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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정자에서 피하는 더위 한시, 계절의 노래(129) 산속 정자에서 더위를 피하다(避暑山亭) 송 조량파(趙良坡) / 김영문 選譯評 무성한 숲 깊은 곳시원하거니 바위 틈 샘물 소리흥취 돋우네 두건 높이 걸어놓고편히 쉬는데 불볕 바람 어떻게산장에 오리 茂林深處散淸凉, 石罅泉聲引興長. 高掛角巾舒嘯傲, 炎飆那得到山莊.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옛날보다 여름이 더워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옛날에도 여름은 불볕더위의 계절이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했는데, 그 중에서도 정자는 임시로 시원한 곳으로 거처를 옮겨 몸의 열기를 식히는 선비들의 피서법이었다. 정자 내부에 온돌 시설을 갖춰 겨울에도 거처가 가능하게 만든 곳도 있지맡 대부분의 정자는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한 임시 거처였다. 우리나라 .. 2018. 7. 26.
"아이스께끼!" 한시, 계절의 노래(128) 여지가(荔枝歌) 제2절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도성 유월 정오에태양이 내리쬐니 불 땔 때처럼 시장 사람들비오듯 땀 흘리네 얼음 팝니다 한 목소리물 건너 들려오면 행인들은 먹지도 않고마음과 눈이 열리네 帝城六月日卓午, 市人如炊汗如雨. 賣氷一聲隔水來, 行人未吃心眼開.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5일장에 가곤 했다. 우리 고향에서 읍내 장까지는 걸어서 20리 길이다. 중간에 하늘목재를 넘어야 하므로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그 힘든 길을 따라 가면 평소에 먹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여름에는 ‘아이스케키’를 먹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 ‘아이스케키’를 먹을 때 기분을 잊을 수 없다. 혀가 살살 녹는다는 말을 실감했다. 20리 땡볕 길을 걸어 땀범벅.. 2018. 7. 26.
조계종단 사태...지금보다 이후가 문제(2) 그들은 깨끗한가? 이 속편을 시작하기 직전, 우리 종교 담당 강종훈 기자가 이번 사태 전개와 관련한 기사 한 편을 썼으니, 그 제목이 '조계종 내홍 연일 확산…해결방안 나올까'다. '종정 진제 스님 "종단사태 참담…해결책 기다려달라"'는 부제를 단 이 기사를 보면 설조 스님 단식이 40일을 향해가는 가운데 총무원장 설정 스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총무원은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만 견지할 뿐 혁신안이 종단 안팎의 개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나아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종단 내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전국선원수좌회는 27일 오전 1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국민 참회 108배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는 한.. 2018. 7. 26.
조계종단 사태...지금보다 이후가 문제(1) 조계종단 현 권력을 적폐라 지목하며, 그 청산을 외치면서 설조 스님이 단식투쟁에 돌입한지 며칠째인지 정확한 수치를 모르겠지만 한달을 훌쩍 넘긴 것만은 확실한 25일. 그 농성장이 마침 우리 공장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오후에 머리 좀 식힐 겸해서 짬을 내어 조계사 인접 지점 우정총국 건물이 자리한 그 뒤편 좁은 우정공원 나무 사이에 마련한 농성 텐트장을 돌아보니, 스님은 이 무더위에 천막 안에서 연신 생수통을 붙잡고는 물을 들이킨다. 스님은 세수 88세라 문구가 농성장에 붙었다. 농성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이런 세수를 내세운 의도야 뻔하지 않겠는가? 한데 그런 스님과 그의 단식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들한테는 적폐 대상자로 지목된 현 종단 측에서는 설조 스님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호적을 바꿔 실제 .. 2018. 7. 25.
