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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란? 중국 남조南朝 양대梁代 소명태자昭明太子가 편집한 중국 고대 시문 앤솔로지인 《문선(文選)》 권29에 수록한 작가 미상 19종 오언시五言詩를 지칭한다. 위진 이래 극성을 구가하는 오언시 기원이 된다 해서 그 문학적 의미가 대서특필된다. '古詩十九首'라 하지만 각 시에는 고유 제목이 없다. 《문선》과 거의 동시대에 편찬된 고대 연애시가집인 《옥대신영玉臺新詠》에는 19수 중 8수를 수록하면서 전한 무제 때 인물인 매승(枚乗) 작품이라 했지만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일반적으로는 후한 중기 이래 지식인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당시 민간 가요인 이른바 악부樂府를 기초로 해서 창작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는 노래를 염두에 둔 가사였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 제목이 없으니 편의상 그 첫 구절을 따서 제목을 삼아 구별하는 일이.. 2018. 11. 18.
면모 일신 용산 헌책방 뿌리서점 내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 제3정보 대대 카투사로 근무할 적인 1988년 처음 연을 맺은 용산역 인근 뿌리서점은 지금 자리가 아니라 그에서 직선거리로 대략 200미터 떨어진 곳이었고 그땐 또 지하도 아니라 지상 일층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지금 지하 자리로 옮긴 것인데 얼마전..예전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찾아보니깐 2016년 6월에 창업주가 쓰러져 임시방편으로 그 아드님이 물려받아 운영 중인데, 경영자 바뀌면서 서점도 일신을 변모해 책 창고 같은 내부 풍경도 사뭇 달라져 종래 발디딜 틈이 없던 공간도 대폭 책이 비면서 서가 사이로는 사람이 지나게 되었고 서가 역시 대폭으로 빈칸이 늘어났으니, 이는 이전엔 보지 못한 풍경이다. 이런 식으로 내부가 끼끗해졌으니 창업주가 보면 아쉬워하겠으나 새 술은 새.. 2018. 11. 18.
창기 출신 생과부의 한탄 "독수공방 어려워"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 두번째 '푸르디푸른 강가 풀[청청하반초·靑靑河畔草]'이다. 이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연애시 일종이거니와, 개망나니한테 시집가서 독수공방하는 신세를 한탄한다. 다만 공상난독수空床難獨守라 해서, 그 신세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암시를 하거니와, 모르겠다. 그리해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는지는. 푸르디 푸른 강가 풀 울창한 정원 버드나무 곱다란 누대 위 여인이해맑게 창문 앞에 섰네 아리따운 붉은 화장에 희디흰 손 내밀었네 옛날엔 창기였다가 지금은 개망나니 부인망나닌 나갔다 소식없어 빈 침대 지키기 어렵네 靑靑河畔草, 鬱鬱園中柳盈盈樓上女, 皎皎當窓牖娥娥紅粉女, 纖纖出素手昔爲倡家女, 今爲蕩子婦​蕩子行不歸, 空床難獨守 계절 배경은 봄이다. 강풀은 짙어오고 버드나무는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은 .. 2018. 11. 18.
그대 생각에 나는 폭삭 늙어버리고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는 한대漢代에 유행한 애절한 민가 모음이라, 이런 노래가 한둘이었겠느냐만, 개중에 더욱 애절하다 해서 남조南朝 양대梁代에 소명 태자가 그 방대한 시문 앤솔로지 《문선文選》을 편찬할 적에 유독 이 19수만 골라 채록했으니, 이 경우 고시란 그냥 옛날 노래라 여기면 만사 형통이다. 개중 첫번째가 '행행중행행(行行重行行)'이라, '가고가고 또 가고가다' 정도를 의미한다. 가고가다 또 가고가다 그대와 생이별했네요 떨어진 거리 만여 리 각자 하늘 끝에 있지요 갈 길 험하고 멀어 만날 날 언제일까요?북방 말은 북풍에 기대고 남쪽 새는 남쪽가지에 둥지 틀지요 떨어진 날 이미 멀고 허리띠는 날마다 느슨해지네요뜬 구름 햇빛 가리고 떠난 사람 돌아올 생각 없네요 그대 생각에 늙어만 가는데 세월은 홀연.. 2018. 11. 18.
