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남산공원 화살나무 찾아간 천불 단풍 절정을 보름쯤 앞둔 이맘쯤 나는 근 몇년 연속으로 남산공원을 같은 목적으로 탄다. 이곳 화살나무 단풍이 서울성곽과 어울려 오묘한 풍광을 빚곤 한다는 그 기억이 하도 강렬하기 때문이라, 나 혼자 그것을 즐기기엔 아깝다 해서 더러 그것을 공유하고픈 사람을 동행하기도 했더랬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동네 길목에 보니 해바라기 여물어 꽃잎 잃어버리곤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듯 푹 고개 수그렸다. 공원에 들어선다. 뭐 이 천만 도시 도심 공원이 아무리 좋다 해도,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할 수는 없을 터, 그럼에도 인간계에선 이만한 곳 찾기가 쉽진 않다고는 해두자. 작년부턴가 이 공원 느낌이 확 달라졌는데, 내가 그리 좋아하는 화살나무는 꽤 많이 뽑아버렸음에 틀림없다. 나는 불타는 가을이 좋다. 내가 열이 많아선지 ..
남산의 자물쇠 빠다 기름 바른 유창 미국영어로 여친인듯한 동행한테 미국인 듯한 양코배기 젊은 친구가 남산을 장악한 열쇠 더미를 보고는 "love locks"라 설명하는 말을 우연히 엿듣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접때 어떤 아줌마는 남산이 처음인듯, 대뜸 하는 말이 "이게 대체 돈이 얼마야" 하는 게 아닌가? 열쇠로써 변치않는 사랑 상징한답시며 자물쇠 채우곤 그에다가 "변치 않는 우리 사랑"이니, "죽을 때까지 한가지로" 하는 오글거리는 몇 마디 적고는 그 아래다가 그를 맹서한 커플 이름과 날짜를 적어 걸어주는 저 전통이 중국에선 아주 흔한데 혹 그에서 흘러왔는지는 모르겠다. 볼 때마다 글쎄, 저리 요란스레 맹서한 사랑이 지금도 영속하는 커플 몇이나 될까 못내 의뭉한 까닭은 내가 냉소적이기 때문일까? 아님 그러지 못한 내..
해방신학과 학생운동 일전에 두어번 어딘가 긁적거렸지만, 어딘지 모르고 검색도 되지 않으니 이참에 다시 정리한다. 데모하다 잡혀가는 놈은 대체로 나같은 데모 아마추어다. 1987년 7월, 한열이 장례식 때 시청 앞에서 노제가 있었다. 그거 끝나고 해산하는 과정에서 남산 지금의 하얏트호텔 쪽으로 가다가 나는 붙잡혀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다. 그 남대문경찰서는 지금이나 그때나 위치가 같아, 서울역 맞은편 남산 기슭, 옛 대우건물 인근에 위치한다. 당시 나는 마침 교련복 바지까지 입었던 데다 거기 경찰서가 있는 줄도 몰랐다. 얼씨구나 날 잡아드시오 하고 제발로 호랑이굴 찾아간 멍청한 멧돼지였다. 얼치기가 뭘 알겠는가? 붙잡혀 경찰서로 연행되는 동안 몇 백 미터 끌려가며 양쪽에 도열한 의경인지 전경인지 하는 놈들한테 졸라 맞고 졸라 ..
성큼한 가을 산책 삼아 남영동 집 근처를 배회했다. 갈아탄 갤놋나인 카메라 성능도 실험할 겸 이런저런 풍광과 경물景物을 듬성듬성 담가봤다. 길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오동나무는 이파리가 쭈구렁이라, 저러고선 무슨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이겠는가 싶으니, 누르딩딩한 기운도 없진 않으나, 시퍼렇게 멍든 채 거꾸러지고 말리니, 저래선 어찌 가을 소리를 내겠는가? 미군 부대 담장에 기댄 산딸나무는 시뻘건 열매가 영롱하기는 한데 볼수록 저 열매는 식용인가 아닌가가 의뭉스럽다. 하이마트에 저 비스무리한 농산물은 본 적 없으므로 혹 독을 품지 않았나 모르겠다. 하긴 버섯은 화려할수록 독성이 강하다는데, 뭐 그러고 보면 수박 역시 속이 시뻘겋기는 저보다 심하지 아니한가? 아들놈 다닌 삼광초등학교엔 그 무성한 담쟁이 덩쿨이 화장기 완..
