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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387

9만평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고려시대 군인전 고려시대 전시과제도 하 군인전이라는 것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면적의 토지라는 점은 고려시대 연구자들에 의해 자주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전시과제도에 의하면 군인전은 대략 20결 정도 지급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1결이 얼마냐 하면, 삼국시대에서 고려 문종 때까지 1결의 넓이는, 장년 농부의 10지(指)를 기준한 지척(指尺)으로, 사방 640척이 차지한 정방형으로 15,447.5㎡ 정도 된다고 한다. 결이라는 것이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달라지니 평균적으로 이 정도라는 이야기일 게다. 그러면 20결이라면 굍장히 넓은 땅이다. 대략 308940㎡ 정도이니 한변이 550미터 정도의 정사각형 땅이 주어지는 셈이다. 평수로 하자면 9만평 정도 된다. 이 정도면 굉장히 넓은 토지이다. 이런 토지가 군인전으로.. 2023. 11. 29.
고려시대에 군인전은 왜 필요했을까 앞에도 썼지만, 고려시대의 전시과제도와 조선시대의 과전법은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전자의 경우 군인전이 있다는 것이다. 군인전이 왜 따로 필요했을까? 조선시대에는 군인전은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군인은 병농일치로 군역을 지는 일반 백성으로 병사를 채우고 장교들은 과전법체제하에서 관리들에게 분급하는 토지로 녹봉을 충당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고려전기의 군인전은 직업군인에게 분급한 토지인데 문제는 이 군인전은 전시과제도에서는 아주 간단하여 별것 아닌 거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계산해 보면 군인전에 속하는 토지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군인전으로 지급되는 토지가 일반 하급관료 수준이었던 데다가 군인전을 받는 군인의 수를 여기에 곱하면 무려 백만결에 육박한다는 계산도 있다. 이 군인전의.. 2023. 11. 28.
나말여초의 호족들 나말여초의 호족들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정치가 개판이 되니 각지의 도둑, 아니 군웅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이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아서 나말여초의 호족은 이름이 남아 있는 그 호족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호족을 따라다니는 이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헤이안시대 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무사단이 조직되는데 이것이 우리 나말여초의 호족들과 비슷한 점이 무척 많다. 헤이안시대 말의 무사단이 결국 일본사에서는 무가정권으로 이어지는데, 우리의 경우 고려의 건국을 거쳐 결국 무신정권으로 이어졌다고 필자는 본다. 헤이안시대 말의 무사단. 사실 별거 아니다. 일본에는 소위 말하는 율령체제 정권이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땅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자신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인.. 2023. 11. 28.
돌림자부터 없애야 하는 한국인의 이름 필자의 경우 영어논문을 주로 내는데 논문 데이터비에스에서 검색 때마다 곤혹스러운 것이 필자하고 같은 이름의 연구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신이라는 성이 이미 필자가 속한 평산신씨만 해도 50만명이 넘는 데다가, 대동문중 전체에서 항렬자 4개만 뽑아 쓰게 하다 보니 같은 이름이 무수하게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름을 지어보면 항렬자를 따르게 되면 글자 한자 골라 이름을 짓는 셈이다. 쓸 수 있는 항렬자가 4개라고 하지만 그 중에 이름 짓기 적당한 (촌스럽지 않은) 글자는 2개 정도 밖에 안되는 탓이다. 필자는 그래서 딸아이 이름을 지을때 부모님과 상의하여 돌림자는무시하고 지었다. 물론 딸아이는 돌림자를 따르지 않고 짓는 게 일반적이라 사실 고민할 부분은 없기는 했는데, 도대체가 같은 이름을 너.. 2023. 11. 27.
가마쿠라 막부와 세이와덴노 가마쿠라 막부를 개창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는 겐지가 갈려 나온 세이와 덴노로부터 따져서 11세째가 된다. 1세를 30년으로 잡으면 대략 300여년 정도 후손인 셈이다. 이때가 되면 세이와 덴노에서 갈려나와 신적강하한 세이와겐지 중에서도 그 지파인 가와치 겐지 (세이와 덴노의 5대손)는 사실상 완전한 무가 집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무가집안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것은 공가 (귀족) 집안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천대 당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무가정권이 성립할 때까지는. 우리나라, 신라에서는. 무열왕 재위기간이 7세기 중반이니 라말여초의 무열왕 후손이라면 이미 250여년 전에 갈려나온 셈이다. 나말여초의 신라 김씨계 호족들은 자신들이 신라왕실에서 갈려나온 것은 알고 있었겠지만 이미 정체성 측면에서는 완전히 자.. 2023. 11. 27.
출생률과 파운데이션, 핵심은 위기의 기간을 줄이는 일 SF의 거장 아시모프가 쓴 소설 중에 파운데이션이라는 대작이 있다. 내용을 여기 주저리 주저리 쓸 생각은 없고, 간단히 이야기 해보자면, 은하제국 수학자가 조만간 은하제국이 무너지고 암흑시대로 들어갈 것임을 알아낸다. 수학자가 택한 방법은 은하제국이 무너지고 암흑시대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암흑시대로 들어가되 가장 빠른 속도로 이를 경과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은하제국의 모든 지적 정보를 모아 놓은 파운데이션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 위기가 다가올 때 그 위기의 도래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위기가 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위기의 도래를 막는 일은 불가능한 때인 경우가 많다. 위기의 도래를 막기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남아 있는 방법은 위기를 맞되 빠른 속도로 이.. 202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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