나뭇잎 창 때리는 가을밤 산사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215) 호국사에서 가을을 읊다(護國寺秋吟) 여덟째 [宋] 백옥섬(白玉蟾) / 김영문 選譯評 별빛이 천 점반딧불 같고 구름은 한 쌍두루미 같네 외로이 시 읊으며추위에 잠 못드는데 떨어지는 나뭇잎휑한 창을 때리네 星似螢千點, 雲如鶴一雙. 孤吟寒不寐, 落葉打空窗. 절집은 청정하고 고적하다. 스님들은 티끌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불도에 매진한다. 가족, 연인, 친구를 떠나 진리를 탐구한다. 멀고도 깊다. 진실로 텅 비어 있지만 오묘하게 존재한다. 가을 밤 절집 지붕 위로 별이 쏟아진다. 늦여름 풀숲에는 반딧불이 찬란했다. 반딧불이 가득 덮힌 하늘에 하얀 두루미 한 쌍이 날아간다. 아니 흰 구름이다. 분별할 것도 없다. 청정함에는 추위가 묻어있고, 고적함에는 외로움이 배어 있다. 그 추위와 외로.. 2018. 11. 17.
백암사 쌍계루에 부친 정몽주의 노래 장성 백암사 쌍계루에 붙이는 노래[長城白嵒寺雙溪寄題] [高麗] 정몽주(鄭夢周·1337~1392) / 기호철 譯評 지금 시를 지어 달라는 백암산의 중을 만나니붓을 잡고 시구 읊조리며 재주 없어 부끄럽소청수가 누각 세워 비로소 훌륭한 이름이 났고목옹이 기문을 지었으니 값어치 더욱 더하네노을빛 저 멀리 어렴풋이 저무는 산이 붉었고달빛이 왔다갔다 흔들리는 가을 물이 맑구나오래도록 인간 세상에서 근심으로 애타는 고뇌언제나 옷자락 걷고서 그대와 함께 올라갈까 求詩今見白巖僧, 把筆沉吟愧未能。淸叟起樓名始重, 牧翁作記價還增。烟光縹緲暮山紫, 月影徘徊秋水澄。久向人間煩熱惱, 拂衣何日共君登。 이 시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권 36 장성현(長城縣) 불우(佛宇) 정토사(淨土寺)에 실려 있으며 《포은집(圃隱集)》 권2에 〈장성백암사쌍.. 2018. 11. 17.
무장읍성 비격진천뢰 발굴 뒷담화 한 단상 고창군 의뢰로 무장읍성을 연차 발굴 중인 호남문화재연구원이 올해 조사에서 비격진천뢰를 수습했다는 소식은 대략 한달 전쯤 접했으니, 당시엔 한두 점이었다. 그 무렵에는 좋은 것 찾았다. 언론 한 번 타겠다는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격진천뢰는 그 이름이 유명한 까닭에 더러 실물이 있을 법했지만, 고작 6점밖에 알려지지 않았으며, 익히 보도된 대로, 2점만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되었을 뿐, 그나마 파편 형태였던 까닭이다. 그러다가 사정이 일변한 것은 대략 보름전쯤이었다. 비격진천뢰가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그것이 단편으로 몇 점 수습된 인근 수혈 유구에서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그 사진을 보고는 첨엔 공룡알인 줄 알았다. 이젠 사정이 일변했다. 나는 현장을 비록 떠났지만 그래도 기자다. 기왕 좋은 발.. 2018. 11. 16.
