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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8) Time to say goodbye 일부러 익숙한 데만 어슬렁어슬렁 찾아 돌아다녔다. 이렇다 할 일정도 넣지 아니한 날이며 오직 이곳 지인 가족만 초대한 저녁만 한국식당 이조에서 한다는 약속만 있었을 뿐이다. 이제 이틀이 채 남지 않은 한달 여행이 막바지라 감회가 없을 수는 없어 인사한다는 심정으로 돌았다. 의관이라 갖출 게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갓 빨아말려 비누 냄새 가시지 않은 옷들로만 걸치고 나섰다. 그게 나름 예의라 생각한 알량한 까닭이다. 이번에만 수십 번을 지나친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오 일대를 돌다보니 콜로세오가 구운 삼겹살 색깔로 변하고 포로 로마노 위로는 뉘엿뉘엿 해가 진다. 해가 지기 전 대낮에는 트라스테베레 어느 카페테리아 야외에서 에소프레소 한 잔도 때리는 청승도 부려봤다. 잘 안 타먹는 설탕도 태워 그 바닥까지 핥으니.. 2023. 12. 4.
이제는 말이 고통이라는 글이 나와야 한다 말 혹은 말타기가 낭만인 시대지만 이 시대에도 저 말 한 마리 기르고 간수하는 일은 고통이다. 엄청나게 쳐먹어대고 병은 걸핏하면 걸려서 의사 불러야고 처방전 놓아야 하며 무엇보다 엄청 싸대는 통에 요즘 같은 낭만 시대에도 통치우는 일이 고통이다. 마사馬史라 해서 그 문화역사를 다룬 글은 수천을 헤아리지만 그것이 고통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글은 단군조선이래 나만 있을 뿐이다. 이젠 마구가 아니라 등자가 아니라 재갈이 아니라 수레가 아니라 기마민족이 아니라 말 사육이 고통이라는 문화사 접근이 나와야 한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은 내 업고서 덩실덩실 춤을 추리라.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고고학과 문화재학을 가르는 지점이다. 소나 말이 많아야 부자라는 사실을 농민들이 알고서도 왜 한 마리로도 버거워했는지를 생각이.. 2023. 12. 4.
인문학 대작을 쏟아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노후 제레드 다이아몬드 Jared Mason Diamond (1937~)의 노후이다. 1992 (55세) : The Third Chimpanzee: The Evolution and Future of the Human Animal 집필 1997 (60세): 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 집필 2005 (68세):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집필 2012 (75세): The World Until Yesterday 집필 2019 (82세): Upheaval: How Nations Cope with Crisis and Change 집필 55세까지는 의과대학 기초의학교수로 열심히 산 사람이다... 2023. 12. 3.
역사를 갉아먹는 망령 마한, 나주 복암리도 망친다 근자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나주 복암리유적 발굴성과를 공개한 일이 있었거니와, 우리 역시 그 간단한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이참에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해 본다. 지난 4월에 시작한 이번 조사는 위선 대상 지점을 확인해야 하는데 전남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906-18번지 일원이라 한다. 이를 지도에서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변으로 기존에 알려진 복암리고분군이니 정촌고분군이니 하는 삼국시대 관련 무덤 시설이 밀집하는 까닭이다. 되도록이면 위성지도가 낫다. 네이버 지도복암리 906-18번지map.naver.com 이걸 보면 영산강 충적지대에 위치함을 본다. 무덤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발굴성과를 봐도 무덤이 아니라 이른바 생활유적 혹은 그 일종인 관청 관련 흔적으로 보아얄 성 싶다. 이번.. 2023. 12. 3.
문화재청 보도자료를 다시금 난무하는 일본말 찌꺼기들 애초에 근대 경작과 수목 등으로 훼손이 심했고, 민묘와 도굴 등으로 유실도 많이 된 상태였다. 조사 결과 14호분의 규모는 직경 20m, 높이 4m로 추정되며, 구릉 사면을 ‘L’자형으로 굴착하여 정지층을 조성하고, 매장시설을 안치한 후 봉분을 성토하였다. 이번 발굴에서는 1989년 확인된 두락리 1호(현 17호, 길이 8.6m× 폭 1.3m) 이후로는 가장 큰 대형급(길이 7.6m× 폭 1.25m) 삼국시대 수혈식 석곽묘가 확인되었으며, 내부에서는 기대(그릇 받침대), 유개장경호(뚜껑있는 긴목항아리), 등 대가야계 토기류와 철모(철창), 철부(철도끼) 등 철기류도 출토되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14호분 발굴조사 현장 공개,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2023-11-30 보도자료 중에서) 부여 .. 2023. 12. 3.
