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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soin (正倉院, 정창원), a treasure house from ancient japan 정창원 (正倉院) 은 연중 한 번 대외에 개방한다. 매년 가을 정창원 특별전이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열릴 즈음 대략 2주간이다. 박물관을 떠나 정창원을 찾아간다. 정창원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다. 이 길을 따라가면 정창원이 나타난다. 이 좁은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정창원이 전면을 마주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 전문사진작가 오세윤이 난생 처음 쇼소인을 마주한다는 기쁨에 들떠 발걸음 재촉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정창원인가?이내 사진기 꺼내들고 담기 시작한다. 너만 작가냐? 나도 작가다. 비키! 걸거치는 물건 치우곤 나도 담아본다. 대략 5년만의 재회인가? 다시 보니 더 반갑다. 전경을 담았겠다, 이젠 찬찬히 세부를 관찰할 때라, 들창코 창고다. 중창中倉을 포착한다. 문을 열거라. 무엇인가를 장기간 보관하.. 2019. 2. 25.
하룻밤새 파래진 보리밭 한시, 계절의 노래(284) 우수(雨水) [現代] 좌하수(左河水)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남쪽 습기 북쪽 냉기교전 벌이니 따뜻하다 추워지며풍우 다투네 하루 밤새 천리 보리밭푸르러지고 온 산 젖어 꿈틀대나소리 안 내네 南濕北冷兩交鋒, 乍暖還寒鬪雨風. 一夜返靑千里麥, 萬山潤遍動無聲. 우수는 눈의 계절이 끝나고 비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우수는 대보름과 겹쳤고 명실상부하게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마침 [원본 초한지]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천안을 지나자 비가 눈으로 바뀌어 온 산천이 새하얀 백설로 덮여 있었다. 눈의 계절과 비의 계절, 습기와 냉기, 따뜻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광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환절기란 말 그대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다. 그러나 계절의 .. 2019. 2. 25.
무속계의 BTS 김금화 큰무당 김금화씨가 지난 23일 오전 5시 57분 향년 88세로 타계했으니, 이 소식을 나는 고인과 친분이 많았던 국립민속박물관 어느 선생한테서 듣고는 문화재 담당 박상현 기자한테 연락을 취했더니, 우리 공장 인천본부에서 이미 기사가 나갔단다. 그러면서 박 기자 왈, "인천본부 기사에 덧붙여 종합기사 하나 쓰겠다"고 했으니, 그것이 아래 우리 공장 기사라. 하늘로 떠난 큰무당…배연신굿 보유자 김금화 별세(종합) 이에서 김금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잘 정리했다고 본다. 따라서 자칫 췌언일 수도 있는 두어 마디, 이런저런 곳에서 주어들은 말들을 버무리는 수준에서 그의 장송을 나 나름으로는 대신하고자 한다. 무형문화재 업계에서, 특히 무속계에서 김금화라는 이름은 그 대명사와도 같지만, 어찌된 셈인지 나는 고인과 이.. 2019. 2. 24.
<漢文講座> 삼일三日 vs. 삼개일三個日 일본의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 794~864)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구사한 한문은 여러 모로 군데군데, 그리고 곳곳에서 이른바 콩글리시, 일본식 냄새가 나는 한문 표현이 보이거니와, 그 와중에 내가 그 사례로 주목했던 것이 이 책 본문 첫 대목 다음 문장이다. 承和五年六月十三日午時,第一、第四兩舶諸使駕舶。縁無順風,停宿三個日。 승화 5년 6월 13일 오시에 제1선박과 제4선박에 모든 사절이 승선했다. 순풍이 불지 않아 3日간 정박했다. 나는 처음에는 정박한 기간 3일을 "三個日"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일본식 한문으로 여겼다. 한데 엔닌이 왜 이렇게 표현했는가를 이 텍스트 전반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 엔닌은 기간과 시간을 구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위 문장에서 3일간.. 2019. 2. 24.
