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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주인더러 욕을 아니하면 개자석놈이라" 유춘동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兪春東 鮮文大學 歷史Contents學科 敎授 세책貰冊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헌신적인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이분들께 새삼 감사드린다. 이런 인연들을 기록으로나마 남겨 그 고마움을 새기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부터 이런 분들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내가 세책을 실물로 처음 보기는 1999년 2학기 대학원 석사과정에서였다. 지도교수께서, 오오타니 선생님께 어렵게 건네받은 세책을 복사해 당시 수강 제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셨다. 그때 필자가 받은 고소설이 《금방울전》이었다. 이 소설은 금방울의 활약과 나중에 인간으로, 여자로 변신하는 재미난 이야기책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세책은 학계에서 연구가 되지 않았기 때.. 2019. 1. 22.
[예고] 개간, 산림 파괴, 말라리아 산림이 황폐화 한 1903년 서울 무악재 1월 24일 부터 "개간, 산림 파괴, 말라리아" 연재를 시작합니다 (월/목요일). 조선시대 후기 한반도 국가는 격렬한 변화를 시작합니다. 영토 방방곡곡 빈틈이 없을 정도로 개간이 이루어지고 산에 나무는 모두 벌목되고 그 자리에는 화전이 들어섭니다. 이전에는 그다지 많지 않던 논이 전체 농경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히 높아집니다. 한반도 전체는 사람과 농경지가 가득찬 모양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런 변화는 많은 부정적인 후과를 낳았는데 그 중 이 연재에서는 19세기 말 조선사회를 괴롭히던 "말라리아의 창궐"에 주목합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2019. 1. 22.
도교道敎 공부를 위한 참고 문헌 실로 방대하나, 도교 기초 확립을 위한 참고문헌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아래가 있다. 아래 소개하는 것들은 내가 도교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은 것들이다. 시중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교 개론서로 아래가 있다. 葛兆光, 심규호 옮김 《도교와 중국문화》, 동문선, 1993. 구보 노리타다 저, 최준식 옮김 《도교사》, 분도사, 2000. 酒井忠夫 外 지음, 최준식 옮김: 《道敎란 무엇인가》, 민족사, 1990. 詹石窓 著, 김영수ㆍ안동준 공역: 《도교와 여성》, 창해, 2005. 마노 다카야 저, 이만옥 역 《도교의 신들》, 들녘, 2001장스촹 저, 안동준·언샤오리 역, 《도교문화 15강》, 알마, 2012년 아주 오래된 고전으로는 아래가 있다. 앙리 마스페로 지음, 신하령˙김태완 옮김 《도.. 2019. 1. 21.
눈보라 속 밤을 뚫고 돌아오는 그는? 한시, 계절의 노래(249)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 댁에 묵다[逢雪宿芙蓉山主人] [唐] 유장경(劉長卿) / 김영문 選譯評 해 저물어 푸른 산아득해지고 날 추우니 휑한 초가가난하구나 삽짝에서 개 짓는 소리들려오나니 눈보라 속 밤에 누가돌아오누나 日暮蒼山遠, 天寒白屋貧. 柴門聞犬吠, 風雪夜歸人. 한 편의 시는 하나의 세계다. 각각의 시어는 모두 그 세계를 빈틈없이 짜맞추며 완전한 구조를 이룬다. 겨우 20자로 이루어진 이 오언절구도 모든 시어가 제자리에서 제각기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며 눈오는 밤 가난한 시골집에 묵어가는 나그네의 심사를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춥고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박하지 않은 인정과 또 그런 사람들의 일상에 공감하는 시인의 마음이 시 전체 행간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 2019. 1. 21.