소위 역사의 발전단계에 대하여 돌이켜 보면, 필자가 학생시절에는 읽을 만한 책이 소위 사회과학서적, 지금 생각해보면 좌파 서적 밖에 없었다. 각설하고, 당시 풍미한 이야기 중에는 "역사의 발전단계"에 대한 주제가 많았다. 막시즘 영향이 짙지만 반드시 그 논리대로 따라간 것은 아니고 나름 동아시아적 측면에서 한중일 사례도 다루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대부분 일본좌파서적 번안서였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책에 나온 소위 역사의 발전단계 어쩌고는 누구도 제대로 된 비판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도를 넘어서 이걸 가지고 한국사에는 아시아적생산구조니, 동양적 노예제니, 봉건제 결여론이니, 해서 한국사를 그 논리에 짜 맞추려는 시도가 부단히 있었다는 점이다. 그건 좋다. 문제는 이렇게 논쟁 아닌 논쟁을 하고 하다가,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 되.. 2023. 12. 3.
고고학, 조사원의 학문에서 개돼지의 유희로 고고학이 다시 서는 길을 나는 저리 본다. 고고학은 별게 아니다. 개돼지도 3년을 교육하면 하는 일이 발굴이며 고고학이다. 하지만 고고학은 고고한 영역으로 올라가 내려올 줄을 모른 지 너무나 오래되어 지상과는 단절하고 말았다. 지들만이 아는 난수표,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지들만이 그리는 암호만 그리다가, 그것이 정말로 고고한 줄 착각하게 된 지 오래다. 고고학은 개돼지도 3년이면 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개돼지의 유희로 이제는 내려서야 한다. 저 매장법이 규정하는 준조사원 자격이 어떻고, 조사원 자격이 어떻고 하는 얘기는 신판 골품제다. 학예연구관이 되면, 부교수가 되면 책임연구원 자격을 준다는 저 괴물은 개돼지 먹이로 던져버려야 한다. 고고학은 누구에게나 열려야 하고 고고학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 2023. 12. 3.
떠난지 3년, 여전한 나의 우상 디에고 마라도나 특정 분야에서 역사상 최고를 뽑는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그러나 부질 없으면서도 결론은 나지 않는) 대화 주제이다. 축구라는 종목에서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를 뽑으라면 으레 브라질의 펠레가 수위에 꼽히겠으나 그 다음 순위는 역시 사람마다 주관이 다르기에 여러 명이 오르내릴 것이다. 내게는 그 사람이 마라도나였다. 어릴 적에도 펠레는 이미 "축구 황제"라 불렸음에도 나는 펠레가 뛰는 경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독일 베켄바워와 포르투갈 "흑표범" 에우제비오, 골키퍼 야신 정도가 훌륭했던 선수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요한 크루이프나 바비 찰튼은 알지도 못했다. 하다 못해 야신의 국적이 소련이라는걸 알고 먹은 충격은 대단했다.(최고의 골키퍼가 공산당이라니...ㄷㄷㄷ) .. 2023. 12. 3.
싱가포르와 정대호, 그리고 안중근 싱가포르 정부에서 2023년 독립 60주년(영국으로부터)을 맞아 독립국 싱가포르 역사를 정립하고자 2028년 개관을 목표로 "Singapore Founders' Memorial"을 세운다고 한다. 그래서 이웃국가 기념관들을 벤치마킹하려고 싱가포르 National Heritage Board(NHB) 임원진이 우리 관에도 방문을 하였는데...한국 근현대사를 다루는 박물관 기념관에는 이번 주에 거의 이분들이 다녀갔을 거다. 사실 'Founders'라고 복수형을 썼지만 그 기념관 주인공은 모두 알다시피. LEE Kuan Yew 李光耀다. 그는 얼핏 이승만-박정희를 섞어놓은 인물처럼 보이는데...정작 NHB멤버들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기념관에는 방문하지 않았단다. 그리고는 웬일인지 안중근기념관 방문을 희망했다. .. 2023. 12. 3.
