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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로 고개만 쏙 내민 마애불상 The Buddha of the Lake 《Archaeology》 매거진 May/June 2017호에 실린 기사를 뒤늦게 트위터를 통해 접했다. 이 잡지 보도에 의하면 중국 남동부지역 (복건성) 도시 푸저우(福州) 수력발전소 건설과정에서 1950년대에 건설한 댐에 수몰한 명나라시대 강안 마애불상이 느닷없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머리와 어깨까지 드러난 이 불상은 수중 조사 결과 전체 높이 12피트에 달하며 그 바닥에서는 절터 흔적이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이 절터와 불상이 들어선 위치. 강물이 굽이치는 강안 기슭에 위치한 이 절은 아마도 안전 항해를 기원하는 곳으로 기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식으로 보아 마애불은 명대(1368~1644)로 간주된다. 이 일대는 북쪽으로 흘러 양자강에 합류하는 지류를 막는 댐.. 2018. 11. 6.
수중발굴하다 세상 떠난 UDU 대원 故 강대흔 몸 아끼지 않고 여러 수중발굴 참여…세월호 수색현장에서도 한달 보내 2014/12/10 17:10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지난달 5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태안 마도 앞바다 '마도4호선' 발굴성과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침몰선박은 사상 처음으로 확인한 조선시대 선박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주목을 받았다. 연구소는 현장에서 닻에 달린 목제 갈고리인 닻가지를 인양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잠수장비를 갖추고 해저에 들어가 실제 닻가지를 선상으로 들어올린 이는 잠수사 2명이었다. 박정원(55) 잠수사와 함께 이 작업을 지휘한 이가 강대흔 잠수팀장이었다. 주민등록상은 1958년생이지만 실제는 1956년생인 그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평생을 바다에서 보내다시피 했다. 1977년 해군 하사관으로 입대.. 2018. 11. 5.
우골탑牛骨塔과 아버지 돌이켜 보면,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거니와 나는 가난을 팔아먹곤 한다. 그것이 지나쳐 지금도 가난하다고 하는건 아닌지 짐짓 염려되기는 한다. 그 시절에는 다들 그러했다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느냐 하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저 시절을 잊을 수는 없다. 어쩌면 잊지 않고자 하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잊지 않고자하는 세뇌 교육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다. 諱는 淵赫이요, 본관은 김녕이라, 1921년 음력 6월 15일 경북 금릉군 대덕면 조룡1리 222번지에서 출생했다. 선비先妣는 김해김씨이니 같은 금릉군 조마 태생으로 1남1녀를 두었다. 후비後妣 역시 김해김씨라 충무 태생으로 2남2녀를 두었다. 나는 5번째라, 선친이 마흔일곱에 얻은 아들이다. 얘기가 길어질 듯해서 짤라버린다. 아버지가 끌고.. 2018. 11. 5.
천오백살 돌덩이에게 천오백년 부동자세로 섰다가 글자는 거의 다 지워지고모자는 잃어버렸으며몸통엔 총까지 맞았으니곳곳이 생채기라견디다 못해 중환자실로 갔다. 2018. 11. 5.
성균관 문묘 은행단풍成均館文廟銀杏丹楓, Seoul 가방을 열고 사진기를 찾았다. 뿔싸 정작 카메라만 없더라. 렌즈만 잔뜩 쑤셔박아 왔더라. 낭패다. 오늘 아니면 다시 내년 가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은행나무 단풍은 그렇게 언제나 내 곁을 떠나갔다. 첫사랑처럼, 둘째 사랑처럼, 그리고 셋째사랑처럼 말이다. 뭐 어쩌겠는가? 이빨이 없으니 잇몸으로 때워야지 않겠는가? 다행히 근자 폰을 갤놋나인으로 교체하고, 몇번 시험 가동해 보니 그런대로 땜빵은 하더라. 성균관이다. 공자를 모신 학당이요 제전祭殿이다. 이곳에 터잡은 대학교가 굳이 이 이름을 택한 이유다. 한데 그 시작이 1398년이란다. 심한 뻥에 빙그레 웃어주자. 이곳 은행 단풍이 절정이라 해서 잠깐 짬을 냈더랬다. 불이 탄다. 입소문 났는지, 아니면 일욜 도심이라 그런지 많은 이가 몰려들.. 2018. 11. 4.
