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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2191

야음 틈타 찾은 덕수궁 살구꽃 지나는 길에 살구꽃 향기 담 타고 넘어 오기에 막무가내로 끌려갔다. 어둑한 하늘 백댄서 삼아 살구꽃 여전히 만발이더라. 진즉에 졌을지 모르나 꽃샘에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호롱불은 아닐터 심지 돋우다 코밑에 검댕이 바를 일은 없겠으나 엄마가 두들기는 다듬이질 소리 금방이라 들릴듯. 그래, 그땐 풀먹이고 인두로 지지고도 했어. 하긴 우리집은 초가였어. 저런 기와등 같은 집은 꿈이었더랬어. 손가락 침발라 창호지 뚫고픈 욕망 솟음한다. 혹 모를 일 아닌가? 누군가 연지곤지 바르고 쪽두리 쓴 채 수줍게 기다릴지. 벌써 힘 잃고 해파리마냥 흐물흐물한 참꽃을 장송한다. 그래 꿈이었어. 모든 게 꿈이었어. 그래도 꿈꾼 그 순간만큼은 그리도 행복했노라 해둔다. 꿈에서나마 함께 있었으니, 그래서 무척이나 행복했노라 해둔다. 2019. 4. 4.
Ananda Ananda Joseon Dynasty, 1655 Heungguksa Temple Museum, Yeosu, Jeollanamdo Province 여수 흥국사(興國寺) 소장 아난(阿難)이다. 무얼 그리 간절히 기원할까? 조만간 부처님오신날이다. 우연히 들른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만나 넋을 잃고 바라보노라. 2019. 4. 4.
경주에서 만나는 꽃샘 바람이 쑁쑁 분다. 듣자니 강원도엔 눈까지 제법 왔다는데 이거이 꽃샘인지 어젯밤에도 그렇고 오늘 아침도 경주는 제법 차갑다. 독수공방이라. 긴긴 밤 허리를 베혀낸다는데 바람소리 요란하다. 멍우리 터트리기 직전인 참꽃 만져보니 얼지 아니했나 하거니와 올핸 예년 견주어 열흘 정도 개화가 빠른 여파가 아닌가 하지만 단군조선 이래 어느 핸들 꽃샘이 없었으리오. 혹 모를 일이다. 간밤 보희가 저 선도산 꼭대기 올라 눈 오줌이 차가워서였는지. 저짝 토함산 너머로 언제나 그랬듯이 해가 뜨려나 보다. 2019. 3. 31.
분황사 앞에서 불어본 보리피리 예년에 유채 차지였던 이곳이 이번 봄에 보리밭이라 가슴팍만큼 자란 보리밭은 그 시절 모텔이요 무인텔이라 군데군데 움푹한 곳에선 사랑이 싹텄다. 인구절벽에 그리할 사람조차 사라지자 보리도 힘을 잃은듯 애꿎은 당간지주 부여잡고는 나랑 놀자 한다. 틈새 찡긴 거북은 천년 성상 언제나 저 모습이라 그를 애도하며 수염 난 보리 한 자루 부여뽑고는 풀피리 만들어 불어본다. 빽빽 하는 소리 보리밭길로 파고들더라. 2019. 3. 30.
덕수궁 살구꽃 하염없이 바라보다 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 내 사랑은 온데간데 없고 무심한듯 꽃만 만발한다. 저짝에 왔을까 싶어 머리 쓸어올리며 쳐다보건만 기다리다 지쳐 오만우거지 잡상도 지어보고 또 도토리 키재는 심정으로 들보에 대가리 공가보는데 살구만 망발한다. 어딨느냐 물었더니 진즉에 떠나고 없다기에 내년이 있다 하고 돌아서는데 황달든 봄이 찬란하다 이르더라. 2019. 3. 29.
목각인형을 쏟아낸 변수 묘(1) 강원대박물관에서 걸려온 전화 후손이 있는 조선시대 무덤이 정식으로 '발굴'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예서 후손이란 거의 예외없이 그 문중門中을 말한다. 문중이 관리하는 조선시대 사대부가 무덤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장移葬해야 하는 일이 빈다頻多하지만, 내가 오해하는지는 자신이 없으나, 이런 이장에 앞서 현행 매장문화재보호법상 정식 발굴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면면한 조상숭배 사상에서 비롯하는 독특한 터부 때문이다. 이장은 후손이나 문중이 알아서 할 일이지, 그런 행위에 앞서 아무리 국가권력이라 해서 감히 그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요지가 다분한 '발굴'을 한단 말인가 하는 강렬한 배타가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무덤이 품은 무수한 정보가 공중으로 날라버리는 아쉬움은 크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2019.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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