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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693

가을은 어우동이다 화단은 꽃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정감이 가지 아니한다. 너가 예쁜 줄 모르지 아니하되 찍어 바른 분 같고 끼워넣은 플라스틱 가슴만 같고, 보톡스 맞은 얼굴만 같아 볼 때뿐이로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보단 차라리 담장 부여잡고 오른 담쟁이가 역광에 빚어내는 같은 붉음이 드글드글 내 속만 같아 괜시리 눈길이 더 간다. 가을은 어우동이다. 2018. 10. 17.
이모저모한 가을 꼭 들녘으로 나가야겠는가? 공장 주변을 돌아보니 오뉴월 소불알처럼 늘어지고 자줏빛 두툼한 목도리 둘렀는가 하면 수류탄 영글어 곧 터질 듯만 하며 조는 영글어 금방이라도 밥상에 오를 자세며 물건는듯 이 대빵 완두콩인지 뭔지는 소여물로 구유통 향하려 하고 희끗한 하늘 보기 부끄러워 목디스크 환자 마냥 고갤 수그리는데 언뜻 보니 아키시안 듯한데 자세히 보니 종자 다른 듯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벌개벗고 어셔옵셔 외치는 일밖에 없더라. 내 인생 삐끼도 아니요 기도도 아닐진댄 그댄 왜 벗었고 왜 몸뚱인 람보요 함에도 고추는 왜놈의 그것 같은고? 오늘 광화문은 이러구로 가을에 익어간다. 2018. 10. 17.
고래심줄 김정배 살다보면 절친한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역사평론가, 혹은 강단사학에 맞서는 재야사학 선두로 이름을 날리는 이덕일씨와 나는 초창기에 죽이 아주 잘 맞아 그가 저리된 데는 나도 조금은 일조했다고 본다. 이랬던 사이는 십여년전쯤 그가 기획한 중국 현지 한국고대사 탐방을 계기로 갈라섰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이덕일과 원수로 지낸다는 뜻은 아니다. 연락을 끊은 채 사니, 나는 이런 식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런 무덤덤한 관계가 나중엔 이런저런 관계로 어떤 식으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는 사실을 적기해 둔다. 반면 만남부터 줄곧 악연인 사람이 있다. 고대사학도 김정배 씨가 그렇다. 내가 김정배라는 사람을 직면 대면하기 시작하기는 이른바 중국에 의한 정부차원 역사공작이라는.. 2018. 10. 16.
국화 만발한 조계사의 밤 간절하진 않으나 이래저래 요샌 타력他力에 기댈 일이 좀 있어 퇴근길에 부러 조계사를 관통했다. 보니 매년 이맘쯤이면 으레 하는 국화 축제가 올해도 어김이 없다. 처음 이 축제를 시작할 적만 해도 좀 서투르지 아니한가 하는 느낌 짙었으나 해를 거듭하니 이젠 그런대로 세련미를 더해 제법 소위 스토리를 구축하기도 한다. 낮엔 부끄러움과 회한, 그에 따른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적지 않아 남들 볼까 두렵기도 하지만, 밤은 역시나 이 때묻은 육신 안심스레 숨겨준다. 수오지심은 義의 출발이라 했지만, 그와는 전연 거리가 멀어, 밤으로, 밤으로만 나는 달린다. 무엇을 구도하며, 그를 위해 무엇을 떨쳐내야 했을까? 저 역시 갈구 아닌가? 집착 아닌가? 하는 생각도 퍼뜩 들지 아니하는 것도 아니다. 싯타르타한테 묻고 싶었다... 2018. 10. 15.
천태만상 전봇대 하긴 중국에 가서 보니 이건 약과더라. 애초엔 한전의 전기선 아니었을까? 시대가 변해 전화선 붙고 그러다 각종 통신선 덕지덕지 붙었으니 예서도 농가묵자 정신이 관통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저래서 요즘은 지중 매설이라 해서 저것들을 지하로 묻는 모양이나 그 역시 만만치는 않나 보더라. 하기야 땅을 판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긴? 저 얼키설키도 구분하는 사람들이 신기방통할 뿐이다. 저들끼린 합선도 일어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저리 되니 어디 무너지기야 하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부대끼니 지지고복고 하다 보면 지네들끼리도 각자의 영역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저 무심한 전봇대도 내 기분에 따라 언제나 달라지기 마련이라, 계절에 따라 다르고 하늘 색에 따라 또 다르며, 빗물 들이칠 때 또 다르고 비.. 2018. 10. 14.
哀金先生誄 주말인 13일, 잠실은 하루종일 시끌벅적이라,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 건너편 잠실주경기장 일대는 차량으로 북적였으니, 낮엔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모양이며, 밤엔 H.O.T.가 4만 명을 끌어모은 가운데 해체 19년 만에 재결합 공연을 한다 해서였던 듯하다. 듣자니, 상표권 분쟁 중이라 저들 아이돌 1세대 선두주자는 H.O.T.라는 명패를 달지 못한다나 어쩐다나. 그 꼬리를 문 차량 행렬에 묻어 거북이 걸음으로 탄천 건너편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뉘엿뉘엿 몰아가는데 차창 내려 보니 저쪽 주경기장 담벼락에 'FOREVER HIFIVE OF TEENAGERS CONCERT'라는 문구 끔지막하니 확연하다. 하이파이브라니, 독수리 오형제가 퍼뜩 떠올라 빙그레 웃는다. 몰랐더랬다.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이미 폐막하고.. 2018.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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