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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도교가 없다? 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2권에 보인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묻기를, “중국에서는 불교와 도교(道敎)가 병행하고 있으나 도교가 더욱 성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불교는 비록 성하나 도교는 전무한 형편이다. 만약 두 개의 교가 병행한다면 나라는 작고 백성은 가난한데 장차 어찌 견디겠는가.” 한다. 내가 말하기를, “우리나라의 소격서(昭格署)와 마니산(磨尼山) 참성(塹城)에서 지내는 초제(醮祭)같은 것은 곧 도가의 일종이다. 서울과 지방을 통하여 항간에서 도가의 복식을 입고 도가의 말을 하는 사람은 없으나, 사대부 집에서 매년 정월에 복을 빌고, 집을 짓고 수리하는 일에 재앙을 제거하려고 비는데도, 반드시 맹인 5ㆍ6ㆍ7명을 써서 경(經)을 읽는데, 그 축원하는 바가 모두 성수(星宿.. 2018. 2. 19.
불알을 공격하라! 적에게 함부로 보이지 말아야 할 것 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2권에 보인다. 무절공(武節公) 신유정(辛有定)이 일찍이 왜적을 맞아 여러 번 싸우다가 포로가 되었는데, 왜적이 꿇어앉히고 목을 베려고 했다. 이때 무절공은 왜적의 두 다리 사이에 낭신이 축 늘어진 것을 보고 갑자기 손으로 잡아당기니, 적이 땅에 엎어지는 것을 칼을 빼어 목을 베었다. 당시에 그를 맹장이라 일컬었는데, 뒤에 병사(兵使)가 되어 변방을 진압하니 용맹과 공업(功業)으로 저명하였다. 그러나 성질이 너무 급하여 남의 옳지 않은 것을 보면 반드시 심하게 꾸짖은 뒤에야 끝맺었다. 辛武節公有定嘗遇倭賊。賊將跪而斬之。武節見賊兩脚間腎囊嚲下。猝以手拉之。賊踣地。抽劍斬之。時稱猛將。後杖鉞鎭邊。以武烈著稱。然性大急。見人不可。必極口怒罵而後止。孫文僖公碩祖每曰。鑑祖.. 2018. 2. 19.
왕릉 신도비는 왜 사라졌을까? 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2권에 보인다. 태조(太祖) 건원릉(健元陵)의 비는 문충공(文忠公) 권근(權近)이 지은 것이요, 태종(太宗) 헌릉(獻陵)의 비는 문숙공(文肅公) 변계량(卞季良)이 지은 것이며, 세종 영릉(英陵)의 비는 문성공(文成公) 정인지(鄭麟趾)가 지은 것이다. 문종(文宗) 현릉(顯陵)에서는 세 능의 전례에 의하여 곧 비를 세우려고 공역(功役)을 이미 시작하였었는데, 어느 건의하는 자가 아뢰기를, “예로부터 임금이 행한 사적은 국사(國史)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니, 사대부와 같이 신도비(神道碑)를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중지하소서.” 하여, 이를 좇았다. 뒷날 영릉을 여주(驪州)로 옮김에 따라 또한 비를 매장하고 쓰지 않았으니, 본조[國朝] 능침(陵寢)에 비를.. 2018. 2. 19.
연오랑세오녀와 신라수이전 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2권에 보인다. 일본(日本)의 대내전(大內殿)은 그 선대가 우리나라로부터 나왔다 하여 사모하는 정성이 보통과 다르다 한다. 내가 일찍이 널리 전대의 역사책을 상고해 보아도 그 출처를 알 길이 없고, 다만 《신라수이전(新羅殊異傳)》에 이르기를, “동해 물가에 사람이 있었는데, 남편은 영오(迎烏)라 하고 아내는 세오(細烏)라 했다. 하루는 영오가 해변에서 수초[藻]를 따다가 홀연히 표류하여 일본 나라 조그만 섬에 이르러 임금이 되었다. 세오가 그 남편을 찾다가 또 표류하여 그 나라에 이르자 그를 세워 왕비로 삼았다. 이때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으니, 일관(日官 천문 맡은 관원)이 아뢰기를, ‘영오와 세오는 해와 달의 정기였는데, 이제 일본으로 갔기.. 2018. 2. 19.
사방지(舍方知), 여장남자(女裝男子) 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2권에 여장남자(女裝男子), 혹은 여성으로 행세하면서 많은 여성을 기롱한 남자 얘기가 보인다. 이 남자가 바로 사방지(舍方知)라는 자인데, 이 자가 가슴은 여자, 아랫도리는 남자인 소위 shemale인지 아닌지는 자신이 없다. 관련 기록을 추리면, 남성인데 여성으로 행세한 단순 남성인 듯한 느낌을 준다. 한데 그 극적 드라마성 때문인지, 이를 모델로 하는 사극 같은 것을 보면, 가슴은 젖소만하고, 아랫도리는 남자인 양성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다. 이 사방지가 내 기억에 아주 옛날 TV 사극에도 등장한 적이 있거니와, 사방지로 출현한 인물은 가수 전영록의 이혼한 조강지처가 아닌가 한다. 근래에 한 사내종 모습이 여자와 흡사한 자가 있었다. 이 사내종은.. 2018. 2. 19.
심청의 선배들과 인신공희 서거정(徐居正·1420∼88)의 《필원잡기(筆苑雜記)》 제1권에 이르기를 문충공 신숙주가 일찍이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데, 우리 국경에 몇 리(里) 남짓하게 왔을 때, 홀연 폭풍을 만나 배를 미처 언덕에 대지 못하였다. 여러 사람이 모두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으나 공은 정신과 안색이 태연자약하여 말씀하기를, “대장부는 마땅히 사방에 유람하여 흉금을 넓혀야 한다. 지금 큰 물결을 건너서 해 뜨는 나라를 보았으니, 족히 장관(壯觀)이 될 만하다. 만약 이 바람을 타고 금릉(金陵 남경)에 닿게 되어 산하(山河)의 아름다운 경치를 실컷 본다면 이 또한 하나의 장쾌한 일이다.” 하였다.그때 왜적에게 포로가 되었던 백성을 데리고 오는 중인데 임산부가 배 안에 있었다. 여러 사람이 말하기를, “임산부는 예로.. 2018.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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