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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아래로포착한 서울야경의 몇 가지 층위 남산에 올랐다. 휘황찬란을 갈구하는 사람들한테 이보다 나은 풍광 있겠는가?이 휘황이 휘황으로 가기 직전 모습은 아래와 같다. 추상...어렵다 한다. 그래서 구상을 선호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앞 사진과 비교할 때 구상성이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이조차 어지럽다는 사람이 있다. 이것으로 가기 전 모습은 이랬다. 추상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으나, 영 맛이 안난다. 왜 구상에서 추상으로 사람들 입맛이 변했는지 그것을 가늠하는 작은 보기다. 날더러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첫번째라고 말한다. 2018. 9. 27.
The Sun also Rises 추석 연휴가 끝날 무렵, 해외특례입학 동기놈이 말하기를, 긴 연휴 삼식이 생활 눈치 보이니 어디론가 데려가 달란다. 그래 나 역시 가을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냥 이래저래 싱숭생숭 드글드글 머리나 식히자 하고는 이럴 때면 언제나 그랬듯 임진강변 남안을 경주하는 자유로를 따라 서울과 임진각까지 왕복했더랬다. 이 즈음 임진강은 가을 교향악을 빚어내거니와, 비낀 역광으로 비치는 갈대와 뻘빛은 경이 그 자체다. 오가며 이런저런 감수성이 언제나 예민한 특례입학더러 내가 그랬다..그래도 넌 복받은 놈이다. 아버지 잘 만나 이만큼이라도 살지 않냐? 뭐 매양 듣는 소리라 소 귓구멍에 틀어대는 워낭 소리라 여기는지, 듣는둥마는둥 카톡질만 일삼는다. 올라 내려다 보니, 임진각 아래로는 온통 황금 물결이다. 아마도 단군조선 .. 2018. 9. 27.
섬돌 앞 오동나무는 이미 가을인데... 젊은이는 쉬 늙으나 배움은 이루기 어렵네한 순간이라도 헛되기 보내지 마라연못가 봄풀이 꿈도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 이파리는 이미 가을이더라 少年易老學難成一寸光陰不可輕未覺池塘春草夢階前梧葉已秋聲 이른바 권학문(勸學問), 배움을 권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이 짧은 글은 주희가 한 말이라 해서, 그것을 절대의 기반으로 삼는 시문(詩文) 엔솔로지이자, 불후한 한문 학습 교재인 《고문진보(古文眞寶)》 첫머리에 실려, 대한민국이라는 입시지옥을 지탱하는 권리장전으로 통용한다. 이 말이 그토록 질식할 정도이나, 그 입시지옥을 벗어난 처지에서 보면, 이만큼 절실한 말도 없다. 그래서 저 권학문은 실은 《고문진보(古文眞寶)》는 기억 저편, 아련히 입시지옥,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이제는 산 날 보다 .. 2018. 9. 26.
복양관(濮陽瓘) <조롱을 나온 송골매(出籠鶻)> 서성 선생 글이다. 出籠鶻조롱에서 나온 송골매 玉鏃分花袖, 옥 활촉 같은 부리가 비단 소매 사이에 있으니金鈴出彩籠. 금방울소리 울리며 채색 조롱에서 나왔네搖心長捧日, 높이 오르려는 마음으로 항상 태양을 받들고逸翮鎭生風. 강건한 날개에선 언제나 바람이 일어나一點靑霄裏, 한 점으로 푸른 하늘 속에 들어서면千聲碧落中. 벽락(碧落) 속에서 천 가지 소리가 울려나오네星眸隨狡兎, 별 같은 눈동자는 교활한 토끼를 쫒고霜爪落飛鴻. 서리 같은 발톱은 날아가는 기러기를 떨어뜨리네每念提携力, 매번 힘써 도우려고 하고常懷搏擊功. 언제나 적을 내리쳐 공을 세우려하네以君能惠好, 군주의 은혜와 관심에不敢沒遙空. 차마 먼 하늘 속으로 사라질 수 없어라 복양관(濮陽瓘)은 군망(郡望)이 진류(陳留, 하남성 開封)이다. 대력 연간(766.. 2018. 9. 26.
