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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우산속 aging 제주 앞바다까지 치고 올라온 태풍 콩레이 여파라 하는데, 아침부터 종일 비가 그치지 아니한다. 한반도 남쪽을 관통한다는 예보가 있거니와, 그런 엄포만 놓다 시름시름 앓다 가 버린 저번 태풍보단 분명 위력이 센 듯, 녹조 범벅인 지난 여름에나 올 것이지, 왜 이 계절이란 말인가? 저들은 우리 공장 인부들이거니와, 우산을 보면 그 우산을 걷어치지 아니해도, 그것을 쓴 사람 연령대를 짐작하거니와, 저런 파라솔형 골프형 우산은 나이들수록 선호하거니와, 실제 저 큼지막한 우산 아래 고난의 연초 행진을 마치고 공장으로 복귀하는 저들은 나이로 보면 쉰 안팎이다. 그에 견주어 젊을수록 대가리만 덮을 만 해서, 접으면 한줌인 접이형 초간단형을 선호하니, 이 비 그치면 주머니에 넣거나 가방에 쏙 넣고는 표표히 사라진다. .. 2018. 10. 5.
구폰을 퇴역시키며 모든 만남이 그랬듯이 너 또한 느닷없었다. 마른 하늘 날벼락처럼 내려 어쩌다 수송동에 똬리를 틀었으니, 돌이켜 보건대 그때가 2016년 1월 아니면, 그 전달이었을 것이로대, 내가 무에 널 특별히 어여쁘다 해서 골랐겠는가? 너를 앞세운 신모델이 나왔다기에 네 동료 중 고른다는 것이 어쩌다 너였으니,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장난이었느리라. 뭐 필연이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벼락 같은 만남이었으니, 내 너를 라후라마즈다를 앞세워 퇴출하노라. 나를 원망하지 말지어다.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다 보니, 미운정고운정 이런저런 잡상 만감이 교차하며, 어느새 이젠 피로감과 처연함과 무던함과 무료함이 밀려왔더랬다. 마침 새 사람 나타났다 하니, 미루고 미루다 나 역시 갈아타고자 한다. 이별을 결심하니 부디 너는 좋은 .. 2018. 10. 5.
알알이 한점 그림이 되어 한시, 계절의 노래(191) 추일 잡영 여덟 수(秋日雜詠八首) 중 넷째 [宋] 육유(陸游) / 김영문 選譯評 잎 아래 고운 새는불러도 오지 않고 바람 속 작은 나비시든 잡초에 점을 찍네 집 남쪽 집 북쪽엔가을빛이 하 좋아라 여기저기 모든 곳이한 폭 그림이네 葉底珍禽不受呼, 弄風小蝶點殘蕪. 舍南舍北秋光好, 到處皆成一畫圖.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김희성은 봄밤을 즐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기 다 있구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무용(無用)한 것으로 말하자면 봄보다는 가을에 훨씬 많다. 맑은 하늘, 붉은 잎, 하얀 억새, 스산한 바람, 가녀린 코스모스 여기에다 하늘색 쑥부쟁이, 애절한 풀벌레, 황금빛 국화, 투명한 햇볕, 찬란한 .. 2018. 10. 4.
자주색 기러기 한번 울자 붉은 잎 떨어지고 한시, 계절의 노래(190) 가을 저녁 누각에 올라(秋晚登樓) [淸] 축열림(祝悅霖) / 김영문 選譯評 바야흐로 비 개어기쁘게 발 걷으니 골목에는 구름처럼나락가리 쌓인 가을 자주색 기러기 한 번 울자붉은 잎 떨어지고 석양 속 한 사람죽서루에 기대 있네 卷簾恰喜雨初收, 村巷雲堆粳稻秋. 紫雁一聲紅葉落, 夕陽人倚竹西樓. 옛날 시골 가을 풍경 중 하나는 집집마다 낟가리를 쌓는 일이었다. 논에서 베어낸 벼를 한 단 한 단 묶어서 사람이 지게로 져서 나르거나 소 지르마로 실어서 날랐다. 자기 집 마당이나 공터에 벼를 차곡차곡 쟁여서 높다랗게 쌓아 올리고 타작할 때까지 그렇게 보관했다. 어릴 때 작은 지게로 벼를 져 나를 때는 어깨를 눌러오는 무게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한 단이라도 더 지려고 애를.. 2018. 10. 4.
역사덕후 문재인의 문화재 행보 이건 우리 문화재 담당 기자더러 하나 별도 기사화를 주문할까 하다가, 너 문빠냐 어쩌나 하는 말이 일각에서 나올 것이 빤해 이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제목이 말한 저 행보, 문통이 유별나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평가건대, 역사 혹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박정희와 더불어 최고를 다툴 만한 행적을 보인다. 주지하듯이 문화재 현장을 자주 찾은 역대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능가할 이는 아직 없다. 그의 기나긴 재위기간을 감안한다 해도, 그는 주요 발굴현장까지 친림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데 취임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문통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행보를 보이거니와, 언제나 우리 사회 다른 부문에 견주어 언제나 열세를 면치 못하는 문화재계에 이는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말, 사석에서 나는 자주 한다. 문통 자서전.. 2018. 10. 3.
그 나물에 그 밥, 신라사 지난 100년의 역사 근자 어떤 자리에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보가 예정된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을 만났더니, 새삼스레 명함 한 장 달라면서 이르기를, "최근에 나온 책자들 좀 보내주겠다"고 한다. 며칠 뒤, 저들 책자 4종이 우편물에 묻어왔다. 뜯어보니 지난 8~9월 두 달간 경주 지역에서 열린 신라 및 박물관 방재 시스템 관련 학술대회 발표집이었다. 주최별로 보니 국립경주박물관이 주최한 것으로는 '6세기 신라 석비石碑의 세계' 한 종이 있고, 나머지는 유관 기관들이 개최한 것들이었다. 지진방재 심포지엄이야 워낙 분야가 달라 논외로 치고, 이른바 정통 역사학, 정통 신라사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이 관여했을 법한 학술대회 발표집을 죽 훑어봤다. 저런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소식과 그 내용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듣기도 .. 201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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