여의도 불꽃놀이 왜 갔느냐 묻거들랑 뭐 귀차니즘 때문이었다고 해 두자. 뭐 사람 그리 복닥이는데 피곤하게시리 왜 가느냐 해서였다고 해 두자. 그런 귀차니즘과 피고니즘을 한 번쯤은 던져버릴 수도 있지 아니한가. 돌이켜 보니, 내가 뭐 그리 내 신념에 투철했던 것도 아니요, 그보단 수시로 변신 변심했더랬다. 그래 세상에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조폭답사반원 한 분이 그제 생일이었단 소식을 접하고는 주말인 어제 번개를 쳤다. 태풍 여파로 전날부터 쌔리붓던 비가 오후 되니 일순 사라지는가 싶더니 가을 창공을 선사했다. 그래 하늘도 나를 돕는다 생각하고는, 번개쳐서 모인 반원 몇 명과 종로통 일대를 어슬렁이며 깔깔 웃다 밤이 이득해져 막 남영동에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서쪽 하늘이 쿵쿵 거린다. 그래 그랬지. 오늘밤 여의도..
태풍 지난 서울 하늘 어제 아침 쏟아지기 시작한 비가 오늘 낮이 되어 개이니 하늘이 올갱이 국물을 흩푸린 듯 하다. 태풍 콩레이가 남쪽을 지나 동해로 빠나갔다 하니 근래 태풍 중엔 한반도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 가을 태풍을 흔히 백해무익이라 하나, 꼭 그렇지만도 아니해서 모든 태풍이 그렇듯이 이번 콩레이 역시 적폐를 청산하고 창공을 선사한다.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는 법 찾아 보니 고려가요 중에서도 〈동동動動〉이 출전이다. 1년 한 해 농사 과정을 달마다 나누어 그 풍광을 노래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형식을 빌리되, 시종일관해서는 남자한테 버림 받은 여인네 궁색한 처지를 노래한 패로디 시문학으로, 그 6월 조가 다음이라. 19六月(유월)ㅅ 보로매 아으 별해 룐 빗 다호라.20도라보실 니믈 젹곰 좃니노이다.21아으 動動다리. 이에서 말한 6월 세시풍속은 그달 보름에 해당하는 유두(流頭)라, 이날은 각종 산해진미 차려 산간 폭포나 동쪽으로 흐르는 시내로 가서는 머리를 감고 액(厄)을 씻어 버리고는 놀이를 한판 벌이곤 했다. 한데 이 한자 표기가 묘해서 글자 그대로는 대가리를 물에다가 흘려버린다는 뜻이어니와, 경상도 지방에서는 이를 물맞이라 했다고 하니, 이에서 유두는 결..
가을비 우산속 aging 제주 앞바다까지 치고 올라온 태풍 콩레이 여파라 하는데, 아침부터 종일 비가 그치지 아니한다. 한반도 남쪽을 관통한다는 예보가 있거니와, 그런 엄포만 놓다 시름시름 앓다 가 버린 저번 태풍보단 분명 위력이 센 듯, 녹조 범벅인 지난 여름에나 올 것이지, 왜 이 계절이란 말인가? 저들은 우리 공장 인부들이거니와, 우산을 보면 그 우산을 걷어치지 아니해도, 그것을 쓴 사람 연령대를 짐작하거니와, 저런 파라솔형 골프형 우산은 나이들수록 선호하거니와, 실제 저 큼지막한 우산 아래 고난의 연초 행진을 마치고 공장으로 복귀하는 저들은 나이로 보면 쉰 안팎이다. 그에 견주어 젊을수록 대가리만 덮을 만 해서, 접으면 한줌인 접이형 초간단형을 선호하니, 이 비 그치면 주머니에 넣거나 가방에 쏙 넣고는 표표히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