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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쓰나미 덕수팰리스 마뜩한 까닭은 없다. 그냥 연노랑 보고파 올랐노라 해둔다. 에스프레소 한 잔 때린다. 저 아래로 눈을 깐다. 푸르름 채 가시지 않아 마누라한테 야구 빠따로 얻어터져 생긴 멍이라 해둔다. 그래서 물감 뿌린 덕수궁은 가을이 멍이다. 쉬 자국 가시지 않는 그 멍이다. 2018. 10. 24.
Jogyesa Temple in Full Autumn 2018. 10. 23.
물 맑으니 난 갓끈이나 씻으련다 도문 스님에게 주다〔贈道文師〕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評 작고 아담히 새로 지은 죽록정은 小築新營竹綠亭송강 물 맑으니 내 갓끈 씻으리라 松江水潔濯吾纓세상 찾는 발길 모두 뿌리치고는 世間車馬都揮絶 강산 청풍명월 그대와 품평하리 山月江風與爾評 제목 ‘도문사(道文師)’는 스님인 도문(道文)이란 뜻이다. 동시대에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이 쓴 〈도문 상인을 전송하다[送道文上人]〉는 시가 《옥봉집(玉峯集)》 상(上)에 실려 있는데, 같은 사람인 듯하다. 다만, 도문에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다. 죽록정은 송강정 원래 이름으로 전남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 있다. 훗날 후손들이 중건하면서 송강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둘째 행 ‘송강 물 맑으니 내 갓끈 씻으리라’란 말.. 2018. 10. 23.
만리밖 아스라히 평호 비추는 조각달 정철(鄭澈, 1536~1593), 〈평호당(平湖堂)〉 기호철 譯 〈평호당(平湖堂)〉 2수 우주간에 아직까지 살아남아 宇宙殘生在 강호속에 흰머리만 늘어가네 江湖白髮多청명시대 통곡일랑 그만두고 明時休痛哭거나해져 소리높여 노래하리 醉後一長歌 먼 봉우리 자꾸 개었다흐렸다 遠岫頻晴雨어촌은 돌연 보였다 사라지네 漁村乍有無작은배 한 척에 조각달 하나만 孤舟一片月만리밖 아스라히 평호 비추네 萬里照平湖 2018. 10. 23.
흑해 심해 바닥에서 발견된 2천400년전 그리스 난파선 온전한 선체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선박이 흑해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 전한 바에 의하면 이 선박은 2천400여년 전 고대 그리스시대 선박으로 추정되며, 전체 길이 23m (75ft)이며, 수면 2㎞ 아래에서 돛대와 키, 노젓기용 의자가 모두 제자리에 똑바로 있는 상태로 드러났다. 이런 연대 추정은 사우샘프턴 대학이 해당 선박 목재에 대한 탄소연대측정치를 근거로 한다. 이렇게 오래된 선박이 이렇게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 비밀을 산소가 없는 환경을 꼽힌다. 선박을 발견한 '흑해 수중 고고학 프로젝트'(MAP) 연구책임자 존 애덤스 교수는 "온전한 상태로 살아남은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선박이 수면 약 2km 아래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으.. 2018. 10. 23.
가을 만발한 경복궁 2018. 10. 23.
구절초 만발한 경주 서악 서악이 구절초에 질식한다. 시즌이다. 진병길 고난의 작품이다. 욕 먹어 가면서도 우직하니 해붙였다. 반신반의했으나 십년 몰아치니 이 모양이다. 집념의 승리다. Photo by Seyun Oh 2018. 10. 22.
자라나는 흰머리 무슨 수로 막겠는가? 〈가을날 짓다[秋日作]〉 [조선)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解 산비는 밤에 들자 댓잎을 울리고풀벌레 가을 되자 침상에 오르네흐르는 세월 어찌 머물게 하리오자라는 흰머리 막지도 못하거늘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1, 2행 “산비는 밤에 들자 댓잎을 울리고, 풀벌레 가을 되자 침상에 오른다.[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는 구절은 이미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백련초해(百聯抄解)》와 작자 미상의 《추구(推句)》에도 수록되어 애송되는 것인데, ‘草虫秋近床’이 ‘草虫秋入床’으로 되어 있다. 2018. 10. 22.
