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문화재현장2122 베네치아, 절박이 만든 도시 베네치아는 단단한 땅 위에 선 것이 아니라 해저에 박은 수백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버팀하는 도시다.서기 421년 이래 이 떠다니는 도시는 시간과 공학의 법칙을 무시했다.다른 도시들이 바위나 콘크리트 위에 서 있는 반면, 베네치아는 소금물에 잠긴 나무 통나무 위에 있다.나무는 진흙에 묻고 소금에 쩔면약해지지 않고 석화petrified한다수세기가 지나면서 굳어지고, 거의 돌처럼 지지력이 강해진다.이 고대 경이로움이 여전히 마을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산 마르코스 종탑 San Marcos Bell Tower에는 10만이 넘는 이 나무 파일럿이 박혀 있다.장엄한 바실리카 델라 살루테Basilica della Salute는 백만 주 이상 나무기둥이 필요했다.모든 말목은 인력으로 박았고, 0.5미터마다 간격을 두었으.. 2025. 4. 26. 과학의 전당은 개뿔, 숨 막혀 죽다 나온 런던 자연사박물관 유명하다는 말은 입이 아프도록 들었고, 또 런던 갈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땡기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 작년 연말에 할 수 없이 간 데다. 왜? 이 업계 몸담은 사람으로서 저런 데 가 보지 않은 나 자신이 조금은 쪽팔렸기 때문이다. 유명한 자연사박물관 치고 애들 범벅 아닌 데 없고, 그런 범벅 질색이라 그래서 싫었던 것이지 자연사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연원을 자랑한다 해서 특출날 것도 없었다. 자연사라면 으레 상념하는 그런 전형이었다. 나는 오로지 그 건축에만 정신이 팔렸으니 공룡보단 건축물만 구경하다 나왔다. 여느 유럽 유서 깊은 궁궐 개조한 박물관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건축물은 압도했다. 역시 경복궁으로는 이런 전시 꿈도 꾸지 못할 그런 당당함 위용이 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요새.. 2025. 4. 25. 월성 신라 개, 사냥개야 똥개야? 고고학 전문을 표방한 박물관들을 가 보면 주로 무덤이나 동굴 같은 데서 나온 동물뼈들을 잔뜩 전시해 놓고선 이게 개뼈니 곰뼈니 호랑이뼈니 곰뼈니 하는 딱지를 붙여놓은 모습을 많이 본다. 솔까 나는 믿어주는 척 할 뿐이지 안 믿는다. 동물고고학이라 해서 이쪽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솔까 안 믿긴다. 왜?당시 학문 사정을 고려한다 해도 DNA 분석에 기반한 그런 동정이 아닌 까닭이다. 이쪽을 잘 안다는 사람들이야 한 눈에 봐서 잘 안다 하겠지만, 이게 선사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멸종한 동물이 많아 이럴 때 전적으로 기대야 하는 것은 오직 DNA가 있을 뿐이다. DNA 분석이 문화재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기는 내 기억에 국립문화재연구소, 지금의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나주 복암리인지 뭔지 뼈다.. 2025. 4. 25. 바이킹선 용머리? 장식물 Oseberg Ship Head Post오스베르크 배 Oseberg Ship라 일컫는 저명한 노르웨이 바이킹 시대 무덤에서 출토한 저 배 나무 기둥wooden posts 장식 5개 중 하나다.두 여성을 묻은 이 무덤은 바이킹 매장에서는 흔한 배 자체를 무덤방으로 쓴 이른바 배 무덤 ship burial에 속한다. 이 동물 머리 중 네 개는 현재 바이킹선 박물관 Viking Ship Museum에 전시되어 있지만, 안타깝게도 다섯 번째 동물 머리는 상태가 좋지 않아 박물관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이 동물 머리들은 무덤 안 두 곳에서 발견되었다. 네 개는 매장실에서, 나머지 하나는 선미 갑판에서 발견되었다. 흥미롭게도 두 개 머리는 밧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 밧줄이 동물 머리 중 하나의 입구를.. 2025. 4. 24. 조각상도 삼키고 그 흔적만 남긴 베수비오산 이탈리아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 고요하고 재로 뒤덮인 복도를 걷다 보면 잊히지 않는 인상, 즉 한때 조각상이 우뚝 서 있던 자리에 남은 기괴한 실루엣을 마주하게 된다.이 유령 같은 형체는 다름 아닌 로마의 정치가이자 후원자였던 마르쿠스 노니우스 발부스Marcus Nonius Balbus의 것이었다.그의 대리석 조각상은 한때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었다. 기원후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조각상은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산의 맹렬한 분노에 화산암에 영원히 새겨졌다.조각상 자체는 시간과 혼돈 속에 사라졌지만, 그 유령 같은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장엄함의 고요한 메아리가 숨결을 멈추게 한다.겹겹이 쌓인 재 아래 얼어붙은 이 조각상은 헤르쿨라네움의 갑작스러운 종말을 엄숙하게 증언하는 .. 2025. 4. 24. 그리스가 구사하는 고고학 전시방식 훗날 마케도니아 왕국 본거지가 되는 그리스 북쪽 베르기나Vergina에서 발굴한 기원전 9세기 무렵 어느 여성 귀족 무덤 껴묻거리를 출토지점을 따라 그 본래 자리에 올려 전시하는 모습이다.우리가 유의할 점은 전시방식이다.물론 우리도 아주 드물게 사람을 세운 모습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신라 무덤 전시가 그것이라 머리다 금관 갖다 놓고 허리엔 과대라 해서 그 장식물 걸쳐놓은 수법이 대표적이지만 저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저 그리스 전시 방식은 실은 평면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요새는 거의 예외없이 뒤 또한 터놓아 입체감을 주며 저 뒤로 가면 등때기 쪽 치레거리도 한 눈에 보인다.우리는 저런 예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닥에 자빠뜨린다. 왜?그 상태로 무덤에서 나왔기 때문이다.하지만 세워야 한다.저를 묻은 사람은 선.. 2025. 4. 23. 이전 1 ··· 3 4 5 6 7 8 9 ··· 35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