들끓는 한반도, 저주받은 한반도 거듭 강조하지만, 생평을 들판에서 일하면서 보내는 농부도 여름 대낮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지 아니하는 이유는 그랬다가는 자칫 죽음까지 부르는 까닭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위 먹었다는 말이 나오는 시기는 이 무렵이다. 요새야 그것을 극복 혹은 억제한다는 미명 아래 냉방병을 운운하면서, 애꿎은 에어컨 탓을 해대거니와, 그러고 보니, 한국사회에 에어컨이 일반화한 시대가 불과 몇 십년이요, 그것이 없거나, 가뭄에 콩나듯 하던 시기는 어찌 이 여름을 보냈는지 그 시절을 겪은 나는 이미 아찔해 진다. 혹한기 역시 마찬가지이긴 하나, 요즈음 이 혹한이라는 말은 전반적인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혹서에 견주어서는 그 심각성이 덜한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나 한다. 이런 혹서기, 혹은 그 반대편 혹한기에 극한직업 체험한.. 2018. 7. 25.
대서는 곧 가을의 문턱 한시, 계절의 노래(127) 대서大暑 [금金] 조원趙元 / 김영문 選譯評 메마른 구름 불 날리며 넓은 하늘 태우니 흰 태양이 완전히 시루 속에 떨어진 듯 광한궁 얼음 굴에 가지 못한 상황이라 부채 끝으로 얼마나 바람을 일으키랴 旱雲飛火燎長空, 白日渾如墮甑中. 不到廣寒氷雪窟, 扇頭能有幾多風.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아내린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더우면 염소뿔까지 녹아내릴까? 올해 더위는 정말 염소 뿔만 아니라 황소뿔도 녹일 지경이다. 대서는 24절기 중 열두번째이므로 연중 딱 절반에 해당한다. 대개 초복과 중복 사이에 위치하며 1년 중 가장 더운 때라 해서 이리 일컫는다. 대서 다음 절기가 입추立秋이니 이제 곧 가을로 들어선다. 물론 가을로 들어섰다고 해서 금방 더위가 물러가지는 않는다. 입추로부터 말복末伏 .. 2018. 7. 24.
산 백거이가 죽은 원진한테...절친의 죽음을 아파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127) 원 상공 만사 세 수(元相公挽歌詞三首) 중 셋째 당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수많은 장송객 모두참담한 심정인데 반혼 수레 끄는 말도슬픔으로 울고 있네 평소의 금(琴)·서(書)·검(劍)·패(佩)그 누가 수습하나 남겨진 세 살 아들갓 걸음마 배우는데 送葬萬人皆慘澹, 反虞駟馬亦悲鳴. 琴書劍佩誰收拾, 三歲遺孤新學行. 옛 사람들은 친척이나 친지가 세상을 떠나면 만사(輓詞 혹은 挽詞)를 지어 애도했다. 5언시, 7언시, 4언시, 사부(辭賦) 등 다양한 형식으로 추모시를 지었다. 현재 남은 문인들 문집에는 만사 항목이 따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만사는 다른 사람의 장례에 애도를 표하는 보편적인 양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묘소 전면에 깔아놓은 추모 글귀 각석도 현대적 의미의 만사.. 2018. 7. 24.
부끄러움을 많이 탄 민속박물관 과장 같은 사람인데도 기자가 보는 사람과 그 조직에서 보는 사람이 달라 곤혹스러울 때가 무척이나 많다. 비단 기자뿐이겠는가? 기자를 대하는 그쪽에서는 늘 기자를 기자로 대하기 마련이며, 그래서 무척이나 말 한 마디를 조심해야 하며, 반드시 해야 말도 한껏 정제해서 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소위 취재원으로 만나는 사람한테 기자가 안 좋은 인상을 지니기는 쉽지가 않다. 내가 기자인 줄 알고 나를 만나는 사람은 언제나 나한테는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보이기 십상이다. 오늘 우리 곁을 떠난 박호원 선생도 나한테 그리 박힌 인상인지 못내 저어함이 있기는 하지만, 이래저래 그가 생평 직장처럼 삼아 보낸 국립민속박물관 사람들한테도 수소문한 결과와 내가 생전에 그이한테 받은 인상은 무척이나 합치하는 면이 많아 적이 안심이 .. 2018. 7. 24.