Todaiji (東大寺, Eastern Great Temple, 동대사 ) Tōdai-ji (東大寺, Eastern Great Temple)[1] is a Buddhist temple complex that was once one of the powerful Seven Great Temples, located in the city of Nara, Japan. Its Great Buddha Hall (大仏殿 Daibutsuden) houses the world's largest bronze statue of the Buddha[2] Vairocana,[3] known in Japanese as Daibutsu (大仏). 2019. 2. 24.
고로칸유적과 나카야마 헤이지로(鴻臚館遺跡と中山平次郎) 역사는 미친 사람들이 개척하기 마련이다. 한데 역사를 통괄하면 그런 미친 사람은 역사학계 내부에서보다는 외부에서 나오는 일이 많다. 일본 고고학계도 보면, 미친 듯한 열정으로 새로운 학문성과를 구축한 사람들은 고고학도가 아닌 일이 더러 있다. 난파궁 유적을 발견하고 보존한 야마네 도쿠다로 박사가 그렇고, 아래에 소개하는 나카야야 헤이지로 박사 또한 그렇다. 나카야마 박사는 의학도로서, 고고학 공부에 매진해 고로칸 유적을 해명했다. 歴史は狂った人々が開拓するものだ。ところが歴史を統括するような狂った人は、歴史学界内部ではなく、外部から出ることが多い。 日本の考古学界も、狂気のような情熱的に新しい調査の成果を構築した人々は、考古学でもではない場合が時々ある。難破宮遺跡を発見し、保存した山根德太郞博士がそうで、以下に紹介する中山平次郎博士も.. 2019. 2. 24.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 4首 중 봄노래인 춘가春歌다. 秦地羅敷女 진나라땅 나부라는 여인采桑綠水邊 푸른 강가에서 뽕을 따네 素手青條上 섬섬옥수 푸른 가지에 올리니紅粧白日鮮 붉은 화장 햇살에 곱기만 하네 蠶飢妾欲去 누에가 배고파요 저는 가니 五馬莫留連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蠶飢妾欲去...누에가 배가 고프데요, 그러니 저는 갑니다. 이 표현에서 태백다운 발상을 보거니와, 그게 아니라 해도, 나부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뽕을 따는 모습을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역시 태백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아래 주석에 보이거니와, 이에 등장하는 나부(羅敷)라는 여성은 특정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뽕 따는 젊은 처자 혹은 유부녀로 항용 등장하는 인물이라, 그는 언제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2019. 2. 24.
파주 감악산 몰자비(沒字碑)를 찾아가는 길 파주 감악산 정상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주둔한 군부대로 차량을 통한 접근에 애를 먹었다. 해발 675미터 정상엔 몰자비(沒字碑)라 해서 글자 그대로 글자가 없거나 혹은 인위로 글자가 지워진 비석 하나가 우뚝 하니 서 있다. 비가 우뚝 선 정상엔 송신탑이 있어, KBS 송신탑이라 하지만, 아마 군부대 통신 관련 시설이 아닐까 짐작하로대, 이곳으로 통하는 산길 포장도로가 있다. 이곳은 군에서 관장하는 까닭에 차량 접근은 난관이 있어 옛날에는 각종 인맥을 동원해야 차량 접근이 가능했다. 그 옛날엔 육사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재 대령, 현 국방문화재연구원장께 부탁해 이 일을 주선토록 부탁드리곤 했다. 이 몰자비는 입지 조건, 그 모양새로 보아 또 하나의 진흥왕 순수비임에 틀림없다. 조선후기 서예 대가요, 정.. 2019. 2. 24.
