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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팍 파고드는 이 애환, 누가 알아주리? 한시, 계절의 노래(213) 기해잡시(己亥雜詩) 96 [淸] 공자진(龔自珍) / 김영문 選譯評 어렸을 땐 검술 익히고퉁소 즐겨 불었건만 서린 검기와 그윽한 정하나 같이 사라졌다 황량한 마음으로귀향 길 배를 탄 후 오늘 아침 밀려오는온갖 애환 누가 알랴 少年擊劍更吹簫, 劍氣簫心一例消. 誰分蒼凉歸櫂後, 萬千哀樂集今朝.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무협소설의 지존 김용(金庸)을 생각하다가 문득 옛날에 쓴 글 한 편이 생각났다. 혼란한 청말에 새로운 시대를 꿈꾼 공자진(龔自珍)의 『기해잡시(己亥雜詩)』에 대한 서평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기해잡시』를 번역하고 평석(評釋)한 최종세의 『기해잡시평석(評釋)』(도서출판 月印, 1999)에 대한 생기발랄한 리뷰였다. 내가 보기에 중국 근대 문인들의 협기(俠氣)는 공자진.. 2018. 11. 2.
모철민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발탁 2010년 8월 13일, 대통령 이명박은 차관급 인사 2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에서 초미의 관심은 이른바 왕차관급이라 해서 실세로 꼽히던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행보였으니, 이 인사에서 그는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방부 차관에는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발탁됐다. 박영준이 자리를 비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는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정운영1실장이 승진기용됐으며,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에는 안상근 전 경남 정무부지사가 내정됐다. 더불어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를 보좌하는 특임차관에는 김해진 전 코레일 감사가, 기획재정부 2차관에는 류성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내부 승진했으며, 외교안보연구원장에는 이준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가 발탁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에는 설동근 전 .. 2018. 11. 2.
찰갑 출토 강릉 초당동 4세기대 신라 토광목곽묘 강릉 초당동에서 4세기대 신라시대 찰갑(札甲)이 나왔다. 이를 요약 정리한 소식은 아래 우리 공장 기사를 클릭하라. 강릉서 완전한 형태의 4세기 신라 미늘갑옷 확인이에 이에서는 보도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다시금 정리해 소개하려 한다. 토대는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재단법인 강원고고문화연구원(원장 지현병)이 오늘 문화재청을 통해 배포한 '강릉 초당1처리분구 하수관로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 전문가 검토회의 자료'다. 이에 의하면 이번 조사는 강릉시(건설수도본부)에서 초당동 일원 노후화한 하수관로를 정비하고자 ‘초당1처리분구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계획하면서 발판을 마련했다. 이 지역이 널리알려졌듯이 유적, 특히 신라시대 고분이 밀집하는 곳인데다 국가사적 제490호 ‘강릉 초당동 유적’ 주변이라, 사업에.. 2018. 11. 1.
마른비처럼 쏟아지는 낙엽 한시, 계절의 노래(212) 낙엽(落葉) [宋] 애성부(艾性夫) / 김영문 選譯評 맑은 서리 즈믄 숲 마르게 하니 누런 잎이 만 가지 춤 추려 하네 한밤 내내 북창에서 잠 자는데 마른 비 오는 소리 우수수 들리네 淸霜槁千林, 黃葉欲萬舞. 一夜北窗眠, 瀟瀟聽乾雨. 서리 맞은 단풍 잎은 이제 곧 천지 간을 휘돌며 찬란한 춤을 출 것이다. 양만리에 의하면 그건 하늘 술을 훔쳐 먹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는 단풍의 취후(醉後) 난무(亂舞)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술주정에 어찌 밤낮이 따로 있던가? 하지만 단풍잎의 술주정은 폭언과 폭행이 아니다. 천지를 가득 채우는 오색 춤사위와 창 너머 들려오는 쓸쓸한 비 소리다. 그 비 소리에는 물기가 없다. 마른 비 즉 건조한 비다. 그것도 민폐라면 민폐다. 사람들의 마음.. 2018. 11. 1.
더는 쓸 곳 없어 단풍에 적네 한시, 계절의 노래(211) 홍엽(紅葉)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시인은 뱃속 가득 맑은 우수 품어 천 편 시 토하고도 멈추려 하지 않네 벽마다 가득 썼지만 더는 쓸 곳 없어 붉은 잎에다 가까스로 가을 시를 적어보네 詩人滿腹著淸愁, 吐作千詩未肯休. 寫遍壁間無去處, 卻將紅葉強題秋.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국화꽃 저버린/ 가을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길 가의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 2018. 11. 1.