중이 날짜는 알아 뭣에 쓰건디? 산승의 시축에 쓰다[題山僧軸] [조선]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評 무슨 날인지 중이 알아 무엇하리 산에 핀 꽃이 사계절 기억하거늘 때론 푸른 하늘구름 속에서 오동잎 보며 앉아 시나 쓰소 曆日僧何識? 山花記四時。時於碧雲裏, 桐葉坐題詩。 오동잎 보며 시를 쓴다는 것은 북위(北魏) 고조(高祖)가 원림에서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는데 오동나무 잎이 무성하자 신하들의 훌륭한 덕과 모습을 찬미한 시를 지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魏書 卷21下 彭城王傳》) 이에서 유래해 후대에는 모춘(暮春)에 신하들이 모여 연회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唐)나라 두목(杜牧)의 〈제동엽시(題桐葉詩)〉에 “강가 누각에서 오늘 돌아가는 제비를 보내노니, 바로 작년에 나뭇잎 보며 시를 쓰던 때로다.〔江樓今日送.. 2018. 10. 22.
천둥벼락 칠 땐 바람피지 마라..들켰을 적엔 오줌을 마셔야 하느니 조선후기 영·정조 시대에 이른바 북학파(北學派) 일원으로 중국에 다섯 차례나 다녀왔으며, 그 오야붕 연암 박지원을 추종한 이른바 ‘연암그룹’ 일원이기도 한 이희경(李喜經·1745~1805 이후)이란 사람이 남긴 잡글 모음 필기류인 《설수외사(雪岫外史)》란 책에 나오는 일화다. (한양도성) 서문(西門) 밖에 서른이 넘도록 개가(改嫁)하지 않은 과부가 있었으니, 그 이웃에는 아내 없는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사내가 결혼하자 아무리 꼬드겨도 여자는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마을에서 그녀를 정조가 있다고 해서 정려문을 세워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이 치면서 세찬 비가 내리더니 여자 집에 벼락이 쳤다. 이웃 사람들이 깜짝 놀라 가서 보니 집은 전과 같이 온전했지만 남녀가 부둥켜안은 채 쓰러져 있었다. 자세.. 2018. 10. 22.
새 시대에 걸맞는 제국주의 박물관을 제창하며 종래 제국주의라면 총칼과 가톨릭 신부 혹은 개신교 목사를 앞세운 침략과 약탈이 무기였다면 지금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제국주의를 제창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은 우리는 인정하기 못내 싫을지 모르나 과거 제국주의 팽창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박물관으로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무척이나 높다. 루브르 브리티시 뮤지엄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 피식민을 경험한 국가 박물관은 거의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반동으로 자국 문화의 영광을 포장하기 마련인데 그런 까닭에 내셔널리즘 색채가 유난히 짙거니와 이를 웅변하는 곳이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그리고 중국의 모든 박물관이다. 동경국립박물관 부속 건물 중엔 동양관이 있다. 말이 동양관이지 아시안 갤러리만 표방하지 않아 이곳엔 이집트실이 있.. 2018. 10. 22.
야구빠따 구타에 휘말린 연예계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 쏟아내는 연예계. 배우 김지수가 헤롱헤롱 만취 상태로 기자회견 나타나 추태 부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찌라시가 판을 치더니만, 그날 오후 그런 악성루머에 조정석이 가세하더라. 이런 소동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그날 또 새로운 사건이 터져나오니, 보이밴드 더이스트라이트 멤버 이석철·승현 형제가 4년간이나 소속사 미디어라인터테인먼트 PD한테 열나 얻어터졌다는 흉측한 폭로가 그것이다. 이들은 고등학생으로 알거니와, 그네들 폭로에 의하면, 문제의 PD가 멤버들에 대한 상습 폭행을 일삼았으며, 이를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현 단계에서는 확인이 곤란하기는 하나, 야구 빠따로 두들겨 패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그 폭로 내용이 경악이었.. 2018. 10. 21.