서인(徐夤) <동풍이 녹이는 얼음(東風解凍)> 서성 선생 글이다. 東風解凍동풍에 얼음이 녹다 暖氣發蘋末, 따뜻한 기운이 네가래 끝에서 일어나니凍痕銷水中. 얼음이 흔적을 남기며 물속에서 녹는구나扇冰初覺泮, 부채꼴 얼음이 막 녹는가 싶었는데吹海旋成空. 바다에서 동풍이 불어오니 금방 사라지네入律三春變, 바람은 율관에 들어가서 봄으로 바뀌고朝宗萬里通.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 만리가 통하는구나岸分天影闊, 언덕은 하늘의 빛을 나누어 광활하고色照日光融. 색은 햇빛과 뒤섞여 비치네波起輕搖綠, 물결이 일어나 푸른 빛을 흔들고 鱗遊乍躍紅. 물고기가 노닐며 붉은 꼬리가 뛰어오르네殷勤拂弱羽, 부드러운 바람이 약한 새 앞에 불어오니飛翥趁和風. 온화한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구나 서인(徐夤)은 徐寅이라고도 기록했다. 자는 소몽(昭夢)이며 보전(莆田, 복건성) 사람이다. 894.. 2018. 9. 26.
황도(黃滔) <궁중에서 흰사슴을 보이기에(內出白鹿宣示百官)> 서성 선생 글이다. 內出白鹿宣示百官궁중에서 흰 사슴을 내어 백관에게 보이다 上瑞何曾乏? 상서(上瑞)는 언제나 있었으나毛群表色難. 짐승이 잘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라珍於四靈外, 네 가지 영물 이외에 진귀한 것인데宣示百寮觀. 전시하여 백관에게 보여주는구나形奪場駒潔, 모습은 흰 망아지보다 더 깨끗하고光交月兎寒. 빛은 월궁의 토끼보다 더 차가워已馴瑤草列, 벌써 길들여져 신선의 풀과 나란히 있고孤立雪花團. 혼자 서 있으면 눈덩이가 뭉쳐진 듯해戴豸慚端士, 해치관을 쓴 어사(御史)에게 부끄러우니抽毫躍史官. 글을 써서 사관(史官)에 달려가 알리네貴臣歌詠日, 높은 신하들이 태양을 노래하며皆作白麟看. 모두가 흰 기린을 지어 내보이는구나 황도(黃滔, 840?-?)는 자가 문강(文江)이며 천주(泉州) 보전(莆田, 복건성) 사람.. 2018. 9. 26.
양현(梁鉉) <왕비 맞이하는 장면을 구경하며(天門街觀榮王聘妃)> 서성 선생 글이다. 天門街觀榮王聘妃천문가에서 영왕이 비를 맞이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帝子乘龍夜, 순 임금의 딸이 용을 타는 밤三星照戶前. 삼성이 문 앞을 비추어라兩行宮出火, 두 줄기 불이 궁에서 나가十里道鋪筵. 십리의 길에 잔치가 벌렸어라羅綺明中識, 밝은 곳에선 비단 옷이 보이는데簫韶暗裏傳. 어둠 속에 ‘소소’(簫韶)곡이 퍼지네燈攢九華扇, 등불 아래 구화선(九華扇)이 모이고帳撒五銖錢. 휘장에서 오수전(五銖錢)을 뿌리네交翼文鴛合, 무늬 있는 원앙이 어울려 날개를 겹치고和鳴彩鳳連. 채색 봉황이 나란히 화평하게 울어欲知來日美, 다가오는 날들이 아름다운 줄 알려거든雙拜紫微天. 나란히 자미궁에서 황제와 황후께 절을 하리 양현(梁鉉)은 함통(咸通) 연간(860-874)에 진사과에 응시했다는 기록 외에는 알려진 바가 .. 2018. 9. 26.