<3.1절 80주년의 사건> (6) 현승종 사태를 두고 한판 붙은 염소수염과 핏대 그의 연합뉴스 인터뷰가 건국대 안팎에서 심각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할 줄이야, 현승종도 몰랐고, 나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공개되자마자, 그를 이사장직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노골화했다. 이로 볼 때, 1993년 이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승종이 건국대 내부에서 적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식민지시대 말기 그의 학도병 강제징집과 그에서 비롯되는 일본군 생활기간 소위 복무 사실은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총학생회 등을 자극한 기폭제가 되었으니, 이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는 현승종에 대해 이사장 사퇴 압박을 노골적으로 가하기 시작했다. 소위 복무 사실이 친일행위라는 것이었다. 이런 압박에 시달린 현승종은 결국 인터뷰 기사가 나간 지 대략 2개월 만인 1999년 4월 2.. 2019. 2. 24.
하늘 이치에 맡기는 새해 첫날 한시, 계절의 노래(276) 새해[新年] [宋] 유창(劉敞)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눈 녹고 얼음 풀려푸른 봄빛 새어나와 온갖 사물 새로움이취한 눈에 놀라워라 꽃시절이 나는 새 같음을이미 알고 있음에 오로지 이 신세를하늘 이치에 맡겨두네 雪消冰解漏靑春, 醉眼驚看物物新. 已識年華似飛鳥, 直將身世委天均. 사람은 누구나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고 만물의 새싹이 돋는 새봄을 기다리지만, 이는 기실 세월이 흘러가는 풍경이다. 봄은 바로 화양연화(花樣年華)다. 말 그대로 꽃 같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봄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처럼 눈 깜짝할 새에 가버린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이다. 이 시에 쓰인 청춘(靑春)과 연화(年華)라는 어휘가 그런 찰나를 잘 포착했다. 찰나로 영원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바.. 2019. 2. 24.
<3.1절 80주년의 사건> (5) "처음 밝힙니다. 나는 일본군 소위였어요" 말쑥한 밤색 정장 차림이었다. 오늘 인터뷰를 의식해서라고도 하겠지만, 천상 할배요 천상 영감인 이 양반은 적어도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생평을 이렇게 살았을 사람 같았다. 흐터러진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길이 없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아했다. 곱게 늙는다는 말, 이런 사람한테 쓰는 갑다 했다. 말투 역시 차림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천상 마음씨 좋은 문방구 할배의 그것이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시종 웃음이 얼굴을 떠나지 않았으니, 그래 신선이 있다면 이런 사람이겠구나 했다. 목청은 높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이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했다. 만나 보니 현승종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판에 박힌 인사를 나누고는 이력 조회에 들어갔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던 해에 .. 2019. 2. 23.
태산에 올라 삼족오 보리니 한시, 계절의 노래(280) 일관봉(日觀峰) [宋] 범치중(范致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태산은 동남쪽첫째 가는 경관이라 창공에 높이 솟은벽옥 봉이 가파르네 이 몸을 날게 하여정상에 세워주면 깃털도 덜 마른삼족오를 볼 수 있으리 岱嶽東南第一觀, 靑天高聳碧㠝岏. 若教飛上峰頭立, 應見陽烏浴未乾. 일관봉(日觀峰)은 중국 태산 정상인 옥황정(玉皇頂) 동남쪽에 있는 봉우리로 일출을 관망하는 명소다. 태산은 대악(岱嶽), 대종(岱宗)으로도 불렸다. 태산 산신을 모시는 태안시(泰安市)의 사당 이름이 대묘(岱廟)인 것도 대악(岱嶽)에서 유래했다. 양오(陽烏)는 태양 속에 산다는 삼족오(三足烏)다. 『산해경(山海經)』 「대황남경(大荒南經)」에 의하면 태양의 모친 희화(羲和)가 감연(甘淵)에 아들 10명을 목욕시켜 매.. 2019. 2. 23.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는 썩어가고 한시, 계절의 노래(285) 바둑 구경 그림[觀弈圖] [明] 명 고계(高啓) / 김영문 選譯評 산속으로 잘못 들어선 채로 바둑 구경 가족들은 날 저물자땔나무를 기다리네 어찌하여 바둑 한 판에천년 세월 소요됐나 신선 할배 돌 놓는 게너무 늦은 탓이리라 錯向山中立看棋, 家人日暮待薪炊. 如何一局成千載, 應是仙翁下子遲.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한자 어휘로는 난가(爛柯)라고 한다. 나무꾼이 산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바둑 두는 걸 구경했는데 바둑이 끝나고 보니 도끼자루가 썩어 있고, 동네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자신이 살던 시대가 아니라 몇 세대 뒤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 시는 이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에 쓴 화제(畫題)다. 이 이야기는 중국 남조 양(梁)나라 임방(任昉)의 『술이기(.. 2019. 2. 23.