치매 vs 노망, 싱글맘 vs 애딸린 과부 '치매(癡呆)'라 하지만, 이게 얼마전까진 '노망'이었다. 요샌 라틴어에서 유래한 영어를 아예 갖다가 '디멘샤(dementia)'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싱글맘'이라지만, 이게 순한국어로는 '애딸린 과부(혹은 처녀)'다. '치매' 혹은 '싱글맘'이 선호되는 까닭은 그 반대편에 위치한 다른 표현들인 '노망'이나 '애딸린 과부(처녀)'가 주는 공격성을 상대적으로 둔화하기 때문이다. 뭐 그렇잖나? '노망' 혹은 '애딸린 과부(처녀)'라 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비하가 그득한데, 그에 견주어 '치매'는 어쩐지 교양 좀 있어 보이고, '싱글맘'은 모더니스틱까지 하니 말이다. 이와는 결이 약간 다르긴 하나, '위안부(慰安婦)'라는 말은 그 자체 참으로 기분나쁜 말이거니와, 그래서 이에 대한 영어 표현을 보면 항상 "c.. 2018. 11. 1.
「5ㆍ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 보도일시 배포 즉시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배포일시 2018. 10. 31.(수)총 11쪽(붙임 6쪽 포함)담당부서여성가족부권익정책과 이남훈 과장(02-2100-6381), 이정현 사무관(02-2100-6468) 국가인권위원회군인권조사과 김철홍 과장(02-2125-9660), 박은정 조사관(02-2100-6287)국방부인권담당관실 이주용 과장(02-748-6830), 우광제 중령(02-2100-6284) 「5ㆍ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조사 결과 발표-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등 다수의 여성인권침해행위 발견 - ▪ 상담ㆍ접수 12건,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45건, 문헌 12건 등 발견 ▪ 향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자료 이관, 추가 조사 예정 □ 여성가족부(장관 진선.. 2018. 11. 1.
한결같이 팍삭 늙은 패구나무 조선 순조 연간에 김녕김씨 중시조이며 단종복위 운동에 가담해 순직한 백촌 김문기 선생을 배향한 섬계서원剡溪書院이 이 종족 집성촌 중 한 곳인 지금의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양지마을 산기슭에 들어섰으니, 그 축대 서쪽에 기댄 이 노거수老巨樹를 내가 어릴 적에, 그리고 동네서는 지금도 패구나무로 부른다. 개똥이 삼룡이처럼 이 나무를 특정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 수종을 일컬어 이리 부르는 것이다. 이 나무가 지난주에 이런 모습이었으되 지금은 아마도 저 노랑잎 다 떨어뜨리곤 앙상하게 변했을 것이다. 그때 이미 바람 한 번 불때마다 쏴쏴 하며 서로 비비는 소리를 지르며 수백 이파리가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이 패구나무는 특징이 울퉁불퉁이다. 곧게 자라는 법이 없어 비뚤비뚤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 2018. 11. 1.
무협지의 대부 김용,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중국 현대문학의 거인 오늘은 긴한 개인 사정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는 지방을 다녀왔다. 출발에 앞서 페이스북 포스팅을 훑어보는데 중문학도 김영문 선생 포스팅에서 다음 글을 접했다. ***진융이 세상을 뜨다***진융(金庸), 김용이 세상을 떠났다. 와룡생 등의 구무협지를 신무협지로 되살려 낸 소설가다. 내가 1997년 베이징대학에서 방문학자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곳 대학원에 [진융소설연구]라는 과목이 개설되었다. 담당교수는 옌자옌(嚴家炎)이었다. 이 분 강의의 특성은 꼼꼼하게 써온 강의안을 강단에 앉아서 아무 요동도 없이 읽는 것이었다. 나는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스펙터클을 기대했지만 옌자옌 선생님은 앉아서 노트를 읽는 외에 별다른 공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진정한 고수의 풍모일까? 그러나 단 한 마디 언급은 지금도 뇌리에 남.. 2018. 10. 31.
