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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한시, 계절의 노래(100) 궁성(臺城) 당 위장(韋莊) / 김영문 選譯評 강에 보슬비 자욱이 덮여강가 풀 가지런한데 육조시대 꿈결 같아덧없이 새는 우네 궁궐 터 저 버들가장 무정하여라 여전히 십리 제방을안개로 둘러쌌네 江雨霏霏江草齊, 六朝如夢鳥空啼. 無情最是臺城柳, 依舊煙籠十里堤. 일제강점기 신파극단 여배우 이애리수는 너무나 애절한 목소리로 「황성(荒城)옛터」를 노래했다.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스른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우리나라 수많은 문인이 개성, 부여, 경주, 평양 등지를 여행하며 망국의 비애를 시로 남겼지만 이 노래를 능가하는 작품은 별로 없는 듯하다. 망국 시기였으므로 우리 민족의 비애.. 2018. 6. 28.
장마, 매실 익는 계절의 정기 게스트 한시, 계절의 노래(99) 장마[梅雨] [宋] 유반(劉攽, 1023~1089) / 김영문 選譯評 매실이 노랗게 익고저녁 비 깊어 보검엔 녹이 슬고거울은 침침하네 해마다 날씨 습해도몸에 병 없으니 백 번 단련한 쇠보다더 낫다고 여기네 梅實初黃暮雨深, 寶刀生鏽鏡昏沈. 年年卑濕身無病, 自覺能勝百鍊金. 장마는 매실이 노랗게 익을 때 시작하므로 한자로 매우(梅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6월 말에서 시작해 거의 한 달가량 지속한다. 저온다습한 오오츠크해 고기압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자연현상이다.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탓에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음식도 쉽게 상한다. 이 시에서는 보검에 녹이 슬고 거울이 침침해진다고 했다. 옛날에는 보검과.. 2018. 6. 28.
우리 혹시 같은 고향이던가요? 한시, 계절의 노래(98) 장간행(長干行) 당 최호(崔顥) / 김영문 選譯評 그대 집은어디셔요 저의 집은횡당이에요 배 멈춘 틈에잠시 묻습니다 우리 혹시동향인가요 君家何處住, 妾住在橫塘. 停船暫借問, 或恐是同鄕. 우리는 어떤 여행을 계획하든 여행 도중 겪게 될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즐거운 상상에 젖는다. 이 시는 그런 기대 중에서도 ‘낯선 여행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陌路麗人)’이란 주제에 충실한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집이 어디냐?”고 질문을 하며 “우리 혹시 동향이 아닐까요?”라고 확인을 한다. 둘째 수에서는 남성이 대답을 하며 자신은 어릴 적에 고향을 떠난 사람이라고 여성의 질문을 부인한다. 하지만 처음 말문을 트기가 어렵지 않은가? 이미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이 어.. 2018. 6. 27.
강가에서 혼자 마시는 술 한시, 계절의 노래(97) 회수 가에서 독작하다(淮上獨酌) 송(宋) 양시(楊時) / 김영문 選譯評 실낱 같은 저녁 비가먼지 씻으니 옅은 하늘 뜬 구름에밤빛 새롭네 맛있는 술 가져와혼자 즐김에 달 불러 셋이서마실 필요야 廉纖晚雨洗輕塵, 天淡雲浮夜色新. 賴有麯生風味好, 不須邀月作三人. 바야흐로 일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혼밥과 혼술이 흔한 세상이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어차피 고독한 존재로 태어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야하기에 언제나 이 두 범주 사이를 오가기 마련이다. 하긴 한시에서도 독작(獨酌)이나 자작(自酌)을 읊은 작품이 많다.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로서 또는 대자연 앞에 선 절대적 고독자로서 인간이 혼자 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술이다. 이 경지의 지존은 이백이다. 「월하독작.. 2018. 6. 27.
같은 임호정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96) 임호정(臨湖亭) 당 배적(裴迪) / 김영문 選譯評 정자 마루 가득물결 출렁이고 외로운 달그 속에 배회하네 계곡 입구원숭이 소리 바람에 실려문으로 들어오네(當軒彌滉漾, 孤月正裴回. 谷口猿聲發, 風傳入戶來.) 왕유는 「임호정」 시에서 “가벼운 배로 좋은 손님 맞으러/ 여유롭게 호수 위로 나왔네(輕舸迎上客, 悠悠湖上來)”라고 읊었다. 그가 맞은 좋은 손님이 누구일까? 바로 배적(裵迪)이다. 당시 배적도 종남산(終南山)에 기거하며 은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기실 왕유의 대표 시집 『망천집(輞川集)』에는 그의 시 20수뿐 아니라 배적이 화답한 20수도 함께 실려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망천집』은 왕유의 시집이 아니라 왕유와 배적의 합동 시집인 셈이다. 지금 남아 있는 배적의 시는 모.. 2018. 6. 27.
임호정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95) 임호정(臨湖亭) 당 왕유 / 김영문 選譯評 가벼운 배로좋은 손님 맞으러 여유롭게호수 위로 나왔네 정자 마루에서술동이 마주하니 사방 호수에연꽃이 피네 輕舸迎上客, 悠悠湖上來. 當軒對尊酒, 四面芙蓉開. 왕유는 성당(盛唐) 산수전원파의 대표 시인이다. 그는 개원(開元) 말년 망천(輞川)에 은거하여 그곳 산수와 혼연일체가 된 삶을 살았다. 그곳의 삶을 읊은 시가 그의 대표작 『망천집(輞川集)』 20수다. 앞에서 읽어본 「죽리관(竹里館)」이나 「녹채(鹿柴)」도 『망천집』 20수에 들어 있다. 북송의 대문호 소식이 왕유의 시와 그림을 평하여 “마힐의 시를 음미하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감상하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味摩詰之詩, 詩中有畫, 觀摩詰之畫, 畫中有詩.)”라고 했는.. 201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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