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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아침은 울고 싶어라?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밖에 성긴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켜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이 있을까 저어 하노니 꽃이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1946) 2023. 4. 13.
가장 완벽한 애인은 죽은 애인 빛나는 것들은 모두 땅속에 있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애인은 죽은 애인이라고 춤추는 일들은 모두 지문이 없지 속이 빈 새들이 날아가는 창문은 소경과 귀머거리의 시간 이용임, '오수' 부분,《시는 휴일도 없이》, 걷는사람, 2020 *** 영원히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려거든 죽으란 뜻이다. 죽자. 첫 소절은 고고학이 성전으로 삼아야 한다. 2023. 4. 13.
제주 오미자 임금님 바쳐 점수 따려다 개쪽 당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를 만들어 18세기 제주 사회를 우리에게 보여준 제주목사 이형상李衡祥(1653~1733), 그는 얼마 안 되는 임기 동안 제주에 크나큰 발자취를 남겼다. 절과 신당을 때려부수고 심방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한 일은 제주 노인들에게 '영천 이목사' '영찰목사'가 지금껏 회자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제주에서 행한 일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권38, 숙종 29년(1703) 5월 20일자 기사를 보면.... 처음에 제주 목사 이형상이 치계馳啓하기를, "본도本島의 오미자五味子는 세상에서 뛰어난 맛이 있다고 일컬어서 어공御供에 합당하므로 분의(分義, 의리)로 보아 숨겨 둘 수 없기에, 먼저 다섯 말을 주원(廚院, 왕실 부엌)에 올리고, 명년부터 진헌進獻하기를 청합니다." 라고 하였으므로 사옹원司饔院에서.. 2023. 4. 13.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 “생각보다 작네요.” 혹은 “너희 박물관은 작긴 한데 재미있어.”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 ‘작다’라는 말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같은 대형 박물관과 비교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말에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도 저희 박물관에는 100명 정도가 일하고 있어요.” 그럼 다들 휘둥그레진다. “생각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많네.” 한 명과 백여 명 사이 박물관을 운영하려면 몇 명이 필요할까. 사실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정확히 몇 명이 최소 인원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소장 유물 수량, 건물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 일하기 전에는 대학박물관에서 일했다. 대학박물관은 몇몇을 제외하면 학.. 2023. 4. 12.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 해직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고언 모든 인간은 해직된다. 정년퇴임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를 일삼는 자가 없지는 않지만 그 퇴직 또한 해고임은 한밤중 장작불만큼 분명하니 이직 역시 실상 해직과 동시에 일어나며 이직 역시 해직을 피할 수는 없다. 나는 일차 해직을 겪었고 2차 해직 또한 멀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두 가지 고언을 해둔다. 첫째 이메일은 기관 것을 쓰지 마라. 해직과 더불어 닫혀버린다. 타력에 의한 해직의 경우 내가 해직된 다음 그 이메일이 털려도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관 메일 삭제하라. 둘째 우편물은 집으로 받아라. 그리하지 않으면 우편물이 계속 해직된 직장으로 간다. 그 회수도 한두 번이지 해직된 직장 나가는 일도 고역이다. 나는 저 1차 해직과 더불어 저리 조치했다. 오늘도 이만한 전질 역주본이 남영동 .. 2023. 4. 12.
건물은 타도 좋으니 편액만큼 건져라 매년 이맘쯤이면 닥치는 강원도 산불이 올해라고 예외는 없어, 강릉 일대를 강타한 모양이라, 화마가 새둥지를 넘어 인간 둥지로까지 덮치고, 또 그 마수가 문화재 권역으로까지 번지자, 당국에서 맨먼저 한 일이 편액 혹은 현판은 모조리 떼서 안전한 곳으로 옮긴 일이니 저런 유서 깊은 정자 혹은 건물채가 화마에 사라져도 편액 혹은 현판이 살아남은 힘이 바로 이거다. 건물은 타도 좋으니 편액만큼은 현판만큼은 건지자 하는 이 전통은 아주 오래되어서 그것이 현대판으로 발현했을 뿐이다. 가깝게는 2008년인가 남대문 화재가 나자, 역시 맨먼저 한 일이 그 육중한 현판을 떼어낸 일이었으니, 그래서 이 현판만큼은 비교적 멀쩡하게 살아남은 힘이다. 저런 산불에 특히 취약한 데가 산중 사찰이라, 산중 사찰 건물채로 기껏해야 ..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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