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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諸葛亮, 충신보다는 냉혹한 법가法家 2006.03.29 06:39:14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후한 왕조가 위魏·촉蜀·오吳의 삼국으로 분열되어 천하제패를 위해 쟁투하던 시대의 한복판을 살다간 제갈량諸葛亮(181~234)은 언제나 충신으로 빛을 발했다. 적벽부赤壁賦가 음주학(飮酒學)의 고전이라면, 그의 출사표出師表는 동아시아 '보스학'(boss學)의 원천이었다. 누구나 임금을 향한 충(忠)을 논할 때면 출사표를 들었다. "신(臣)은 본래 남양(南陽)에서 밭이나 갈던 농민으로서 난세에 그럭저럭 목숨이나 부지하려 했을 뿐 제후에게 빌붙어 현달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선제先帝께서 신의 비천함을 꺼리지 않으시고 몸소 지체를 낮추시고 세 번이나 신의 초가집에 왕림하시어 오늘의 천하대사天下大事를 물으셨습니다." 저 유명한 삼.. 2023. 2. 11.
마누라 자식은 남편 아버지가 빨리 죽었으면 한다고 폭로한 한비자韓非子 2002.02.26 17:50:01 「한비자」 국내 최초 완역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권력이란 군주에게 연못과 같으며 신하란 그 권력 속의 물고기와 같다. 물고기가 연못에서 튀어나오면 다시 붙잡을 수 없다. 군주가 권력을 신하에게 빼앗기면 다시 돌려받지 못한다" "후비(后妃)나 부인, 태자는 군주가 빨리 죽었으면 한다. 그러므로 자기 죽음을 이(利)로 취할 수 있는 자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할 수는 없다" 군주는 어항에 든 고기처럼 신하를 철저히 가둬두어야 하며 부자(父子)나 부부 관계도 이익으로 연결돼 있다고 선언하는 이 말은 「군주론」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를 냉혹한 계약관계로 파악한 장-자크 루소가 한 말도 아니다. 기원전 233년, 젊은 날 순자 밑에서 동문수학했던 승상 .. 2023. 2. 11.
왕충王充, 참위讖緯를 거부한 리얼리스트 2005.08.17 17:09:50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전한(前漢)과 후한시대는 사상사 혹은 종교사적으로는 참위(讖緯)의 전성시대였다. 이 시대 제왕 중에서도 후한 왕실 개창주인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는 그 열렬한 신봉자였다. 그가 한 왕실을 복권한 지 2년 뒤인 건무(建武) 3년(서기 27)에 태어나 70년 정도를 살다간 왕충(王充)이 살던 후한(後漢) 초기는 특히 더 그랬다. 이 중에서도 점성술과 결합한 일종의 신비적 예언술인 참위는 합리주의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용납하기 매우 힘들었다. 환담(桓譚. BC 24-AD 56)이란 사람은 그것을 반대하다가 광무제에게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나아가 참위설은 거의 필연적으로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 혹은 천견설(天譴說)과 연동된다... 2023. 2. 11.
회남자淮南子, 한대漢代 황로학의 보고寶庫 2004.05.26 09:53:21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당송팔대가 중 한 명인 한유(韓愈)는 '원도'(原道)라는 글에서 요·순·우·탕·문왕·무왕·주공·공자·맹자로 이어지는 유가 계통론을 확립하면서 당시까지 중국 학술사를 다음과 같이 개괄했다. "주(周)나라 도가 쇠미해지고 공자가 돌아가시자, 진나라 때는 책이 불태워졌으며 한대에는 황로(黃老)가 성행했다." 그렇다면 한대를 지배했다는 황로학이란 무엇인가? '황로'란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앞 글자를 딴 말인데 이미 전한시대 역사인 「사기」에서 보인다. 황제나 노자의 역사적 실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없지 않지만 두 인물은 도가철학에서 조(祖)와 종(宗)을 이루는 양대 산맥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앞세운 황로학이란 무엇일까? 쉽게.. 2023. 2. 11.