이경(李景) <도당에서 시험보는데 봄눈이(都堂試士日慶春雪)> 서성 선생 글이다. 都堂試士日慶春雪도당에서 시험 보는 날 봄눈을 기뻐하며 密雪分天路, 빽빽한 눈발이 하늘에서 내리는데群才坐粉廊. 여러 재인들이 상서성에 앉았어라靄空迷晝景, 자욱한 하늘에 낮의 광경 흐릿하고臨宇借寒光. 건물은 차가운 눈빛을 받는구나似暖花融地, 마치 따뜻한 꽃이 땅에 깔린 듯하고無聲玉滿堂. 소리 없이 옥이 대청에 가득한 듯해라灑詞偏誤曲, 글을 쓰매 주유의 관심을 받고자 일부러 틀리고留硯或因方. 하얗게 눈이 쌓인 벼루는 규옥처럼 변했어라幾處曹風比, 몇 사람 작품은 ‘조풍’(曹風)에 비할 만한데何人謝賦長? 어느 누가 사혜련의 ‘설부’(雪賦)보다 나은가?春暉早相照, 봄빛이 일찍 비추어莫滯九衢芳. 거리의 꽃이 피는데 지체되지 말기를 이경(李景)은 농서(隴西, 감숙성 동부) 사람으로 문종 때(827-.. 2018. 9. 26.
초욱(焦郁) <백운이 하늘로...(賦得白雲向空盡)> 서성 선생 글이다. 賦得白雲向空盡‘백운이 하늘로 사라지다’를 제목으로 白雲生遠岫, 흰 구름이 먼 봉우리에서 생겨나搖曳入晴空. 이리저리 흔들리며 맑은 하늘로 들어가니乘化隨舒卷, 자연을 따라 마음대로 펴졌다가 말리고無心任始終. 무심히 내맡겨지는 대로 생겨났다 없어지네欲銷仍帶日, 사라지려 하다가도 태양을 가리고將斷不因風. 바람이 없어도 절로 끊어져勢薄飛難定, 세력이 약하니 정처 없이 날아다니고天高色易窮. 하늘이 높으니 모습이 쉽게 바뀌네影收元氣表, 그림자는 원기 밖으로 모이고光滅太虛中. 빛은 태허 가운데 소멸하는구나倘若乘龍去, 만약에 용을 타고 갈 수 있다면還施潤物功.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공덕을 베푸리 초욱(焦郁)은 802년 경양현위(涇陽縣尉)로 있었다는 기록 외에는 알려진 사실이 없다. 현재 『전당시』에 .. 2018. 9. 26.
각주론(1) 개설 : 후주後注와 각주脚注 양코배기 글쓰기 양태를 보면, 주석(注釋 혹은 註釋·annotations)은 논문이나 책 말미로 모는 후주가 압도적이다. 이런 영향이 지대한 일본에서도 소위 학술적인 글쓰기에서는 이런 후주가 압도적이다. 그에 비해 우리도 이 방식을 더러 쓰기도 하나, 대세는 해당 쪽 밑에 본문 설명을 돕는 각주(footnotes)다. 이 외에도 본문에서 괄호에다 밀어넣는 협주(夾注)도 있다. 이는 실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통용한 전통적인 주석 표출 방법이다. 나아가 이런 협주가 피인용자 이름과 그의 해당 논문이나 저서 발간 연도만 간단히 적고 상세한 서지는 후주로 몰아넣는 서양식 표출 방법이 있으니, 이 역시 국내 학술계에서는 더러 쓰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협주라 해도 전통 동아시아 문화권의 그것과 서양의 그것은 차이.. 2018. 9. 25.