도이가하마 유적(土井ヶ浜遺跡)과 도래계(渡來系) 야요이인(弥生人) (3) 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조몬인 (왼쪽)과 야요이인 (오른쪽) 골격. 조몬인보다 야요이인이 평균 신장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이 사진 찍은 사람은 우리 연구실 오창석 박사. 그렇다면 조몬인과 야요이인 인골은 어떤 차이가 있기에 서로 다른 종족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일까? 도이가하마 유적 인골로 대표되는 도래계 야요이인 인골은 특징이 다음과 같다. 1. 얼굴이 길다2. 코가 낮고 얼굴이 편평하다 (납작하다)3. 키가 크다. 이에 반해 조몬인 그리고 조몬계 야요이인 사람들 특징은 1. 얼굴이 짧고 2. 코가 높고 각이 있고 입체적인 얼굴 모양. 3. 키가 작다. 이 얼굴 모양을 요약해 그림으로 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래계 야요.. 2019. 1. 21.
목포 문화재지역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한 손혜원 의원 기자회견 전문과 일문일답 등록문화재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그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이 20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를 둘러싼 의혹을 시종일관 부정했다. 이 자리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동석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포을의 국회의원 손혜원입니다. 이해찬 대표님과 홍영표 원내대표님의 며칠에 걸린 간곡한 만류가 있었지만. 그래서 좀 더 며칠을 지켜 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온 국민을 이렇게 의미 없는 소모전 속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당에 더 이상 부담주지 않고 그리고 제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제 결백에 관련된 문제이고 제 인생에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제가 해결을 하겠다. 만약에 .. 2019. 1. 20.
바람이 실어오는 낙화, 백설이 빚은 풍경 한시, 계절의 노래(248) 백설곡 열 수(白雪曲十首) 중 첫째 [明] 하경명(何景明) / 김영문 選譯評 고운 임 아침에설경 즐기러 술상 차려 높은 누대자리 잡았네 중춘의 달밤인가의심하는데 바람은 낙화까지보내오누나 美人朝玩雪, 置酒臨高臺. 秪疑仲春月, 風送落花來. 봄을 기다리는 심정을 요란하지 않게 드러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었고 아직도 펄펄 눈발이 날린다. 고운임은 새하얀 눈 세상을 즐기려고 높은 누대에 술상을 차려 백옥 같은 설경을 바라본다. 천지는 온통 옥빛으로 가득하다. 때는 아침이지만 마치 봄이 무르익는 달밤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하얀 눈꽃이 매화인양 벚꽃인양 펄펄 날아와 술잔 속으로 스며든다. 이 정도면 겨울에 휘날리는 눈꽃이 아니라. 봄에 쏟아지는 꽃비라고 해.. 2019. 1. 20.
병 많은 그대, 요새 몸은 어떠신가? 한시, 계절의 노래(247) 한준에게(寄韓樽) [唐] 잠삼(岑參) / 김영문 選譯評 그대 평소에병이 많았는데 헤어진 후 아직편지도 못 받았네 북방은 혹독하게추운 땅이거늘 몸은 지금어떠신가 夫子素多疾, 別來未得書. 北庭苦寒地, 體內今何如.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나그네」는 본래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답시다. 조지훈이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라고 읊은 시를 「완화삼—목월에게」라는 제목을 달아 편지로 보내자, 박목월은 「나그네---지훈에게」라는 시를 지어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답시를 통해 우리나.. 2019. 1. 20.
《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1) 마카롱이 마련한 고철 불꽃놀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복직이 확정된 나는 박노황 이홍기 조복래 심수화가 여전히 경영진이라는 이름으로 버티는 연합뉴스로 돌아가야 하는 심산을 달래는 한편, 2년간 풍찬노숙 대미를 장식할 겸해서 그 이전에 이미 계획한 유럽 순방에 나섰다. 내 전용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반나절 만에 드골공항에 내려주었다. 비즈니스석에서 영화 네 편을 거푸 때리니 그날이 하필 7월 14일이었다. 뭐 내가 이날을 부러 골랐겠는가? 하다 보니 그리됐을 뿐이다. 호텔 숙소는 부러 에펠탑 인근에 잡았다. 서울에서 정할 적에, 지도를 보니 여러 모로 이 쪽에서 움직이는 것이 편한 까닭이었다. 더불어 근처엔 보니 유네스코 본부까지 있어 난생 파리가 처음인 나에게 왠지 이 쪽이 주는 그 이름 모를 야릇한 편안함이 있었다. 유네스코가 뭐.. 2019. 1. 20.
