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3866

동이 비우니 달도 비어 by 이규보 산에 사는 스님 달빛 탐내어 山僧貪月色 한 동이에 달 물 함께 길었네 幷汲一甁中 절에 이르러 비로소 깨달으리 到寺方應覺 동이 기울면 달도 빈다는 것을 甁傾月亦空 ㅡ 이규보, 후집 권1, 고율시古律詩, 2수 중 1수 *** 백운거사 숱한 시 중에서 절창으로 꼽는다. 2023. 10. 9.
연근이 희미하게 일깨운 계급의식, 벤또모노가타리 弁当物語 일전에 내가 희미하게나마 계급이란 걸 어떻게 의식하기 시작했는지 잠깐 얘기한 적이 있거니와, 그에서 나는 벤또 또한 그런 의식을 일캐웠노라 한 적 있다. 그런 예고에 제법 깝죽대는 언론계 모 후배가 계란으로 떡칠한 쏘세지 동그랑땡을 언급했지만,벤또가 나에게 안겨준 굴욕감은 동그랑땡이 아닌 연근蓮根이었다. 고교 진학과 동시에 대덕 산골을 나와 김천 시내에 자취를 하게 된 나는 도시락도 내가 밥을 해서 싸다녀야 했지만 그것도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어서는 아예 싸가지 않는 날이 많았으니, 그렇다고 내가 집이 풍족한가 하면 김천고등학교 구내매점에서 파는 라면 하나 사 먹을 돈이 없었다. 그러니 나는 고학년이 될수록 점심을 굶는 날이 많았고 벤또를 싸가는 날도 변변한 반찬이 없어 실로 난감하기만 했다. 그렇.. 2023. 10. 9.
고고학에 드리는 고언 (6): 아웃소싱 *** Editor's Note ***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주창하는 요지는 고고학은 자연과학과 접목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며 실제 외국 주요 대학 고고학과 교수진 구성 혹은 전공을 봐도 실상 고고학은 자연과학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고고학 현실은 어떤가? 자연과학에 퉁치는 부문들은 우리가 할 일 아니라고 그 바깥 세계에다 던져버린다는 것이니 이리 되니 고고학이 스스로 제밥 그릇을 차버리고 스스로 협소함에 갇히고 말았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나아가 이 부문은 고고학과 협업하는 자연과학, 곧 문화재업게선 보존과학이라 통칭하는 분야의 한계와도 밀접한데 이 대목은 편집자가 따로 할당해서 별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고고학에 드리는 고언 마지막 이야기다. 이 이야기도 아주 오랫동안 고고학을.. 2023. 10. 8.
농부도 아닌 먹물인 내가 할 일은 뜬구름 잡기라는 정이천程伊川 이천선생(伊川先生, 程頤) 이르시길, “지금 농부들이 심한 추위와 무더위와 장마에 깊이 밭 갈고 잘 김매어서 파종한 오곡을 내가 먹고, 온갖 장인이 솜씨를 부려 만든 기물을 내가 사용하고, 군인이 무장하고 지키는 나라에 내가 편안히 살고 있는데, 만일 이처럼 한가롭게 세월이나 보낸다면, 이는 바로 천지간에 한 마리 책벌레가 되는 것이다. 공덕과 은택이 사람들에게 미치지도 못하고 별다른 일을 할 수도 없으니 오직 성인이 남긴 글을 모아 엮어서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今農夫祁寒暑雨、深耕易耨、播種五榖。吾得而食之。今百工技藝作爲器用。吾得而用之。甲冑之士披堅執銳以守土宇。吾得而安之。却如此閒過了日月、即是天地閒一蠹也。功澤又不及民、別事又做不得、惟有補緝聖人遺書、庶幾有補爾。] 라고 하였다. 《二程全書》 卷18 〈遺書·伊川.. 2023. 10. 8.
고고? 미술? 고건축? 이런 걸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얘긴 누누이 했다. 그래도 세상 물정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는 이 천지라 세상은 이미 heritage로 재편했다. 저 조막디만한 것들로는 암것도 할 수 없다. 고고학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술사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건축학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야고분? 고고학 한계는 단적으로 드러났다. 지들이 단 한 번이라도 ouv를 고민한 적 있었던가? 지들이 세계유산이란 걸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한 적 있었던가? 그걸로는 암것도 할 수 없단 걸 절감했으면 바꿔야 할 것 아닌가? 이번에 제대로 경험했을 거 아닌가? 그러면 커리큘럼부터 재편하고 나부터 바꿔야 할 거 아닌가? 구닥다리 같은 토기론 때려치고 시대 추세 맞는 커리큘럼으로 재편하고 그런 구닥다리가 전부인양 살아오며 개사기친 나 자신부터.. 2023. 10. 8.
호수로 둔갑한 장경호, AI 번역 발전할수록 영어는 더 잘해야 한다 이게 웃기는 듯하지만,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영어 역시 마찬가지라, AI 자동번역이 발달할수록 그것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나는 그만큼 더 영어를 잘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이거 믿고 넋 놓고 있다가 개망신 당하기 십상이라, 예컨대 우리네 동네에서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석가탑이니 다보탑이니 하는 탑만 해도, 우리가 말하는 탑이라 하면 stupa 혹은 pagoda 정도가 되면 좋겠지만, 넋 놓으면 tower가 되어버려 에펠탑과 같은 기념탑으로 둔갑하고 만다. 물론 우리가 말하는 승탑을 저리 말해도 아주 썩 틀린 말이라고도 장담하기 힘들겠지만, 전연 의도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아주 간단한 보기지만, 세부로 들어가서는 복잡다기하기만 해서, 고고미술사만 해도, 우리네 특유한 표현들이 있어 그.. 2023. 10. 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