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ESSAYS & MISCELLANIES2616

6.3m 거대 돌덩이에 겨우 1775자만 달랑 새긴 광개토왕비 고구려 장수왕 고거련高巨璉이 그 아버지 광개토왕 고담덕高談德을 추념하고자 세운 이른바 광개토대왕비는 응회암 재질에 높이 약 6.39m에 너비는 1.35∼2.0m인 거대 돌덩이로 비좌는 물론이고 비수도 따로 없이 몸통만 이용해 글자를 새길 만한 데는 모조리 다 박아 넣었으니 저 큰 돌덩이에 불과 1775자밖에 새기지 못했으니 하도 무식하게 한 글자 한 글자 큼지막하게 박는 바람에 빚어진 참사였다. 그 문장을 조금만 세심히 읽어봐도 곳곳에 원본이 축약되었음을 알 수 있으니 이는 이 자리서는 본론에 벗어나므로 치지도외하고 천육백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덩치가 자랑스럽다 하며 이르기를 웅혼한 고구려 기상을 알려주는 위대한 유산이라 한다. 그런가? 어떤 얼빠진 놈이 저 큰 바윗덩이에다 천칠백자밖에 쓰지 못한단 말인.. 2024. 3. 20.
[독설고고학] 구멍무늬토기바리 vs. 구순각목공렬토기발口脣刻目孔列土器鉢 어느 박물관이 청동기시대 유물이라고 소장 전시 중인 질그릇이다. 아가리 테두리를 돌아가며 구멍을 뚫은 점이 특징이며 전체 모양은 바리[鉢]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이 질그릇 명패를 이리 달아놓았다. 구멍무늬토기바리 口脣刻目孔列土器鉢 Rim-perporated Pottery 서울 역삼동 집자리 Dwelling Site at Yeoksam-dong, Seoul 청동기시대 Bronze Age 10th~5th c. B.C 한글 명칭 구멍무늬토기바리도 그렇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 조합 구순각목공렬토기발口脣刻目孔列土器鉢도 그렇고 우리네 고고유물 명칭이 너무나 번다하다. 이리 된 이유는 한국고고학이 지나친 일본 세례를 받은 데서 비롯하고 또 무엇보다 원본이 한글 이름이 아니라 일본식 한자 조합인 구순각목 운운이라는 데.. 2024. 3. 20.
너무나 황홀한 화산, 그 역설 https://www.youtube.com/watch?v=_aLQuim2JxY 산불도 특히 그런데, 이쪽을 많이 취재하는 내 전직 공장 사진기자 동료 이야기를 들으면, 강원 산불 때마다 사진을 찍으면 너무 황홀하게 나서와서 고민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 어떤 행위 예술보다 더 찬란한 것이 불이다. 저 찬란한 예술의 걸작이 실은 폼페이 유적이다. 그렇다 해서 우리는 저걸 황홀이라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황홀하니 어쩌겠는가?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했다는데 그 모습이 저리 장관일 수가 없다. 2024. 3. 20.
[백수일기] 뒤늦게 접한 회칼 소식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나는 세파에 신경쓰지 않는다. 명색이 30년 기자생활을 했다지만, 난 근원에서 뉴스를 싫어한다. 성정이 그렇다. 그래서 부장질할 때도 가끔씩 너는 뉴스도 안 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으니, 그때는 하도 이리저리 얽힌 일이 많으니 부장으로서 다른 분야 뉴스도 체크해야 했기에 그런 대로 의무감에 살핀다고 했는데도 그 모양이었다. 요새야 뉴스가 유통하는 경로가 주로 sns이기는 하고, 내가 뉴스 채널보다는 이쪽을 선호하는 까닭에 역설로 종래보다 뉴스를 접할 기회가 많기는 하지만, 이른바 정치 소신 발언하는 포스팅은 하도 꼴이 뵈기 싫어 아예 쳐다도 안 보니 더 한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 해서 아주 끊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서 문화재 관련 소식은 그런대로 업데이트를 꾸.. 2024. 3. 20.
내돈내산, 그게 학문이다 학문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요 망해도 내가 못해서 망한 것이다. 난 학문하는 근간을 그리 본다. 내가 좋아 하는 일을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내돈내산이다. 내가 좋아 하는 일 내 돈 내고 내가 한다. 내 월급 쪼개서 내가 필요한 자료 사고 내돈 내가 내고 내가 보고 싶은 것 보고 다니며 그에서 격발한 것을 내가 쓰고 만들 뿐이다. 너가 좋아 하는 일에 내 돈이 왜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너희가 해외조사하는 비용을 왜 내 세금으로 한단 말인가? 네 돈 내서 너가 가라. 내돈 아까워 죽겠다. 무슨 프로젝트한답시며 너가 보고 싶은 거 불특정 국민다수한테 비용을 청구하지 마란 말이다. 니돈 내서 니가 가라. 국민세금 받아가서 수행한 연구라 해서 공공성 공익성 있는 글 단 한 편 없다. 공공성 공익성 망각하면 .. 2024. 3. 19.
국가가 나서라? 틈만 나면 국민을 협박하는 학문 이야기 불똥 자칫하면 엉뚱한 데로 튈 듯해서 전제하지만 난 자연과학 분야는 모른다. 그러니 그쪽은 이 논의에서는 논외로 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꼴불견은 이른바 인문학이다. 이들이 매양 이르기를 국가가 나서서 인문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한데 어떤 분야 어케 지원하느냐 들여다 보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비근한 예로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가야사 복원을 국책 사업으로 내세우자, 한국고대사학회장이라는 작자가 일갈하기를 그 사업에 연구지원이 없다고 했다. 내가 이를 보고 웃음이 나오기를 가야사 연구하는데 무슨 얼어죽을 국가 지원이 왜 필요하냐 이거다. 신라사? 백제사? 고구려사? 나도 해 볼 만큼 해 봤는데 단 한 번도 국가가 지원하라 할 생각도 없었고 받아먹어 본 적도 없다. 그래도 다 했다. 왜.. 2024. 3. 1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