그림 한 점이 천억원, 英작가 호크니 생존작가 최고가 그림 1점이 우리 돈 1천억원을 호가하는 시대다. 그것도 생존작가 그림이 말이다. 영국 출신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81) 회화 '어느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이 생존작가 작품 중에는 세계 최고가액에 팔렸다. 수영장을 배경으로 두 남자를 그린 이 작품은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천30만 달러(1천19억원·수수료 포함)에 팔린 것이다. 종전 생존 작가 최고액은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5천840만 달러(658억6천만 원)에 팔린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조형 작품 '풍선 개(Balloon Dog)'였다. 이번에 기록을 갈아치운 1972년 작 '예술가의 초상'은 경매 출품 당시에 이미 화제였거니와,.. 2018. 11. 16.
온몸으로 막아서는 백발 가을날 넋두리[秋日作] [朝鮮] 정철(鄭徹, 1536~1593) 산비에 밤새 대숲이 울고 가을벌레 침상에 오르네 흐르는 세월 어찌 하리오 자라는 백발 막지 못하네 山雨夜鳴竹, 草蟲秋近床. 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1, 2행 “산비 밤에 들자 댓잎을 울리고, 풀벌레 가을 되자 침상에 오른다.[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는 구절은 이미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백련초해(百聯抄解)》와 작자 미상의 《추구(推句)》에도 수록되어 애송되는 것인데, ‘草虫秋近床’이 ‘草虫秋入床’으로 되어 있다. (이 해설은 기호철 선생에 의한다.) 2018. 11. 16.
온산 나무가 걸친 소복에 뚝뚝 눈물이 흐르고 눈[雪] [朝鮮] 김병연(金炳淵·김삿갓) 천황이 붕하셨나 인황이 붕하셨나?이산 저산 온산 나무마다 소복차림내일 만약 햇빛 들어 문상을 한다면 집집이 처마에선 눈물 뚝뚝 흐를 터 天皇崩乎人皇崩, 萬樹千山皆被服. 明日若使陽來弔, 家家簷前淚滴滴. 김삿갓답다. 폭설에 천하가 잠기고 눈발 나무마다 쌓인 모습을 보고는 초상을 발상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수북하니 눈 쌓인 나무를 소복차림한 상주에 견준다. 하지만 내일이면 녹을 눈. 볕이 들자 눈이 녹고, 지붕 처마에선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진다. 상주가 흘리는 눈물인지, 조문객이 흘리는 눈물인지는 알 수 없다. 알아서 무엇하랴? 눈물임이 중요한 것을. 2018. 11. 15.
몽촌토성 북문지 일원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 자료집(2018.11.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 서울 몽촌토성을 연차발굴 중인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가 2018년 그 발굴조사 성과를 정리한 약보고서 원문이다. 이에 대한 요약 정리는 아래 기사를 클릭하라 몽촌토성서 회전교차로·포장도로·대형 집수지 발견 2018. 11. 15.
공룡알 같은 포탄 비격진천뢰 전국 읍성 중 아름답기로 고창 모양성 만한 곳 없고 그 객사 건물로 가장 잘 남은 곳 중 하나가 같은 고창군 무장읍성이라. 이 무장읍성을 고창군이 연차로 발굴정비를 기획하곤 발굴은 호남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한 바, 올해 조사에선 공룡알 같은 철포탄 11점이 쏟아지는 개가를 고했으니, 비격진천뢰가 그것이다. 오늘 그 발굴성과를 대국민한테 공개하는 바, 이번 발굴을 통해 비격진천뢰에 대한 조망이 본격화하길 기대해 본다. 2018. 11. 15.
수림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오늘 오후 수송동 우리공장에서는 올해 제6회 수림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 시행하는 상이니만치 이 자리엔 우리 공장 조성부 사장과 수림문화재단 유진룡 이사장이 참석해 김의경 작가를 시상했다.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윤후명 선생도 자리를 함께했다. 단짝을 잃은 유 장관은 시종 웃음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줄곧 얼굴이 어둡다. 뭐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기분 더럽다"는 한마디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 장관은 친구가 잠든 삼성병원으로 냅다 도로 갔다. 수상작가 김의경이다. 나도 기분 한번 내봤다. 수림재단 감사 최규학 전 문체부 기조실장도 재단 관계자로 참석했다. 형 역시 어제의 비보로 기분이 말이 아니다. 김작가는 《콜센터》로 수림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작가.. 2018. 11. 14.