내가 기억에서 지워버린 인연의 흔적 바로 앞선 글, 그러니깐 20년전 내가 만난 초등학교 선생님 이야기는 내가 그 내력을 똑똑히 기억하는 20년 전 내 기사지만, 그 반대편엔 전연 그렇지 아니한 기사가 많아,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비슷한 시기 내 기사 역시 그런 축에 든다. 기자들한테 행정기관이 배포한 무미건조한 보도자료가 주로 그런 축에 많이 들 수밖에 없으니, 본인이 본인 노력을 들여 취재하고 가공해서 만든 기사에 아무래도 정이 가기 마련이고, 그런 기사가 오래도록 그 기자 뇌리에 남을 수밖에 없다. 문화재청이 오랜 노력 끝에 산하에 문화재 전문 인력 양성을 표방하는 한국전통문화학교라는 4년제 대학 설립 허가를 득하고, 그 문을 열어 1999년 말 첫번째 신입생을 모집하니, 이들이 2000학년도 제1회 입학생이 된다. 전통학교라 하니.. 2018. 7. 24.
20년만에 다시 조우한 어느 초등학교 교사 딱 20년 전인 1998년, 그때 나는 지금과 여전히 같은 연합뉴스라는 곳을 직장으로 삼기는 했어도, 일하는 부서는 지금과 같은 문화부가 아니라 사회부라는 데였다. 소속이 다르다 함은 하는 일이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해 나는 소위 경찰기자라는 것을 하다가 그해 중반쯤 담당이 바뀌어 서울시교위와 기상청을 맡게 되었으니, 이 시절이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해직시절에 비견할 만한 황금기였다. 왜인가? 사회부에서도 시교위와 기상청은 업무 부담은 거의 없고, 거의 모든 보도는 소위 풀(공유)이 원칙이라, 다른 기자를 물먹이는 일도 없었고, 내가 물을 먹을 위험성도 없었다. 게다가 대성학원이니 종로학원이니 중앙교육이니 하는 입시학원도 나와바리에 둔 까닭에, 이들이 가끔씩 기자실로 와서는 실로 적절히 때거리로 마.. 2018. 7. 24.
노회찬·최인훈이 떠난 날 오늘 우리 공장 업무와 관련한 긴요한 점심이 있었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수림문학상 공모전 올해 제6회 예심을 앞두고 그 심사위원들을 모시는 점심 자리가 수송동 우리 공장 인근에서 예정되었다. 시침이 12시를 가리키기 직전, 나는 우리 공장 문화부장 자격으로 문학담당 임미나 기자와 더불어 약속 장소로 갔다. 그 자리에는 문학상 심사위원장 윤후명 선생과 심사위 일원들인 평론가 신수정 교수와 소설가 강영숙 선생, 그리고 수림재단에서 김정본 사무국장과 윤정혜 과장 등이 이미 와 있었다. 앉자마자 자연 화제는 그 직전 터진 노회찬 의원 투신자살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도중에 신수정 선생인지 강영숙 선생인지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최인훈 선생도 돌아가시고.."라.. 2018. 7. 23.
명당 매미는 사쿠라가 좋은 모양이다.이제는 조만간 누런 색으로 변했다가 져버릴 사쿠라 이파리 하나에 언뜻 5마리는 됨직한 매미가 떼로 붙었으니 말이다. 일가족이 한꺼번에 같은 자리서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한 듯. 매미는 탈속脫俗이란 말과 동일시되곤 했다.그래서 그의 탈각脫殼을 인간이 신선되는 일에 비겨 선화蟬化라 했다. 탈속 혹은 선화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래서 과연 그렇게 애벌레를 벗어난 매미가 신선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더 난은 삶을 향해 한 발 더 디딘 것으로 본다. 2018. 7. 23.
카피톨리니박물관 로물루스 형제와 늑대 조각, 젖줘를 둘러싼 연대 논쟁 로마 역사 태동을 말할 적에 거의 모든 출판물에 그 유일한 증언자처럼 매양 등장하는 이 조각은 내가 항용 그 크기와 출처가 궁금했더랬다. 작년 여름, 로마 구심 중심인 베네치아 광장 일대를 하릴없이 돌며 어느 곳을 들를까 망설이다, 서울 남산을 오르내린 기억이 있어, 그런 남산 축에도 들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건방지게 hill이라는 이름을 단 캄피돌리오Campidoglio라는 곳에 올라 언덕배기 하나에 지나지 않는 이곳에 서니, 그런대로 로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고, 그 정상에 뮤제이 카피톨리니Musei Capitolini라는 간판을 단 전각이 있어 들어갔다가 그에서 바로 문제의 저 조작을 만났다. 나는 다른 자리에서 여러 번 말했지만 박물관 내부에는 두 시간 이상 머물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체력 고갈을.. 2018. 7. 23.
