀 야율연가耶律燕哥다. 이 공주가 소필리한테 하가下嫁해서 낳은 딸이 나중에 태자비가 되고 황후가 되었으니, 족내혼을 금지하고 족외혼을 규정한 사회가 실제로는 얼마나 눈가리고아옹인지를 이 경우도 여실히.. 2024. 1. 1.
수고한 수선전도에게 부친다 필자 연구실 벽에는 수선전도가 하나 붙어 있는데 조선시대 서울지도다. 이 지도는 폼으로 붙여 놓은 게 아니다. 무엇보다 필자는 연구실벽을 폼으로 뭔가 치장해 놓을 만큼의 심리적 여유가 없이 살았다. 이 지도는 다름 아니라 서울시내에 지금보다 발굴이 많을 때 토양채취를 위해 나갈 때 참고하기 위해 사다가 붙여 놓은 지도다. 출동하는 곳이 조선시대에 어디였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블로그에서 얼마 전 알려드린 바와 같이 일본에서 최근 출판한 단행본은 필자에게 있어 도시와 질병이라는 명제에 대한 일단락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 필자가 그동한 생각한 내용들을 다섯 편의 글에 요약해 담았다. 그리고 저 수선전도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다 끝낸 것이 아닐까 한다. 벽에서 내려야 할까? 저 지도도 할.. 2024. 1. 1.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많은 이가 의아스럽다 하며, 그 무수한 포스팅은 무엇이냐며 개소리 말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내 글쓰기에 이용할 뿐이다. 내가 쓴 내 글을 소통하고 소비하는 통로로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일상이 어떻네마네 하는 이야기 거의 하지 않는다. 오직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 글로써 표현한 바를 이야기하고자 할 때 그때에 국한해서 빌릴 뿐이다. 물론 그것만을 위한 놀이에 열중할 때가 있었다. 그때를 회상하는 많은 지인이 그때가 재미있었노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의 유희에 지나지 아니해서 그런 시절,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한 워밍업 정도였다고 이야기해 둔다. 나는 내 글로써 나를 이야기하고 싶지, 한가롭게 셀.. 2024. 1. 1.
글쓰기는 1년을 중단하면 영영 끝이다 비단 글쓰기뿐이겠는가? 1년을 쉬고서도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하물며 2년 3년을 쉬었다가 쓴다? 택도 없는 소리다. 내가 교수 겸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 공직생활하느라 1년 혹은 2년 혹은 3년을 중단했다가 다시 글쓰기로 돌아온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가 떠난 그 사이 전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커녕 퇴보만 일삼으니 1년 혹은 2년 혹은 3년을 떠나고서도 돌아와 내가 연구자 대접을 받는 게 아니겠는가? 떠나는 일이 두려워 간혹 그 공직생활 중에 틈틈이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이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한가롭게 지 논문 혹은 잡글 쓰라고 국민이 월급 주지.. 2024. 1. 1.
신라가 분열한 군웅할거시대를 보면 마한 개사기가 보인다 앞선 신동훈 선생 글에 붙은 신라말 전국 이른바 호족 할거 양상이다. 진성여왕 무렵 신라는 이미 회생 불능상태로 빠져버리니 전국을 신라라는 일통一統으로 엮어주던 중앙권력이 사라지자 움츠려 있던 지방이 독립하기 시작했다. 세포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양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아서 강력한 중앙집권? 그건 이상일 뿐이라 지방은 결코 그걸 용납할 수 없다. 짓눌릴 뿐 움츠린 용수철이라 중앙권력이 와해하면 기미만 있으면 튀어오르기 마련이다. 이른바 봉건적 분할은 그렇게 해서 생겨난다. 저 분할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는 그 영역이 종래 중앙이 편제한 군현을 따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 그림은 바로 후한서 삼국지가 그린 한韓이기 때문이다. 내가 늘상 말하듯이 후한서 삼국지가 말하는 마한진한변한은 이미 중앙권.. 2024. 1. 1.