참새 쫓는 늙은이, 새참 이고 물 건너는 아낙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확실히 산문에 일가를 이루었지, 그의 문명文名에 견주어 시는 몇 편 남기지도 않았으며, 실제 시 쓰는 일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가 시에 뛰어들었어도 일가를 이루었으리라 보니, 그런 낌새를 짙게 풍기는 작품이 그의 사후 그가 남긴 시문을 모아 집성한 앤솔로지 《연암집燕巖集》 권 제4가 소수所收한 다음 시라, 글로써 그림을 그린다 하는데 그에 제격인 보기요, 그런 점에서는 유종원보다 못할 것도 없다. 농촌 풍경[田家] 老翁守雀坐南陂 늙은이 참새 쫓느나 남쪽 논두렁 앉았건만粟拖狗尾黃雀垂 개꼬리처름 드리운 조엔 노란 참새 매달렸네長男中男皆出田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 들로 나가는 바람에 田家盡日晝掩扉 농가는 하루가 다 가도록 사립문 닫혔네 鳶蹴鷄兒攫不得 솔개가 병.. 2018. 11. 14.
이성원 문화재청 차장을 추억하며 오늘 긴한 개인 일정이 있어, 그것도 모른 채 덜커덩 해버린 다른 약속을 취소하며 6시가 넘자마자 그 자리를 가려 일어서려는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울린다. 이름이 뜨는데 유진룡 장관이다. 순간 느낌이 좋지 않다. 유 장관은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어차피 수림재단이랑 우리 공장이 함께 제정 시행하는 수림문학상 올해 시상식이 내일 수송동 우리 공장에서 있을 예정이라, 내일 만나야 한다. 그 자리를 빌려 유 장관 인터뷰를 할 작정이었다. 그런 그가 이 시간에 전화를 먼저 했으니 뭔가 긴급한 사안이라는 그런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말인즉 이성원 차장이 별세했단다. 하필 이럴 때 그 예감이 이런 식으로 적중할 게 뭐란 말인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요새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은 들리긴 했지만, 그.. 2018. 11. 13.
사비백제 왕궁터 부여 관북리 유적 발굴 착수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8/11/12/0906000000AKR20181112033300005.HTML 2018. 11. 12.
고대 이집트의 풍뎅이 미라 어제다. 우리 공장 국제뉴스부 기사 중 하나로 '이집트 사카라 고대무덤서 고양이·풍뎅이 미라 다수 발굴'이라는 제하 기사가 나갔으니,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한 그 내용을 보건대,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남부 사카라 유적에서 고대 이집트 제5왕조 시대(기원전 2천498년∼기원전 2천345년) 에 속한다고 추정되는 무덤 7개를 새로 발굴한 결과 개중 3곳은 고양이들을 위한 무덤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들 무덤은 정면과 출입문이 온전히 보존된 상태다. 관련 사진 및 동영상 등을 보니 석실분이다. '고양이 무덤'에서는 표면을 도금한 목재 고양이 조각상 100점과 고대 이집트 고양이 여신인 '바스텟'에게 바친 고양이 모양 청동상 한 점도 미라들과 함께 발견됐다고 한다. 지난 4월에 시작한 이번 발굴이 특히 주목.. 2018. 11. 12.