애끓는 청남대서 꼭 가야 한다는 윽박은 없었다. 그래도 이맘쯤 본 그곳이 하도 강렬해 그저 보고싶었노라 말해둔다. 다만 그때랑 조금은 다른 코스를 골랐으되 여전히 대청호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청주 시내에서 대청호를 향해 달리다 왼편으로 다리 건너 대통령 별장인지 뭔지 있다는 청남대 방향으로 튼다. 햇볕 은어처럼 튀기는 호수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나니 숲 터널이다. 그 위상 녹록치 않은듯 해 차 세울 만한 곳에 잠시 똥차 주차하곤 내가 갈 길, 내가 지난 길 번갈아 본다. 노랑 물결이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한다. 이 무렵 저 빛깔은 물림 질림이 없다. 권태 나른과도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근자 나를 옥죈 그 어떤 휴밀리에이션 humiliation도 없다. 호수 역시 말이 없다. 빛 등진 수면은 그 멋대로, 그 반대편은.. 2018. 10. 31.
"내 문장은 한 글자도 손 못댄다"는 고봉 기대승 어우담(於于談)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그의 야담 필기류 집성집인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채록한 증언 중 하나다. 문장을 하는 선비는 간혹 누가 그 문장의 문제점을 말하면 기뻐하면서 듣기를 즐겨하여 물이 흐르듯 그것을 고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발끈 화를 내면서 스스로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고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고봉 기대승은 문장으로 자부해서 다른 사람에게 굽히지 않았다. 지제교로서 왕명을 받들어 지어 올리는 시문에서 승정원 승지가 그 문제점을 표시하여 지적하면 그것을 가져온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며 꾸짖고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文章之士, 或言其文之疵病, 則有喜而樂聞, 改之如流者, 或咈然而怒, 自知其病而不改者. 奇高峰大升, 自負其文章, 不肯下人. 以知製敎, 進應敎之文, 政院.. 2018. 10. 31.
Changdeokgung Palace 昌德宮, Seoul 2018. 10. 31.
폭군은 몰아내고 처단해야 한다 제齊 선왕宣王이 맹자한데 물었다."(제후인) 탕湯이 (천자인) 걸桀을 몰아내고, (역시 제후인) 무왕武王이 쳐들어가서 (천자인) 주紂를 처단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맹자가 대답했다."전해오는 말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왕이 말했다."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 가한 일입니까?"맹자가 말했다."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며, 이런 잔적殘賊한 사람을 단지 한 놈이라고 할 뿐입니다. 그 한 놈 주를 주벌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齊宣王問曰:「湯放桀,武王入伐紂,有諸?」孟子對曰:「於傳有之。」曰:「臣弒其君,可乎?」曰:「賊仁者,謂之賊;賊義者,謂之殘,殘賊之人,謂之一夫。聞誅一夫紂,未聞弒君也。」 (《孟子》 梁惠王章句下) 2018. 10. 30.
술 훔쳐먹고 벌개진 단풍나무 가을 산 두 수(秋山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1127~1206) / 김영문 選譯評 오구나무는 평소에노련한 염색공이라 서둘러 검푸른 색을선홍빛으로 바꿔놓네 어린 단풍 하루 밤새하늘 술을 훔쳐 먹고 취한 모습 가려 달라고고송(孤松)에 간청하네 烏桕平生老染工, 錯將鐵皂作猩紅. 小楓一夜偷天酒, 却倩孤松掩醉容. 어릴 적 가을 시골 앞산 뒷산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는 뿔나무와 옻나무였다. 뿔나무의 표준말은 붉나무인데 나무 이름 그대로 가을 산을 붉게 장식하는 대표적인 가을나무다. 옻나무 단풍도 뿔나무에 못지 않다. 이 두 나무는 생긴 모양도 비슷해서 초보자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선홍빛에서 검붉은색으로 물드는 옻나무와 뿔나무 단풍은 가을산을 불태우는 주인공이지만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처럼 크고 높게.. 2018. 10. 30.
쌍둥이 자매가 일으킨 풍파, 숙명여고 그 터를 찾아 각중에 생각이 났다. 어딘가 익숙한 데라는 생각이 미쳤다. 바로 우리 공장 앞마당이었다. 우리 공장 연합뉴스 수송동 사옥과 조계사 사이에 위치하는 작은 공원이어니와 정식 명패도 없으나 이곳이 위치한 동 이름을 따서 보통 수송공원이라 부른다. 사방으로 저들 외에도 고층건물이 둘러쌓으니 코리어리 대한재보험과 목은 이색을 중시조로 삼는 한산이씨 대종친회 건물, 서울지방국세청, SK건설, 서머셋호텔 등등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지금은 좁디좁은 이곳은 녹록치 아니한 역사의 현장이라 중동학교가 있었고, 신흥대학이 있었으며 보성사도 있었고, 화가 고희동과 안중식도 이곳을 터전 삼았는가 하면, 대한매일신보가 태어난 곳도 이곳이다. 이곳은 또한 숙명여고가 1980년, 강남 개발 붐을 타고서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략 .. 2018. 10. 30.