배도(裴度) <중서성에서(中書卽事)> 서성 선생 글이다. 배도(裴度, 764-839)는 자가 중립(中立)이며 하동 문희(聞喜, 산서성) 사람이다. 789년 진사과에 급제했으며, 792년 박학굉사과에 급제하여 교서랑이 되었다. 794년 현량방정능직언극간과(賢良方正能直言極諫科)에 급제하여 하음위(河陰尉)로 옮겼다. 811년 이후 사봉원외랑, 사봉랑중, 중서사인, 어사중승 등을 역임하면서 번진의 세력을 억누를 것을 적극 주장하여 헌종의 총신을 받았다. 817년 창의군절도사가 되어 한유, 이정봉, 풍숙 등을 데리고 회서의 반란을 토벌하였으며, 그 공으로 진국공(晉國公)에 봉해졌다. 819년 하동절도사로 나갔다가 822년 입궁하여 사공 겸 문하시랑, 상서우복야를 마치고 산남서도절도사로 나갔다. 826년 사공, 복지정사(復知政事)가 되었다가 830년 .. 2018. 9. 25.
은인(殷寅) <현원황제가 응현하였기에...(玄元皇帝應見賀聖祚無疆)> 서성 선생 글이다. 은인(殷寅)은 자가 직청(直淸)이며 진군(陳郡) 장평(長平, 하남성 西華) 사람이다. 은천유(殷踐猷)의 아들. 745년 진사과에 급제하고 이후 박학굉사과에도 급제하였다. 태자교서(太子校書)를 지낸 후 영녕위(永寧尉)로 나갔으나, 아전의 위세와 모욕이 심한데 대해 채찍으로 죽였기에 징성승(澄城丞)으로 폄적되었다. 은인은 당시 시문에 이름이 있었으며 안진경(顔眞卿), 소영사(蕭穎士), 이화(李華), 조화(趙驊), 유방(柳芳) 등과 친하였다. 이화는 「삼현론」(三賢論)에서 여러 차례 은인을 언급하였다. 현재 시 2수가 남아있다. 『신당서』 은천유 본전에 간략한 전기가 붙어있다. 玄元皇帝應見, 賀聖祚無疆현원황제가 응현하였기에 성조의 영원함을 축하함 應歷生周日, 시운을 타고 주나라에 태어나시어.. 2018. 9. 25.
육지(陸贄) <궁중의 봄 소나무(禁中春松)> 서성 선생 글이다. 육지(陸贄, 754~805)는 자가 경여(敬輿)이며 소주 가흥(嘉興, 절강성) 사람이다. 773년 진사과와 박학굉사과에 급제하여 화주(華州) 정현위(鄭縣尉)로 나갔다. 얼마 후 위남주부(渭南主簿)가 되었으며, 조정에 들어가 감찰어사, 사부원외랑 겸 한림학사가 되었다. 783년 태위 주비(朱沘)가 역모를 일으켜 대진(大秦)을 세우고 스스로 황제에 올라 장안을 점령하였을 때 덕종의 피난을 시종하며 대부분의 조서를 썼기에 ‘내상’(內相)이라고 칭해졌다. 덕종이 환궁한 후 간의대부에서 중서사인으로 올랐다. 792년 중서시랑으로 재상이 되었다. 794년 배연령(裴延齡)의 참언으로 태자빈객으로 좌천되었으며 다음해 충주별가(忠州別駕)로 폄적되었다. 805년 순종이 즉위하면서 환궁의 명을 내렸으나 .. 2018. 9. 25.