개간, 산림파괴, 말라리아 (4) 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사실 말라리아는 21세기에도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P. vivax 라는 말라리아 중에서는 비교적 치사율이 낮은 순한 넘이 창궐했기 때문에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 사실 말라리아는 아직도 열대지역에서는 많은 수의 사망자를 낳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말라리아 퇴치법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의학자에게는 따라서 아직도 엄청난 찬사가 주어진다. 최근까지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자 중에 말라리아 연구자가 종종 나온다는 사실은 이 질병에 관한 의학계의 관심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말라리아는 저개발국이나 개발 도상국의 경우 감염률이 높고 치사율도 높기 때문에 WHO 등 국제 보건 기구의 주요한 관심사이기도 .. 2019. 1. 19.
서둘러 간 경주의 봄 유별나게 뜨거운 지난 여름 여파인지, 봄 같은 겨울이 계속하더니, 저 남녘에선 때 이른 개화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온다. 통도사 매화가 피었다고도 하고, 장성 땅에서는 납매가 지독스런 향기를 뿜는다 하며, 제주 땅 동백은 땅에다 떨기를 자욱히 떨구었다고도 한다. 나 역시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봄을 맞으러 마음이 먼저간다. 경주를 먼저 가본다. 사쿠라 만발한 대릉원 앞길을 달려 본다. 올 봄에도 어김없이 짙노랑 잔디 너머로 목련이 필 것이요 그럴 즈음이면 저 황남대총 중앙을 차지한 저 목련은 저 장면 담으려는 고함 소리 떠날 날이 없을 것이며, 첨성대 역시 목련이 덮치지 아니하겠는가? 그때가 되면, 나는 여느 봄에 그랬듯이 불국사를 오를 것이요, 그에서 빼곡한 목련 사이로 삐죽한 석가탑 맞이할 것이로대 갖은.. 2019. 1. 19.
눈물 보이며 퇴임한 여성고고학도 정계옥 요새 한국사회는 고모가 유행인데, 조카 사랑이 끔찍할 정도로 유별난 문화재계 인물로 이만한 사람이 없다. 혹자는 그가 독신이라, 사랑을 쏟을 데가 조카밖에 없기 때문이라 하겠지만, 이유가 무엇이건, 조카 사랑 특별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이 조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재미로 산다. 그는 혹독했다. 나야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나 그런 일을 겪을 틈이 없겠지만, 그와 같이 일한 사람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혹자는 그가 편애가 심하다고도 한다. 그만큼 죽이 맞지 않은 직원들은 같이 일하기 힘들어했다. 그 정도가 지나친 듯해서, 나를 포함해 주변에서는 살살 하라고 말린 사람도 많다. 죽이 맞는 사람과는 생사를 같이할 정도로 신나게 일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쫓겨났다. 이만큼 인구에 회.. 2019. 1. 19.
《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8) 뼁끼칠 마을 부라노(1) "먼데이 베러데이"베네치아를 코스에 포함한 유럽 답사를 끝내고 국내로 복귀하고서 그에서 싸지른 무수한 사진을 크게 방문 국가와 도시, 그리고 대상지별로 폴더를 나누어 정리하고는 베네치아를 살피다가 나는 유투브로 가서 아이유라는 여식 노래 하나를 검색했다.제목을 몰라, 그에서 '아이유'와 '베네치아'라는 두 키워드로 두들기니, 2012년에 발표했다는 그의 '하루 끝'이라는 노래와 그 뮤직 비디오가 떴다. 그래 이거구나 싶었으니, 4분 27초짜리 이 비디오는 온통 내가 막 다녀온 베네치아 어느 섬이 촬영지라, 부라노(Burano)라는 뼁끼칠 마을이 그곳이었다.흔히들 국민여동생이라 일컫는 별칭도 시대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듯, 내가 기억하는 국민여동생 마지막은 배우 문근영이었으니, 그런 문근영도 요샌 어찌된 .. 2019. 1. 19.
