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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382

일제시대 교육제도: 착시의 이유 일제시대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 식민지 조선에는 초등, 중등, 고등, 대학교육이 모두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착시가 일어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초등교육인 소학교 졸업후 조선에서는 고등보통학교 (고보)에 진학하였는데 이름이 비슷해서인지 이 학교를 대개 고등학교로 인식한다. 특히 해방이후 양정, 경기 고보 등이 모두 고등학교로 바뀌면서 일제시대의 양정고보, 경기고보를 고등학교로 인식한다. 하지만 일제시대 고보는 중학교 과정이고, 고등학교는 따로 있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고보라고 인식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에는 "고등학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내지에는 고등학교가 많았다. 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대학"진학이 되었다. 이 고등학교에 대응하는 조선의 교육기.. 2023. 5. 27.
한국사: 서바이벌의 제왕 20세기까지의 한국사를 단 하나의 영어 단어로 뽑아보라면 필자의 경우 단연코 "Survival"이다. 한국사는 살아 남기 위해 모든 것을 총동원한 역사다. 결국 역사라는 것이 번영은 둘째이고 일단 살아남는 것이 첫 번째 명제라면, 한국사는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수없이 많은 문명이 명멸하는 와중에도 한국은 끝까지 지도에서 지워지지 않고 21세기로 넘어왔으니 가히 "Survival"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단순히 survival이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을 누리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과 비전을 한국사는 가져야 한다. 쳐들어온 도둑놈을 잡는 세계관으로 한국과 세계를 바라보는 것은 수천년간 한국사를 관주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자는 것이다. 도둑놈 잡는 세계관 이상의 그 무엇을 .. 2023. 5. 27.
젤렌스키와 이승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싸움이 마치 한국전쟁 때처럼 전선의 변화 없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젤렌스키가 이 전쟁을 이길 것인가 하는 것보다, 그가 이 전쟁을 어떻게 빠져 나오고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 하는것이 더 궁금하다. 사실 지금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와 가장 비슷한 상황이었던 사람은 6.25 당시 이승만이다. 3년간 계속된 전쟁이 휴전으로 끝나는 국면에서 이승만이 보여주었던 눈부신 외교전은 젤렌스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승만이 휴전국면 때 보여준 변칙 외교는 때로 미국까지도 격분시켰지만 절대약자가 어떻게 체스판의 말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싸움을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하게 끝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할 수 있겠다.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태로 종식시키되 그 전후.. 2023. 5. 26.
1940년의 대학설립 앞서 필자가 서술한 대로 일제시대 조선총독부는 망하는 순간까지도 경성제대 외에는 대학 설립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 명분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도 형평성 문제에서 매우 문제가 커서 1940년대 교육제도가 그대로 이어지는 한 조선인은 대졸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하고 저학력과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상태였다. 1940년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1919년 삼일운동 좌절 후 시도된 민립대학 설립이 그때까지도 성공하지 못하고 계속 논의되고 있는 것을 본다. 관립대학은 설립되기 힘들다고 본 것인지, 민립대학에 대한 논의인데 역시 문제는 돈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이래서 저개발국 대학교육은 정부 주체의 호의가 없으면 본궤도에 올라가기 힘들다. 해방 이후에 날림이라 해도 대학과 대학생의.. 2023. 5. 26.
민족주의와 남의 칭찬 작금에 기술된 한국사를 꿰뚫는 단어 딱 두개만 고르라면 나는 이 둘을 고르겠다. 한국사 교과서는 이 두 단어의 변주곡이다. 네 이야기 좀 해보라는 부탁에 우리집은 도둑놈이 계속 쳐들어왔지만 자랑할 게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꼴이다. 네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는 거다. 남한테 얼마나 맞았는지, 그래도 무릎꿇지 않고 얼마나 버텼는지. 우리집 금고에는 그래도 남들 칭찬하는게 이렇게 많다는 걸 보여달라는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와 남의 칭찬으로 수천년 짜리 장편을 쓰자니 얼마나 스토리가 빈약해 지겠는가. 한국사에는 그래서 민주주의도 없고 사람들의 생활도 없고 삼국시대에서 현대 21세기까지 물 흐르는 듯한 문화적 연속성도 없다. 연속성의 뼈대를 민족주의 하나로 세워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종일관 쳐들어 오는 도둑놈 .. 2023. 5. 25.
한국 찻잔의 미를 처음으로 제대로 노래한 노고지리 https://youtu.be/dwPXejUmbNg 내 기억으로는 우리 역사상 최초로 찻잔을 미의 대상으로 보고 노래한 것은 노고지리의 "찻잔"이 아닐까 한다. 고려시대 시인이, 조선시대 시인이 찻잔과 밥주발 놓고 노래한 것 본 적이 있는가? 내 기억으로는 없다만. 아래에 노고지리의 "찻잔"의 가사를 적어 둔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 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너.. 2023.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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