호족과 군인전 라말여초 시기의 호족. 호족 이름까지만 안다. 사서에 써 있으니까. 그런데 그 아래는? 호족이 농민들 끌고 돌아다녔을까. 호족들이 끌고 다닌 것이 농민이라면 고려 전시과에 군인전은 왜 필요했을까. 고려 전시과의 군인전은 라말여초 시기 호족이 끌고 다니던 수하 무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설치된 토지이다. 호족들이 고려 건국 후 홀랑 중앙의 귀족으로 편제되어 버리니 닭쫒던 개가 되어버린 호족 휘하에 있던 전국에 바글 바글한 하급 무사들을 먹여살리려 나온 것이 군인전이라는 말이다. 바로 이들이 거란과도 싸웠고, 무신정변을 일으켜 결국 라말여초 호족=고려전기의 중앙 귀족들을 깡그리 일소해 버리고 자신들의 정권을 세웠다. 고려 전시과의 군인전의 주인공들, 이 사람들이 바로 일본의 무가정권의 사무라이들과 동일한 성격.. 2024. 1. 1.
강진 발생한 능등能登이란 데를 살피니 새해 첫날 강진이 발생한 지역이 이시카와현石川県 노토能登라 해서 봤더니 한반도 동해안을 마주하는 지역이라 그에 따른 높이 오미터짜리 쓰나미가 발생한 모양이라 한반도 동해안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다. 다만 한반도 동해안은 서남해안과는 달리 저습지가 거의 없고 갯벌도 없는 암벽해안이라 그 여파는 다른 지역과는 다를 성 싶기는 하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저 능등能등은 글자 그대로 능히 오를 만한 데라는 뜻 글자인데 내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데라 현실감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일본은 힘 떨어질 더 훗날을 기약하며 미답으로 남겨둔 데가 많은데 방향을 바꿔야겠지 싶다. *** 예상대로 한반도 동해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동해안서 지진해일 시작돼…"24시간 이상 지속될.. 2024. 1. 1.
신라의 徒, 일본의 党 삼국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名國爲邦, 弓爲弧, 賊爲寇, 行酒爲行觴. 相呼皆爲徒, 有似秦人, 非但·之名物也. 진한 사람들은 나라를 방, 활을 호, 도둑놈을 구, 술치는 것은 행상, 그리고 서로 부르기를 도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뭔소린가 하겠지만, 화랑한테는 그를 따르는 무리를 낭도郎徒라 했으니 이때 도가 혹시 저 도가 아닌가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당이라는 것이 있다. 화랑에서 화랑을 따라다니는 사람을 낭도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무사단에서 대장인 동량을 따라다니는 이들을 낭당郞黨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어떻게 읽느냐고? "로토" 혹은 "로도"라고 읽는다. 진한의 "도", 화랑도의 "낭도"의 "도"와 같거나 비슷한 발음이다. 그리고 일본어로 화랑도의 "낭도"를 읽으면 이것.. 2024. 1. 1.
가장 큰 적은 염증이다, 퇴위하는 덴마크 여왕을 보며 이 염증이라는 말을 나는 자주 환멸이라는 말로 치환하곤 하는데 기자 시절 나는 그에서 유래하는 몇 가지 염증에 시달렸다. 첫째 기자생활 자체에서 비롯하는 환멸이니 만 31년을 채웠다 하지만 이건 실은 우격다짐이라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둘째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데 따른 염증이니 말이 좋아 전문기자지 것도 십년 넘어면서 환멸이 구토처럼 밀려왔다. 그렇다고 그걸 때려치운 지금 저에서 벗어났는가? 천만에.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약간 껍데기만 변화를 주었을 뿐이지 여전히 나는 기자요 것도 어느 한 분야에 특화한 언론인이요 글쟁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강요요 후자인 지금은 자발이라는 점이다. 이거 차이가 크다 보는데 그렇다고 이 짓도 변화를 주어야지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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