서자들의 두목 연암 박지원 연암 박지원...조선후기 영정조 시대 재야 문단의 영수지만, 실은 노론 적통에 재산 졸라리 많은 부자요 권력자였다. 뭐, 과거로 출사하는 길을 포기하고, 그러면서도 안의현감인지는 잘해 잡수시면서, 박제가 놀러 오니 안의현에서 관리하는 기생 중에서도 가장 앳된 애를 골라다 수청 들게 해 주는가 했으니, 이런 식으로 수하엔 말 잘 들을 수밖에 없는 또릿한 똘마니들 몇몇 거느리고 재야를 호령했거니와, 박제가 말고도 유득공도 있었다. 나이도 젤로 많고, 그 자신은 적통이지만, 똘마니들은 다 서출이라, 대장 노릇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럼에도 저이를 높이쳐야 하는 까닭은 그 속내가 무엇이었건, 그래도 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을 인간 대접했다는 점이다. 뭐 이런 동호회 그룹을 요새는 백탑 근처에서 많이 놀았.. 2018. 10. 21.
내발산동 PC방 살인사건 좀전 남영동 밥상 머리에서 나만 뺀 온가족이 PC방 살인사건을 이야기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장모님 마누라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재학생인 아들놈까지 가세했다. 난 무슨 소린가 했다. 나로선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기자란 놈이, 것도 대한민국에서 어느 정도 지명도 있는 언론사에서 문화부장질이라고 하는 놈이, 나중에 알고 보니 발생 일주일이 지나고, 지금도 한창 논란 중인 그 PC방 살인 사건조차 까마득히 몰랐던 것이다. 우리 공장 편집국 문화부 바로 옆이 담당 사회부인데 그 옆에서 그런 일을 다룬다는 사실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 바빠서 라고 해둔다.내 일에 치여서라 해두자.문화부 일만으로도 치어서 죽을 판이라 옆부서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해두자.까꾸로 저들이 BTS가 그제 파리공연을 .. 2018. 10. 21.
서거정이 말하는 내장산 백양사 단풍철이다. 그런 대명사로 내장산을 으뜸으로 꼽는다. 그 내장산에 백양사가 있다. 조선초기 사가정 서거정의 다음 증언은 현재의 내장산 백양사 내력 중 고려말~조선초 일단을 증언하거니와, 이에 의하면, 당시에는 백암사라 일컬은 백양사가 실은 행촌 이암 집안 고성이씨 원찰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런 성격이 언제까지 지속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사가정 당대까지 100년이나 이어졌다는 사실을 소홀히 보아넘길 수는 없다. 이는 당대 불교사를 고찰할 때도 여러 문제의식을 고취하거니와, 불교가 일방적인 탄압대상이었다는 데 대한 반론 역시 요즘 만만치 않거니와, 불교가 그리 호락호락하니 당하지는 아니했다. 강고한 유교사회에서도 불교는 여전히 효용이 있었으며, 특히나 가정 주도권을 장악한 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성들이었.. 2018. 10. 21.
몇번이나 다시 올 수 있으려나 한시, 계절의 노래(207) 죽림사에 부쳐(題竹林寺) [唐] 주방(朱放) / 김영문 選譯評 세월은 사람 삶재촉하는데 안개와 노을이곳에 많네 은근한 죽림사여기 절집을 다시 또 몇 번이나올 수 있으랴 歲月人間促, 煙霞此地多. 殷勤竹林寺, 能得幾回過. 오늘은 매화산 청량사에 들르는 날이다. 가을 단풍 속 선경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다. 경향 각지의 도반들과 오랜만에 두런두런 격조했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한시 몇 수를 준비하여 조촐한 저녁 시간을 즐길 것이다. 가을 저녁 산등성과 산골짝으로 두루 퍼져가는 그윽한 범종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아마 하늘에서는 반달을 지난 가을 달이 수만 골짝 개울을 비출 것이고, 어쩌면 그 공산명월을 스치며 날아가는 이른 기러기떼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벌레 소리는 .. 2018. 10. 21.