[우즈베키스탄] (1) 우연히 마주한 역사의 흔적, 타슈켄트 나보이 극장 Alisher Navoiy Theater 타슈켄트 행이 정해지자마자 우선, 가성비 괜찮은 숙소부터 찾았다. 타슈켄트에는 롯데시티호텔이 있다.(한국의 그 롯데시티호텔이다.) 건물은 옛날 건물을 개조한 것인데, 예전에는 타슈켄트의 최고급 호텔 라인 중 하나였지만 요즘엔 더 좋은 호텔이 많아졌다. 조식 때 한식이 함께 제공되고 메뉴에도 한글이 병기되어 있다. 타슈켄트에 아무리 한식당이 많다 하더라도 조식으로 먹는 기분은 또 다르고(나이먹었나보다..),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야외 루프탑 레스토랑이 호프집마냥 캐주얼하게 흥겨운 분위기다. 저녁 때는 라이브 연주도 해 준다. 가격대는 타슈켄트 물가를 생각하면 중상 정도. 위치도 좋다. 숙소 근처에서 혹시나 여유가 되면 들를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인근 지역 구글 리뷰를 검색했다. 타슈켄트에서 가장 유명.. 2023. 12. 3.
친경례親耕禮, 궁구해야 하는 전근대 전시행정 전근대사회 친경례(親耕禮)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禮記‧祭統》에 이르기를 "천자가 남교(南郊)에서 친히 밭을 갈아 자성(粢盛)을 바치고 왕후가 북교(北郊)에서 누에를 쳐서 검은 면복(冕服 제복(祭服))을 바치며, 제후가 동교(東郊)에서 밭을 갈아 또한 자성을 바치고 부인이 북교에서 누에를 쳐서 검은 면복을 바친다. 천자와 제후가 밭 갈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요, 왕후와 부인이 누에 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몸소 성신(誠信)을 다하는 것이다. 성신을 일러 극진함이라 하고, 극진하게 함을 일러 경(敬)이라 하니, 경을 극진히 한 뒤에 신명을 섬길 수 있으니, 이것이 제사하는 도이다. [天子親耕於南郊, 以共齊盛, 王后蠶於北郊, 以共純服; 諸侯耕於東郊, 亦以共齊盛, 夫人蠶於北郊, 以共冕服. 天子、諸侯非.. 2023. 12. 3.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6) 안 가고 후회하지는 말아야 이젠 짐을 싸며 몸을 추스릴 시기지만 쑤시는 좀을 어찌할 수는 없어 다시 괴나리봇짐 매고 나선다. 잡은 숙소가 하나 좋은 점은 로마 트라스테베레 Roma Tratevere 라 해서 우리로 치면 청량리나 영등포역쯤에 해당한다. 예서 피우미치노공항으로 가는 기차도 있다. 시간표 보고 기차 보고는 내가 탈 플랫폼이 2번임을 확인한다. 치비타베키아 Civitavecchia 를 거쳐 그 유명한 삐딱이 엉거주춤 불량 탑이 있는 피사 Pisa까지 가는 모양이다. 예정한 나들이가 아니었고 탱자탱자 방구석 딩굴까 하다 낭패를 당했으니 몰타서 앵꼬난 카메라 밧데리를 충전하지 아니한 것이다. 밧데리 두 개 중 하나를 급하게 충전하며 만땅 되길 기다리니 일각이 여삼추 같다. 여행은 충전과의 쌈이라 내가 말하고도 대비를 하지 .. 2023. 12. 2.
