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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혹은 집중호우와 산성 발굴 내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칡공장이 어느 순간엔가 들어섰다. 새순이 올라오기 전 칡을 캐서 그 뿌리로 전분을 만드는 공장이었으니, 나 역시 온산을 헤집으며 칡을 캐러 다녔다. 안 다닌 데 없다. 좋은 칡으로 캐기 좋은 데 있는 경우는 없다. 전부 덤불 속, 혹은 벼랑이었으니, 그런 데를 기어이 헤집고 들어갔으니 낫질 톱질하며 온산을 파헤치고 다녔다. 왜 그랬는가? 먹고 살 길이 막막한 까닭이지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험한 산중에서 캐다 나른 칡값이라 해 봐야 근수로 쳐서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궁벽한 산촌에서 현금을 만지는 일이 오직 그런 것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칡을 캐고 도라지를 캐고, 또 올가미로 토끼 잡아 그렇게 지금은 흑돼지로 유명한 지례 오일장 시장에 내다팔거나, 물물교환해서 살아남았다. 그.. 2023. 7. 15.
1945년 7~8월의 상황 종전을 불과 두달 남긴 1945년 6월, 태평양전쟁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1. 미군은 오키나와까지 진출한 후 일본 본토 침공을 준비 중이었다. 이 작전으로 최소 미군 10만명이 전사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2. 독일이 5월 초에 항복하여 소련이 태평양전쟁 참전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3. 미국이 원자폭탄 투하 없이 전쟁을 마무리할 경우, 한반도는 소련이 전체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았다. 소련은 두만강을 경계로 일본 관동군과 접경하고 있었지만, 미군은 일본에 가장 가까운 곳이 오키나와였다. 일본군 주력도 만주 방면 관동군이 아니라 일본 본토를 지키는 남방 방면에 주로 배치되어 있었다. 4. 원폭 투하로 일본이 8월 중순 항복함으로써 38도선을 경계로 그 이남은 미군정이 수립될 수 있었다. 태평양전쟁 종결 국면.. 2023. 7. 15.
책이 두렵다, 일본서 건너온 묵직이 두 종 요즘 제일 겁나는 사람, 아니 더 정확히는 젤로 겁나는 일이 책 선물이라 누군가 책을 던지거나 선물하면 그리 버겁다. 가뜩이나 책 놓은지 오래라 또 체력 시력 문제까지 겹쳤으니 무엇보다 그런 책을 받은 데 대한 응분하는 맞선물은 읽는 것이지만 저와 같은 문제들로 이제는 일방으로 흐를 뿐이다. 이 양반이 카톡 전화를 배우더니 가끔씩 카톡전화를 주신다. 그제도 한국 간다며 만나기로 하고선 약속장소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책 두 종을 내놓는다. 하나는 올 3월인가? 만 70세 와세다대를 정년퇴임하면서 제자 지인들이 꾸민 논총집이요 다른 하나는 강상중 씨 이름으로 기획한 인물 시리즈 12권 중 본인이 아마 집필한 챕터가 들어간 시리즈일 듯한데 이 두 종을 툭 던진다. 그런 선물을 내미는 이성시 선생더러 난 요즘 .. 2023. 7. 15.
왜 유명한지는 도통 기억에 없고 제목과 이름이 참말로 있어 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밀란 쿤데라 그제다. 어떤 자리에 지인들과 함께 있다가 디리릭 날아드는 소식을 보니 밀란 쿤데라가 가셨댄다. 쿤데라라. 이 양반은 이름이 참말로 독특해서, 일단 이름으로 한 수 먹고 들어갔다는 느낌을 준다. Milan Kundera.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 아닌가 말이다. 요새 이런 거물이 가셨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매양 이리 묻는다. 쿤데라? 유명하다는데, 왜 유명하지? 그의 이름을 국내에 알린 선봉장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나는 이걸 영어판으로 익숙한 편이라,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라는 옮김으로 기억하고 찾아보니 실제로도 그렇댄다. 어찌하여 나는 이걸 영어판으로 기억하는지는 모르겠다. 한때 영문학 언저리 긁적거린 여파라 해 둔다. 그 작품이 히트하면서 다른 작품도.. 2023. 7. 15.
[여행답사 자료정리論] ③ 다녀온 데는 구글링으로 더 친숙해져야 며칠째 나는 파르테논 신전으로 유명한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기본자료를 정리 중이다. 먼저 찍어온 사진들이 이렇게 외장하드에 보관 중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란 말은 실상 저와 같은 사진들에 딱 맞는 표현이라, 내가 아무리 좋은 사진을 찍어오면 뭐하겠는가? 내가 찍은 것이 무엇인 줄 알아야 면장질을 할 게 아닌가? 내가 찍은 실체를 모르는 사진은 암짝에도 소용없으며 폐기처분해야 한다. 또 하나 문제는 기억력의 한계다. 저들 사진은 내장 정보를 보면 촬영 시점이 2017년 7월 29일이다. 대략 6년이라는 시간이 꼬박 흐른 과거 시점이다. 6년 전이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현장감은 다 사라져서, 저들 사진이 찍힌 순서를 따라, 그리고 그때 기억을 따라 내가 아크로폴리스를 점.. 2023. 7. 14.
동아시아 심장을 관통한 어느 기자 마왕퇴에서 출발해 천마총 두꺼비 행엽과 무령왕릉 두꺼비 혁대를 거쳐 일본 열도로 가서 삼각연신수경三角緣神獸鏡을 헤집고 다시 귀환해 한대漢代 화상전畵像塼을 뒤집고 그것을 발판으로 선도산 성모의 해체에 들어가 다름 아닌 박혁거세 엄마의 모델이 서왕모였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선도산의 신라 왕도의 서악西岳이었음을 구명했으니 천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고 동아시아라는 공간을 종횡무진 헤집었으니 이런 글을 어느 누가 쓸 수 있단 말인가? (January 18, 2012) *** 누구겠는가? 직업적 학문 종사자 중에 이런 사람 있을 수 있는가? 맨날맨날 양식타령 축조기술 타령, 제기祭器 타령 일삼는 어느 순간에 저와 같은 폐부를 찌르는 횡단을 한단 말인가? #동아시아 #동아시아문화 #동아시아기층문화 #삼각연신수경 #두꺼..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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