고 신성일 배우 장례식장 한 풍경 별세 소식부터가 드라마틱한 신성일 배우 장례절차가 초고속으로 완비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당초 강남성모병원으로 알려진 빈소가 아산병원에 확정하고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례식장에 고인과 상주들 명단이 내걸렸다. 영화인장 집행부도 구성됐음을 알리는 브리핑도 있었다. 고문에 추억의 이름들..한때 은막을 주름잡은 원로배우 명단이 조금은 반갑기도 하다. 다만 저들 역시 연배가 적지 않다는 점이 맘에 걸리기도 한다. 장례일정도 세부안이 나왔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걸물도 이젠 뇌리로 묻혀간다. 2018. 11. 4.
Autumn Colors Autumn has come over Yungneung and Geolleung, two royal tombs from the Joseon Dynasty within an oak-forested park in Hwaseong, South Korea. Yungneung is the tomb of Crown Prince Sado and Princess Hyegyeong, while Geolleung houses King Jeongjo and Queen Hyoui. The tombs are part of the UNESCO-listed World Heritage Site of the Royal Tombs of the Joseon Dynasty. 2018. 11. 4.
지옥을 오간 밤, 떠날 때도 스타였던 신성일 언론사, 혹은 담당기자로서 언론계 전문용어 '전문취소'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런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해당 언론사와 담당 기자한테는 고통이다. 자사 혹은 자기가 쓴 기사를 말 그대로 몽땅 다 취소하면서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 그런 일이 있었다. 지난 4월 내가 우리 공장 연합뉴스 문화부장으로 부임한 이래 이번이 두번째인가로 기억한다. 이런 일은 부서장, 혹은 해당 기자가 경험할 일이 거의 없으므로, 아무리 한 번 경험했다 해도 전문취소하는 절차에 허둥대기 마련이다. 물론 공장 내부에는 그에 대처하는 절차가 명백히 규정돼 있지만, 오늘은 마침 내가 휴무인 데다가, 문제의 사태가 터질 적에 바깥에 있었던 까닭에 더욱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어제 저녁 21시52분50초에 내가 책임진.. 2018. 11. 4.
교수 겸직, 이젠 고리 잘라야 한다 〈교수 겸직은 김영란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현직 국민대 교수인 김병준이 총리로 지명되었다. 그는 국민대 현역교수로서 학교를 휴직하고 참여정부에서 호사를 누리다가 교수로 복귀했다. 이런 교수가 한둘이 아니다. 공직 혹은 그에 준하는 자리를 맡아 현직 교수 신분을 유지한 교수가 천지 빼까리다. 비단 이만이 아니라 상당수 교수가 교수가 본업이 아니라 알바로 여기니, 그런 세태 형성에 저 겸직 허용이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나는 교수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를 알바로 여기며 딴 짓거리에 혈안이 된 교수놈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겸직은 김영란법 정신에도 맞지 않고, 그것이 아니라 해도 기회균등 차원에서도, 그리고 교육받을 권리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 교수는 교수에게 부여된 고유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 2018. 11. 3.
맹자 시대의 군자삼락과 21세기의 군자삼락 이천삼사백년 전 중국 땅에 맹가(孟軻)라는 이가 있어, 그가 말하기를 군자에겐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노릇 하는 일은 그에 들지 아니한다.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별 탈이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 내가 쪽팔리지 않음이 두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 그를 가르침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라 했거니와, 그의 말과 생각을 집대성했다는 저 《맹자孟子》 진심(盡心) 편에 보이는 저 세 가지가 꼭 저에 드느냐 하는 논란은 시대에 따라, 개인 취향에 따라 다름이 없진 않겠지만, 요새는 저 두 번째가 절실히 다가.. 2018. 11. 3.
가슴팍 파고드는 이 애환, 누가 알아주리? 한시, 계절의 노래(213) 기해잡시(己亥雜詩) 96 [淸] 공자진(龔自珍) / 김영문 選譯評 어렸을 땐 검술 익히고퉁소 즐겨 불었건만 서린 검기와 그윽한 정하나 같이 사라졌다 황량한 마음으로귀향 길 배를 탄 후 오늘 아침 밀려오는온갖 애환 누가 알랴 少年擊劍更吹簫, 劍氣簫心一例消. 誰分蒼凉歸櫂後, 萬千哀樂集今朝.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무협소설의 지존 김용(金庸)을 생각하다가 문득 옛날에 쓴 글 한 편이 생각났다. 혼란한 청말에 새로운 시대를 꿈꾼 공자진(龔自珍)의 『기해잡시(己亥雜詩)』에 대한 서평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기해잡시』를 번역하고 평석(評釋)한 최종세의 『기해잡시평석(評釋)』(도서출판 月印, 1999)에 대한 생기발랄한 리뷰였다. 내가 보기에 중국 근대 문인들의 협기(俠氣)는 공자진.. 2018. 11. 2.