역대 정권의 말년 패턴 역대 정권을 보면 패턴이라 할 만한 게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총선에 패배하면서 여소야대가 된다. 차기 대권을 향한 권력투쟁이 치열해지면서 콩가루 집안이 된다. 이를 다잡고자 권력은 검찰을 동원한다. 사정 바람을 일으켜 누가 권력인지를 과시하려 한다. 그리하여 본보기로 두어명 잡아넣고 기업 하나 골라 박살을 낸다. 그 전쟁을 최고 권력자가 독려한다. 하지만 이는 이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잡아넣고 희생한 그들이 결국은 그 정권이 보듬어 안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론은 외려 정권에 더욱 악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다가 마침 정권 핵심 한두 놈이 걸려든다. 그런 의혹이 제기되면 정권은 아니다고 펄쩍 뛴다. 단호해야 한다는 과시를 하고자 그런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고소고발하는 신.. 2018. 7. 22.
뚜껑[蓋]은 토기 분류 항목 하위 디렉토리를 만들 수 없다 한국고고학이 지나치게 토기 중심이고, 나아가 그 토기를 포함한 각종 유물 유구에 대한 다대한 분류 중심주의거니와, 언뜻 세밀하게 보이는 이 과정에서 정작 고고학이 저버릴 수 없는 인간을 팽개치는 결과를 낳았거니와, 그런 한국고고학이 신주단지 받들듯 하는 토기 분류에서 그 기종을 중심으로 나눌 적에 '개(蓋)'라는 항목으로 배열하는 것이 있으니, 이는 글자 그대로 그릇 뚜껑을 말한다. 한데 작금 한국고고학 토기 분류를 보면 이를 호(壺)니, 옹(甕)이니, 병(甁)이니, 완(碗)이니, 발(鉢)이니 해서 동등한 가치를 두어 병렬로 나누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본다. 하지만 개는 저들 토기의 부품이지 기종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포함한 기종 분류는 분류학 근본조차 망각한 오류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받침인 대(臺)나.. 2018. 7. 22.
새암 없는 부인 한시, 계절의 노래(125) ♣죽부인(竹夫人)♣ 송 조시소(趙時韶) / 김영문 選譯하고 評함 옥 같은 뼈 얼음 피부여름에 서늘하니 질투하는 사람 없어침실을 오로지하네 취옹도 기꺼이몸 곁 짝으로 삼으나 추풍이 또 갈라놓을까그것만 근심하네 玉骨氷肌夏月凉, 更無人妬得專房. 醉翁愛作身邊伴, 只恐西風又隔床. 요즘은 선풍기만 해도 온갖 기능성 상품이 나와 있고, 에어컨도 고객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지금의 선풍기나 에어컨에 해당하는 옛 피서용품으로는 ‘죽부인’을 들 수 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나무를 길게 쪼개서 원통형으로 엮은 여름용 ‘바디필로우’인 셈이다. 속이 텅빈 대나무 원통 속 온도와 사람의 육체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양쪽 기류가 순환하면서 청량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흥미로운.. 2018. 7. 22.
한여름 소나무 아래는 가을 한시, 계절의 노래(124) 소나무를 읊다(詠松) 첫째 수 송 호중궁(胡仲弓) / 김영문 選譯評 추위 견디는 마음을홀로 품고서 사계절 있는 줄도알지 못하네 붉은 태양 이글이글내리쬘 때도 소나무 숲 아래는저절로 가을 獨抱歲寒心, 不知時有四. 赤日行炎天, 林下自秋至. 소나무 숲은 왜 시원할까? 짙은 그늘과 솔바람 소리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것뿐이라면 다른 나무 숲과 큰 차이가 없다. 그늘 짙기로 말하자면 잎 큰 활엽수가 한 수 위일 터이다. 그런데도 옛 사람들은 송림(松林)에서 송풍(松風)을 쐬며 피서를 즐겼다. 무슨 까닭인가? 소나무는 세한심(歲寒心)을 품고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세한심(歲寒心)’, 말만 들어도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공자가 말했다.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 2018. 7. 22.