<3.1절 80주년의 사건> (4) 다급한 전화, 하지만 이미 물은 엎어지고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관련 인터뷰가 나간 1999년 2월 24일이 지난 어느 시점이었다. 전화가 왔다. 현승종 이사장이었다. 여든하나 뇐네가 손수 전화를 했다는 건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기사 내줘서 고맙다둘째, 기사가 뭔가 문제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두 번째였다. 유선상으로 전해진 그의 말을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다. 20년 전 일이니깐 말이다. 다만 그 요지는 내가 기억할 수 있으니, 다음과 같다. "그 기사 때문에 내가 곤란해졌다. 일본군 소위로 근무했다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나를 쫓아내려는 사람들이 그걸 꼬뚜리로 삼아서 들고 일어났다. 내가 친일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는 나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낭배란 말인가? 대체.. 2019. 2. 23.
<3.1절 80주년의 사건> (3) 소송전을 불사한 전직 총리 현승종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는 2000년 10월 19일 현승종(81.玄勝鍾) 전 국무총리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현승종은 재판까지 갔던가? 이 소식을 전한 이 날짜 당시 우리 공장 보도를 보면 "'일본군 장교로 독립군과 전투를 벌였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우홍구 건국대 동문교수협의회장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계속 기사를 보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제말 일본군 소위로 일제 군복을 입고 중국 팔로군과 전투하였다'고 밝힌 사실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중국 팔로군에서 조선의용대 등 일부 독립군이 활동했다는 역.. 2019. 2. 23.
<3.1절 80주년의 사건> (2) 황소를 뒤로 하고 들어간 이사장실 현승종 (玄勝鍾) HYUN Soong Jong. 그는 거물이었다. 힘이 있는 거물이라기보다는 그 각종 화려한 이력이 사람을 질겁케 하는 그런 거물이었다. 우리 공장 인명록을 통한 그의 이력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음력 1919년 01월 26일생인 그는 공직으로는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교직에서는 성균관대와 한림대 두 대학 총장을 역임했으며, 건국대 이사장으로도 일했다. 나아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인촌기념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아호는 춘재(春齋), 본관은 연주(延州)이며, 올해 만 100세인데 아직 타계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평안남도 개천 출신인 그는 1938년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제국대학에 들어가 1943년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73년 고려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1976년 대.. 2019. 2. 23.
홍매 한 봉오리에 깃든 봄소식 한시, 계절의 노래(275) 봄 소식을 묻다 두 수[問春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설날에 봄 돌아와도늦었다 못할 텐데 꽃들에게 소식 아직바삐 알리지 않네 도산당 아래 자리한붉은 매화 한 그루만 맑은 햇볕 서둘러 빌려가지 하나 물들이네 元日春回不道遲, 匆匆未遣萬花知. 道山堂下紅梅樹, 速借晴光染一枝. 중국에서는 설날을 춘제(春節)라고 한다. 우리 발음으로는 춘절인데 설날을 전후하여 24절기의 출발점인 입춘이 들기 때문이다. 새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므로 설날 인사할 때도 “춘제 콰이러(春節快樂)” 또는 “신춘콰이러(新春快樂)”라고 한다. ‘콰이러’는 쾌락을 즐기라는 뜻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명절을 누리라는 뜻이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설날과 입춘이 당도하.. 2019. 2. 23.