[明] 이몽양(李夢陽) <황하 얼음[黃河氷]> 한시, 계절의 노래(246) 황하 얼음 두 수(黃河氷二首) 중 둘째 [明] 이몽양(李夢陽) / 김영문 選譯評 한 밤중 하얀 얼음망망한 곳에 바람 부니 모래만휘날아 오네 양원(梁園)에 온밤 내내눈이 내려서 마른 나무에 모두매화 피었네 夜氷白莽莽, 風來但飛沙. 梁園一夜雪, 枯樹皆梅花. 망망한 황하 얼음판은 끝없이 펼쳐지고, 그 위로 모래 섞인 겨울바람만 휘몰아친다. 모래 섞인 바람은 황사다. 중국에서는 풍사(風沙)라고 한다. 중국 서쪽과 북쪽 사막에서 불어온다. 그 서북풍을 타고 온밤 내내 눈이 내려 양원(梁園)을 뒤덮었다. 아침에 문을 여니 세상은 온통 매화가 핀 듯한 눈꽃 천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눈꽃은 메마른 인간 세상을 포근하게 감싼다. 춥고 황막한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건 하얀 눈이다. 이.. 2019. 1. 19.
충주 호암동 초기철기시대 통나무 목관묘와 세형동검 발굴 고고학계에서 대략 기원전 300년 무렵에 시작해 기원전후까지 지속한다고 보는 한반도 초기철기시대는 말 그대로 금속기라는 측면에서는 철기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하고, 무덤에서는 목관묘(木棺墓)를 특징으로 삼는다고 알거니와, 이런 목관묘 중에서도 이른바 지역 수장급 무덤으로는 더러 통나무를 이용한 관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통나무 목관묘로 그 실물까지 고스란히 볼 만한 곳으로는 의외로 적어, 창원 다호리 1호묘 정도에 지나지 않고, 다른 데서는 통나무 목관을 안치한 흔적만 드러날 뿐이다. 더불어 이런 통나무 목관묘는 생각보다는 확인 사례가 드물다. 그런 사정에서 2015년이 개막한 직후 한국고고학계에서는 느닷없이 충북 충주에서 그런 통나무 목관묘 출현 소식을 전했으니, 이 통나무 목관묘는 비록 그 목관은 흔적.. 2019. 1. 19.
등록 움직임 그 자체가 곧 파괴였던 등록문화재, 그 드라마틱한 변화 등록문화재란 무엇인가? 그 실체에 접근해야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목포 근대역사유적지구 투기 의혹에 한 발짝 다가선다. 이에 우리 공장 문화부에서는 문화재 담당 박상현 기자가 아래 기사로 그것을 정리했다. 손혜원 의원 '투기의혹' 등록문화재는 무엇인가송고시간 | 2019-01-18 15:14국보·보물과 달리 50년 지난 건축물·유물 대상내부 수리·용도 변경 가능해 활용도 높아 부제만 봐도, 등록문화제 실체가 대강 드러날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등록문화재 하필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나아가 그것이 투자를 넘어 투기의 대상으로까지 격상할 수 있는지 그 실마리를 가늠하게 된다. 위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손 의원이 투기 의혹을 반박하며 내놓은 "문화재로 지정되면 시세차익.. 2019. 1. 18.
향기는 그윽한데 매화는 보이지 않고 한시, 계절의 노래(245) 매화를 찾아 열 수(尋梅十首) 중 둘째 [宋] 서서(徐瑞) / 김영문 選譯評 시냇물 꽁꽁 얼고길은 멀리 뻗어있는데 눈송이 드문드문땅에 내려 녹고 있네 그윽한 향 스쳐 와도꽃을 찾지 못해서 마음대로 발길 따라외나무다리 건너보네 氷溪凍合路迢迢, 雪片疏疏着地消. 幽香襲人無覓處, 信步行過獨樹橋. 매화 향기를 암향(暗香) 또는 유향(幽香)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언뜻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그윽하게 스쳐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달밤에 비치는 성근 그림자(疏影)와 함께 전통적으로 매화를 수식하는 일상 어휘로 쓰인다. 대구에 살 때 금호강변으로 자주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한 번은 어디선가 그윽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향기는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졌다가 다시 스치고, 스치.. 2019. 1. 18.
