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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486

당시: 秋日登吳公臺上寺遠眺 (劉長卿) 古臺搖落後 秋日望鄉心。 野寺人來少 雲峰水隔深。 夕陽依舊壘 寒磬滿空林。 惆悵南朝事 長江獨至今。 유장경의 시로 당시삼백수에 실려 있다. 이외에도 당시삼백수에는 유장경의 시가 11편이 실려 있는데 적지 않은 숫자이다. 雲峰水隔深에서 水隔은 산이 隔水하다 표현으로도 시에 자주 나오는데, 필자는 이를 산 높고 골짜기 깊다는 뜻으로 보통 새긴다. 寒磬이라하면 가을철에 들리는 절의 종소리라 풀이하는 경우를 보는데, 범종이 아니라 처마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아닐까 한다. 딱 양수리 수종사 쯤에서 해질녘에 들어보면 어울릴 시일듯. 2023. 12. 23.
백발의 학자 정년후에도 연구를 계속 한다고 한다면, 학계의 권위, 죽을 때까지 연구하는 어쩌고 하는 이런 이야기는 다 필요 없는 이야기다. 그게 얼마나 덧 없는 이야기인가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안다. 제대로 돌아가는 학계라면 5년만 지나면 그 이전의 연구 태반은 쓰레기통으로 간다. 장강의 물결이라는 말을 실감해야 하는 곳이 학계다. 5년만 지나면 의미가 없어지는 곳에서 이전 수십 년의 학계의 권위 덧없는 소리다. 최근 한 곳 현재의 연구를 자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어 내가 설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포지션으로 내가 잘 물러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다만 나이든 학자들이 공부를 더 하고자 한다면 유심히 주변을 들여다 보면, 연구비 지원도 별로 없고 빛도 나.. 2023. 12. 23.
문명사로서의 고조선-낙랑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고조선을 한민족의 첫 국가, 운운하여 민족주의적 사관의 첫 머리에 올리다보니 이 고대문명의 변천과 역사적 의의가 분명하게 드러나질 않는다. 이집트 문명을 보자. 장구한 이집트 문명의 마지막은 헬레니즘 문명이 장식한다. 필자 생각은 이렇다. 낙랑이 한의 군현이었냐 아니냐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대동강일대를 중심으로 성립한 고대문명을 설명하는데 있어 낙랑은 한국사 안에서 다루어야 하며 그 전사인 고조선과 묶어서 이해해야 한다. 낙랑은 고조선을 무너뜨린 단순한 한의 식민지가 아니라 고조선 변천사의 최종형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낙랑과 대방은 아예 한국사에서 사라졌는데 한국사에서 사라졌다는건 이것이 중국사라는 걸 한국인들이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헬레.. 2023. 12. 22.
와카和歌와 당시唐詩 언젠가 쓴 듯하지만 와카는 당시의 후예요 당시가 없었으면 와카도 없다. *** Editor's Note *** 당시의 일본적 발현, 그것이 와카다. 당시가 대표하는 중국 문물이 물밀듯이 일본열도를 침공하는데, 그 당시 열풍을 웅변하는 것이 헤이안시대 백거이 열풍이다. 물론 이 와카가 모름지기 당시에서만 뿌리를 찾아야겠는가? 그 이전 그것이 발현할 수 있는 자체하는 힘이 있었다. 그것이 당시를 만나 폭발한다. 지금은 이름만 남은 신라 가요집 삼대목三代目 역시 나는 당시의 신라적 발현이라 본다. 2023. 12. 21.
율령국가라는 개념 일본사에서나 쓸 수 있는 개념이지 이걸 들어다가 아무대나 잣대를 들이대는 안되는 개념이라고 본다. 이전에도 썼지만 율령국가란 일본사에서 중국식 왕조가 존속했던 기간을 말한다. 한반도 백제 멸망이후 견당사 파견, 헤이안 시대가 대략 율령국가와 얼추 일치하는 기간인데 이 기간 동안 정확히는 한반도 시스템과 결별하여 당나라의 제도를 직수입해 그대로 복붙한 시스템이 일본에서 작동한 기간이며 일본에서 중국식 왕조가 기능했던 거의 유일한 기간이기도 하다. 율령국가, 육국사, 화폐의 발행 등등 잡다하게 이 시기를 서술하지만 당시이 일본은 당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복붙한 것이라 보면 가장 이해가 쉽다. 육국사? 당의 실록이다. 화폐의 발행? 당나라에서 하던 대로 주조한 것. 와카? 당나라 이백 두보 백거이로 상징되는 당.. 2023. 12. 21.
동아시아 평행세계로서의 발해와 일본 신라는 이런 점에서 독특하다. 신라는 통일 후 당제를 그대로 도입하지 않은 것 같다. 통일 이전의 국제國制를 그대로 유지한 것 같고, 과연 신라의 왕도가 장안성처럼 조방제가 제대로 지켜졌을까? 모르겠다. 필자가 보기에는 발해와 일본이 당대의 당나라의 시스템을 그대로 복붙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평행세계에 해당하는 것 같다. 상경용천부는 일본의 헤이죠쿄, 헤이안쿄와 판박이다. 당연히 당 장안성을 베껴서 그럴 것이다. 관제도 발해와 일본은 비슷하다. 같이 당제를 베꼈기 때문에.. 발해와 왜는 신라보다 당제를 베끼는데 별 부담이 없었을 것 같다. 어차피 새로 산 공책에 글씨쓰는 작업이므로.. 신라는 지금 경주 모양을 보면 암만 봐도 통일신라 때 조방제 였을 거 같지가 않다. 아마 신라가 조방제가 엄격히 지켜지는 ..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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