해동금석원보유海東金石苑補遺 펴낸 유승간劉承幹(1881~1963)은 누구? 오늘은 큰 아이 논술 시험을 들여보내고, 주차할 장소가 없어 한 주상복합 건물 안 작고 친절한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이런 저런 내용을 뒤지다가 바이두 백과에서 해동금석원보유海東金石苑補遺를 펴낸 유승간劉承幹(1881~1963) 항목을 읽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유승한이라고 했는데, 幹을 '한'으로 발음한 근거는 뭔지 모르겠다. 김명호 선생님의 명저 "중국인 이야기"에 나오는 '문화노인'의 선배들, 그들의 이야기도 언젠가 책으로 나옴 좋겠다. (아마 번역서도 나오기 힘들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한 석달 정도 강남을 돌며 이들의 자취를 밟아보고 싶다. 제가 오늘 읽은 내용이 궁금하진 분들은 아래로, 사진은 유승간과 그의 서고, 호주 가업장서루(1924년 완공).. 2023. 12. 2.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5) 강장영양제로 버팀하는 나이 환갑을 앞두게 되면 몸이 여러 군데 이상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라, 특히 이 무렵이면 당뇨나 혈압 계통에 문제가 빈발한다. 아직 그런 징후가 나한테는 없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문제가 없지는 않아서 비타민D는 심각히 결핍한다는 진단이 있었다. 그래서 이걸 싸오고 영양제도 가져왔는데, 하도 싸돌아댕기는 통에 거른 날이 절반이지만 그래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서 아차 빼 먹었지 하면 낼름 삼킨다. 결국 인공호흡으로 버텨나가는 셈인데, 어쩌겠는가? 나라고 나이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니 나보다 먼저 환갑 고개를 넘은 선배들이야 어쩌고저쩌고 웃기는 소리 하지만 그네들도 다 이 무렵에는 저와 같은 고비를 넘겼음에도 그런 고비를 먼저 지났다는 이유로 망각할 뿐이다. 잘 챙겨먹어야 한다 하지만,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 2023. 12. 2.
조사원 자격 기준, 그 강화 언설로서의 후지무라 신이치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가 주도한 구석기 조작사건은 일본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었으니, 마이니치 신문이 주도한 조작 폭로사건은 국내 문화재 행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더욱 그런 강고한 흐름을 형성해가니, 바로 고고학은 대학에서 고고학 관련 학과에서 엄격하게 교육을 받고, 그런 자격 혹은 경력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언설의 강화가 그것이다. 후지무라 사건이 이렇게 전개한 까닭은 다른 무엇보다 그가 저들이 말하는 저런 과정을 밟지 않은 소위 '아마추어 고고학도'라는 데에 비롯한다. 그들이 말하기를, 봐라, 정통 고고학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저런 짓을 저지른다는 논리로 귀결하거니와,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사건을 주목한다. 첫째, 그는 소위 정통고고학이 말하는 그런 과정을.. 2023. 12. 2.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5) 친구 나야 청승 맞은 홀로여행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여행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나이들어가면서는, 특히 아무래도 여러 모로 생소랑 씨름해야 하는 해외여행은 되도록이면 친구랑 함께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점점 더 굳어진다. 친구, 말 참 좋지만, 때론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이 거추장스럼이 원수관계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말동무는 있어야 한다. 홀로감행에 나선 이번 여행에서도 내내 함께할 친구가 있었더래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한다. 애초 퇴직을 암시하면서, 연말에는 유럽 쪽 행차를 할 것이라 하면서, 나는 이 여행에 김충배를 동반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까발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자신이 재계약 파동을 둘러싼 여러 곤혹을 토로했으므로, 이젠 비밀이 아니니 상기하자.. 2023. 12. 2.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4) 짐을 싸야 할 시간 그래 요란스러웠다. 이미 퇴직을 예고하면서 요란스러웠고, 그것이 확정되고서는 퇴직 확정으로 또 요란스러웠으며, 그를 기념하는 나들이를 준비하며 또또 시끄러웠고, 그것을 실행하는 지금도 또또또 시끄럽기 짝이 없다. 그 시끄러움이 이제는 제1단원 막을 고해간다. 돌아가서도 아마도 당분간은 시끄러울 것이다. 왜? 이번 여행 마무리 정리가 남은 까닭이다. 제2막이랄까? 또 그 시끄러움을 마주해야 하느냐 경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로대, 말하건대 꼴불견이면 보지 않음 그뿐이지, 그걸로 나를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한달을 기거한 로마 방을 새삼 돌아본다. 널부러진 꼴이 남영동 서재보다 더하지만, 하나씩 갈무리하고 차곡차곡 트렁크 쟁여넣으면 낯선 이 방을 한 달 전 들어서던 그 모습으로 금방 돌아가리다. 떠날 때는.. 2023. 12. 2.