대중스타와 미디어, 수지를 만난 날 언젠가부턴 내가 그날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 패턴 중 하나로 내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 우선 '과거의 오늘'을 죽 훑어보는 버릇이 들었으니, 그러는 까닭은 괜한 회한 추억에 잠기기 위한 청승보다는 실은 그에서 혹 지금의 내가 건질 것이 없나 하는 이삭줍기 심정이 더 크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내지르는 타입이라, 그때그때 생각나는 바를 그런 데다가 싸질러놓는 일이 많고, 그런 것 중에 지금 보아도 여전히 쓸 만한 곳이 아주 가끔 발견되거니와, 그것을 건져내어 다른 데다 써먹을 요량으로 되새김질을 하는 버릇이 들었다. 한데 이런 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이런 사진을 만난다. 촬영 혹은 게재시점을 보니 2013년 10월 30일 오늘이다. 딱 5년 전이요, 주인공은 걸그룹 미쓰A다. 뭐 A를 그룹명에 박은 까닭이.. 2018. 10. 30.
단풍 바다 창덕궁과 후원 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 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 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길 청단풍 무성하다. 단풍이 덜 들었다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 청단풍이라 그렇다며 실망하긴 이르다 달래며 숲길 통과한다. 주합루로 들어서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글쎄 기다려 보라 하지 않았던가 핀잔한다. 이구동성 왜 비원인가 적이 동의하는 듯 하니 내 어깨 괜히 들썩인.. 2018. 10. 29.
임금을 엎어버리는 배 전국시대 말기 유가儒家 계열 사상가 순자荀子가 전대 문헌에 보이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순자荀子》 왕제王制 편에 보인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则载舟, 水则覆舟. 이를 근자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박근혜를 탄핵하고, 감옥에 집어넣어버린 촛불혁명이다. 순자가 인용한 저 문장, 4구체인데, 유독 庶人이라 슨 대목이 2음절이라 벗어난다. 혹 民 혹은 臣 정도 단음절 글자인데 후대에 바뀐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2018. 10. 29.
두 줄기 눈물 보태 흘려보내는 강물 서쪽으로 위주를 지나다 위주를 보고서는 진천이 생각나서[西過渭州見渭水思秦川] [唐) 잠삼(岑參·715~770) 위수는 동쪽으로 흘러가다 언제쯤 옹주땅에 다다를까바라건대 두 줄기 보탠 눈물 고향으로 흘러갔음 한다네 渭水東流去,何時到雍州。憑添兩行淚,寄向故園流。 출전 : 《전당시全唐詩》·권201이로 보건대, 잠삼 고향 집은 옹주에 있었나 보다. 지금의 서안 인근이다. 이 시는 《김풍기 교수와 함께 읽는 오언당음五言唐音》(교육서가, 2018)에서도 실렸으니(286~287쪽) 참고 바란다. 2018. 10. 28.
주인은 산에 가고 개새끼만 날 반기네 국화담 주인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尋菊花潭主人不遇] [唐] 맹호연孟浩然(689∼740) 발걸음 국화담에 이를 즈음 마을 서쪽으로 해 이미 기울었네 주인은 중양절 맞으러 산에 가고 닭이랑 개만 부질없이 집 지키네 行至菊花潭, 村西日已斜. 主人登高去, 雞犬空在家 2018. 10. 27.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李孝石, 1907~1942)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언만, 날마다 시중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 제일 귀찮은 것이 벽의 담쟁이다. 담쟁이란 여름 한철 벽을 온통 둘러싸고 지붕과 연돌(煙突)의 붉은 빛난 남기고 집 안을 통째로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 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벽에 메마른 줄기를 그물같이 둘러칠 때쯤에는 벌써 다시 지릅떠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 그 낙엽이다. 가령 벚나무 잎같이 신선하게 단풍이 드.. 201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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