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7270

어쩌다 마주친 옛남편 : 上山采蘼蕪(산에 올라 궁궁이<미무>를 캐다가) 자고로 조강지처 버렸다가 쪽박찬다는 소리 있거니와, 이 시는 애절하기만 하다. 최근 도서출판 소명출판에서 전 3권으로 완역된 권혁석 역 《옥대신영(玉臺新詠)》을 참조하되, 몇 가지를 덧붙이고 간추렸으며, 번역문 또한 약간 손질했다. 나아가 인용문은 별도로 표시했다. 중화서국에서는 중국고전문학기본총서 중 하나로 전 2권짜리 《옥대신영전주(玉臺新詠箋注)》가 나왔거니와 몇 가지 사항은 주석에서 이를 참조해 대폭 보강했다. 출천 : 《옥대신영(玉臺新詠)》 권 제1 고시(古詩) 8수 중 제1시대 : 한대(漢代) 上山采蘼蕪 산에 올라 궁궁이를 따고는 下山逢故夫 산을 내려오다 옛 남편 마주쳤네長跪問故夫 무릎 꿇어 옛 남편께 여쭙기를 新人復何如 “새 사람은 또 어떤지요?”新人雖言好 “새 사람 좋다 하나未若故人姝 옛 사.. 2018. 2. 26.
벼루광 유득공(안대회 글) 다산연구소 발간 '실학산책'에 수록된 글을 원필자인 안대회 교수의 허락만 얻어 전재한다. 올해(2007)는 마침 유득공 사거 200주기가 되는 해다. 벼루광 유득공 안대회(명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의 옛 역사에 관심이 많아 《발해고》를 비롯한 저술을 여럿 남긴 유득공(柳得恭)은 학문적 관심사와 취미가 다양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인 것에는 벼루도 포함된다. 그는 벼루를 많이 가지기도 했고, 또 조선 벼루의 역사를 정리하여 《동연보(東硯譜)》란 저술을 짓기도 했다. 자연 먹에도 관심이 깊었다. 하기야 어느 문인치고 벼루와 먹에 무관심할 수 있으랴! 그러나 그뿐, 벼루의 요조조모를 조사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수준에 나아간 선비는 거의 없었다. 벼루에 관한 다양한 글 남겨 유득공은 유달랐다. 벼루를 소재로.. 2018. 2. 26.
蘭若生春陽(난약생춘양) : 전쟁같은 사랑 vs 발광한 사랑 중국 대륙에 위진남북조시대가 종말을 고해 가던 무렵, 지금의 장강 일대에 명멸한 남조(南朝)의 마지막 양(梁) 왕조와 진(陳) 왕조는 문학사에서는 연애시의 전성시대였다. 이런 연애시를 당시에는 염가(艶歌)라고 하거니와, 낭만주의 시대 서구 유럽 프랑스에서 베를렌느가 그러했듯이 눈물 질질 짜는(tear-jerking) 감수성 예민한 연애시가 쏟아져 나왔거니와, 대체로 이 시대 이런 염가는 여성을 화자(話者)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대는 연애시가 흥성하던 전성기일 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그런 연애시만을 모은 연애시 앤쏠로지가 편찬되던 시기이기도 했으니, 이 시대 유신(庾信)과 함께 남조의 염가 시단을 양분한 서릉(徐陵507~583)이 편집한 《옥대신영》(玉臺新詠)이 그것이다. 이 《옥대신영.. 2018. 2. 26.
만리장성에서 온 편지(A Letter from the Great Wall) :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 위진남북조시대 말기 남조의 대표적인 시인인 서릉(徐陵)이 편찬한 연애시 앤쏠로지 (玉臺新詠) 중 권제1에는 작자를 진림(陳琳)이라 했다. 진림에 대해서는 시 아래에 첨부한 그의 행적을 보라. 아래 시를 읽으면 어째 기분이 쏴 하다. 飮馬長城窟行一首 飮馬長城窟 장성굴에서 말에게 물 먹이니水寒傷馬骨 물은 차가워 말이 뼈 속까지 어네往謂長城吏 장성 관리에게 가서 부탁하기를 愼莫稽留太原卒 부디 태원 출신 졸병은 잡아두지 마오官作自有程 관청일이란 정해진 길이 있는 법擧築諧汝聲 달구 들어 네 노랫소리에 맞추어라男兒甯當格鬬死 사내라면 싸우다 죽어야 하거늘何能怫鬱築長城 어찌 찌질하게 장성만 쌓고 있으리오長城何連連 장성은 어찌나 끝없이 이어지는지連連三千里 끝없이 이어져 3천리라네邊城多健少 변경엔 젊고 건장한 사내 많고 .. 2018. 2. 26.
새벽이슬 터는 당신은 누구인가? 심약전(沈約傳)을 겸하여 수레에 몸을 실은 채 새벽길을 가다 한 때 나와 정분을 나눈 여인을 만났다. 그 몰골 보아 하니 영 말이 아니다. 간밤 외출할 때 곱게 찍어 바른 연지 분 자국 이제 얼룩덜룩하다. 기름기가 묻어 나온 까닭이다. 틀림없이 외박하고 돌아가는 길일 터. 어땠을까? 혹여 내가 버렸기 때문에 저 여인 지금과 같은 신세가 되진 않았을까? 남조 유송(劉宋)~양조(梁朝) 교체기를 살다간 연애시의 최고봉 심약(沈約). 그 姓으로 볼진댄 아마도 심봉사~심청이 부녀의 조상쯤 될 듯한데, 그의 입을 빌려 본다. 심약보다 반세기 이상을 뒤에 나타나 심약이 개척한 연애시를 완성한 서릉(徐陵)이란 사람이 편집한 중국 역대 연애시 앤솔로지 《옥대신영》(玉臺新詠) 맨마지막 권 제10에 ‘조행봉고인거중위증早行逢故人車中爲贈’라는 이름으로.. 2018. 2. 26.
여기 또 뽕나무에 뿅간 여인이 있으니 : 춘사(春思) 이번엔 내가 주로 섭렵하던 위진남북조시대에서 수백 년을 내려온 당대(唐代)이니, 이 무렵에도 중원 왕조는 북방 유목민족 침입에 간단없이 시달렸다. 전쟁은 문학을 번영케 하니, 그런 까닭에 전쟁은 곧 문학의 온상이라 할 만하다. 이 무렵에도 이른바 전쟁 때문에 애간장 녹이는 여인을 소재로 한 노래가 양산이 되었으니, 이 시대 그런 상념과 시대정신을 가장 처절히 구현한 이가 태백(太白) 이백(李白)이라, 태백을 호방하며 남성적이며 진취적인 시인이라고 누가 규정했는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태백은 세계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파토스(pathos) 시인 중 한 명이다. 그의 시는 음미하면 가슴 저 밑이 시려온다. 진흙탕 연못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밑은 뻘일지니, 그 뻘은 앙금이라고도 하거니와, 이태백은 .. 2018. 2. 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