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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1993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면 기분 더럽다 몇 번 한 말이지만 옛날에는 셰익스피어나 성경이 독식한 폐부를 찌르는 말들이 요새는 드라마 작가들이 모조리 가져갔으니, 제아무리 뛰어난 철학자도 그네를 뛰어넘은 명구 명언을 제조하지 못한다. 한데 말이다.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면 참말로 기분 더러울 때가 많다. 왜? 너무나 폐부를 찌르는 말로 넘쳐나는 까닭이다. 그 명대사 듣다 보면 혜안 아닌 게 없고, 통찰 아닌 게 없다. 그래서 기분 더 더럽다. 그 대사 하나하나는 어째 지금의 나, 그런 나가 처한 현실을 그토록 처절하게, 처참하게 파고들 수 있는지, 그 후벼파짐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렇다고 드마라를 안 볼 수도 없고, 보긴 해야겠고, 그렇자니 기분이 더러워지니 진퇴양난인가? 하긴 Drama라는 말 자체도 요새 TV와 결합해서 그렇지 근본이 문학 아닌가? 2024. 1. 1.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많은 이가 의아스럽다 하며, 그 무수한 포스팅은 무엇이냐며 개소리 말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내 글쓰기에 이용할 뿐이다. 내가 쓴 내 글을 소통하고 소비하는 통로로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일상이 어떻네마네 하는 이야기 거의 하지 않는다. 오직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 글로써 표현한 바를 이야기하고자 할 때 그때에 국한해서 빌릴 뿐이다. 물론 그것만을 위한 놀이에 열중할 때가 있었다. 그때를 회상하는 많은 지인이 그때가 재미있었노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의 유희에 지나지 아니해서 그런 시절,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한 워밍업 정도였다고 이야기해 둔다. 나는 내 글로써 나를 이야기하고 싶지, 한가롭게 셀.. 2024. 1. 1.
글쓰기는 1년을 중단하면 영영 끝이다 비단 글쓰기뿐이겠는가? 1년을 쉬고서도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하물며 2년 3년을 쉬었다가 쓴다? 택도 없는 소리다. 내가 교수 겸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 공직생활하느라 1년 혹은 2년 혹은 3년을 중단했다가 다시 글쓰기로 돌아온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가 떠난 그 사이 전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커녕 퇴보만 일삼으니 1년 혹은 2년 혹은 3년을 떠나고서도 돌아와 내가 연구자 대접을 받는 게 아니겠는가? 떠나는 일이 두려워 간혹 그 공직생활 중에 틈틈이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이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한가롭게 지 논문 혹은 잡글 쓰라고 국민이 월급 주지.. 2024. 1. 1.
신라가 분열한 군웅할거시대를 보면 마한 개사기가 보인다 앞선 신동훈 선생 글에 붙은 신라말 전국 이른바 호족 할거 양상이다. 진성여왕 무렵 신라는 이미 회생 불능상태로 빠져버리니 전국을 신라라는 일통一統으로 엮어주던 중앙권력이 사라지자 움츠려 있던 지방이 독립하기 시작했다. 세포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양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아서 강력한 중앙집권? 그건 이상일 뿐이라 지방은 결코 그걸 용납할 수 없다. 짓눌릴 뿐 움츠린 용수철이라 중앙권력이 와해하면 기미만 있으면 튀어오르기 마련이다. 이른바 봉건적 분할은 그렇게 해서 생겨난다. 저 분할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는 그 영역이 종래 중앙이 편제한 군현을 따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 그림은 바로 후한서 삼국지가 그린 한韓이기 때문이다. 내가 늘상 말하듯이 후한서 삼국지가 말하는 마한진한변한은 이미 중앙권.. 2024. 1. 1.
가장 큰 적은 염증이다, 퇴위하는 덴마크 여왕을 보며 이 염증이라는 말을 나는 자주 환멸이라는 말로 치환하곤 하는데 기자 시절 나는 그에서 유래하는 몇 가지 염증에 시달렸다. 첫째 기자생활 자체에서 비롯하는 환멸이니 만 31년을 채웠다 하지만 이건 실은 우격다짐이라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둘째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데 따른 염증이니 말이 좋아 전문기자지 것도 십년 넘어면서 환멸이 구토처럼 밀려왔다. 그렇다고 그걸 때려치운 지금 저에서 벗어났는가? 천만에.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약간 껍데기만 변화를 주었을 뿐이지 여전히 나는 기자요 것도 어느 한 분야에 특화한 언론인이요 글쟁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강요요 후자인 지금은 자발이라는 점이다. 이거 차이가 크다 보는데 그렇다고 이 짓도 변화를 주어야지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2024. 1. 1.
만약에 말야 내가 율곡이었다면 나는 이미 육신이 탈골했으며 내가 퇴계였다면 손자 나이 11살이요 내가 세종이었다면 재위 30년을 앞두었으며 내가 강희제였다면 재위 45년을 맞이하며 내가 장수왕이었다면, 내 삶은 겨우 반세기를 돌았을 뿐이요 내가 영조였다면, 30년을 더 살아야 하며 내가 톨스토이였다면, 지금이 안나 카레리나를 발표할 때이니라. (2016. 1. 1) 레오 톨스토이는 1828년 9월 9일 생이라, 그가 안나 카레리나 집필을 시작하기는 45세 때인 1873년이요, 그것을 47세 때인 1875년에 잡지 "러시아 통보"에 연재하기 시작해 51살 때인 1877년에 단행본 초판을 발행했다.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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