탈초에 관하여 by 김영문 * 초서를 해서로 바꾸어 읽기 쉽게 하는 작업을 탈초라고 한다. 아래 이미지는 어떤 현판의 일부분이다. 현재 현판 상태는 좋지 않으나 글씨는 본래의 예리한 판각이 그대로 살아 있고, 사진 작업도 음양의 깊이를 잘 살려 판독하기 좋게 이미지를 떴다. * 나는 어릴 때부터 한문을 접했고, 대학에서도 중문학을 전공했으므로 한자와 한문 관련 문장이나 유물을 자주 대하는 편이다. 그러나 초서는 그렇게 일찍 만나지 못했다. 초서는 그 자체로 읽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초서를 접한 것은 2005년 무렵 영해의 한 지인이 집안에 전해내려오는 방대한 문적을 내게 번역해달라고 부탁하면서부터다. 그 문적 속에 초서 간찰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초서 간찰을 읽기 .. 2023. 12. 2.
소가 뿔을 갈던 봉덕사종, 매월당 김시습이 증언하는 15세기 성덕대왕신종 매월당 김시습이 증언하기를 봉덕사 터에 나뒹굴던 이 종에 소들이 뿔을 간다고 했다. 문제의 시는 다음과 같다. 박씨와 석씨 이미 사라지고 二姓旣已沒。 김씨가 바야흐로 임금 되었네 金氏方主張。 끄트머리 23대째 末葉卄三代。 묵호자가 서방에서 왔다네 墨胡來西方。 인연과 화복의 이야기로 因緣禍福說。 법흥왕을 뵙고자 하였다네 求謁法興王。 ... 그 뒤 혜공왕께서 厥後惠恭王。 동천 옆에 절을 지으셨네 營寺東川傍。 절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되고 招提久莫量。 종은 크기가 노 장공의 것을 넘었네 鍾大逾魯莊。 어찌 조귀의 간언이 없었는지 豈無曹劌諫。 다만 천당과 연 맺었다 기뻐했네 只緣喜天堂。 절은 망해 모래와 자갈에 묻히고 寺廢沒沙礫。 이 물건은 잡초덤불에 맡겨졌네 此物委榛荒。 주나라 석고가 그랬다던가 恰似周石鼓.. 2023. 12. 2.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3) 문화재는 장사 안된다, 하지만... 뭐 이번에 새삼스럽게 감발한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확인한다. 문화재? 이걸로는 장사 안 된다. 혹자는 이런 말에 유럽에서 문화재 아닌 관광 장사 어디있냐 묻겠지만, 내 결론은 문화재업계 사람들한테는 처참할지 모르지만 문화재는 장사 안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재는 실상 문화재가 아니라 사치품이다. 그 사치화하고 허영화한 문화재가 팔리는 것일 뿐, 역사를 팔아? 문화재를 팔아? 언어도단이다. 콜로세움에 누가 글레디에이터를 보러 가는가? 나도 여기 와 봤다 하는 허영 사치 그 소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역시 그에서 한 치 예외없다. X불 나도 봤다 콜로세움 나도 봤다 피라미드 나도 봤다 모나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허영을 채우러 가는 곳이다. 바티칸? 혹자는 신심으로 가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2023. 12. 2.
필자 고고기생충학의 마무리 작업 필자가 그동안 해온 연구 중 고고기생충학 작업 마무리 수순의 논문이다. 이 논문에 필자가 발표한 논문이 거의 모두 망라되어 있다. 이 논문은 의학계를 위한 논문이다. Paleoparasitology research on ancient helminth eggs and larvae in the Republic of KoreaChai, Seo, and Shin: Paleoparasitology research on ancient helminth eggs and larvae in the Republic of Korea Abstract Paleoparasitology is a discipline that applies existing conventional and molecular techniques to stu..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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