왕유 <일본으로 돌아가는 조형을 환송하며(送秘書晁監還日本)> 唐 왕유(王維·699~759) / 서성 譯評 送秘書晁監還日本일본으로 돌아가는 비서감 조형을 보내며 積水不可極 바다는 끝이 없으니安知滄海東 어찌 창해의 동쪽에 나라가 있음을 알랴! 九州何處遠 구주는 얼마나 아득한가?萬里若乘空 만리 멀리 어떻게 날아서 가리오向國唯看日 나라로 향할 때는 해만 보고 가고歸帆但信風 배로 돌아가니 바람만 의지해 가리鰲身映天黑 거대한 자라의 몸은 하늘을 검게 비추고魚眼射波紅 물고기의 눈은 물결을 붉게 쏘아보리라鄕樹扶桑外 고향의 나무는 부상(扶桑) 밖에 있고主人孤島中 그대는 외로운 섬 가운데서 살아가리別離方異域 헤어지면 장차 서로 다른 곳에 있으니音信若爲通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이 시는 왕유가 753년에 지었는데, 2년 후 해골이 된 몰골로 장안으로 돌아오니 왕유가 깜놀했을 것.. 2018. 9. 25.
서응(徐凝) <일본사신을 전송하며(送日本使還)> 서성 선생 글이다. 서응(徐凝)은 목주(睦州, 절강성 建德) 사람이다. 원화 연간(806~820)에 장안에 갔으나 이룬 일 없이 돌아왔다. 823년 향시에서 장호(張祜)와 경쟁하며 당시 항주자사 백거이가 서응을 추천했지만 성시에서 급제하지는 못하였다. 나중에 월주(越州)에서 놀다가 관찰사 원진(元稹)을 방문하고, 831년 하남윤 백거이를 찾아가기도 하였다. 만년에 고향에서 은거하며 시와 술에 마음을 두었다. 서응은 시에 공을 들였으며, 시견오(施肩吾)와 성조를 연마하였고, 원진과 백거이의 인정을 받았다. 방간(方干)이 그를 좇아 시를 배우기도 했다. 절구에 뛰어났으며 증답시와 유람시를 많이 지었다. 시는 비교적 평이하며 선명하고 운치가 있으나 때로 거친 면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당서』에 『서응시』(徐凝.. 2018. 9. 25.
공승억(公乘億) <상서성 낭관은...(郎官上應列宿)> 서성 선생 글이다. 공승억(公乘億)은 자가 수산(壽山)이고 위현(魏縣, 하북성 大名 서북) 사람이다. 빈한한 집안 출신으로 오랫동안 과거를 준비했으나 급제하지 못하다 871년 진사과에 급제했다. 877년 경조 만년현위(萬年縣尉)가 되었고, 나중에 이산보(李山甫)와 함께 위박절도사 악언정(樂彦禎)의 종사가 되었다. 소종(昭宗) 때 위박절도사 나홍신(羅弘信)의 종사로 있다가 되었다. 공승억은 시를 잘 지어, 당시 사람들이 그의 시를 벽에 써 두고 법식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신당서』「예문지」에 『공승억시』(公乘億詩) 1권과 『부집』(賦集) 12권이 저록되고, 『송사』「예문지」에 『주림집』(珠林集) 4권, 『화림집』(華林集) 3권, 문집 7권이 저록되었지만 모두 산일하고 말았다. 현재 『전당시』에 시 4수.. 2018. 9. 25.
실록도, 대장경도 언제건 빠른 독파가 가능하다 《실록》이랑 《대장경》 분량이 얼추 비슷하다고 안다. 이거 뭐 통독하기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맘 먹으면 1년 안에 통독은 한다. 글자수 계산해서, 하루에 얼마 읽어 몇 년 걸린다느니 하는 말들 이 분야 전업적 연구자들이 매양 하는 소리지만, 다 개소리다. 《사기史記》 《한서漢書》 이래 《명사明史》 《청사淸史》에 이르기까지 《24사(二十四史)》 혹은 《25사(二十五史)》 역시 생각보단 그리 많은 시간 걸리지 않는다. 물론 번역본 기준이다. 한문 원전은 시간이 엄청 잡아먹고, 더구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독하고 넘어가는 대목이 무수하지만 번역본이라면 다르다. 그 방대한 《자치통감》 권중달 역본 30권 완독하는데 두 달이 채 안 걸렸다. 번역한다고 권 선생이 십년은 더 걸렸겠지만, 두 달만에 해치운다. 저들.. 2018. 9. 25.