세책, 영화 《음란서생》을 만나다 유춘동 선문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이번에는 《세책(貰冊) 고소설(古小說) 연구(硏究)》(혜안)라는 책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한다. 이 책이 선보인 시점은 16년 전인 2003년 9월. 이 블로그 공장장인 김태식 기자가 당시 그 출간 소식을 전한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 세책(貰冊) 고소설 연구 = 이윤석·정명기 외 공저. 먼저 세책이란 용어가 궁금하다. 세책집이란 곳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빌려주는 책이 세책이다. 전문 책대여점에서 빌려주는 책인데 18~19세기에 유행했다. 영·정조 때 인물들인 채제공과 이덕무가 남긴 글에는 "여자들이 일은 하지 않고 책만 빌려본다"는 등의 언급이 간혹 보이는데 세책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책에 대한 연구가 아직까지 활발.. 2019. 1. 18.
가위로 물 오려 만든 눈꽃 한시, 계절의 노래(244) 깜짝 눈[驚雪] [唐] 육창(陸暢) / 김영문 選譯評 이상하게 북풍이세게 부는데 앞마당은 달빛이환히 비친 듯 하늘 신선 어찌 이리솜씨 좋은지 물을 잘라 꽃 만들어펄펄 날리네 怪得北風急, 前庭如月輝, 天人寧許巧, 剪水作花飛. 가위로 물을 오려서 눈꽃을 만든다니...기발하고 아름다운 비유다.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이 금방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킴의 손녀는 “눈은 어디서 와요? 할머니!”라고 묻는다. 킴은 자신을 위해 가위손으로 눈을 만들어 날리던 젊은 시절의 연인 에드워드를 회고한다.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옛 성에 살다가 킴의 어머니 펙의 인도로 마을로 내려 온다. 늙은 발명가에 의해 인조인간(AI)으로 탄생한 에드워드.. 2019. 1. 17.
도이가하마 유적(土井ヶ浜遺跡)과 도래계(渡來系) 야요이인(弥生人) (2) 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박물관 야외에 마련되어 있는 돔 구조물. 내부에 발굴 현장이 보존되어 있다. 돔 내부로 들어가는 길. 원래 모래 언덕이었다고 한다. 발굴된 도이가하마 유적 전경 디오라마. 야요이시대 묘지였던 유적 전체 넓이는 동서 약 260미터, 남북 약 70미터 정도라고 하는데 그 중 일부만 발굴된 상태라고 한다. 발굴된 구역 중에서도 일부에 돔을 만들어 내부를 보존한다. (at 도이가하마 인류학 박물관) 돔 내부. 바닥은 모래밭이다. 발굴된 인골들이 당시 모습대로 재현되어 있는데 총 80개체 분이다. 모두 레플리카라고 한다. 도이가하마 유적은 박물관 외부에 건설된 돔 안쪽에 보존되어 있다. 인골은 발굴 당시 모습 대로 재현되어 있는데 물론 진품은 아니다. 인골이 발.. 2019. 1. 17.
이른 매화, 녹지 않은 눈 한시, 계절의 노래(243) 이른 매화[早梅] [唐] 융욱(戎昱) / 김영문 選譯評 한 그루 차가운 매화새하얀 옥 가지 마을 길 저 멀리시내 다리 곁에 폈네 물 가까워 꽃이 먼저피어난 줄 모르고 봄 왔어도 눈이 아직녹지 않았나 의심했네 一樹寒梅白玉枝, 逈臨村路傍溪橋.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春雪未銷. 아직 봄은 멀지만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으로 매화 시 한 수를 올린다. 물론 앞으로도 매화 시는 더 이어질 것이다. 본래 어떤 꽃이든 시내 곁 양지쪽 화초가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해준다. 이 시도 그렇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인은 매화와 눈을 연관시키면서도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눈 속 매화를 읊지 않았다. 저 멀리 시내 옆 매화나무에 백옥 같은 하얀색 그 무엇이 묻어 있다. 이직 매화가 피기는 너무 이른 철이라.. 2019.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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