매미 소리 왕청난 계곡 숲속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123) ♣피서 두 수(避暑二首) 중 둘째♣ 당 서응(徐凝) / 김영문 選譯評 얼룩얼룩 무늬 많아대자리 차고 머리 숱 드물어관모 시원해 큰 나무 숲 아래서더위 피하니 서늘한 매미소리또 들려오네 斑多筒簟冷, 髮少角冠淸. 避暑長林下, 寒蟬又有聲. 생물학적인 면에서 기실 모든 매미는 로미오다. 양쪽 옆구리에 소리통을 달고 있는 매미 수컷은 온 몸뚱이로 노래하며 자신의 줄리엣을 부른다. 로미오의 노래에 공감한 줄리엣은 아무 소리도 없이 로미오 주위로 날아든다. 겨우 한 달 남짓한 지상의 삶에서 로미오는 간절하게 노래하고 간절하게 사랑한다. 인간이 매미의 울음을 고결한 선비의 호소로 듣든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청량제로 여기든 매미는 자신의 짧은 생애에서 짝을 찾으려고 애절하게 사랑의 세레나데.. 2018. 7. 22.
지하에서 몇년을 보내다 한달을 울고 가는 매미 한시, 계절의 노래(122) 매미를 읊다(詠蟬) 명 정학년(丁鶴年) / 김영문 選譯評 매미 성품 지극히맑고도 높아 수심에 찬 읊조림은「이소(離騷)」와 같네 염천엔 바람과이슬 드물어 날을 보내면서도슬프게 우네 蟬性極淸高, 愁吟類楚騷. 炎天風露薄, 度日亦嗷嗷. 매미는 캄캄한 땅 속에서 3~7년 동안 애벌레 생활을 한다. 심지어 어떤 종류는 무려 17년간이나 지하에서 산다고 한다. 그러다가 땅 위로 올라와 사는 기간은 얼마인가? 겨우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면 숙연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땅 속 생활을 하는 동안 땅 위에 건물이 들어서거나 아스팔트가 덮이면 영원히 땅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매미는 땅속에서나 땅밖에서나 수액(樹液)만 먹고 산다. 이 때문에 옛 사람들은 .. 2018. 7. 22.
익산 쌍릉 발굴조사를 어찌 볼 것인가? 문화재청은 산하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발표 형식을 빌려 지난 4월 익산 쌍릉(대왕릉)을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하는 과정에서 수습한 인골 조각들을 분석한 결과 이에서 남성 노년층의 신체 특징과 병리학적 소견을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부여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쌍릉은 백제시대 말기의 왕릉급 무덤이며, 규모가 큰 대왕릉을 서동 설화의 주인공인 무왕의 무덤으로 보는 학설이 유력했는데, 이번 인골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했다는 이런 발표는 곧 대왕릉이 백제 무왕의 무덤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인양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실제 이를 토대로 하는 관련 언론 보도에서는 그리 보도된 성향이 강했.. 2018. 7. 22.
권위dignity의 자양분 권위dignity 혹은 authority는 신비神秘와 미지未知를 자양분으로 삼는다. 내가 저 친구한테 군림하려면 그 절대조건 중 하나가 저 친구는 나를 잘 몰라야 한다는 점이다. 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저 친구는 몰라야 한다. 반면 나는 내가 부리거나 부리고자 하는 사람의 구석구석을 훤히 꿰뚤어야 한다. 특히 군주는 신하에 대해 그러해야 한다. 이것이 고대 중국의 정치학 흐름 중 하나인 소위 황로학黃老學을 관통하는 군주론의 핵심이다. 노자를 핵심으로 삼는 그 철학이다. 황로학은 이런 식으로 군주가 신하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신하들은 군주를 향해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고 충성 경쟁을 벌인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통치술을 대체로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통령 시절 노무현을 비판적.. 2018.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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