모철민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발탁 2010년 8월 13일, 대통령 이명박은 차관급 인사 2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에서 초미의 관심은 이른바 왕차관급이라 해서 실세로 꼽히던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행보였으니, 이 인사에서 그는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방부 차관에는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발탁됐다. 박영준이 자리를 비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는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정운영1실장이 승진기용됐으며,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에는 안상근 전 경남 정무부지사가 내정됐다. 더불어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를 보좌하는 특임차관에는 김해진 전 코레일 감사가, 기획재정부 2차관에는 류성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내부 승진했으며, 외교안보연구원장에는 이준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가 발탁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에는 설동근 전 .. 2018. 11. 2.
찰갑 출토 강릉 초당동 4세기대 신라 토광목곽묘 강릉 초당동에서 4세기대 신라시대 찰갑(札甲)이 나왔다. 이를 요약 정리한 소식은 아래 우리 공장 기사를 클릭하라. 강릉서 완전한 형태의 4세기 신라 미늘갑옷 확인이에 이에서는 보도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다시금 정리해 소개하려 한다. 토대는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재단법인 강원고고문화연구원(원장 지현병)이 오늘 문화재청을 통해 배포한 '강릉 초당1처리분구 하수관로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 전문가 검토회의 자료'다. 이에 의하면 이번 조사는 강릉시(건설수도본부)에서 초당동 일원 노후화한 하수관로를 정비하고자 ‘초당1처리분구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계획하면서 발판을 마련했다. 이 지역이 널리알려졌듯이 유적, 특히 신라시대 고분이 밀집하는 곳인데다 국가사적 제490호 ‘강릉 초당동 유적’ 주변이라, 사업에.. 2018. 11. 1.
마른비처럼 쏟아지는 낙엽 한시, 계절의 노래(212) 낙엽(落葉) [宋] 애성부(艾性夫) / 김영문 選譯評 맑은 서리 즈믄 숲 마르게 하니 누런 잎이 만 가지 춤 추려 하네 한밤 내내 북창에서 잠 자는데 마른 비 오는 소리 우수수 들리네 淸霜槁千林, 黃葉欲萬舞. 一夜北窗眠, 瀟瀟聽乾雨. 서리 맞은 단풍 잎은 이제 곧 천지 간을 휘돌며 찬란한 춤을 출 것이다. 양만리에 의하면 그건 하늘 술을 훔쳐 먹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는 단풍의 취후(醉後) 난무(亂舞)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술주정에 어찌 밤낮이 따로 있던가? 하지만 단풍잎의 술주정은 폭언과 폭행이 아니다. 천지를 가득 채우는 오색 춤사위와 창 너머 들려오는 쓸쓸한 비 소리다. 그 비 소리에는 물기가 없다. 마른 비 즉 건조한 비다. 그것도 민폐라면 민폐다. 사람들의 마음.. 2018. 11. 1.
더는 쓸 곳 없어 단풍에 적네 한시, 계절의 노래(211) 홍엽(紅葉)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시인은 뱃속 가득 맑은 우수 품어 천 편 시 토하고도 멈추려 하지 않네 벽마다 가득 썼지만 더는 쓸 곳 없어 붉은 잎에다 가까스로 가을 시를 적어보네 詩人滿腹著淸愁, 吐作千詩未肯休. 寫遍壁間無去處, 卻將紅葉強題秋.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국화꽃 저버린/ 가을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길 가의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 2018. 11. 1.
치매 vs 노망, 싱글맘 vs 애딸린 과부 '치매(癡呆)'라 하지만, 이게 얼마전까진 '노망'이었다. 요샌 라틴어에서 유래한 영어를 아예 갖다가 '디멘샤(dementia)'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싱글맘'이라지만, 이게 순한국어로는 '애딸린 과부(혹은 처녀)'다. '치매' 혹은 '싱글맘'이 선호되는 까닭은 그 반대편에 위치한 다른 표현들인 '노망'이나 '애딸린 과부(처녀)'가 주는 공격성을 상대적으로 둔화하기 때문이다. 뭐 그렇잖나? '노망' 혹은 '애딸린 과부(처녀)'라 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비하가 그득한데, 그에 견주어 '치매'는 어쩐지 교양 좀 있어 보이고, '싱글맘'은 모더니스틱까지 하니 말이다. 이와는 결이 약간 다르긴 하나, '위안부(慰安婦)'라는 말은 그 자체 참으로 기분나쁜 말이거니와, 그래서 이에 대한 영어 표현을 보면 항상 "c.. 2018. 11. 1.
