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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미스트라스 등반에 개구멍 찾아 들어간 스파르타 하루 답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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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라스 고고학 유적. 저길 걸어서 올라야 한다고




아무래도 초행길이 시간 배분에는 어려움이 큰 법이다.

그에 더해 그리스가 관광비수기라 해서 섬머타임 해제와 더불어 모든 문화시설(다른 관공서도 마찬가진 줄은 모르겠다)이 11월 들어 세시 반에 문을 닫으니 더 곤혹스럽다.

왜 이리 일찍 닫는가 봤더니 이미 다섯시가 되면 해가 지니 그럴 법도 하단 생각은 든다.

지금 동선상 아무래도 스파르타는 오늘 아니면 어려울 듯해 결행일로 잡았으니

가늠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등반하는 미스트라스



아무리 사전조사해 봐야 겪기 전엔 알 수 없는 법이다.

관건은 숙소로 잡은 나플리오랑 스파르타 거리였다.

대략 105키로 정도가 찍히는데 문제는 한시간 반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호텔 조식이 늦어 8시에 시작이라 팔시반에 출발해도 열시에나 빠듯이 댄다는 결론이었고 실제는 좀 미적미적대다 열시반에야 첫 기착지 미스트라스에 도착했다.


풍광이 좋긴 하다만 만만찮은 미스트라스



스파르타 탐사 정점은 미스트라스인데 그곳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암울하게 기분이 바뀌었으니 아래서 올려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났다.

저 높은 산 전체가 유적 밭이었고 저걸 제대로 맛보려면 기어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차량은 가는 길이 있다고는 하는데 정상에 올라서 보니 아래서 기어올라가는 게 여러모로 나았다.


미스트라스 오르며 만나는 풍광들



그에 낙담했으니 무엇보다 오늘은 이 미스트라스 하나로 땡쳐야 할 것 같아서였다.

스파르타 나머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듯 했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또 다리 부상 여파가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몹시도 비탈 자갈길을 밟아올라가며 정신없이 사진촬영하랴 진짜로 죽을 것만 같았다.

이곳에 오르다 문화재청 한 건장한 파견직원은 연골이 나가 아주 다리를 못쓸 지경이 됐다는데 자갈길이 원흉이었다.



놀랍게도 미스트라스는 단풍이 있다.



내려오는 일도 고역이었다. 다리 부상 여파에 얼마나 다시 다칠까 싶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에 올라 비잔틴 성채 사진들을 찍고선 저 아래 스파르타 시내를 조망하면서 다시 산을 내려오니 의외로 한시반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선 시내는 지척이니 서둘러 차를 다음 행선지 스파르타고고학박물관으로 몰았다.


마침내 미스트라스 정상에서



박물관을 들어서니 딱 삼십분짜리 코스였다.

앞서 말한대로 컬렉션 시설 모두 형편없어 그냥 땡치는 각이었다.

박물관을 나서니 두시반.


올리브박물관



다음 행선지는 올리브박물관이다. 뭐 경험칙상 한 시간 코스였고 이곳은 사립이기에 다섯시 폐관이라 시간은 넉넉해

마침 앵꼬난 휴대폰이랑 충전기 때울 요량으로 다방에 들어가 커피 한잔 때리며 느긋이 보냈다.

둘러보기로 한 현장 유적 두 곳, 곧 아크로폴리스니 하는 데는 포기하기로 했다.

근자에 만든 레오다니스 동상이랑 그 무덤은 상시 개방인 데다 어차피 코딱지 만한 읍내에 몰려 있어 나플리오 돌아가는 길에 잠깐 사진만 찍으면 되니깐 말이다.

예상대로 올리브박물관 관람을 폐관시간에 얼추 맞추어 문을 나서 동상과 무덤을 찾아갔는데 반경 오백미터였다.

스파르타 읍내 자체가 그리 작다.


레오니다스 무덤과 그 동상



그러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그래도 철창 너머로라도 고대 스파르타 유적 구경이라도 하고 가자 해서 거기로 차를 몰았으니 동상에서 지척이었다.

철조망 쳐놓고 문은 잠겼는데 저짝 너머로 실로 볼품없는 유적이 보인다.

실제 이곳을 소개한 사진들을 봐도 볼품없다.

한데 오기가 발동.


개구멍 찾아서. 맨마지막 사진 귀퉁이가 개구멍이었다.



철창 넘어갈까 하다가 그 유적 담장이 잘 그리고 높게 남은 쪽은 자연방벽이라 이런 덴 틀림없이 어딘가 개구멍 있기 마련이라

그 담벼락 따라 오솔길 따라가 보니 그 벼랑이 끝나는 지점이 역시나 개구멍이었다.

덕분에 아무도 없는 유적을 혼자 빈둥거리며 잘도 구경했다.

아쉽게도 볼품은 없었다.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살핀 유적



이제 나올 시간.

한데 나처럼 이곳을 찾아온 미국인 커플이 잠긴 문을 원망하며 돌아서려는 것이 아닌가?

그런 그들을 안쪽에서 내가 불러 세워 블라블라 하니 그네도 내가 개발한 개구멍 타고 내부로 침입했으니

바톤 터치하고선 나는 유유히 현장을 떠나 다시 나폴리오로 귀환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올림피아로 가서 사흘을 그곳을 터잡고 돌 생각이다.

하도 부려먹어 앵꼬난 차 기름도 만땅을 도로 채워놨다.

결론은 애초 계획한 스파르타 공략은 얼추 다했다다.

아크로폴리스를 보지 못해 아쉽지만 훗날 혹 기회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내일도 긴 여정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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