관자管子, 고대중국의 그랜드 디자인 2007.01.02 11:34:33 국내 최초 완역본 선봬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997년을 기점으로 서울 송파구 소재 고대 평지토성인 풍납토성이 본격 발굴되기 이전, 이곳이 한성漢城 도읍기 백제의 왕성王城 자리가 될 수 없다는 결정적인 근거 중 하나가 한강이라는 큰 강 바로 인접 지점에 위치한다는 지정학적 조건이었다. 툭하면 홍수를 만나는 곳에 어찌 한 나라의 도읍을 정할 수 있겠는가라는 반론이 실로 그럴 듯하게, 그것도 이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 사이에 통용된 적이 있었다. 전국시대에 완성된 '관자管子'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무릇 도읍은 큰 산 아래가 아니라면 큰 강 가에 세워야 한다."(凡立國都, 非於大山之下, 必於廣川之上) 관자 중에서도 '승마乘馬'라는 제목이 달린 편篇 .. 2023. 2. 11.
절대 법치法治와 절대 부국강병을 외친 상앙商鞅, 마키아벨리 대척에 선 신성 군주의 창시자 2005.02.23 10:33:24 법가철학 전공 장형근 교수 '상군서' 내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적어도 공자 이후 중국이 주축을 이룬 동아시아 사상사 2천500년, 특히 제왕학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외유내법外儒內法. 겉으로는 공자를 들먹이며 인의仁義를 부르짖었으나, 그들이 실제로 추구한 것은 부국강병의 법가法家였다. 공자가 몰沒한 지 약 1세기 뒤에 태어난 맹자. 한 수 배우고 싶다 해서 불원이천리不遠而千里해서 달려가 만난 양梁 혜왕惠王이 "노인께서는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롭게 해 줄 수 있겠소"라는 말로 조언을 구하자, 대뜸 "왕께서는 하고 많은 말 중에 하필 이익을 떠드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는 말로 심한 무안을 주었다. 걸핏하면 인의를 논하며, 툭하면 아무도 증명할 수.. 2023. 2. 11.
2023년도 학예연구직 공무원 임용시험 정보[경남,전남,제주,경북,충북] 올 해도 어김없이, 학예연구직 공무원 채용시험 공고가 하나, 둘 올라오고 있습니다. 2023. 2. 10일자 기준으로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도, 경상북도, 충청북도의 2023년도 지방직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시험 공고 중 학예연구직 채용 부분만 발췌했습니다. 시험과목, 전공,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같이 링크 첨부한 해당 기관 홈페이지 시험정보 게시판의 공고문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1) 경상남도 : 3명(도 1, 의령 1, 고성 1) 일자리경제 > 채용정보 > 공무원채용정보 > 시험계획 (상세보기) - 경상남도 대표 홈페이지 (gyeongnam.go.kr) 일자리경제 > 채용정보 > 공무원채용정보 > 시험계획 (상세보기) - 경상남도 대표 홈페이지 2023년도 제2·3·4회 경상남도 지방공무원 임.. 2023. 2. 10.
연합뉴스 K컬처아카데미 여행자학교 3기 모집 연합뉴스 여행자학교가 2023년 봄 연천 한탄강역을 출발해 알프스산맥을 넘어 프랑스와 독일, 폴란드, 아이슬란드까지 달려가는 50인승 「환상특급열차」를 운행합니다. 자타 공인 각 분야 최고 전문가 열두 분이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줄 열차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딛고 선 땅 속 저 아래 지질세계 탐험과 인류 출현 이전 쥐라기를 지배한 공룡 세계 탐구를 필두로 알프스산맥 아이스맨, 프랑스 속살, 독일 가곡과 오페라, 전범국 독일을 무릎 꿇게한 폴란드의 관용정신, 아이슬란드 오로라를 만나고자 합니다. 팔도유람 코너를 마련해 경복궁과 인근 봄꽃 출사와 전북 고창 청보리밭에서 추억 만들기, 전통주 맛기행과 같은 국내선 하행열차 편도 준비했습니다. 코로나 굴레를 벗어나 처음 맞이한 봄나들이를 .. 2023. 2. 10.