추수 끝나도 붉은 찰벼는 드문데 한시, 계절의 노래(206) 술이 익다(酒熟) 첫째 [明] 굴대균(屈大均) / 김영문 選譯評 빚은 술 원액 새로 내와그 맛이 달콤한데 아이들은 지게미 먹고아버지는 술 마시네 안타까워라 추수 끝나도붉은 찰벼 드문지라 포의 선비 더 이상동쪽 울로 가지 못하네 酒娘新出味如飴, 兒女餔糟父啜醨. 恨絕秋收紅糯少, 白衣無復到東籬. 이런 시를 올리면 틀림없이 어떤 분은 왕조 시절 한가한 유생의 비현실적 신세타령이라고 비웃을 것이다. 먹을 것 다 먹고, 입을 것 다 입고, 벼슬할 것 다 한 후 시골로 내려와 고고한 은사인 척 폼을 잡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판하는 분들 대부분도 현재 노동자 농민의 현장에서 동떨어진 삶을 사는 분들이다. 책상 앞에 앉아 관념 속 색깔론에 물들어 프롤레타리아도 아닌 자들이 프롤레타리.. 2018. 10. 20.
그대 떠난 이곳 강산은 텅 비어 맹호연의 죽음을 곡한다[哭孟浩然] [唐] 왕유(王維) 죽은 친구 다시 볼 수 없는데한수는 오늘도 동쪽으로 흐르네 묻노니 양양 땅 늙은이여 채주엔 강산이 텅 비었는가 故人不可見 漢水日東流 借問襄陽老 江山空蔡州 맹호연은 당대 중기 저명한 시인으로, 동시대를 살다간 왕유와는 절친이었으니, 둘은 소위 전원시라 해서 전원을 소재로 하는 시들로 일세를 풍미했거니와, 그런 까닭에 이 둘은 항용 왕맹(王孟)이라 병칭되었다. 양양 땅 늙은이란 맹호연이 지금은 호북성에 속하는 양양(襄陽) 출신임을 빗댄 말이거니와, 그가 죽어 허무 허탈하기 짝이 없는데 하염없이 동쪽으로 흘러가는 한수(漢水)란 장강 지류 중 하나로 섬서성 남부 미창산(米倉山)에서 발원해 호북성을 통과해 무한(武漢)에서 장강에 유입한다. 채주(蔡州)란 일명 .. 2018. 10. 20.
이발소 요구르트 머릴 쳤다. 오늘 그리해야 할 작은 까닭이 있어서다. 요저납시, 공장에서 한참 조는데 어딘지 전화가 와서는 아리까리한 기관 누구라 하면서 이르기를 블라블라 북콘서트를 하니 나와 달래나 어쩌래나, 음냐음냐 그러마 하고는 오로지 전화 빨리 끊고 다시 달콤새콤 오수에 접어들 생각에 덜커덩 승낙했더니, 이후 이런저런 연락이 추가로 더 와서 알고 봤더니 난 시다라,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나는 그 주인공 시인 장단맞추기를 해야 한단다. 그래도 꽤죄죄 덮수룩한 모습으로 나가긴 못내 저어해 만원 주고 동네 이발관서 급하게 친다. 머리를 가시개 전동바리깡 슥삭슥삭하는 소리, 토끼 풀 먹는 소리 같고 한밤중 누에 뽕 갉아먹는 소리 같다. 생살을 떼어내고 뭉탱이로 잘라내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아니하니, 난 드디어 그 어떤 고.. 2018. 10. 20.
미당의 자화상이 투영한 인촌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몇 방울의 피가 섞여 있어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2000년 향년.. 2018. 10. 20.
시린 가을, 붉은 마음 따스했다. 노곤노곤 했다. 몸이 좀 안좋아 휴직했다 복직한 이 업계 친구 불러다가 공장 인근에서 밥 한 사발 먹이며 그랬다. 넌 일찍 죽지 마라. 나 죽거든 조의금 듬뿍 내라. 그러리란 다짐 받고 발길 돌리는데 괜한 말 했나 싶어 괜실히 시리다. 그래도 따땃하니 좋다. 경복궁엘 갔다. 만궁홍엽滿宮紅葉 직전이나 이런 때 역광에 비친 홍엽 황엽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해 뉘엿뉘엿한 무렵엔 핏빛으로 변하니 오늘 대낮을 골라 들어선 까닭이다. 파릇함 여운 채 가시지 않은 이파리 도드라진다. 홍엽 황엽과 대비하니 푸르름도 이 계절엔 제법 쓸 만하다. 은행 단풍으론 이 우주에서 뽑을 만한 저 나무 아직은 절정이 아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이 앞엔 부도탑 하나가 있었더랬다. 그가 애초 실려올 땐 몹시도 거슬렸겠지만.. 2018.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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