「5ㆍ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 보도일시 배포 즉시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배포일시 2018. 10. 31.(수)총 11쪽(붙임 6쪽 포함)담당부서여성가족부권익정책과 이남훈 과장(02-2100-6381), 이정현 사무관(02-2100-6468) 국가인권위원회군인권조사과 김철홍 과장(02-2125-9660), 박은정 조사관(02-2100-6287)국방부인권담당관실 이주용 과장(02-748-6830), 우광제 중령(02-2100-6284) 「5ㆍ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조사 결과 발표-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등 다수의 여성인권침해행위 발견 - ▪ 상담ㆍ접수 12건,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45건, 문헌 12건 등 발견 ▪ 향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자료 이관, 추가 조사 예정 □ 여성가족부(장관 진선.. 2018. 11. 1.
한결같이 팍삭 늙은 패구나무 조선 순조 연간에 김녕김씨 중시조이며 단종복위 운동에 가담해 순직한 백촌 김문기 선생을 배향한 섬계서원剡溪書院이 이 종족 집성촌 중 한 곳인 지금의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양지마을 산기슭에 들어섰으니, 그 축대 서쪽에 기댄 이 노거수老巨樹를 내가 어릴 적에, 그리고 동네서는 지금도 패구나무로 부른다. 개똥이 삼룡이처럼 이 나무를 특정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 수종을 일컬어 이리 부르는 것이다. 이 나무가 지난주에 이런 모습이었으되 지금은 아마도 저 노랑잎 다 떨어뜨리곤 앙상하게 변했을 것이다. 그때 이미 바람 한 번 불때마다 쏴쏴 하며 서로 비비는 소리를 지르며 수백 이파리가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이 패구나무는 특징이 울퉁불퉁이다. 곧게 자라는 법이 없어 비뚤비뚤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 2018. 11. 1.
무협지의 대부 김용,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중국 현대문학의 거인 오늘은 긴한 개인 사정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는 지방을 다녀왔다. 출발에 앞서 페이스북 포스팅을 훑어보는데 중문학도 김영문 선생 포스팅에서 다음 글을 접했다. ***진융이 세상을 뜨다***진융(金庸), 김용이 세상을 떠났다. 와룡생 등의 구무협지를 신무협지로 되살려 낸 소설가다. 내가 1997년 베이징대학에서 방문학자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곳 대학원에 [진융소설연구]라는 과목이 개설되었다. 담당교수는 옌자옌(嚴家炎)이었다. 이 분 강의의 특성은 꼼꼼하게 써온 강의안을 강단에 앉아서 아무 요동도 없이 읽는 것이었다. 나는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스펙터클을 기대했지만 옌자옌 선생님은 앉아서 노트를 읽는 외에 별다른 공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진정한 고수의 풍모일까? 그러나 단 한 마디 언급은 지금도 뇌리에 남.. 2018. 10. 31.
애끓는 청남대서 꼭 가야 한다는 윽박은 없었다. 그래도 이맘쯤 본 그곳이 하도 강렬해 그저 보고싶었노라 말해둔다. 다만 그때랑 조금은 다른 코스를 골랐으되 여전히 대청호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청주 시내에서 대청호를 향해 달리다 왼편으로 다리 건너 대통령 별장인지 뭔지 있다는 청남대 방향으로 튼다. 햇볕 은어처럼 튀기는 호수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나니 숲 터널이다. 그 위상 녹록치 않은듯 해 차 세울 만한 곳에 잠시 똥차 주차하곤 내가 갈 길, 내가 지난 길 번갈아 본다. 노랑 물결이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한다. 이 무렵 저 빛깔은 물림 질림이 없다. 권태 나른과도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근자 나를 옥죈 그 어떤 휴밀리에이션 humiliation도 없다. 호수 역시 말이 없다. 빛 등진 수면은 그 멋대로, 그 반대편은.. 2018. 10. 31.
"내 문장은 한 글자도 손 못댄다"는 고봉 기대승 어우담(於于談) 유몽인(柳夢寅·1559∼1623)이 그의 야담 필기류 집성집인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채록한 증언 중 하나다. 문장을 하는 선비는 간혹 누가 그 문장의 문제점을 말하면 기뻐하면서 듣기를 즐겨하여 물이 흐르듯 그것을 고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발끈 화를 내면서 스스로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고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고봉 기대승은 문장으로 자부해서 다른 사람에게 굽히지 않았다. 지제교로서 왕명을 받들어 지어 올리는 시문에서 승정원 승지가 그 문제점을 표시하여 지적하면 그것을 가져온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며 꾸짖고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文章之士, 或言其文之疵病, 則有喜而樂聞, 改之如流者, 或咈然而怒, 自知其病而不改者. 奇高峰大升, 自負其文章, 不肯下人. 以知製敎, 進應敎之文, 政院..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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