<3.1절 80주년의 사건> (1) "특집을 기획하라!" 지금은 100주년이라 해서 난리를 피우는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이 1999년에는 80주년인 해였다. 그 전 해 12월 1일자로 문화부로 배치되어 문화재와 학술을 담당하게 된 나한테 3.1절 80주년 특집을 하나 기획해 보라는 지시가 부장한테서 떨어졌다. 우리도 특집은 하나 했네 하는 이른바 생색내기는 해야겠고 해서, 이런 압박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돌파구가 관련 인사들 인터뷰라, 나 역시 3.1절 관련 담당 주축기자로서, 이런 달콤한 유혹에 빠졌으니.... 이에서 관건은 과연 어떤 사람들을 인터뷰하느가 문제였다. 그리하여 하이바(머리를 지칭하는 언론계 속어다) 열심히 굴려서 생각해 냈다는 것이 실로 단순해서, 1919년 3.1절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그네들에게 과.. 2019. 2. 22.
만 그루 청매화와 바꾼 국가 한시, 계절의 노래(273) 녹악매 두 수(綠萼梅二首) 중 둘째 [宋] 임희이(任希夷) / 김영문 選譯評 수산간악 동쪽에악록화당 자리 했고 매화나무 만 그루이궁을 둘러쌌네 선화 연간 옛일은기억하는 사람 없어 분바른 얼굴 쓸쓸하게북풍을 마주하네 萼綠華堂艮嶽東, 梅花萬數繞離宮. 宣和舊事無人記, 粉面含凄向朔風. 한시 중에서 역사를 소재로 읊은 시를 영사시(詠史詩)라고 한다. 역사 속 일화에 대한 감상, 느낌, 비평 등을 풀어낸다. 시에서 다루는 역사를 모르면 그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시도 북송 휘종(徽宗) 선화(宣和) 연간에 벌어진 간악(艮嶽) 조성 및 북송 망국이라는 대사건이 배경에 깔려 있다. 남송 시인 임희이가 청매화(綠萼梅) 가득 핀 어느 봄날, 북송 도성 변경(汴京) 간악에 들렀다가 읊은 시로 .. 2019. 2. 22.
꽃샘 추위에 눈은 또 쌓이고 한시, 계절의 노래(274) 꽃샘추위[春寒] [宋] 문동(文同) / 김영문 選譯評 동풍은 무슨 일로힘 여전히 미약한지 으슬으슬 변방 추위나그네 옷 침범하네 묵은 눈 녹지 않고새 눈이 또 내리니 남쪽 정원 봄볕은어느 때 돌아올까 東風何事力猶微, 凜凜邊寒犯客衣. 舊雪未消新雪下, 南園春色幾時歸. 눈은 내리지 않지만 꽃샘추위가 사납다.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아직 선선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큰아이 태어나기 전날에는 3월 말임에도 팔공산 정상이 하얗게 덮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2월 뿐 아니라 3월에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눈이 내리는 날이 드물지 않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떠나가는 계절의 미련과 다가오는 계절의 주저함이 교차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은가? “언젠가/ 네 곁을.. 2019. 2. 22.
파피루스 종이 만드는 공정 여행전문가이드 시범이라 혹 엄격한 학문의 잣대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략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요긴할지도 모르겠다. 이 파피루스 종이를 만드는 전통이 언제까지 이어지다 단절되었는지는 내가 아는 바가 없다. 이 파피루스는 내가 카이로에서 나일강 상류로 900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간 지점인 아스완댐 인근 강변에서 열라 찾다가 겨우 몇 포기 보였으니, 듣건대 나일강 하류 쪽에 많이 자란다 했다. 근간이 보니 왕골이랑 엇비슷한 게 아닌가 한다. 왕골에 대한 내 어린시절 기억이 하도 이제는 가뭇가뭇해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말이다. 동양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을 이런 방식 비스무리하게 도화지 혹은 종이로 이용했거니와, 이 자작나무 종이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안다. 201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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