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333 다산과 연려실, 태사공, 그리고 명함첩 다산과 연려실, 태사공이 만약 귀양 가지 않고 평생 초야잠필로 늙어가지 않고 치욕적 거세를 당해 은둔하지 않았다면이 양반들이 과연 그 방대한 저작과 연려실기술, 사기 같은 대작을 남겼을까. 연구와 저작은 절반은 창조, 나머지 절반은 침잠 속에서 결정화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창조가 밝은 부분이라면 침잠 속의 결정화는 박명 속에서 힘들게 이루어진다. 써 놓은 것을 퇴고하는 작업은 아무리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힘겨운 일이다.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는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학문을 하고 연구를 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혼자서 퇴고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 반드시 따라 온다는 말이다.이 작업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학에 남아서는 안 된다. 밖으로 떠도는 사람들은 학문으로 절대로 대성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 2025. 7. 15. [唐詩] 대화탄로對花歎老, 마주한 꽃을 향한 늙음에의 탄식 李達東風亦是無公道萬樹花開人獨老强折花枝揷白頭 白頭不與花相好 해마다 꽃은 피는데 사람만 혼자 늙어가니 억지로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 보지만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뜻의 시다. 오는 노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노화를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오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담담함이다. 컴퓨터로 작업하다 보니 해마다 글씨가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 글씨는 조금씩 더 키우게 되니 이것도 노화의 한 흐름일진대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억지로 막는 것보다는 침침한 와중에도 글 읽고 쓰는 더 쉬운 방법을 찾는 것이 낫겠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아마도 음성인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 시기가 내게 올지도. AI는 젊은 이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늙어가는 이들에게도 축복이다. *** [편집자주] **.. 2025. 7. 15. K팝은 되는데 K 학술은 안되는 이유 걸그룹이나 보이그룹, 작곡가, 하다 못해 박진영, 이수만, 양현석, 방시혁이 정권 바뀔 때마다 장관 자리나 기관장 달라고 기웃거리는 거 봤나?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정치와 담을 쌓은 것은 아닐 테고 이리저리 줄은 대겠지만.하지만 아예 장관이나 기관장을 하겠다는 거 하고는 다르지 않겠는가? 정치판에 이리저리 줄을 대는 건 그래도 본업은 이거라는 소리고, 아예 정치판으로 들어가는 건 본업을 팽개치고 권력을 쫒는다는 건데, 그게 K 팝은 되는데 K 학술은 안 되는 이유다. 하다 못해 후진국 교수들도 하던 거 때려치고 장관하러 간다는 자는 정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속물 근성 버리기 전에는 우리나라 학계는 삼류 못 벗어난다. 2025. 7. 15. 말로만 지식 노동자, 돌팔이 천국 이건 소위 말하는 진보적, 혹은 레프트 쪽의 경우에 더 많이 쓰는 용어라고 보는데, 대학교원을 스스로 지식 노동자로 칭하는 경우를 본다. 이에 대해 스스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이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개 우파적 경향의 사람들이 그렇다)필자는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지식 노동자라면 그래도 지식을 생산하거나 팔거나 해야지왜 지식노동자라라고 하면서 약을 팔러 다니냐 이거다. 한국대학가가 정말 말 그대로 대학 교원이 지식 노동자로 가득 차 있었으면 진작에 우리나라는 노벨상 수십 개는 나왔다. 2025. 7. 14. 세상일에 너무 관심이 많은 한국 학계-종교계 앞서 K-학문은 왜 이 모양인가 하는 필자의 조악한 이야기를 조금 써 보았지만, 사실 필자가 생각건대 우리나라의 대학과 다른 선진국 대학을 비교해 보자면가장 큰 차이는 이렇다. 우리나라 대학은 세상 만사에 너무 관심이 많다. 당장 자본주의 특유의 경박함이라면 전 세계에 당할 자가 없는 미국도대학가나 대학도시를 방문하면 산사를 연상시키는 차분함이 있는데우리나라 대학은 묘한 들뜸이 느껴진다. 이를 생동감, 활력이라 해석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보다는 학생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놀러다니는 특유의 들뜬 분위기라 그게 더 문제겠다. 이 학교 바깥 일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정치에의 관심을 부르며이것이 곧 사회참여, 폴리페서로 이어진다고 본다. 절에 잿밥이 관심이 있고 산사 바깥일에 관심이 그렇게 많은데 대.. 2025. 7. 14. 중국 학계 성장의 속도, 그리고 우리 중국의 개혁개방이 채 50년이 안 되는데 요즘 중국의 논문 나가는 추세를 보면 이미 얘들은 세계적 수준이라, 필자 생각으로는 메이지 유신 (1868년) 이후 40년 만에 노벨상 후보자를 이미 배출하기 시작한 일본 학계의 발전속도를 방불한다. 중국과 일본이 되는데 우리는 왜 이게 안 될까? 가능한 이유를 찾아보면 이런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인은 돌대가리다?인류의 지적 능력은 사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필자로선, 동아시아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지역보다 높은 유전적 동질성을 생각해 보면한국인만 특별히 돌대가리일 리는 없다고 본다. 이것은 이유로서 부적격. 둘째. 한국 사회가 문제다?아마 그렇다면 이유는 이것일 텐데도대체 무엇 때문에 소위 K-culture는 되는데K-연구는 이 모양일.. 2025. 7. 14.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5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