GPT와 ChatGPT GPT 뭔지 공부함. 말 그대로 옮긴다면 생성(G) 사전훈련(P) 변환기(T) 방식의 AI이다. 도대체 뭘 생성하고 뭘 변환한다는 것이냐? 자연어(NL)을 생성한다. '변환기'란 인공신경망 모형을 그냥 그렇게 부른다. [G]enerative는 주어진 질문으로 첫번째 단어 출력을 생성하면 그것이 다시 입력으로 들어가 두번째 단어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discriminative는 입력만으로 출력을 결정한다. [P]retrained는 특정한 목적에 맞춰 train된 건 아니지만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훈련했다는 뜻이다. 사람으로 치면, 전문대를 보낸 게 아니고 일반대를 보낸 셈. 그래서 당장은 특정한 일에 좀 둔해도 일반적인 의미를 잘 파악하고 상식이 풍부하다. 향후 훈련에 따라 특정한.. 2023. 2. 10.
인문학은 챗 GPT에 주목하라 지금 챗 GPT로 난리인데 인문학은 너무 조용한 듯... ? 이것 폭발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지금까지 나오는 논문을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정도의 위력이 있는 것인데, 특히 자료의 수집, 분석, 결론 도출을 주 업무로 삼는 인문학 논문은 챗 GPT이 좋은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다. 딱 챗 GPT의 적성에 맞는 업무라 이 뜻이다. 챗 GPT가 학계 전체를 뒤 흔들 날이 머지 않았는데, 첫 타겟 중 하나가 인문학이 될 것임. P.S.) 오늘 필자는 Springer Nature 사의 잡지 몇 개의 편집자로 뛰는 인연으로 메일을 하나 받았다. 학술지들이 챗 GPT 때문에 난리라는 것. 그리고 조만간 이런 류의 AI tool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 그 기준에 대해 조만간 편집자들에게 알려줄.. 2023. 2. 9.
《안씨가훈顔氏家訓》에서 만난 최치원 자주 이용한다 해서 혹은 책이나 논문 쓸 때 요긴하다 해서 서재 숙직실에 가까이 꽂아둔 책 일부다. 보다시피 난 잡탕이다. 여러 번 말했듯이 난 《안씨가훈顔氏家訓》을 혹닉한다 할 정도로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집구석에는 저 번역본으로 국내본 네 종류, 일본어 역본 1종류,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 나온 주석본이나 교감본 여러 종을 구비했다. 저걸 붙잡고 있다 보니, 그에서 어딘가 익숙한 구절이 있어, 그가 바로 최치원임을 알고는 라는 논문 하나를 걸신 걸린 듯 쓴 일도 있다. 저에서 안지추는 후손들한테 어떤 기예 하나 잘 하는 일로 소문나지 마라고 가르친다. 글씨 잘 쓴다 소문 나면, 평생 남의 비문 써 주다 볼짱 다 본다 했다. 놀랍게도 최치원이 사산비명에서 저 구절을 인용하면서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 2023. 2. 9.
제주 양수선설養水仙說 제주라는 고장에는 예부터 수선화가 많이 자라난다. 오래 전 제주 사람들은 이를 천히 여겨 말이나 먹는다 하였으나, 서울 사람들이 그 자태를 사모하여 즐겨 완상하였다. 세 꽃잎과 세 꽃받침이 노란 꽃술을 받친 모습을 일러 금잔옥대金盞玉臺라 하니 꽃대가 올라와 망울을 틔우면 아름답기 그지없으나, 돌틈 아무곳에서나 흔히 자라고 피어나며 먹을 수도 없으니 천히 여긴 것이다. 내가 이곳에 내려와 수선화를 길러 보고자 하였다. 완당阮堂을 흉내내고 싶어서였달까.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구근 몇 촉을 구했다. 몇은 바깥에 심고 몇은 화분에 심어 안에 두었다. 화분에 심은 수선에는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가며 나름 정성을 들였고, 바깥에 심은 수선에는 밑거름과 물을 살짝 주었을 뿐 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며칠이나 지났을.. 2023. 2. 9.