상엽霜葉, 서리 오기 전에 이미 져버린 단풍 오늘 경복궁을 횡단해 건추문 쪽으로 나가다 보니, 저 은행나무 이파리가 단 한 개도 남아있지 않음을 봤다. 이 은행나무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번 가을은 다른 데 은행나무에 정신이 팔려 전연 이곳 단풍은 눈길 한 번 주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서울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이미 은행은 단풍이 되어 지상으로 꼬꾸라졌다. 상엽霜葉, 즉, 서리맞은 단풍이라는 말은 무색하니, 여태까지 죽 그랬다. 그 인근 주택가를 지나다 보니 단풍나무 단풍이 한창이다. 조만간 지리라. 서리가 오기 전에 지리라. 이때까지 죽 그랬다. 서리 맞아 생긴 단풍은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모든 단풍은 서리가 오기 한창 전에 이미 단풍 되어 낙엽落葉로 사라져 갔으니깐 말이다. 그러고 보니 화려한 단풍을 묘사하는 절창 중의 절창,.. 2018. 11. 12.
비자나무 숲 뚫고 백양사 약사암에 오르며 부부 탄생을 축하하는 풍악 뒤로하고는 비자나무 숲을 지나 약사암 향해 산길 오른다. 저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이라, 현지서 만난 장성군 담당 공무원이 이르기를, 저 나무는 죽어도 베어내지 못한단다. 썩은 시체 용케 얻어걸리면 바둑판 몇개라도 만들려 했더니 예선 걸러먹었으니, 지정되지 않는 구역에서 찾아봐야겠다. 저 나무 주된 용처가 바둑판이다. 오후 세시가 넘었으므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선사하는 끝물단풍은 홍등가요 갓잡은 소에서 썰어낸 살코기 빛이다. 붉음 노랑 교집합 화려하다. 문득문득 돌아보며 저를 찬탄한다. 땀 많은 체질 탓이기도 하려니와, 금새 온몸은 땀 범벅이라, 찌린내 몸에 밸까 약사암 올라 훌러덩 잠바때기 벗어제끼니 이파리 향기 머금은 계곡 바람 쏴 하니 피부를 훝는다. 이 약사암은 저.. 2018. 11. 12.
원님 덕에 나발 분 백암산 단풍구경 올해는 놓치는가 했더랬다. 지난 여름이 기록적인 폭염을 선물한 만큼 겨울 역시 그만큼 걸음걸이가 빠른 듯한 까닭이었다. 다행히 막차를 탔으니 끝물은 겨우 부여잡은 셈이다. 남도 장성 땅, 백암산이 품은 백양사 쌍계루에선 주말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단풍 축제가 끝물이라 그런지 백양사로 들어가는 외길 일차선은 차량으로 범벅이나, 거북이 걸음이 좋은 까닭은 그래도 몇가닥 남지 않은 단풍 끝물을 느긋이 감상케 하기 때문이다. 경내로 들어서니 곶감을 깎고 말린다. 처마밑 곶감이 주변 단풍과 하모니를 맞춘다. 좌판 벌여놓곤 모시 송편을 파는데, 빚어 찌기 시작한 송편이 김이 모락모락한다. 녹색이 빛을 발하는데 참기름을 발라서인지 아님 빛이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듣자니 송편 만드는데 쓰는 모시는 영암이 산지라.. 2018. 11. 12.
이규보가 증언하는 배불뚝이 포대화상 포대화상(布帒和尙)에 관한 단편 하나를 이 블로그에서 나는 '포대화상의 시대'라는 제하 글로써 간략히 초한 적 있거니와, 그에서 나는 한반도 포대화상과 관련한 증언으로 가장 빠른 글 중 하나로 이규보를 언급했으니, 당시엔 나는 이 글을 직접 인용하지 않았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것을 직접 보기로 한다. 그 글은 이규보(李奎報·1169∼1241)의 방대한 문집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 권 제19 찬(贊) 중 하나로 실렸으니, '포대화상찬(布袋和尙贊)'이라는 글이 그것이다. 포대화상찬이란 포대화상을 상찬, 혹은 칭송한 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포대화상의 생태적 특징과 그것이 지닌 특성 혹은 장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한다. 옮김은 한국고전번역원 제공본을 기본으로 삼아 보면 다음과 같다. 일..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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