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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386

비굴한 고구마 선비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는 매화나 고고한 난을 보고 그 절개를 숭상한다 하였던가-. 고구마는 그런 절개와는 거리가 멀다. 매화나 난처럼 곧게 뻗어 자라지도 않고 땅을 구불구불 비굴하게 덩굴을 만들며 자란다. 잎을 넓게 펴 최대한 태양빛을 많이 쬐는 것 외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아무리 좋게 봐도 절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겠다. 그런데, 그렇게 비굴하고 살자고 땅바닥을 기며 커진 고구마는 잎, 줄기, 뿌리까지 싹다 먹을 것이 되어 흉년에 사람들 목숨을 구했다. 지금까지 매화나 난을 먹고 죽다가 살아난 사람은 없어도 고구마는 얼마나 많은 사람 목숨을 구했을 것인가! 부처님이 이르기를, 음식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며 의복을 보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사람이며 탈것을 보시하.. 2023. 11. 2.
도시화와 고병리 일년간 작업한 일본 "계간고고학" 특집호 "도시화와 고병리". 이제 논문 작성이 거의 끝나고 교정쇄 검토가 진행 중이다. 최종 출판은 12월 중순으로 필자는 특집호 논문 중 5편 집필에 참가했다. 몇년 전 일본에서 같은 제목의 시민 대상 심포지움이 열린 바 있었는데, 그 내용이 특집호로 출판되는 것이다. 12월 중순 정식으로 출판이 완료되면 이 곳에도 소개하겠다. 필자가 그 동안 해온 작업이, 일전에 소개한 미라, 인더스문명에 이어 도시화와 사람의 질병에 대한 역사적 검토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하여 필자의 연구 편력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도 할 것 같다. 2023. 11. 2.
세계사란 세계와 한국의 대화 E. H. Carr에게 역사란 "History i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라 하여, 시간적으로 선후 관계인 두 시대의 사람과 사건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 했는데, 그렇게 본다면, 세계사란, Unending dialogue between us and them 아니겠는가? 같은 마왕퇴가 중국인의 시각에서와,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겠다. 내재된 인문학적 토양이 척박한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국사"와 "세계사"간 대화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2023. 11. 1.
한국사가 왜 필수과목이 되어야 할까? 요즘은 수학도 배우기 싫다면 안배우고 버틸 수 있는데 한국사를 왜 반드시 응시해야만 하는 필수 한국사를 만들어 놨을까? 그래서... 한국사를 배우고 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필자 생각으로는 현행 한국사는 반 인문학적이다. 획일적이며 자유로운 상상을 막는다. #한국사필수 #국사교육 #한국사능력검증시험 *** Editor's Note *** 역사왜곡과 역사교육강화는 하등 관계없다 역사왜곡과 역사교육강화는 하등 관계없다 January 29, 2014 석간 《문화일보》 3면인데, 일본에 의한 독도 영유권 도발이 이 무렵 또 있었던 모양이다. 제목만 봐도, 정부 기반 그 반응 혹은 대응책이 요란스럽다. 하지만 내가 언제나 하는 말. historylibrary.net 이러다 고고학 미술사 건축사 필수과목 삼아.. 2023. 10. 31.
평가물어平家物語 : 祇園精舎の鐘の声 (기온정사의 종소리) 평가물어 헤이케 모노가타리 平家物語 1권에 실려 있는 "기온정사의 종소리"라는 문장은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이다. 아래에 써본다. 祇園精舎の鐘の声 기온정사의 종소리여 諸行無常の響あり 제행무상의 울림이로다 沙羅双樹の花の色 사라쌍수의 꽃 색깔은 盛者必衰の理を現す 성자필쇠의 이치를 나타내도다 驕れる者も久しからず 교만한 자는 오래가지 못하노니 唯春の夜の夢の如し 단지 봄날 밤 꿈과 같느니라 猛き者も終には滅びぬ 용맹한 자도 마지막엔 망하고 마느니 偏に風の前の塵に同じ오로지 바람 앞의 티끌과도 같도다 권세가 극에 달해도 언젠가는 쇠퇴한다는 이야기다. 제행무상. 이 진리를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고, 서양속담 Memento Mori와도 통한다 하겠다. 2023. 10. 30.
앙코르도 못 가본 사람들이 논쟁한 역사발전 제 단계 한때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대해 우리나라가 뜨거웠던 때가 있었다. 한국에는 노예제가 있다던가 없다던가 노예제가 있었던 것이 세계사적인 보편성이라던가 아니라던가 한국사는 중세가 결여되었다라던가, 왜? 봉건제가 결핍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좌파 역사주의 물결을 타고 80-90년대를 풍미했다. 지금 생각해 보건데, 아니 캄보디아 앙코르도 못 가 본 사람들이 역사의 합법칙성은 어찌 알았누? 일본 책에 그리 써 있으니까 그게 합법칙적이었다는 것인가? 이제 과거의 역사적 합법칙성, 보편성이라는 건 한국인들 스스로가 두 발로 직접 걸어서 자기 눈으로 보며 하나씩 전부 다 확인해 봐야 한다. 자기 나라 밖에는 나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세계사의 합법칙성 보편성은 어찌 아냐고!!!!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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