국립제주박물관 고전번역총서 서비스 개시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고도서를 번역 출간해 세상에 알리는 '고전총서'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작년에 번역 용역을 수행하고 논고를 덧붙여서 발간했습니다만 여러 사정이 있어 이제야 누리집에 올립니다. 1893년, 제주에서 서울로 가다가 표류한 끝에 오키나와(류큐)에 다다른 한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드리고 싶지만, 비매품으로 소량만 인쇄했기 때문에 요청에 다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ㅡㅡㅡ 링크를 다시 걸었습니다. https://jeju.museum.go.kr/_prog/book/ 국립제주박물관 jeju.museum.go.kr 2023. 2. 9.
고려 묘지명 최고 인기 작가는 누구? 고려 후기 묘지명은 한 30%가 목은 이색(1328-1396)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목은의 글이 많다. 물론 그가 워낙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글을 받아 망자의 가는 길을 보다 영광스럽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이색이 정치가이자 관료이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그에게 서로 다른 가문의 행장들을 봐가면서 이렇게 많은 산문을 쓸 시간은 있었던가 의문스럽다. 혹 아들이나 제자에게 대필을 시키지는 않았을지, 틀을 갖춰놓고 그에 맞춰서 필요한 표현이나 사건들을 끼워맞춘 것은 아닐지 궁금해지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라도 과연 있을까. *** 편집자注 *** 글, 특히 비문 잘 쓴다 소문나는 일이 달갑지만은 않아 거꾸로 생각하면 얼마나 큰 고통이겠는가? 첫째 거짓말을 해야 한다. 묘지명이.. 2023. 2. 9.
[2023 시카고 풍경] (6) 커피!! 커피를 주세요! by 장남원 커피에 문외한이지만 그냥 좋아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 내외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자기 전에 마시고 싶을 때도 있다. 지나치게 탄 맛이 나지 않는, 너무 산미가 강하지 않은 신선한 커피라면 모두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s4PpNlO_ZCs 눈이 내리던 주말 아침. 바람도 사선으로 불었다. 이럴 때 시카고에서는 모자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우산 쓴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다. 커피를 애호하는 한 친구가 시카고에 가면 들러보라 한 곳들이 생각났다. 시카고가 본산이며 미국 3대 커피 중 하나라는 ....그리고, Fresh Roasted Coffee | Intelligentsia | Illuminating Coffee Thoughtfully sourced.. 2023. 2. 9.
지금 보는 일본의 이미지는 메이지 이후 창조됐다 일본문화의 많은 특징은 그 씨앗이 개항 이전 에도시대에도 있기는 했지만 많은 부분이 메이지 이후 새로이 창조되고 정리되고 윤색된 것이다. 조선과 비교하여 에도시대 일본이 상업적으로 융성하고 지적인 면에서 대 역전극을 이뤄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 차이를 어마어마한 것으로 만든 것은 메이지 이후, 조선이 식민지화하면서부터이다. 이 시기에 일본은 전통적인 아시아와는 다른, "유럽사와 매우 비슷한 역사를 경과한" 것으로 포장되었는데, 이 포장지를 우리 인문학자들이 벗겨야 할 때이다. 이런 작업을 할 만한 실력이 안된다면 극일이라는 둥 반일이라는 둥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 P.S.) 일본이 이랬다던가 저랬다던가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딱 잡아서 그 사실이 맞다는것은 어떻게 아는가?.. 2023. 2. 8.
[2023 시카고 풍경] (5) 시카고미술관 한국실 by 장남원 시카고미술관 한국실은 작다. 아시아 갤러리 도입부에 몇 개 진열장이 전부다. 그래도 중국이나 일본실로 들어가려면 한국라운지를 거쳐야 한다.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가 전시 위주이고 유수 현대 도예가 작품도 자리한다. 그 외 수장 현황을 보면 삼국시대 토기에서 백남준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를 걸친다. 수장고에서 한국도자기들을 더 볼 수 있었는데 대체로 우수한 청자이고 청화백자 가운데도 중요한 유물이 있다. 전체 한국 컬렉션 70% 이상은 고려청자. https://www.artic.edu/collection?q=korea&fbclid=IwAR1EHIsZu1A9rY4l0Nbbowko2YeLNGOpUkPC3VcKrXuNY5A1c-or_vWFeS4 우리 눈에 익숙한 고려후기 편호와 매병도 눈에 띄었다. ht.. 2023. 2. 8.