고라니 멧돼지와의 사투 배추밭에 등장한 이것이 무어냐니 마미가 이르되..소리내는 기계란다. 낮엔 가만 있다가 밤이 가까워지는 오후 다섯시 이후엔 빽빽 소리를 지른단다. 그 배추밭 옆 짜투리 땅에다간 메밀을 좀 뿌렸다. 저 멀리 파란 망이 보인다. 다시 그 옆 고구마 밭은 반짝이 허수아비 천지다. 은빛이다. 태진아 송대관 합동 공연장 같다. 전쟁이다. 사투다. 고라니, 노루, 멧돼지와의 사투다. 이들이 논밭으로 침투해 숙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박정희 시대 산림녹화 사업이 성공하면서 전 국토가 급속도로 밀림이 되었다. 흔히 근간적(나는 '대책없는'이란 말로 자주 쓴다) 환경론자들은 짐짓 동물편에 서서 하는 말이 인간이 그네들 영역에 침투하는 바람에 저들이 농토와 민가를 습격한다 하는데 이 역시 개소리라. 입맛 때문이다. 초식성인 .. 2018. 9. 25.
수도산 수도암에서(2) 수도산 수도암에 올랐다. 올 추석엔 날이 좋아서 그랬는지 전면 가로누운 단지봉 능선 너머로 가야산 꼭대기가 봉긋하다. 탑 사이로 가야산을 넣어봤다, 아들놈을 전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해발 950미터 고지에 왜 절을 세웠을까? 속세가 싫어서였을까? 창건 시기는 모르나, 이곳 대적광전을 안좌安坐한 석조 비로자나불로 보건데 저 가야산 기슭에 해인사가 창건된 그 무렵인 듯 하다. 자급자족이었을까? 여름 가을이야 그런대로 버틴다한들, 겨울과 춘궁기는 어찌 버텼을까? 속세와는 그리 썩 말끔히 단절하진 않았을 듯 하거니와, 혹 이곳은 수련원 아니었을까? 지리산 운상인雲上人을 위한 시설 같진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2018. 9. 25.
고향 아침 누군들, 언제인들 아름다움을 몰랐으리오? 저들이 황홀 교향곡 제9번인 줄 몰랐으리오? 바빴기 때문에 잠시 미뤄뒀을 뿐이다. 그런 미룸이 오래되어 일상이란 이름으로, 언제나 그랬다 해서 잠깐잠깐 미루다가 나는 그 미뤄둠과 이젠 영원히 함께 하고파 잠들었을 뿐이다. 워즈워스가 유별나 누구나 보는 수선화를 신의 경지로 끌어올렸겠는가? 그에겐 바쁨이 없어 즉자적으로 읊었을 뿐이다. 돌아보니 모두가 수선화더라. 2018. 9. 25.
수도산 수도암에서(1) 근자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느닷없이 김천 수도산에 출몰했다 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소백산맥을 따라 북상한 모양인데 해발 1317미터 수도산 기슭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두어 차례 목격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추석인 오늘 오후 수도산 기슭 수도암 어르는 길목엔 이 경고문이 있다. 글쎄..저 대처 요령이 실제론 얼마나 효력 있을지는 모르겠다. 기절초풍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 같은 놈이야 사진기 먼저 꺼내지 않겠는가? 이 경고문이 붙은 곳은 수도산 무흘계곡 중 제1곡 무흘폭포가 있는 곳이다. 근자 비가 많이 왔다더니 물이 넘쳐난다. 글쎄 이런 폭포가 나이아가라며 이구아수며 빅토리아 폭포에야 비할 바겠냐만, 모름지기 규모여야 하리오? 수도산엔 수도산에 맞는 폭포가 나이아가라 아니겠는가? 장관 혹은 .. 2018.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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