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우산속 aging
제주 앞바다까지 치고 올라온 태풍 콩레이 여파라 하는데, 아침부터 종일 비가 그치지 아니한다. 한반도 남쪽을 관통한다는 예보가 있거니와, 그런 엄포만 놓다 시름시름 앓다 가 버린 저번 태풍보단 분명 위력이 센 듯, 녹조 범벅인 지난 여름에나 올 것이지, 왜 이 계절이란 말인가? 저들은 우리 공장 인부들이거니와, 우산을 보면 그 우산을 걷어치지 아니해도, 그것을 쓴 사람 연령대를 짐작하거니와, 저런 파라솔형 골프형 우산은 나이들수록 선호하거니와, 실제 저 큼지막한 우산 아래 고난의 연초 행진을 마치고 공장으로 복귀하는 저들은 나이로 보면 쉰 안팎이다. 그에 견주어 젊을수록 대가리만 덮을 만 해서, 접으면 한줌인 접이형 초간단형을 선호하니, 이 비 그치면 주머니에 넣거나 가방에 쏙 넣고는 표표히 사라진다. ..
2018. 10. 5.
알알이 한점 그림이 되어
한시, 계절의 노래(191) 추일 잡영 여덟 수(秋日雜詠八首) 중 넷째 [宋] 육유(陸游) / 김영문 選譯評 잎 아래 고운 새는불러도 오지 않고 바람 속 작은 나비시든 잡초에 점을 찍네 집 남쪽 집 북쪽엔가을빛이 하 좋아라 여기저기 모든 곳이한 폭 그림이네 葉底珍禽不受呼, 弄風小蝶點殘蕪. 舍南舍北秋光好, 到處皆成一畫圖.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김희성은 봄밤을 즐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기 다 있구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무용(無用)한 것으로 말하자면 봄보다는 가을에 훨씬 많다. 맑은 하늘, 붉은 잎, 하얀 억새, 스산한 바람, 가녀린 코스모스 여기에다 하늘색 쑥부쟁이, 애절한 풀벌레, 황금빛 국화, 투명한 햇볕, 찬란한 ..
2018. 10. 4.
잠삼(岑參) 연보
이하는 서성 선생 글을 옮긴 것이다. 잠삼(岑參, 715-769)은 형주(荊州) 강릉(江陵) 사람으로 군망(郡望)은 남양(南陽)이다. 증조 잠문본(岑文本), 백조(伯祖) 잠장천(岑長倩), 백부(伯父) 잠희(岑羲)가 모두 재상을 지냈고, 부친 잠식(岑植)은 진주자사(晉州刺史)를 지냈다. 744년(30세) 과거에 급제하여 우내솔부(右內率府) 병조참군(兵曹參軍)이 된 후, 749년 안서절도사 고선지 막부의 장서기(掌書記)가 되어 서역에 종군하였다. 751년 장안으로 돌아와 시인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다음해에 두보, 고적, 저광희, 설거 등과 자은사탑에 오르며 시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754년 대리평사(大理評事), 감찰어사(監察御使)를 역임한 후, 안서북정절도판관(安西北庭節度判官)이 되어 두 번째 종군(從軍)하였..
2018.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