아카데미라는 말, 그리고 K컬처아카데미 플라톤 이래 아카데미 arcademy 라는 말은 근엄해서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무식의 상대편에 서서 그것을 질타하는 장벽과 같은 구실이 하므로 그 문으로 들어서는 일정한 장애로 작동하기도 한다. 연합뉴스에서 K컬처를 앞세운 아카데미를 표방하며 그 일환으로 여행자학교와 광화문사진관(사진과 미술)이라는 두 개 강좌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그 시행자로서 부닥치는 문제 중 하나 바로 저 장벽이다. 아카데미라 하니깐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나는 아는 게 없는데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주저함이 왜 없겠는가? 더구나 그것을 펼치는 이른바 강사들은 이른바 사계에서는 권위를 구축한 이가 많아 저런 고급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들을까? 혹은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는 없.. 2023. 2. 8.
일본학회 참석 유감 일본애서 열리는 학회를 오래간만에 참석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제대로 된 해외 학회 참석은 처음인데 오래간 만에 나오니 기분이 새롭다. 각설하고. 이제 한국학계도 80년대식 극일주의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정상적인 국가간 학문교류로도 밀리지 않고 교류가 가능한데 굳이 과거 식민지와 제국주의 국가 사이의 감정 찌꺼기를 학문에 끌고 올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사에 관련해서는 필요한 것은 논리이지 정치논리에 입각한 구호가 아닌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반일이라는 구호 하나만 제대로 걸면 무논리도, 수준미달도 모두 용서되는 시대는 우리가 알아서 접는 것이 옳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도 한국 수준이 이미 충분히 높아졌다고 본다. 2023. 2. 8.
로마 vs. 경주 로마엔 로마가 없다. 로마엔 로마제국을 증언하는 위대한 유산이 그득그득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라 그 편린은 고작 앙상한 콜로세움과 그나마 온전에 가까운 판테온, 그리고 꺼풀데기 겨우 유지한 산탄젤로 정도만 있을뿐 우리가 아는 로마제국은 모조리 땅속 10미터에서 헤집어낸 잔해뿐이다. 그 겨우 남은 잔해 아시바 짜고 해서 이리짜고 저리짜고 박박 계우 기워서 이것이 로마라고 선전할 뿐이다. 로마에 남은 로마보다 경주에 남은 신라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 아는가?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경주가 남긴 신라 역시 후대 무수한 보수 땜질이 있기는 하지만, 또, 로마에서 그런 것처럼 황룡사 터니 사천왕사 터니 해서 땅속에서 억지로 끄집어낸 것이 적지 않기는 하지만, 로마가 로마라 선전하는 .. 2023. 2. 8.
강진에 붕괴한 튀르키예 땜질은 이제 관광의 손에 [튀르키예 강진] 2천년 고도·중세성채…문화유산도 속절없이 '와르르'(종합) 임화섭 / 2023-02-07 19:56:04 로마시대 가지안테프성·13세기 알레포 성채·십자군 요새 '문화의 시루떡' 역사 중심지…유네스코 등 국제사회 큰 우려 https://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78976660211 또 말하지만 위대한 유산은 없다. 순전히 요행이라 훌륭한 기술이 구사되었디 해서 살아남은 유산은 없다. 제아무리 위대한 건축유산이라한들 저러 자연재앙에 버텨낼 재간이 있겠는가? 무수한 땜질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의 밑거름이다. 그 무수한 땜질에 겨우 버팅기며 오늘에 이르렀을 뿐이다. 그 땜질을 결정하는 원천은 시대별 소임이 따로 있어, 예컨대 성채만 해도, 그것이..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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